쾌검신룡 용유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8.03.26 09:54
최근연재일 :
2018.07.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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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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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재회

DUMMY

조급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계성은 당우형이 알려준 대로 천천히 운기 했다. 단전에서 뽑아낸 내공을 다시 단전으로 돌리지 않고 몇 개 혈도를 순환하게 했다. 그 혈도들이 하나로 이어진 느낌이 들 때 바닥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악!"


동요를 부르던 소리가 드디어 멈췄다.


"사람이오?"


"당연히 사람이오."


"어딘가 기관이 숨겨져 있을 거요. 나를 여기서 꺼내주면 꼭 후한 사례를 하리다."


당우형의 대답에 밑에 있던 작자가 말했다. 아까는 아무리 소리 질러도 못 듣더니 귀에 내공을 집중했는지 당우형의 말도 잘 알아들었다.


"이름을 밝히시오."


당우형은 계성에게 기관을 찾으라고 눈짓하고 계속 사내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산야에 숨어서 지내는 무명이라 말씀드려도 모르실 거요."


"난 쫓기는 신세라 기관을 열어주기 좀 그렇군."


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하자 대화가 일단락되었다. 그때 계성이 당우형을 불렀다.


"당 대협, 여기."


다가가 보니 칠을 해서 돌처럼 보이지만 쇠가 확실한 짧은 막대가 보였다. 빛이 들어오는 상대적으로 환한 곳에 있어서 오히려 발견하기 어려웠다.


"혹시 당문의 분이시오? 삼 년 전에 독왕 어르신께 치료를 받은 적이 있소."


계성의 말을 들은 상대가 독왕을 언급했다.


"적란?"


당우형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당우형이 떠나기 전에 독왕의 치료를 직접 받은 건 전영득밖에 없다.


"당우형?"


"내가 당우형이오."


그제야 밑에 있던 사람은 이름을 밝혔다.


"당 대협, 나 전영득이오."


유신에게서 백면귀산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힘썼다는 걸 전해 들은 당우형은 바로 기관을 가동했다. 바닥이 갈라질 거로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틈을 따라 위아래로 엇갈렸다.


막혀있는 쪽이 서서히 올라가더니 새로운 동굴이 나타났다. 당우형은 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엄청난 기관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전영득이 주판을 들고 경계하다가 당우형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세를 풀었다.


"여긴 뭡니까? 그리고 전 대협이 왜 안에 있는 겁니까?"


"여긴 옛날 왕의 무덤인데 내 조부가 수집품을 모아두는 장소로 활용했소."


전영득의 조부가 도굴꾼이자 도둑놈임을 모르는 당우형은 그저 감탄하기만 했다. 전영득은 안에서 물건을 한 보따리 싸 들고 밖으로 나온 후 다시 기관을 닫았다. 구해준 사례로 전영득은 당우형에게 잘 만들어진 비도를 건넸고 계성에게는 금으로 빚은 두꺼비를 건넸다. 눈알 자리에 빨간 보석이 박혀 있어서 작지만 무척 귀해 보였다.


"당 대협은 어찌 된 것이오? 그리고 어떻게 여길 찾아내신 거요?"


당우형은 뇌음사의 무인과의 은원을 간단히 얘기했다. 두전에게는 참 안타깝지만 당우형은 그새 두전의 이름을 까먹었다.


"다행히 이 아이의 기지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전 대협은 어쩌다 갇히게 된 겁니까?"


"돈 없이는 무슨 일을 하기 힘든 세상 아니오. 가지고 있던 돈이 떨어져서 남무천과 함께 이곳을 찾았소. 그런데 이곳이 이미 홍두명에게 들킨 줄은 미처 몰랐지. 매복에 걸렸고 나랑 남무천 둘 다 주독에 중독되었소. 남무천은 홍두명에게 생포되었고 나는 기관을 닫고 안에 숨었소. 그런데 홍두명 개자식이 밖에서 기관을 파괴해서 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게 만들어버렸소."

"나는 주독을 다 배출한 후 나갈 방법을 찾다가 결국 바위를 깨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소. 그래서 소리에 내공을 담아 어느 쪽 바위가 가장 얇은지 알아내려고 했는데 그냥 소리를 지르자니 미친놈 같아서 동요를 불렀소."


