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백작성으로 가는 길(1)
68화.
헤라가 보따리를 껴 안고 용병들과 함께 뒤돌아 가는 것을 보고 기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어, 어서 오십시요. 남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켄이 깨어난것을 이미 알고 있는것 같았다. 기사도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똑똑.
"남작님! 마법사님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들라 하시게."
스르륵.
부드럽게 열린 문안으로 들어 가자 오스카 남작과 꼬마 백작, 티젤 기사 단장, 그리고 처음 보는 중년의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반겨 주었다.
"오야붕! 드디어 나오셨군요."
"영지를 구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가 십일동안이나 방안에 틀어 밖혀 있었는줄은 몰랐다."
"......."
이들은 켄이 방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오야붕! 이분은 루벤 남작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타드 디 루벤입니다."
처음 보는 중년의 사내는 꼬마 백작을 따르는 또 한명의 남작이었다.
"야마모토 켄이다. 헤르난데스 백작을 따른다고?"
"그렇습니다. 이 백작령은 헤르난데스 백작님것입니다. 간악한 슬라프 임시 영주는 간교한 간계로 강제로 백작령을 빼았을려고 합니다. 절대로 경시할수 없습니다."
루벤 남작은 강직하고 고지식한 성격인것 같았다.
"루벤 남작은 영주님께서 살아 계신다는 말을 듣고 기사와 병사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백작을 많이 도와줘. 근데 영지는 조금 안정이 되었는가?"
"어려움은 있었지만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이 성안으로 들어 온 탓으로 큰피해를 입었을것이다. 조금만 더 빨리 남작령으로 올수 있었단 성안까지 피해는 입지 않았을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식량입니다. 세금이 너무 오른 탓으로 세금을 내면 빠듯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백작님께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영주성에서 세금을 독촉하고 있습니만 이번 몬스터 웨이브로 인한 피해로 거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영주성에서 병사들이 올것입니다."
몬스터 웨이브로 남작령의 많은 것이 소실되었다. 영지민은 물론 재산과 식량, 가재 도구들이 부서져 심각한 상황이었다.
"백작성의 기사나 병사들은 모두 네 숙부에게로 넘어간 상태냐?"
"일부는 넘어간 상태지만 아직 절 따르는 기사들도 있을겁니다."
헤르난데스는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을 이끌고 티젤 단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죽음의 산맥으로 들어가 많은 기사들을 잃었지만 백작성에 남아 있는 기사들도 있었다. 그런 기사들은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걸 알면 자신을 따를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사들은?"
"병사들도 천부장과 백부장들만 제거하면 절 따를것입니다."
"그래? 그럼 백작성으로 가자."
"예엣?"
꼬마 백작의 숙부를 따르는 몇명만 제거하면 영지를 수복할수 있을 것이다. 굳이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은 원치않았다. 병사들은 대가리만 바뀌면 백작을 따를것이다.
"굳이 많이 갈 필요도 없어. 오스카 남작과 루벤 남작 그리고 기사 몇명이면 충분하다."
"......"
켄 혼자서도 영지를 수복할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것을 모르는 루벤 남작만이 당황한듯 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헤로드 마법사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들라 하시게."
급하게 뛰어 온듯 헤로드는 숨을 헐떡거렸다.
"오야붕! 드디어 나오셨군요."
"응? 근데 네 몰골이 그게 뭐냐?"
헤로드는 퀭한 얼굴이었다. 피곤한 찌들어 혈색도 좋지 않아 보였다.
"헤로드 마법사님이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포션을 아낌없이 내 주어 많은 영지민들을 살릴수 있었습니다."
"고생 많았다."
"흠흠."
헛기침을 하는 헤로드는 입가가 조금 비틀어졌다. 미소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켄은 집무실을 나섰다.
"백작님! 정말 저 분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계십니까?"
"루벤 남작님. 몬스터들을 혼자서 처리한것이나 마찮가지로 굉장한 마법사십니다. 성밖의 광경을 보셨죠? 저 분이 마법으로 그렇게 한것입니다."
오스카 남작이 루벤 남작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루벤 남작님. 믿어 십시요. 오야붕은 저희들이 상상조차 할수 없는 마법사십니다. 전대륙의 기사들이 몰려 와도 혼자서 처리하실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루벤 남작은 주군인 백작의 말에 설마 그렇게까지 대단한 마법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서클 마법사인것은 틀림없겠지만 전대륙을 상대로는 무리일것이다. 백작님이 마스터로 모시는 분이어서 뭐든 과장되게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불과 며칠만에 송두리채 바뀌게 된다는걸 루벤 남작은 짐작할수도 없었다.
두두두두.
마차 한대와 말 9필이 질주하고 있었다. 마차안에는 켄과 헤르난데스 백작, 헤로드가 타고 있었으며 아이언 용병단 단장이 마부 역활이었다. 이른 아침 일찍 오스카 남작성을 떠나 백작성으로 향했다. 총13명만으로 임시 영주에게 빼았긴 백작성을 수복하러 가는 것이다.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미쳤다고 할것이다.
