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왕실 정보원(1)
41화.
여전히 마법사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몸을 감추는 인비저빌리티 마법은 5서클에 해당되는 마법이다. 코스모 왕국의 왕실 마법사는 고작 4서클에 불과했다. 그런 왕실 마법사를 능가하는 고서클 마법사였다. 동료인 스모키가 외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해 백치가 되었을것이다. 놀랍게도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풀고 접근한 마법사는 보호 대상자인 켄이라는 청년이었다.
켄이라는 청년은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마법사라는 것을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켄에 대해서는 다른 정보원에 의해 조사가 끝난 상태다. 그 보고서에는 마법사라는 단어는 단한자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마법사는 굉장히 귀한 인재다. 마케아 마법 왕국에 마법사들이 몰려 있는 탓으로 왕국에선 절대적으로 마법사들이 부족했다.
이 켄이라는 청년은 마케아 마법 왕국에서 온것은 아니었다. 마케아 마법 왕국에서의 고서클 마법사는 모두 나이가 지긋한 노마법사들 뿐이었다. 이처럼 젊은 청년이 고서클 마법사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이 청년은 자신이 보호 대상자라는 말에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당연했다. 저런 고서클 마법사를 누가 보호한단 말인가.
"너희들은 어느 소속이냐?"
"왕실 정보국 소속입니다."
말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런 마법사를 왕국으로 포섭만 할수 있다면 왕국에 큰도움이 될것이다. 반드시 포섭해야 할 대상이다. 포섭하지 못하더라도 고서클 마법사와는 절대로 척을 져서는 않된다. 만약 상대가 왕국에서 깽판을 부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왕실 정보국? 그런 곳에서 왜 날 보호한다는거냐?"
"저희들은 그런것까진 모릅니다. 명령에만 따를뿐입니다."
하긴 쫄따구들의 비애였다. 야쿠자들도 상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아니키의 명령으로 암살 실패로 인해 큰 화를 당한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론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이들도 불쌍한 놈들이다. 놈들에게 걸려 있는 마법을 풀어 주었다.
"너희들 이름은 뭐냐?"
"음...원래는 밝힐수 없지만...전 레아드라고 하며 저 녀석은 스모키라고 합니다."
"레아드! 스모키! 너희들은 오늘밤 날 본적도 만난적도 없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흡족한 대답이었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할줄 아는 놈이었다.
"퉁가 마을은 내가 늘 감시하고 있는 상태다. 너희들은 마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만 하고 가끔씩 내 심부름이나 하거라."
"...알겠습니다."
졸지에 왕실 정보국 소속 특급 요원이 심부름꾼이 되어 버렸다.
"첫번째 심부름이다. 마나석을 구할수 있겠느냐?"
"마나석요? 코스모 왕국에서는 마법사가 거의 없는 관계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마케아 마법 왕국으로 가면 쉽게 구할수 있습니다."
"그럼 하급 마나석이라도 상관없다. 구할수 있는대로 구해 보거라. 근데 하급 마나석이 얼마 정도냐?"
"옛? 아, 10골드 정도 할겁니다."
레아드는 마법사가 마나석 가격을 모른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공간 오픈!"
"허헉! 아, 아공간..."
"아공간이라니..."
레아드와 스모키의 반응으로 볼때 아공간은 처음 보는듯했다. 아공간은 7서클이상의 마법사들만이 생성시킬수 있다는 것을 켄은 모르고 있었다. 대륙에서 공식적으로는 6서클 마법사가 최고의 경지였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레아드와 스모키가 깜짝 놀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왜? 아공간은 처음 보냐? 제란트라는 상인은 마법 주머니도 가지고 있던데?"
"......."
"받아라."
별 대수럽지 않게 생각한 켄은 아공간에서 제란트에게서 받은 10골드와 가죽을 팔고 받은 13골드중 10골드를 합쳐 20골드를 건네 주며 자이언트 샤벨 타이거 가죽과 이빨도 꺼내 주었다.
"이, 이 가죽은...설마..."
"어헉! 킹 샤벨 가죽이라니..."
"킹 샤벨?"
"그렇습니다. 이건 킹 샤벨 가죽입니다. 적어도 100골드는 받을 것입니다."
가죽 한장에 100골드라니 이 대륙은 어떻게 된것인지 가죽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빨과 합치면 150골드정도는 받을수 있을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팔아서 그 돈으로 마나석을 구해 봐라."
"저어...저희들은 함부로 이곳을 떠날수 없습니다."