당우형은 같은 동요를 끊임없이 부르는 게 더 미친놈 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이 방법은 처음 써보는 거라서 잘 판단이 되지 않았소. 가까운 곳에 다른 동굴이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지. 그래도 덕분에 두 분의 도움을 받게 되었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절벽 동굴의 입구에 도착했다. 머리를 살짝 내밀어 확인한 전영득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위로 올라가는 건 힘드오. 그리고 누가 위에서 돌멩이라도 던지면 꼼짝 못 하고 당하겠소."


"유신과 은무성 대협이 있습니다. 은무성 대협의 실력은 아실 테고 유신도 이제는 절정입니다. 누구라도 와서 밧줄을 내려주면 좋겠는데, 눈사태가 걱정되어 소리를 지르지 못하겠습니다."


"용 소협은 사람 놀래주는 재주가 있군."


당우형의 말에 대답한 전영득은 머리를 동굴 밖으로 내민 후 소리 질렀다.


"당우형이 여기에 있다."


무슨 수법을 사용했는지 전영득의 목소리는 무척 넓게 퍼졌지만 메아리가 울리지 않았다. 이 수법을 이용한다면 아무리 크게 외쳐도 눈사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설마 아까 동요도 이 수법으로 불렀던 겁니까?"


"그렇네."


절벽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 여기저기 흔적을 살피던 유신은 전영득의 외침을 듣고 곧바로 절벽을 향해 달렸다. 고개를 쑥 빼 들고 밑을 향해 조심스럽게 외쳤다.


"형님, 어디에 계십니까?"


"용 소협, 나 전영득일세. 빨리 밧줄 하나 내려주시오."


급한 마음에 유신은 옷을 찢어서 밧줄을 꼬아 허리띠와 묶어 밑으로 드리웠다. 계성은 허리띠처럼 쓰는 밧줄을 거기에 묶어서 유신에게 당기라고 했다. 유신이 끌어올린 밧줄의 한끝을 잡자 우선 몸이 가벼운 계성이 잽싸게 타고 올라갔다. 다음 전영득이 밧줄을 잡고 경공을 펼쳐 몇 걸음 만에 위로 뛰어 올라왔고 당우형은 밧줄을 손목에 돌려 감았다.


계성에게서 당우형의 왼쪽 어깨가 탈골된 걸 알아낸 유신은 밧줄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당우형이 올라오자마자 부어오른 왼쪽 어깨를 내공으로 치료했다. 추궁과혈하는 유신의 손이 조금 거칠어서 당우형은 큼직한 땀방울을 뚝뚝 떨궜다.


어느 정도 치료가 되고 나서 전영득에게서 받은 비도로 살을 째고 죽은 피를 짜냈다. 가만 놔둬도 며칠이면 회복할 상처지만, 아무래도 당장 이곳을 떠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과격한 조치를 했다.


유신이 당우형을 업고 앞장서고 계성이 뒤를 따랐다. 험한 길을 벗어나니 은무성이 두전을 잡아서 옆구리에 끼고 달려오고 있었다. 일행이 다시 만난 곳은 마침 볼일을 보다가 불행을 맞은 뇌음사 무인이 죽은 근처였다. 계성은 지독한 냄새를 참고 가까이 가서 극락왕생주를 간략하게 읊었다.


"당우형, 이 간악한 놈, 감히 나를 농락했다니. 그리고 모용부영, 뇌음사에서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 두전, 사내로 태어나서 사내로 죽으나니, 이십 년 후에 다시 대장부로 태어나리다."


"외치는 소리를 듣고 돌아오는데 이 자식이 뛰어오더군. 그래서 뒤에서 몰래 기습해서 생포했네."


두전은 전영득의 외침을 듣고 급히 돌아왔다. 당우형의 쌍둥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서 마음이 약간 찝찝했는데 외침을 듣고 당우형에게 농락당했음을 깨닫고 화가 꼭지까지 치밀었다. 숨어있다가 내공이 없는 당우형을 기습으로 죽이고 도망칠 생각을 하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리다가 은무성에게 생포되었다.


[모용부영이라니 무슨 소리요?]


전영득은 전음으로 유신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뜬금없이 유신을 모용부영이라고 부르니 깊은 사연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신에게 전말을 전해 들으니 헛웃음만 나왔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오랜만이오. 청천."


"거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네."


