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전쟁(1)
128화.
"알았다. 헤란트 후작령에 도착하기 전에 한번 더 보여 준다고 해. 단, 훈련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두번 다시 보여 주지 않을것이라는 소문도 퍼뜨려."
"감사합니다."
행크는 환한 표정이었다. 행크 자신도 또 보고 싶었던것 같았다.
"마법 주머니에 이 포션을 더 넣어 둬."
행크는 이미 마법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전번에 준것이다.
"그리고 전투중에 팔다리가 잘린 병사들은 반드시 자신의 팔다리를 찾아서 후퇴하라고 해. 잘린 팔다리는 붙여 줄테니까."
"아, 감사합니다."
이 말만 들어도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것이다.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은 장애자는 부지기수다. 별다른 보상도 없는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 가면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더이상 병사로 있을수도 없다. 퇴역해 봤자 불구의 몸으로 살아 갈길이 막막한 것이다. 그런 병사들을 치료해 준다는 말에 행크는 역시 켄님은 여느 마법사들과는 생각자체가 다른 마법사라고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런 눈길은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나가 봐."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 보는 행크를 천막 밖으로 내쫒았다. 실로몬 국왕과의 통신으로 대장간 일을 부탁한 덕으로 수도의 대장간에서 만드는 갑옷이나 창등 무기들의 제작 속도가 빨라졌는지 한번씩 대장간으로 갈때마다 뒷편 공터에는 각종 무기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래도 아직 갑옷은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갑옷 만드는 일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창 종류의 무기는 이미 모두에게 지급이 끝난 상태다.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2부대의 병사들은 모두 갑옷을 착용한 상태다. 하지만 제1부대의 병사들은 아직 갑옷을 착용하지 않은 병사들이 많았다. 그런 병사들은 제2부대를 부러운듯 바라 보기만 했다. 제1부대와 2부대의 지원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식사부터 완전히 달랐다. 제2부대는 킹 크랩이라는 고기가 들어간 수프를 매일 먹을수가 있었고 처음 보는 무기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을 착용하고 투구는 물론 목까지 보호대를 두른 모습이 굉장히 위압적으로 보였다. 특히 헤르난데스 병사들은 모든것이 붉었다. 제1부대에도 점차로 가장 만들기 쉬운 창과 심장 보호대 보급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들의 훈련은 헤르난데스 백작령의 병사들이 도맡아 훈련을 도와 주었다. 로마식 창을 가장 오래 훈련한 병사들이 헤르난데스 병사들이기 때문이었다.
속보로 이동하면서 야영할땐 반드시 훈련을 했다. 그런 나날이 며칠이나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고된 나날이 이제 하루만 끝난다. 드디어 하루만 더 이동하면 헤란트 후작령으로 들어 서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밤은 약속한대로 영화를 다시 보는 날이다. 모든 병사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피곤한 줄도 모를 정도였다. 어딜가나 영화 이야기였다. 만약 영화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병사들이 사기가 곤두박칠 칠 정도로 모두가 흥분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은 병사들이 야영지에 촘촘히 앉아 커다란 흰색 천이 걸려 있는 곳을 바라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저건 뭔지요?"
거대한 흰천이 걸려 있는곳 앞에 병사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있는 코스모 왕국의 플라데니 백작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했다.
"후후후, 백작님은 아마 깜짝 놀라실겁니다. 여기 편히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구경합시다."
오핀 백작은 궁금해 하는 플라데니 백작에게 아무런 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영화라는 것이 시작되면 플라데니 백작이 얼마나 놀랄지 기대되었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횃불은 밝히지 않습니까?"
"기다려 보십시요."
오늘 밤은 완전히 깜깜한 밤은 아니다. 달빛이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 조금 밝은 밤하늘이었다. 그런 밤하늘아래 갑자기 흰빛이 터져 나왔다.
팟.
흰사각형안에 비추어진 밝은 빛으로 인해 주변도 밝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영화가 시작된것이다.
"저, 저런 일이 어떻게...어떻게 인간이 저 속에 들어가 있는 겁니까?"
플라데니 백작은 역시 깜짝 놀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믿기지 않는 기사(奇事)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백작님! 체통을 지키셔야죠. 병사들이 지켜 보고 있습니다."
