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스포츠 에이전트(2)
181화.
제임스가 흑인들에게 묻자 한 흑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런 흑인의 손에 제임스가 1달러를 건네 주자 흑인이 손짓을 했다.
"저깃다."
벤치에 멍한 눈으로 앉아 있는 흑인 한명이 보였다.
"자네가 메라틴인가?"
"......"
제임스를 힐끗 본 메라틴은 다시 공원을 바라 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 왔는지 묻지도 않는 것이다.
"메라틴이 맞다면 이야기 좀 하세."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크흠, 난 탑 월드 스포츠라는 회사에서 찾아 온거라네."
스포츠 회사라는 말에 그제야 얼굴을 든 메라틴은 제임스와 정상현, 그리고 켄을 올려다 보았다.
"스포츠 회사에서 무슨 일로 찾아 온거냐?"
드디어 입을 연 메라틴에게 정상현이 나서 입을 열었다.
"자네의 부상은 알고 찾아 온거다. 만약 자네가 부상을 치료할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나?"
"꺼져!"
들어 볼것도 없다는듯 머리를 돌리는 메라틴이었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상태지만 완치는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이 치료할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비켜 봐."
정상현 앞으로 켄이 나섰다.
"어이! 딱 한번만 기회를 주겠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나, 아니면 이대로 포기한 삶을 살아 갈테냐? 조건은 딱 한가지다. 완치가 되면 이 미스터 정과 은퇴할때까지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일이다. 선택해!"
"...저, 정말 날 완치시킬수 있다는 거냐?"
메라틴이 큰소리로 외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던 흑인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너희들이 뭔데 메라틴을 협박하는거냐?"
메라틴은 자신들의 영웅이었다.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프로 선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만 했던 메라틴은 집안에 처 박혀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메라틴을 윽지로 데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게 했다. 빨리 마음을 다잡길 모두가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짙은 선글라스를 낀 동양인이 메라틴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영웅을 다그치는 것은 두고 볼수 없었다.
"닥쳐! 네놈들에겐 볼일은 없어."
"뭐? 이 새끼가~!"
한놈이 대뜸 주먹을 내질러왔다. 성질이 급한 놈인것 같았다. 곧장 뻗어 오는 주먹을 움켜쥔 켄은 살짝 잡아 당기며 앞으로 쏠린 놈의 가슴을 향해 오른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퍽!
"컥!"
철퍼덕.
가슴의 충격으로 인해 그 자리에 주저 앉자 다른 놈들이 일제히 덤비기 시작했다. 그런 놈들에게 켄이 나설려고 할때 메라틴이 소릴 질렀다.
"모두 멈춰! 싸우지마."
버럭 소릴 지른 메라틴은 친구들을 제지하며 이 사람들은 에이전트라고 말해 주었다. 이들도 에이전트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메라틴과 계약을 하기 위해 찾아 왔다고 생각한 이들이 흥분된 표정으로 주시하기 시작했다.
"메라틴! 부상은 다 나은거냐?"
"아니, 이들이 고쳐 준대."
"......"
친구의 물음에 솔직히 대답하자 모두 실망한 표정들이었다.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어떤 선택을 한거냐?"
"정말 치료할수 있다면 새로운 삶을 선택하겠다."
"좋다. 다른 조건도 승낙한것으로 생각하겠다. 벤치에 엎드려."
"뭐?"
당장 치료해 줄 생각이다. 그런데 메라틴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듯 알아 듣질 못하고 있었다.
"엎드려야 치료를 할게 아니냐?"
"아!"
천천히 허리를 잡고 벤치에서 일어난 메라틴은 조금 인상을 찡그리며 벤치에 엎드러 누웠다. 지켜 보는 이들의 눈이 많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들 눈에는 그냥 메라틴의 허리위에 손을 흔들고 있는것 밖에는 다른 특별한 것은 알아 볼수 없기 때문이다.
- 엔다이론! 부탁한다.
엔다이론이 메라틴의 허리안으로 들어 갔다. 그와 동시에 켄의 손도 메라틴의 허리 위에서 조금씩 흔들며 보여 주기 위한 쇼를 시작했다. 잠시후 엔다이론이 치료를 끝내고 돌아가자 마나 샤워를 시켜 준후 손을 떼었다.
"자아, 치료는 끝났다. 일어나 봐."
메라틴은 벤치에 엎드리자마자 곧바로 허리쪽이 가려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화끈거리기도 했고 조금 차가워진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 시간이 얼마간 지속되고 갑자기 온몸의 세포가 활성화된듯 뭐라고 형용할수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누적된 피로도 모조리 사라져 버린듯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메라틴의 마음과는 달리 켄의 행동을 지켜 보고 있던 이들은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냥 손만 허리위에서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저게 치료라고 한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것이다. 사기꾼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생각하고 있을때 메라틴이 일어났다.