놀랍게도 은무성과 전영득은 아는 사이였다. 그것도 서로의 호를 부를 정도로 친숙했다. 두전은 그제야 전영득을 발견하고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중원에서는 우문현성 다음으로 남무천을 쳐주지만, 이쪽 동네에서는 우문현성보다 백면귀산을 더 두려워했다. 다른 호법들과는 달리 백면귀산은 대호법이라고 호칭한다.


"이자에게는 알아낼 정보가 있으니 내가 맡도록 하지."


전영득은 두전을 옆구리에 끼고 일행과 함께 모옥에 갔다. 짐을 챙기고 식량을 짊어진 후 빠르게 떠났다. 뇌음사가 당우형을 발견하고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홍두명의 일월교가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언젠가는 홍두명과 묵힌 빚을 청산해야겠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쉬지도 않고 내내 달리다가 밤을 보내기 좋은 공터가 나타나자 모닥불을 피우고 노숙을 준비했다. 두전을 한쪽 구석에 버려둔 전영득은 일행과 대화를 나눴다.


"청천, 교주의 계책에 차질이 생겼네."


"그건 무슨 소리요. 나는 교주 지시로 무림맹에 잠입해 있느라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소. 이곳에 와서 거산의 지시에 따르라는 말만 듣고 왔는데 차질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남무천이 배신했소. 지금 홍두명이 남무천을 가둬놓고 설득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무척 어려울 것 같소. 남무천이 교주의 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양이오."


"무슨 소리요? 교주가 여기 모용부영으로 변장하고 무림맹주가 된 다음 황실을 뒤엎고 황제가 되는 게 계획의 전부가 아니오?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계획이 있소?"


"정확히는 이렇소. 교주가 여기 제자로 삼은 모용부영으로 변장한 후 무림맹과 교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우는 것이오. 그리고 그걸 빌미로 십 년 뒤에 무림맹주가 되오. 다음 황족을 모두 암살한 뒤에 교주가 황제가 되는 게 이 계획의 골자요. 이미 대신과 변방의 장군 중 절반 정도는 설득했소."


"그런데 남무천이 왜 반대한다는 말이오?"


"십 년 뒤라고 해도 모용부영은 불혹에 못 이른 나이요. 무림맹주가 되기 위해서는 큰 공을 세워야 하오. 그래서 교의 대부분 형제는 물론 뇌음사를 비롯해 교에 협력하는 문파나 세력들을 전부 처리하기로 했소. 그 정도 공이면 무림맹주 자리를 내주지 않고는 못 배기지. 그런데 남무천이 쓸데없이 의리를 지킨다고 이 계획에 반대한 거요."


"출신이 비천한 자라 대의보다 잔정에 얽매이는군."


"뇌음사를 뿌리 뽑으려면 남무천도 도와야 하오. 교주와 나, 청천과 홍두명 거기에 남무천까지 있어야 증인을 남기지 않고 몰살시킬 수 있소. 그런데 남무천이 빠지면 살아서 도망치는 자가 생길 수 있는데 아무의 손이나 빌릴 수 있는 일도 아니니 그야말로 난감하지 않겠소?"


"그럼 어떻게 한다는 말이오?"


"그래서 여기 당 대협을 청한 것이오. 다만 독으로 죽이면 흔적이 남기에 뇌음사를 전부 불태워야 하오."


한쪽 바닥에 엎어져서 전영득과 은무성의 대화를 엿듣던 두전은 바지에 오줌을 찔끔 지렸다. 검왕과 대호법, 거기에 홍면주귀와 흑면야차까지, 그것도 부족해서 남무천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진 은무성도 힘을 합쳐서 뇌음사를 몰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일전에 접수한 정보와는 조금 다르지만, 우문현성이 무림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은 정확히 일치했다.


'당우형 개자식, 손속이 독하고 입도 더럽다 했더니 마교의 종자였구나.'


뇌음사는 마교의 힘에 굴복하여 동맹을 맺었지만, 자신들은 정종의 문파라고 생각하며 마교의 무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토번에서는 여자를 사고파는 게 일상이기에 고작 가격을 물어봤다고 사람을 병신 만드는 당우형이 절대적으로 잘못했다고 여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요?"


"교주를 기다려서 남무천을 설득해야지. 남무천이 거절하면 죽이고 당문의 독으로 뇌음사를 처리하는 거요."