"헤로드! 남작령에서 흑마법사의 흔적은 찾아 보았나?"
"그게 전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디바인 마크는 성내의 가장 높은 건물 지붕에 있었습니다. 누가 언제 그곳에 가져다 놓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습니다."
어쩔수 없었다. 솔직히 기대하지도 않았다. 수백년간이나 숨어 지내든 흑마법사가 그렇게 쉽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 내진 않을 것이다. 대리인을 내세워 몰래 가져다 놓았거나 자신들이 직접 가져다 놓고 사라졌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백작성까지는 7일이 걸린다고 했다. 굉장히 큰 백작 영지였다. 그렇게 큰 영지이기에 백작령으로 자작령 한개와 남작령 세개를 둘수 있었다. 3일채 저녁 무렵 야영을 할 장소를 찾을려고 했을때 먼앞쪽에서 많은 연기들이 피어 올랐다.
"저곳으로 가 보자."
저 정도의 연기가 오를 정도라면 불이 났거나 일부러 불을 피운것이다. 천천히 접근하자 아직 먼거리지만 수많은 천막들이 보였다.
"저들이 누군지 알겠나?"
"거리가 멀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해가 질려고 하는 저녁 무렵이었다. 이때가 무언가를 분간하기 가장 어려운 시간대였다.
"이걸로 살펴 봐라."
아공간에서 쌍안경을 꺼내 마차 바로 옆에 있는 티젤 단장에게 건네 주었다.
"눈에 대고 바라 보면 확대되어 보일것이다. 잘 보이지 않으면 위쪽의 돌기를 조금씩 돌려봐라."
"아티팩트입니까?"
"보면 안다."
양쪽 눈에 쌍안경을 대고 떼기를 반복하던 티젤 단장은 잠시후 깜짝 놀라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안톤 자작과 스미르 남작군입니다."
"응? 그들이 왜 저곳에 있는거지? 저 둘은 네 숙부편에 붙은 놈들이 아니냐?"
"맞습니다. 아마, 저들은 아마 오스카 남작령을 장악할려는것 같습니다."
오스카 남작령은 몬스터의 침공으로 초토화되었다고 생각할것이다. 남작령을 칠 명분도 적당했다. 세금을 거부한 남작령을 점령한다는 명분일것이다. 저들은 아직 헤르난데스 백작이 오스카 남작령에 있다는 것을 모를것이다. 만약 남작령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백작성의 병력까지 몰려 왔을것이다. 꼬마 백작만 사라진다면 계승자가 없는 백작령은 자연적으로 꼬마의 숙부가 영주직을 물려 받을것이다.
"가 보자."
"옛? 이제 곧 어두워질텐데요."
"무슨 상관이냐? 라이트 마법으로 환하게 밝히면 문제없어."
두두두두두.
확연히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자 저쪽에서 경계를 하며 기사들과 병사들이 뛰쳐 나왔다.
"누구냐?"
"그러는 네놈들은 누구길래 오스카 남작령으로 들어 온거냐?"
조금 어두워진 관계로 아직 누구인지 눈으로 확인할수가 없는 상태다. 대낮이었다면 저쪽에서 티젤 단장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안톤 자작령 병사들이다. 너희들의 정체를 밝혀라."
마차 문을 열고 헤르난데스 백작과 켄, 헤로드가 나섰다.
"라이트!"
환한 구체 3개가 마차위에 둥둥 뜨서 환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난 헤르난데스 백작이다. 안톤 자작군이 누구의 허락으로 오스카 남작령을 들어 온것이냐? 난 그런 명령을 내린적이 없다."
"헉! 헤, 헤르난데스 백작님...어, 어떻게..."
백작을 알아 본 기사는 당황함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런 기사에게 티젤 단장이 일침을 가했다.
"꿇어라! 감히 헤르난데스 영지를 지배하시는 백작님 앞에서 불경을 저지를 생각이냐?"
"헉! 티, 티젤 단장님?"
"알아 보았으면 당장 꿇지 못할까?"
티젤 단장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잔뜩 주눅이 든 기사는 말에서 내려 서서히 한쪽 무릎을 꿇자 같이 온 병사들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넌 누구냐?"
"저, 전 로빈슨이라고 합니다."
"너희들은 왜 이곳에 있는거냐?"
"자작님의 명령으로 오스카 남작령을 점령하러 온것입니다."
로빈슨이라는 기사는 백작이 묻는 말에 즉각 대답을 했다.
"스미르 남작군도 같은 이유냐?"
"그, 그렇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합류한것입니다. 오스카 남작령을 점령한후 루벤 남작령까지 점령하러 온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온것이었다. 이제야 확실해 졌다. 숙부에게 적대적인 오스카 남작령과 루벤 남작령을 점령해 완전히 복속시킬 생각인것이다.
"안톤 자작과 스미르 남작은 저곳에 있나?"
"그, 그렇습니다."
"그들을 불러 와라."
"명!"
두두두두.