레아드와 스모키는 곤란한 표정이었다. 간단한 심부름 정도는 얼마든지 할수 있다. 하지만 가죽을 팔고 마나석을 구하는 일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려 7서클 마도사의 명령이었다. 이 마도사가 코스모 왕국을 떠나고 명령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부에 알려진다면 큰 질책을 받을 것이다. 자신들이 명령을 듣지 않아 떠난것이라고 트집을 잡힐지 모른다.
"얌마! 너희들은 두명이잖아. 이곳에 있어 봐야 할일도 없잖아. 한놈이 움직이란 말이다. 마나석을 구해 오면 너희들이 원하는 아티팩트를 한개씩 만들어 주겠다. 이래도 않할래?"
"저, 정말 아티팩트를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그래. 약속은 지킨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한놈이 움직여라. 그리고 내 집 지붕위에 작은 불빛이 반짝이면 바로 달려 와라."
아공간 안에 있는 어포를 한움큼씩 건네 주고 집으로 내려 왔다. 왕실 정보국에서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날밤부터 2주일이 지났다. 한밤중에 조용히 찾아온 레아드에게 하급 마나석 8개를 받아 들고 남은 돈은 심부름값이라면서 받지 않았다.
"어떤 아티팩트를 원하느냐? 하급 마나석으로 만드는 아티팩트를 감안해서 말해 봐라."
하급 마나석으로 만든 아티팩트는 지속 시간이 길지 않는다는 단점과 충전 시간도 많이 걸린다.
"힐링과 실드 마법 아트팩트를 만들어 주십시요."
"알았다. 형태는 반지? 팔찌? 어느것이 좋으냐?"
"둘 다 반지로 만들어 주십시요."
"내일 밤에 찾으러 와라."
아티팩트는 한번도 제작해 보지 않았다. 지구에서는 마나석을 구할수가 없었다. 머리속에는 인챈트 마법진이 들어 있지만 실제로 제작해 보지 않는한 제대로 발동할지 어떨지는 장담할수 없었다. 아마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성공할것이다.
아공간에서 2실버를 꺼내 반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마나석을 갈아 놓은후 확대 마법을 펼쳐 반지에 힐링 마법진을 인챈트한후 갈아 놓은 마나석을 마법진 선을 따라 꼼꼼히 채운후 마법진 중앙에 작은 마나석을 박아 넣고 마나를 불어 넣어 활성화 시켰다. 마나석 가루가 마법진을 따라 반지안으로 사라진것을 확인했다.
"힐링!"
반지를 끼고 인챈트가 제대로 되었는지 힐링을 외쳐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언가 잘못된것이다. 한번에 성공할리는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패를 하자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힐링 마법진을 다시 꼼꼼히 살펴 보았다. 잘못 그린것은 아닌지 제대로 선이 이어진것인지 하나하나 살펴 보았지만 이상은 없었다. 마나석 가루가 잘못된것이다. 마법진의 선 안에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것 같았다.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확실히 채워 넣고 확인 작업까지 마치고 마나를 불어 넣으며 활성화시키자 마나석 가루가 마법진 선을 따라 반지 안으로 사라졌다. 이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 작업만 남았다. 제발 성공하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힐링!"
반지를 낀 왼손가락에서 환한 빛이 흘러 나왔다. 성공이었다. 이런 요령으로 실드 마법진도 인챈트를 마쳤다. 허리와 눈이 아팠다. 너무 신경을 쏟아 부은 결과였다. 힐링 아티팩트는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수 있고 실드 아티팩트는 하루에 한번 10분정도만 사용할수 있었다. 다음날 밤에 찾아온 레아드에게 아티팩트를 건네 주며 이런 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지 감지덕지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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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폐하! 아르타인 영지에서 체르시 영지와의 영지전을 신청해 왔사옵니다."
"아쉽게도 결국 그렇게 되었군. 명분은 뭔가?"
영지전을 선청하는데 있어 명분은 반드시 필요했다. 귀족 회의에서 만장일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왕의 허가가 떨어져야 영지전을 할수 있다.
"체르시 영지민들이 자신의 영지에 무단으로 들어와 영지민들을 포섭해 데리고 간다고 하옵니다."
"무슨 말도 않되는...사실인가?"
영지의 경계에는 반드시 영지병들이 경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맘대로 영지민들을 빼돌릴수 있단 말인가. 터무니없는 명분이었다.
"사실로 파악되었습니다. 전번 영지전에서 빼았겨 체르시 영지가 된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아르타인 영지의 마을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데리고 가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아르타인 영지는 전번 영지전의 패배로 세금을 더 많이 올리는 바람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관계로 체르시 영지로 도주하는 일이 많아 졌다고 하옵니다. 아르타인 영지에서도 일부러 방치하고 있었다고 합니다만 이번 영지전에 명분으로 삼을려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사옵니다."