"그래도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사이인데, 그저 가두기만 하면 되지 굳이 죽여야겠소?"


"남무천이 뇌음사에 붙으면 당문의 독이 있어도 몰살이 어렵소. 거기에 남무천이 무림맹이나 황실에 우리 계획을 다 불어버리면 낭패가 아니겠소?"


그러고 나서 은무성과 전영득은 어린 시절 황실의 숙청을 피해 천산으로 도망 오면서 있었던 일들을 즐겁게 회상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당우형은 둘의 대화 주제가 바뀌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벅저벅 두전에게 걸어간 당우형이 두전의 팔을 힘껏 걷어찼다.


"심문이 끝난 다음을 기대해라. 살 한 점 한 점 포를 떠서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 감히 나를 노려?"


당우형의 발길질은 내공이 실리지 않았지만 무척 아팠다. 두전은 혀를 깨물고 자살할까 하다가 포기했다. 죽는 게 두려운 것도 있고, 전영득이 자신에게 무엇을 물어보려 하는지도 궁금했다.


호된 발길질을 몇 번 더 한 당우형은 화가 풀렸는지 몸을 돌려서 모닥불로 향했다. 몸을 돌리면서 전영득에게서 사례로 받은 비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두전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비도를 감췄다.


밤이 깊어지자 두전은 비도를 입에 물고 발목을 묶은 밧줄을 끊으려 노력했다. 은무성이 점혈한 혈도는 아까 벌써 내공을 움직여 풀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밧줄이 툭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자 두전은 깜짝 놀라 바로 드러누웠다. 자는 척 시늉을 하던 두전은 아무 기척도 없자 일어서서 비도를 입에 문 후 살금살금 움직였다. 팔을 묶은 밧줄은 멀리 도망가서 풀 생각이다.


두전은 공터와 꽤 먼 거리가 된 후에야 경공을 펼쳐 도망치기 시작했다. 입에 비도를 꼭 물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달리는 두전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두전의 기척이 멀어지자 일행은 자는 척을 그만두고 몸을 일으켰다.


"사내자식이 간이 콩알만 해서는. 뭐가 그리 조심스러운지. 그럼 약속대로 화령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소."


그리고 아까 당우형에게 해줬던 말을 간략하게 복술 했다.


"나는 돈이 떨어져서 조부의 수집품을 보관한 동굴을 방문했다가 주독에 중독되었고, 나와 함께 있던 남무천은 생포되고 나는 갇혔소. 내가 겨우 주독을 다 빼고 탈출하려고 할 때 당 대협을 만난 것이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유신은 전영득의 조부가 도굴꾼이자 도둑놈이라는 걸 안다. 아무래도 장물을 숨겨두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아, 지호."


당우형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러자 유신의 등짐에서 하얀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낯선 사람이 있어서 숨어 있다가 당우형이 부르자 고개를 내밀었다. 당우형은 기쁜 웃음을 짓고 지호의 턱밑을 긁어주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게 내심 미안했다.


전영득은 등에 멘 짐을 한참 뒤적거리다가 지도 한 장을 꺼내 모닥불의 불빛을 빌어 일행에게 보여줬다.


"화령초가 나는 데를 세 곳 알고 있소. 물론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커다란 산맥을 샅샅이 수색하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클 것이오. 대신 화령초를 취한 후 나를 도와 남무천을 구출해 주시오. 그 대가는 내가 꼭 따로 치르겠소."


당우형과 유신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승낙했다. 어차피 당우형이 내공만 회복하면 홍두명을 찾아서 몰래 죽이려고 했었다. 홍두명이 삼 년 전과 같은 무위라면 유신과 당우형이 힘을 합쳐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모용부영 덕분에 깨우친 독을 몰아내는 방법이 있어 주독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은무성은 전영득과 손을 잡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일월교의 교주인 홍두명을 상대하는 일이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삼 년을 각오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으면 평생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처음으로 마음에 꼭 드는 제자라 덩굴째 굴러온 더욱 확실한 기회를 걷어차고 싶지 않았다.


"그럼 빠르게 움직이겠소. 아까 그 작자가 뇌음사까지 가고 뇌음사에서 홍두명이 있는 나포박까지 가려면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리니 그 안에 성과가 있었으면 하오."