급히 말을 몰고 간 기사는 한참이나 기다려도 가타부타 소식이 없었다. 자작군쪽에서 분주한 움직임만 보일뿐이었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자작군쪽에서 큰함성이 들려 오며 땅울림이 전해져 왔다.
"헤르난데스! 마차 지붕으로 올라가라. 라이트!"
작은 라이트 구체 3개를 해제하고 이번엔 큰 라이트 구체를 한개 띄워 광범위하게 마차 주변을 밝혔다.
쿵쿵쿵쿵.
두두두두두두!
수많은 횃불이 떠 오르고 한쪽 발로 땅을 찍으며 천천히 진군하는 병사들 앞으로 전마를 탄 기사들이 질주해 왔다. 그런 기사들은 순식간에 넓게 퍼져 마차를 포위했다. 병사들도 그런 기사들 뒤쪽으로 포진하며 완전히 마차를 몇겹으로 에워싼 형국이었다.
저벅저벅!
"이게 누구십니까? 제발로 걸어 들어 오시다니...이쪽으로 오시죠. 제게 모실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이익! 안톤 자작.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무슨 망말이냐?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으하하하하! 아직 어려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것 같군요."
안톤 자작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백작은 절대로 빠져 나갈 방법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독안으로 뛰어든 쥐새끼였다. 백작을 수행하는 자들은 고작해서 열명 남짓이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 티젤 기사 단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꼬맹이 백작만 잡아 버린다면 티젤 단장은 아무런 힘도 쓸수 없을것이다.
"호오! 오스카 남작과 루벤 남작까지 한자리에 있었군."
백작 일행을 훑어본 안톤 자작은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어제밤에 꾼 꿈에 드래곤이 등장해 자신에게 불을 뿜었었다. 너무 놀라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 났었지만 꿈은 반대라고 했다. 그 반대의 횡재수가 자신에게 굴러 들어 온것이다.
"백작님! 오스카 남작과 루벤 남작도 생각하셔야죠. 더이상 가만히 계신다면 저도 어쩔수 없습니다. 항복만 하신다면 두 남작의 목숨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닥쳐라! 스미르 남작! 남작도 안톤 자작과 마찬가지로 날 배신할 생각이냐?"
"그게 무슨 말인지요? 배신이라니요? 전 임시 영주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영주인 내 명령은 따르지 않고 임시 영주의 명령을 따른단 말이냐?"
"당연한것 아닙니까? 백작님은 아직 영주님이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야 정식으로 영주님이 되시는 것이죠."
브리보아 왕국의 귀족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영지를 물려 받을 자격은 성년이 되어야 한다. 성인식을 치루어 정식으로 성년으로 인정을 받으면 영주로 취임할수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영주 대리가 임시 영주가 되어 영지를 통치한다는 규정이었다. 그런 귀족법 규정을 들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관례상 아무리 어린 영주라고 해도 영주의 명령을 존중하며 따르는게 전통이다. 스미르 남작은 그런 전통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저들은 이미 헤르난데스 백작에게는 충성할 마음이 없었다. 완전히 백작의 숙부편이었다.
"백작님! 그만 항복하시죠. 더이상은 기다릴수 없습니다."
안톤 자작이 재촉을 했다. 전투는 피할수 없게 되었다.
스르릉.
"난 헤르난데스 백작령 기사 단장인 티젤이다. 날 넘어 서지 않는한 백작님에게는 손끝하나도 댈수 없다."
"후후후, 단장은 움직이지 마시오."
안톤 자작은 한손을 들어 올렸다.
척척척척!
그런 안톤 자작의 신호에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 틈에서 궁수들이 앞으로 나와 활을 겨누었다.
"단장이 움직이면 백작님을 노릴 것입니다."
"이익! 네놈이 감히!"
티젤 기사 단장은 분한듯 이를 악물었다.
"그만! 단장은 물러서라."
켄이 앞으로 나섰다. 특이한 복장의 처음 보는 자가 앞으로 나서자 안톤 자작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누구십니까?"
안톤 자작은 앞으로 나온 젊은 사내가 티젤 단장에게 명령을 하는 것과 특이한 복장으로 볼때 일단 고위 귀족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영지의 귀족인지는 모르지만 정체를 파악하는게 우선이었다. 이 귀족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복잡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알것 없다. 네 태도로 볼때 헤르난데스 백작을 주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 말이 맞나?"
"정체를 밝혀 주십시요."
"알것 없다니까. 주군을 배신한 너 같은 놈에게는 알려 주고 싶지도 않아."
놈을 노려 보며 마차를 포위하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 모두에게 들리도록 음성 증폭 마법을 사용해 소리쳤다.
"모두 들어라! 안톤 자작과 스미르 남작은 주군인 헤르난데스 백작을 배신했다. 너희들에겐 아무런 죄도 없다. 병사는 지휘관의 명령에 따를수 밖에 없다는걸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살고 싶은 놈은 무조건 바닥에 엎드려라. 내 경고를 무시하고 헛된 목숨을 버리지 마라. 헤르난데스 백작은 너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용서해 줄꺼다."
"이익! 궁수들은 화살을 쏴라!"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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