"허허! 영지민들을 그렇게 쥐어 짜니 당연히 다른 영지로 옮겨 가는게 아닌가?"
"그렇사옵니다만 현행 영지법상 영주의 허가없이 옮겨 가는 것은 불법이옵니다. 체르시 영지에서도 그런 주민들이 탈출해 오면 돌려 보내는게 영지법이옵니다. 그런 영지법을 위반한 체르시 자작에게 영지전을 신청하는건 적법한 것이옵니다."
"음...귀족 회의를 열게."
******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말았다. 정오 무렵 퉁가 마을에 목책쪽에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족이 방문했다는 신호였다. 번쩍이는 풀 메이트 메일에 몸을 감싼 기사 한명이 말을 타고 20명의 병사와 함께 마을로 들어섰다. 헐레벌떡 그들을 영접한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거만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며 기사가 입을 열었다.
"퉁가 마을의 클론, 아크, 가테인, 타키, 첸, 아론 그리고 D급 용병 켄은 당장 앞으로 나서라. 용병 길드에서도 소집령이 떨어졌다."
기사 입에 담은 사람들은 모두 젊은 청년들이었다. 영지전에 대비해 징집령이 떨어진것이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스윽 둘러 본 기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호명한 놈들은 당장 무기를 들고 따라 와라."
기사가 병사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제각기 자기 집으로 흩어지는 클론등을 병사들이 따라 붙었다. 감시를 하는 것이다. 무기라고 해봤자 사냥할때 늘 사용하던 나무창과 손도끼, 작은 칼이 전부였다. 켄도 나무창을 한개 들고 나왔다. 클론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병사들에게 앞뒤로 포위된 형태로 마을을 나섰다. 이제 퉁가 마을에는 젊은 남자라곤 한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만약 이럴때에 몬스터라도 처 들어 온다면 마을은 끝장나 버릴것이다. 다행히 산맥 끝자락에 위치하는 마을에는 몬스터는 좀처럼 내려 오지 않는것을 위안으로 삼을수 밖에 없었다. 영주성쪽 길목으로 걸어 가는 도중에 영주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벗어나 옆길로 들어섰다.
다른 마을 사람들을 징집해 한꺼번에 데려 갈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빙빙 돌아 가며 7개의 마을에서 젊은 사람은 물론 중년 사내들까지 총100여명의 사람들을 모아 영주성으로 향했다. 고작 백명밖에 징집하지 못할 정도로 전번의 영지전 피해가 컸다고 생각되었다.
영주성 외곽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복장으로 어느 정도 어떤 사람들인지 알수 있었다. 허름한 복장으로 나무창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평민, 허름하지만 갑옷을 입고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들고 있는 무리는 용병들, 거의 헐벗은 듯한 복장으로 대나무창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농노들이었다. 농노들이 가장 많았다. 모두가 이 세상을 다 산것처럼 암울한 표정이었다.
용병 길드의 카인이 두툼한 책자를 들고 용병 한명 한명을 호명하며 용병패를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켄도 거의 마지막에 호명되어 확인받았다. 이곳에 모여 있는 용병들은 거의 모두가 등급이 낮은 용병들뿐이었다. 의뢰를 받지 못해 시간만 때우고 있던중에 끌려 온것이다. 나름 등급이 있는 용병들은 의뢰를 받아 떠났거나 영지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영지를 이미 벗어난 상태였다. 아르타인 자작성은 기사 7명에 병사 2천명, 징집병과 용병 500명의 병력이 다였다.
웅성웅성.
한무리의 용병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몰려 오고 있었다. 어림잡아 200백명은 되어 보였다.
"야크모 용병단이다."
누군가 소리친 덕분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졌다. 야크모 용병단은 코스모 왕국에서 활동하는 용병단중에서 최강이었다. 단장이 A급 용병으로 익스퍼트 중급이라고 했다. 코스모 왕국 최강 용병단을 고용할 정도라면 이번 영지전에 아르타인 자작이 얼마나 공을 들인것인지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야크모 용병단의 등장으로 암울했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고조되었다. 살아 남을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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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은 끝났는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방금 야크모 용병단도 입성했다는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반드시 체르시 자작놈을 끝장내 버려야 한다. 다른 일은?"
"왕성에서 영지전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허가증과 함께 참관인 자격으로 일왕자님께서 내려 오신다고 합니다. 늦어도 내일이면 도착하실 것입니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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