푹 자고 일어난 일행은 은무성이 계성을 업고 유신이 당우형을 업었다. 버릴 건 버리고 간추린 짐을 들고 전영득의 뒤를 따랐다. 둘을 배려해서인지 전영득은 조금 에돌더라도 쉬운 길로 움직였다.


"설산에 자주 오셨어요?"


유신의 질문에 전영득은 암암리에 감탄했다. 당우형을 업고 손에 짐을 들고도 입을 열어 말할 수 있다는 건 내공과 경신법 둘 다 훌륭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지만, 항상 남쪽에 있소. 그래서 남쪽 비탈은 북쪽 비탈보다 가파르오. 지금 우리는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길 두 개가 나타나면 오른쪽을 선택하는 게 맞소. 대부분은 북쪽 길이 남쪽 길보다 다니기 더 편할 것이오."


전영득은 항상 들어맞는 게 아니지만 거의 틀리지 않았다고 말을 보탰다.


보름 동안 첫 목적지와 두 번째 목적지에서 허탕을 친 일행은 간절한 마음으로 가장 먼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렸다.


작가의말

원래 이번 편을 비축분으로 쓸 때 제목은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입니다. 5초 동안이나 심사숙고하고 제목을 바꿨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 깨달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주에 슬럼프가 와서 사흘 동안 용유신의 비축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으니 월드컵 전까지 비축분을 열심히 쌓아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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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5

  • 작성자
    Lv.99 13572468
    작성일
    18.06.09 12:12
    No. 1

    작가님 잘보네요음
    좋은글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동파
    작성일
    18.06.09 12:46
    No. 2

    재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홍곡
    작성일
    18.06.09 13:52
    No. 3
  • 작성자
    Lv.40 너였다면
    작성일
    18.06.09 14:18
    No. 4

    재밌게 보고갑니다
    아는 사이라는것도 짜고 치기였군요 ㅎㅎ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6.10 10:10
    No. 5

    아는 사이는 맞습니다. 어릴 때 잠깐 만난 사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오빠나야나
    작성일
    18.06.09 14:42
    No. 6

    역시 사기는 손발이 맞아야...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한사
    작성일
    18.06.09 16:30
    No. 7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18.06.09 16:54
    No. 8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지영거
    작성일
    18.06.09 21:53
    No. 9

    주인공 뿐 만 아니라 조연들 캐릭터도 살아 숨쉬고 있어서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8.06.12 11:30
    No. 10

    건투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18.06.14 10:16
    No. 11

    잘 보고 갑니다...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특급자객
    작성일
    18.07.29 17:22
    No. 12

    동중하 직전 홍두명 추적할 때 유신은 전영득의 조부에 대해 몰랐다는 서술이 있는데 이후 알게됐다는 설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7.29 22:03
    No. 13

    '추적 연합' 편에서 전영득과 남무천의 대화 보시면, 가루를 갖고 다니는 건 도굴꾼이 아닌 도둑놈들이 하는 짓이 아니냐고 남무천이 말했고 전영득은 돈 되는 건 다 한다고 했습니다. 전영득의 조부에 대해 몰랐다는 서술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다시 댓글로 말씀해 주시면 찾아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0 특급자객
    작성일
    18.07.29 23:23
    No. 14

    유신이 전영득의 조부가 도굴꾼임을 모르고, 얼마나 경험을 쌓아야 박식함을 따라갈 수 있을지 부러워하는 서술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앞뒤로 읽어봐야하는데 제가 정주행에 빠져서 그럴 틈이 안나요..너무재밌게 써주셔서 ㅠㅜ
    감사히 잘읽고 있다는 말씀만 올립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7.30 08:41
    No. 15