"아. 이런...크흠...저게 대체 어떻게 된것입니까? 아니, 저럴수가. 아직 어린 아이를 저렇게까지 가혹하게...헉, 저 추운 날에 제대로 옷도 걸치지도 않고. 어헉! 모, 몬스터..."
"백작님! 체통을 지키십시요. 주변의 눈초리가 따겁습니다."
"크흠..."
처음 보는 광경에 플라데니 백작은 끊임없이 주절거렸다. 그런 시끄러운 플라데니 백작을 근처의 브리보아 왕국 영주들이 흘겨 보았다.
"그냥 조용히 보기만 하십시요. 저건 모두 마도사님이 환상 마법으로 만든것입니다."
"환상 마법? 괴, 굉장하군요."
오핀 백작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금 조용해지나 싶었지만 영화가 계속 될수록 플라데니 백작의 탄성은 끊이질 않았다.
"아, 저것을 본 코스모 왕국 병사들이 '무적 300'이라고 외치는 것이었군요."
코스모 왕국 병사들은 훈련을 할때마다 특이한 구호를 외쳐 대었다. 무적이라는 말은 알수가 있었지만 300이라는 말은 왜 외쳐 대는지 알수가 없었는데 저것을 본후에 모든것이 이해가 된것이다. 속편까지 연달아 상영된 영화가 끝났다. 모든 병사들이 아쉬움이 남는듯 했다.
"들어라! 다음에도 이미 준비해 놓은 영화가 있다. 이번 전쟁에서 절대 죽지 마라. 죽으면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도 두번 다시 볼수 없다. 명심해라. 그리고 혼자서 살려고 하지 마라. 동료를 서로 아껴라. 이상!"
"와아아아아!! 무적 300!!"
"무적 300!"
"무적 300!"
병사들이 무적 300을 외치며 환호성을 터뜨리며 눈빛이 달라졌다. 반드시 살아 남아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마도사님! 또 다른 영화라는 것이 있으시다고요?"
영화 상영 세트를 수습하고 돌아 온 켄에게 플라데니 백작이 흥분된 모습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왜 백작이 그런걸 신꼉쓰나?"
"저, 저도 같이 보면 않되겠습니까?"
두편의 영화에 플라데니 백작은 푹 빠진것 같았다. 하긴 누구라도 한번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이 대륙에서의 삶은 너무 단조롭다. 오락 시설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귀족들이라고 해봤자 파티에 참석해 하루밤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파티도 매번 똑같은 스타일에 결국에는 질려 버린다. 그런 귀족인 백작이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철수할때 보여 줄 생각이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데니 백작은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는것 같았다. 전쟁보다 영화라는 떡밥에 더 관심이 많은 백작이었다. 그런 백작의 행동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헤란트 후작령에 들어섰다. 병사들의 긴장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었다. 전쟁이 현실로 다가온것이다. 후작령으로 들어 선지 얼마되지 않아 저 멀리서 귀족으로 보이는 자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헤란트 후작령의 쿠텐 자작이군요. 마중을 나온것 같습니다."
플라데니 백작이 달려 오고 있는 자가 누군지 설명해 주었다. 플라데니 백작은 영화를 본뒤에 항상 켄옆에 붙어 있었다. 지금도 마차에 같이 타고 있었다. 귀족이면서도 진중한 면이 없어 보이는 플라데니 백작은 말이 많았다. 귀찮긴했지만 아티팩트 제작도 어느 정도 끝난 상태여서 말상대를 해 주며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히이이잉.
"자작이 직접 온건가?"
"그렇습니다."
"인사하시게. 마도사님이시네."
"처음 뵙겠습니다. 코스모 왕국 헤란트 후작령의 아르핀 드 쿠텐입니다."
마도사라는 말에 눈이 커진 쿠텐 자작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반갑다. 야마모토 켄이다. 전쟁은 어떻게 되었나?"
"3일전에 한번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총 세군데서 전개된 전투에서 아쉽게도 모두 패했습니다."