"톰! 볼을 줘봐."
"메라틴! 괜찮냐?"
"그런것 같아."
농구공을 받은 메라틴은 지금이라면 뭐든 할수 있겠다는 생각에 드리블을 하며 덩크슛을 시도했다. 193센티인 메라틴이 하늘을 붕 떠서 농구 골대에 농구공을 박아 넣었다.
꽝.
큰소리와 함께 농구 골대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메, 메라틴! 너어~! 괜찮은거냐?"
"하하하하! 다 나았어. 아무렇지도 않아."
허리를 이러저리 움직여 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메라틴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마음 고생이 심했었던 같았다. 농구공을 주워 온 메라틴이 켄에게로 다가 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계약만 지키면 돼. 이리 줘 봐."
"옛?"
"그거 말이다."
농구공을 가르키자 메라틴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건네 주었다. 농구공은 어릴적에 한두번 잡아 본적이 있었다. 쇼각코(小学校.초등학교)의 체육 시간때였다. 농구공의 오돌토돌한 감촉이 손에 착 감겼다. 메라틴이 한것처럼 흉내를 내 볼 생각이다.
텅텅텅텅.
"헤이스트! 스트렝스! 플라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농구 골대에서 10여미터나 떨어진 지점에서 하늘로 날아 올랐다.
꽈앙!
우지끈.
멋지게 덩크슛을 성공하고 농구 골대를 잡아 당기자 둥근 농구 골대의 고정된 부분이 통채로 찢어져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뭐야? 불량품인가?"
"으헉!"
"우와앗!"
엄청난 광경에 지켜 보고 있던 이들의 입이 한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 사장! 이들에게 농구 골대 한개 사줘."
"아, 알겠습니다."
메라틴과의 계약은 순조로웠다.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가게로 들어가 일사천리로 계약을 끝맺었다.
"이제 대학으로 복귀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야 해."
"지금이라면 뭐든 할수 있습니다. 기대하십시요."
말투까지 공손해진 메라틴은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탑 월드 스포츠에서 물심양면으로 원조를 하게 될것이다. 메라틴이 예전 만큼만 해준다면 일순위 지명은 따 논 당상이었다.
"취선님! 감사합니다."
"됐다."
호텔로 돌아 오는 길에 오늘 볼일은 끝냈다고 하자 중간에 내려 달라고 했다. 거리를 직접 걸어 다니며 구경하고 싶었서였다. 호텔은 쉽게 찾아 갈수 있었다. 다운 타운에서 내린 켄은 벽돌로 지어져 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이 거리에는 귀금속 가게가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처럼 작은 귀금속 가게가 아니라 모두 규모가 대단했다. 돌아 다니는 사람들로 많았다. 차도는 2차선으로 아메리카 치고는 좁은 차도였다. 간간히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이나 아메리카나 부랑자들의 모습은 비슷했다. 카트위에 짐을 한가득 싣고는 천천히 밀며 걸어 가고 있거나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이었다.
지리를 전혀 몰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걷기만 했다. 어디에 들어가 뭘 먹을려고 해도 달러는 한푼도 없는 상황이다. 엔화를 달러로 바꾸어 놓지 않는것이 후회스러웠다. 건물을 구경하며 이러저리 돌아 다니는새에 좁은 골목길로 들어 섰다. 벽에는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낙서로 보이는 글들이 아무렇게나 적혀 있기도 했다. 무슨 뜻인지는 전혀 알아 볼수 없었다. 그럴때에 양쪽 골목에서 한명씩 흑인 두명이 길을 막아섰다.
"어이! 형씨! 적선좀 해줘."
말로만 들었던 할렘가로 들어 온듯했다. 아메리카의 할렘가는 위험 지대라는 말을 들었다. 총기 소지가 합법인 아메리카에선 총을 쉽게 구할수 있다. 이놈들도 한명은 품속에 한손을 집어 넣은채였다. 아마 총을 쥐고 있을것이라고 짐작되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알것 없어! 우선 그 선글라스를 벗어."
한놈이 권총을 꺼내 겨누었다. 즉시 여러 마법을 펼친 켄은 전혀 두렵지도 않았다. 이미 총은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저런 총으로 자신을 절대 위협할순 없었다. 그런것을 모르는 놈들이 협박하기 시작했다.
"손 들고 뒤돌아 서!"
"후후후, 그게 총이냐? 내 눈에는 장난감으로 보이는데?"
"뭐? 이 새끼가!"
탕.