    감사합니다. 어딘지 알 것 같네요. 도굴꾼인 조부에게서 많은 걸 얻어들은 걸 모른다는 뜻으로 쓰려 했는데 표현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찾아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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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옛날 옛적에 +8 18.07.24 5,475 158 13쪽
126 운종흑룡 +19 18.07.23 5,667 167 13쪽
125 때가 되면 알 수 있는 것 +10 18.07.22 5,918 151 14쪽
124 기억 전이 +6 18.07.21 5,859 143 13쪽
123 백척간두 +10 18.07.20 5,949 177 14쪽
122 우행의 서신 +11 18.07.19 5,889 153 13쪽
121 독과 약 +11 18.07.18 6,168 164 13쪽
120 백련교 호법 +12 18.07.17 6,149 157 14쪽
119 오독교 토벌 +8 18.07.16 6,495 145 14쪽
118 백화제방 +5 18.07.15 6,151 166 13쪽
117 약왕 +10 18.07.14 6,047 157 14쪽
116 신이 강림하다 +10 18.07.13 6,429 171 13쪽
115 민란 +19 18.07.12 6,509 176 13쪽
114 우문현성의 꿈 +15 18.07.11 6,673 166 15쪽
113 암살 +6 18.07.10 6,491 158 13쪽
112 재우 +8 18.07.09 6,734 161 14쪽
111 싸움 +8 18.07.08 6,800 177 13쪽
110 등하불명 +6 18.07.07 7,010 181 13쪽
109 무림인과 맹수 +10 18.07.06 7,118 184 13쪽
108 칠 왕야 +8 18.07.05 6,904 173 14쪽
107 금의위 +8 18.07.04 7,033 184 14쪽
106 이신작칙 +15 18.07.03 7,064 198 14쪽
105 차시환혼 +3 18.07.02 7,355 170 14쪽
104 우행유자 +12 18.07.01 6,931 170 13쪽
103 담화궁 잠입 +4 18.06.30 6,912 167 14쪽
102 무위지경 +17 18.06.29 7,157 170 14쪽
101 버리는 말 +15 18.06.28 6,944 189 14쪽
100 답수능파 +23 18.06.27 7,266 192 15쪽
99 호심정 전투 +23 18.06.26 7,747 180 15쪽
98 진실의 편린 +14 18.06.25 7,596 183 14쪽
97 낡은 귀신 +27 18.06.24 7,595 195 14쪽
96 원녀소고 +12 18.06.23 7,743 193 16쪽
95 세가 연합 +18 18.06.22 7,802 197 14쪽
94 귀소 +15 18.06.21 7,554 212 13쪽
93 보물 찾기 +10 18.06.20 7,329 193 14쪽
92 악전고투 +24 18.06.19 8,056 200 16쪽
91 성화인 +11 18.06.18 7,557 189 14쪽
90 새로운 깨달음 +8 18.06.17 7,920 187 14쪽
89 왕궁을 찾아서 +6 18.06.16 7,829 169 14쪽
88 귀면암영 +11 18.06.15 7,791 179 14쪽
87 남무천의 감옥 생활 +8 18.06.14 7,879 200 14쪽
86 소탐대득 +12 18.06.13 7,483 199 14쪽
85 화령초 +17 18.06.12 7,546 223 14쪽
84 천산괴노 +19 18.06.11 7,467 209 14쪽
83 일취월장 +15 18.06.10 7,725 224 13쪽
» 재회 +15 18.06.09 7,717 189 17쪽
81 나는 모용부영이다 +15 18.06.08 7,603 191 15쪽
80 비동 +7 18.06.07 7,696 204 15쪽
79 기습 +10 18.06.06 7,950 185 12쪽
78 묘운부설 +12 18.06.05 8,321 202 12쪽
77 대설산 +10 18.06.04 7,798 201 12쪽
76 비단의 길 +15 18.06.03 7,788 189 12쪽
75 천산으로 +7 18.06.02 7,922 174 12쪽
74 옥면검룡 +13 18.06.01 8,070 192 12쪽
73 사탄상 +22 18.05.31 7,916 223 12쪽
72 형제의 우애 +20 18.05.30 7,885 210 12쪽
71 선박 추격전 +8 18.05.29 7,835 191 12쪽
70 동중하 +16 18.05.28 8,102 198 12쪽
69 검문관 +10 18.05.27 8,588 187 12쪽
68 주숙야행 +12 18.05.26 8,614 182 12쪽
67 추적 연합 +12 18.05.25 8,623 191 12쪽
66 모용부영 +7 18.05.25 8,720 185 12쪽