말하는 쿠텐 자작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런가. 어째든 브리보아 왕국 총사령관에게 인사를 해."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플라데니 백작과 함께 쿠텐 자작은 총사령관인 오핀 백작이 있는 마차로 향했다. 그런 백작과 자작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이미 한번 전투를 벌여 패배를 한 상태라면 헤란트 후작령의 병사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전장에서는 병사들의 사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기가 충천하면 없던 힘도 솓아 난다. 무조건 이길수 있다는 것을 병사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지금 현재 브리보아 왕국 원군은 사기가 충만한 상태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전투에 돌입해야 한다. 한동안 상념에 잠겨 있을때 다시 플라데니 백작이 마차가 있는 곳으로 다가 와 서쪽으로 진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원군이 가야 할 전장이 그곳에 있다고 했다. 모든 병력이 헤란트 후작 휘하 기사들의 안내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켄님! 저녁때 전체 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준비되면 불러."
소식을 전한 오스카 남작은 루벤 남작과 같이 병사들의 상태를 살펴 보러 간다고도 했다. 전쟁이 입박함에 따라 영지 병사들이 걱정되기 시작하는것 같았다. 저녁 무렵 브리보아 왕국 원군의 모든 영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코스모 왕국의 플라데니 백작과 쿠텐 자작도 함께였다.
"쿠텐 자작! 설명을 하게."
"안녕하십니까. 아르핀 드 쿠텐 자작입니다. 먼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신 브리 보아 왕국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전장의 상황부터 설명하겠습니다. 헤란트 후작령으로 공격해 온 바테 왕국의 총병력은 10만정도입니다. 이미 3일전에 국경 근처 세곳에서 전투를 한번씩 치룬 상태입니다. 그 세곳의 전투에서 헤란트 후작령은 모두 패했습니다."
웅성웅성.
쿠텐 자작의 패배를 했다는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브리보아 왕국 원군 영주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여러분! 설명을 끝까지 들어 주십시요."
영주들의 소란이 잦아들길 기다리던 쿠텐 자작은 다시 입을 열어 설명했다.
"지금 현재는 헤란트 후작령 병력은 총 5만이 남아 있습니다. 후작님이 이끄는 중앙군 2만은 헤라시아 언덕이라는 곳에서 방어를 하고 있는 중이며 동쪽에는 카트레이스 자작이 1만의 병력을 이끌고 라나크라드 협곡에서 방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쪽에는 제가 이끄는 2만의 병력이 안쵸레이 평원에서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적군은 8만정도입니다. 헤라시아 언덕 아래 3만, 라나크라드 협곡 방향에 2만, 안쵸레이 평원에 3만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평원에 대치하고 있다면 자작이 이곳에 있어도 되는건가?"
"3일전의 전투로 양진영 모두 부상자를 수습하거나 병기 수리등 여러가지 할일이 많은 관계로 다음 전투는 빨라도 7일정도 후에 벌어질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게 예상을 해도 전장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전장을 이탈해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기습적인 공격을 해온다면 어떻게 대처 하겠는가. 사령관은 절대 전장을 이탈해서는 않되는 것이다. 병사들의 사기 문제로 직결한다. 쿠텐 자작은 원군을 마중하기 위해 나름 예의를 차린것이지만 휘하 기사를 대신 보낸후 합류를 하게 되면 그때 인사를 해도 되는 것이다.
웅성웅성.
또다시 영주들이 웅성거렸다. 이곳에서 속보로 강행군을 하면 2일하고 반나절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도착후 하루 반나절만 쉴수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 계속 강행군한 병사들이 고작 그런 시간에 피로가 회복될리가 없었다. 그런점을 영주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그 점은 여러분들이 이해를 해 주십시요."
설명하는 쿠텐 자작은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만약 브리 보아 왕국 원군이 강행군을 하지 않는다면 전쟁이 벌어진후에 원군이 도착하게 될것이다.
"원군이 도착해 최소한 이틀은 쉴수 있도록 시간을 벌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요."
브리보아 왕국 원군 병력을 나누도록 제안했었던 타게르니 자작이 쿠텐 자작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단하루만 전투를 지연시킨다면 원군이 도착해 조금은 피로를 풀수있을 겁니다. 그것이 저희 원군으로써는 최대한 양보하는 것입니다."
총사령관인 오핀 백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원래 강행군한 병사들이 전장에 도착하면 최소 5일이상은 푹 쉰후에 전투에 동원된다.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야한다. 이틀도 많이 양보한거다. 자국(自國) 전쟁도 아닌 타국의 전쟁에서 자국의 병사들의 피를 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음, 좋습니다. 어떻게든 지연을 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하실것인지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타게르니 자작의 질문에 쿠텐 자작은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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