한치의 주저도 없이 곧바로 총을 발사했다. 이런 대낮에 총을 쏘아대는 대범한 놈들이다. 아무리 인적이 없는 골목길이라고 해도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 경찰이 올것이다. 그런것쯤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것 같았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자신들 할일을 끝내고 도주할 자신이 있는 것인지 무턱대고 총을 쏜것이다.
"아앗?"
총을 쏜 놈이 켄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당황한듯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었다.
퍽.
"윽!"
총을 쥔 손에 강한 충격을 받고 권총을 떨어 뜨리자 눈에 보이지 않던 놈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이런 장난감은 애들이 가지고 노는거다."
꽈직.
바닥의 권총을 놈이 발로 밟아 버리자 총이 납작 해지며 바닥을 파고 들어 갔다. 엄청난 힘이었다. 그런 광경에 눈앞의 놈은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다닥.
곧바로 줄행랑을 쳤다. 저런 놈에게 대들어 봤자 몸만 상할 뿐이다. 하지만 얼마 달려 가지도 못한채 몸이 그래도 굳어 버렸는지 꼼짝도 할수 없었다.
저벅저벅.
놈의 발걸음 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도주할려고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총을 쏘고 도주를 한다고?"
"사, 살려 주십시요."
"살려 주십시요."
두놈이 애원했다. 이런 놈들은 죽여 주는게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달리 먹었다.
"네놈들 본거지로 안내해."
홀드 마법을 해제시켜 주었다. 비틀거리는 두놈은 그대로 달아 날려고 했지만 또다시 홀드 마법으로 묶어 버렸다. 말로 해서는 않될것 같았다.
"내 호의를 무시하는 놈들은 벌을 받아야 해. 사일런스!"
뿌직.
"크아아아악!"
빠각.
"커어어어억!"
놈들의 손가락을 한개씩 부러 뜨려 주었다. 너무 약하게 손을 봐준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다시 놈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다음엔 더욱 큰 벌을 줄 생각으로 홀드 마법을 풀어 주었다.
"으으으..."
부러진 손가락을 감싸며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두놈에게 다시 본거지로 가자고 했다.
"너희들은 갱단이냐?"
"그, 그렇습니다. 스컬단에 속해 있습니다."
"모두 몇명이냐?"
"21명입니다."
이리저리 골목길을 지나 사방이 꽉 막힌 한개의 허름한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그런 건물 3층으로 올라가자 5명이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며 포커를 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냐?"
두명 뒤에 있는 켄을 발견한 것인지 놈들이 벌떡 일어나며 두명이 품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장난감 총은 꺼내지 마라. 꺼내는 놈은 죽는다."
"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테이블로 걸어간 켄은 술병을 집어 들고 한모금 삼켰다.
"퉤엣. 더럽게 맛 없네."
"이 새끼가!"
한놈이 주먹을 휘둘러왔다. 자신들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자신들이 마시는 술을 뱉어 냈다는 것은 자신들을 모욕하는것이나 마찮가지였다.
퍽.
"컥!"
휘두른 주먹을 간단히 피한 켄은 놈의 품속으로 접근해 명치에 한방 먹여 주었다.
"죽여!"
두놈이 품속에서 총을 꺼낼려고 했다. 하지만 눈깜짝새에 두놈에게 접근한 켄은 품속에 들어 있는 두놈의 손목 위쪽 팔을 툭툭 쳤다.
"으아악!"
"크아악!"
커다란 비명 소리와 함께 두놈의 팔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팔이 부러진것이다.
휘이익.
또다른 한놈이 짧은 나이프를 꺼내 찔러왔다.
꽈직.
"허어..어."
왼손으로 나이프를 잡아 우그러 뜨리자 깜짝 놀란 놈이 비명을 내지를새도 없을만큼 빠르게 놈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툭.
"크윽!"
아마 갈비뼈 한두개는 작살이 났을것이다.
"넌 누구냐?"
당하지 않는 놈은 한놈뿐이다. 조금 두려운듯한 눈빛이었지만 물러서지 않은채 질문을 해 왔다.
"알것 없어."
"어느 조직에서 온놈이냐?"
"조직? 그런건 없어. 저 두놈이 날 벗겨 먹을려고 했거든."
문앞의 두놈을 가리키자 두려운듯 움찔한 두놈이 질문을 한 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라고 인정해 준것이다.
"음, 원하는게 뭐냐?"
강도질을 한것에 보복을 하기 위해 굳이 이런곳까지 찾아 오는 놈은 없었다. 무슨 볼일이 있어 일부러 찾아 온것이라고 판단되었다.
"일단 좋은 술 한병을 가져 와."
"그런 술은 없어."
"없다고? 그럼 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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