65 홍면주귀 +7 18.05.24 8,861 203 12쪽
64 담화궁과 영웅회 +12 18.05.23 9,078 190 12쪽
63 재 뿌리기 +28 18.05.22 9,394 193 12쪽
62 영웅대회 +14 18.05.21 9,382 196 12쪽
61 낙양으로 가는 길 +7 18.05.21 9,295 208 12쪽
60 귀사소년 +10 18.05.20 9,742 205 12쪽
59 등가교환 +15 18.05.19 9,079 229 12쪽
58 우공이산 +12 18.05.18 9,237 215 12쪽
57 회오리바람 +26 18.05.17 9,271 201 12쪽
56 대리 비무 +19 18.05.16 9,256 201 12쪽
55 토납공 +13 18.05.15 9,273 224 12쪽
54 만류분해 +8 18.05.14 9,489 211 12쪽
53 오독교 +12 18.05.13 9,274 211 12쪽
52 당문으로 +19 18.05.12 9,460 243 12쪽
51 은접미천 +17 18.05.11 9,582 214 12쪽
50 담화궁 +14 18.05.10 9,922 194 12쪽
49 동귀어진 +19 18.05.09 9,321 225 12쪽
48 유쾌불파 +22 18.05.08 9,453 243 12쪽
47 담화일현 +7 18.05.07 9,712 220 12쪽
46 친선비무 +15 18.05.06 9,883 211 12쪽
45 일류의 경지 +10 18.05.05 10,036 204 12쪽
44 신혼 +8 18.05.04 10,218 222 12쪽
43 유정인종성권속 +16 18.05.03 10,097 219 12쪽
42 설투 +15 18.05.02 10,126 221 12쪽
41 화향만루 청풍영수 +16 18.05.01 9,939 235 12쪽
40 원칙 있는 남자 당우형 +9 18.04.30 9,817 211 12쪽
39 역근경 +15 18.04.29 10,101 229 12쪽
38 무림맹 +9 18.04.28 10,237 221 12쪽
37 쾌검신룡 +11 18.04.27 10,182 223 12쪽
36 소림의 맹세 +19 18.04.26 9,912 221 12쪽
35 고주일척 +16 18.04.25 9,895 219 12쪽
34 연모와 연민 사이 +19 18.04.24 10,050 215 12쪽
33 곤륜파 고수 +9 18.04.23 10,128 219 12쪽
32 십팔동인진 +8 18.04.22 10,136 217 12쪽
31 태산북두 +9 18.04.21 10,387 201 12쪽
30 서문세가의 쾌검 +17 18.04.20 10,804 224 12쪽
29 동행 +11 18.04.19 11,000 224 12쪽
28 취서호 +12 18.04.18 11,371 224 12쪽
27 첫눈이 내리다 +16 18.04.17 11,410 248 12쪽
26 청죽단풍검 +9 18.04.16 11,294 224 12쪽
25 사람이 있는 곳에 강호가 있다 +13 18.04.15 11,306 238 12쪽
24 강호는 진흙탕이다 +10 18.04.14 11,738 231 12쪽
23 서호에서 봅시다 +13 18.04.13 12,032 226 12쪽
22 청죽방 +3 18.04.12 12,322 227 12쪽
21 계중계 투중투 +11 18.04.12 12,306 250 12쪽
20 힘의 논리 +11 18.04.11 12,239 244 12쪽
19 야명주 +11 18.04.10 12,468 253 12쪽
18 문경지교 +21 18.04.09 12,861 240 12쪽
17 막내 일꾼 +15 18.04.09 13,400 263 12쪽
16 서로 좋은 거래 +11 18.04.08 13,338 260 12쪽
15 음차양착 +13 18.04.07 13,224 243 12쪽
14 풍운불측 +6 18.04.06 13,796 236 12쪽
13 고수의 진면목 +9 18.04.05 13,729 270 12쪽
12 무절연환침 +8 18.04.04 13,912 266 12쪽
11 하얀 달 아래 나눈 대화 +11 18.04.03 14,544 280 12쪽
10 백의신녀 +13 18.04.02 14,771 274 12쪽
9 이것이 강호다 +9 18.04.01 14,950 273 12쪽
8 절정고수의 대결 +9 18.03.31 16,033 261 12쪽
7 객점 혈투 +12 18.03.30 16,869 260 12쪽
6 철골한 매화향 +10 18.03.29 17,989 261 12쪽
5 개방 고수 +7 18.03.29 19,846 273 12쪽
4 운우지락 +15 18.03.28 20,692 269 12쪽
3 마교 흑혈랑 +19 18.03.27 23,630 292 12쪽
2 잠꾸러기 소년 +11 18.03.27 29,807 315 12쪽
1 눅눅한 피바람 +34 18.03.26 46,803 3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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