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국정원(2)
202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두놈이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뒤돌아서며 경계 자세를 취했다.
"누, 누구냐?"
"누구긴? 너희들이 찾는 사람이지."
"찾는 사람? 여긴 어떻게 알고 들어 온거냐?"
"내 눈에는 다 보여."
엉뚱한 대답에 놈들이 정신이 없는듯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누, 누구십니까?"
"너희들을 해코지 할려고 찾아 온게 아냐. 경계를 풀어."
그렇게 말하곤 의자를 잡아 당겨 자리에 앉았다.
"너희들도 앉아."
의자는 두개뿐이었다. 한놈은 앉고 한놈은 서 있어야 했지만 그런건 놈들이 알아서 할일이다.
"앉아. 임마! 고개 아프잖아."
복면을 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자가 너무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이곳은 국정원이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곳이다. 풍월관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재계의 유력 인사들로 그들의 모습을 녹화하는 한편 대화까지 녹음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그런곳을 어떻게 알고 침입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적대감은 없어 보였다. 만약 적이라면 자신들이 깜박 잠이 들었을때 제압해 놓았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당신은 누구시며 이곳은 어떻게 찾은것인지 알려 주십시요."
한놈은 의자에 앉고 다른 놈은 바닥에 주저 앉으며 의자에 앉은 놈이 질문을 해왔다.
"너희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사람이다."
"예? 그게 무슨 말인지요?"
"너희들 능력자를 찾고 있는게 아니었어?"
"느, 능력자!"
벌떡!
의자에 앉은 놈이 큰소리로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 정신 사납게시리 왜 자꾸 벌떡벌떡 일어나고 난리야."
지금 전세계의 정보 기관들은 능력자를 암중으로 찾아 다니고 있었다. 초인같은 능력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년전에 알려졌다. 미국의 CIA에서 특급 지명 수배범이라며 조사 협조 요청이 들어 왔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CIA가 그런 요청을 하는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달랑 이름만 가르켜 주고 만약 발견했을땐 절대 제압할 생각은 하지도 말며 알려 달라고만 했다.
의아하게 생각한 국정원에서는 CIA가 알려준 세바스찬이라는 자가 국내에 잠입했는지 조사를 하면서 그 자의 정체까지 미국에 있는 직원을 이용해 조사케했다. 그런 조사가 진행될수록 전세계의 정보 기관들이 한곳으로 몰려 드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의 라이트 패터슨 공군 기지였다. 세바스찬은 그곳에 근무하고 있었다. 군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밀 자료를 빼돌려 도주하고 있는 중인지는 모르지만 그 자만 잡으면 미국의 기밀 정보를 알아 낼수 있다는 판단하에 각국의 정보 기관들이 움직여 세바스찬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었다. 그럴때에 암암리에 정보원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세바스찬이 초인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초인 프로젝트를 완수한 자로 미국에는 그런 초인이 이미 상당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세바스찬을 찾는 일이 흐지부지되어 가고 있을때 세바스찬이 로키 산맥으로 도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각국의 정보원들은 세바스찬의 능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이 만든 초인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며 어떤식으로 초인을 만드는지 정보를 모아야만 했다. 수많은 정보원들이 로키 산맥으로 몰려 들었다. 세바스찬은 마치 전세계의 정보원들이 모이기를 기다리기라고 한듯 정보원들을 한곳으로 유도했다. 그곳에는 세명의 사내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두명의 사내가 한명의 남자를 설득했지만 그 자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듯 큰소리로 외쳤다. 자신이 세바스찬이며 미국에서는 능력자를 강제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곳으로 모인 자들은 살아서 돌아 가지 못한다며 당장 전화를 연결해 지금 상황을 생중계하라고 했다. 그런 외침에 정보원으로 짐작되는 자가 급히 폰으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할려고 하자 두명의 사내중 한명이 눈 깜짝할새에 다가와 정보원을 제입하곤 폰을 부수어 버리고는 다른 정보원을 향해 쇄도해 갈때 세바스찬이 언제 접근했는지 그 사내앞을 가로 막고는 전투가 벌어졌다. 인간으로써는 도저히 믿을수 없는 전투였다.
손을 뻗자 손에서 빛덩어리가 뿜어져 나가기고 하고 전신을 빛덩어리로 감싼채 고속 이동을 하는 자들의 전투였다. 전투를 하면서도 세바스찬은 계속 외쳐 대었다. 전세계에 초인으로 각성할수 있는 자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어떤 계기만 주어 진다면 각성할수 있으며 그런 각성자들은 모두 어떤 능력을 보유할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미 그런 자들을 찾아내 초인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상태라고 폭로했다. 머지않아 전세계가 경악할 사건이 벌어 진다며 그에 대비하기 위해선 초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지금 말한 내용을 자신들 나라에 알리는 한편 이곳에서 도주하라고 했다. 이곳은 이미 포위가 되었을거라며 알아서 탈출해 목숨을 보전하라며 정보원들의 도주를 막아서는 능력자 둘을 혼자서 상대했다. 각나라의 정보국에는 능력자들의 전투 장면이 담긴 영상과 세바스찬의 충고가 실시간으로 전송되어 충격을 선사했다. 그 후로 정보를 알려온 자국의 정보원들은 모두 소식이 끊겨 버리기도 했다. 미국에 초인이 존재한다는 일이 확실해진만큼 각국에서는 자신들 나라에서도 초인이 존재하는지 그때부터 찾기 시작한것이다. 그런 시점에 스스로 능력자라고 호언하는 자가 직접 찾아 온것이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복면을 한 상태였다.
"정말 능력자십니까?"
"이곳을 찾은것과 몰래 들어 온것만 봐도 알수 있을텐데?"
"......"
그건것으로는 능력자라고 할순없다. 평범한 인간이 할수 없는 일을 보여 주어야 확신이 설수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보여 달라고 할수도 없었다.
"아메리카에 있다는 능력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 온거다."
"음, 잘은 모르지만 라이트 패터슨 공군 기지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봐."
국정원 직원인 김명철은 세바스찬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럼 그 자가 패터슨 공군 기지에 있었다고 해도 다른 능력자들도 그곳에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거군."
"그렇습니다. 능력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럼 그 세바스찬이라는 자는 어디에 있나?"
"그것도 모릅니다. 로키 산맥에서 제압된것인지 도주를 한것인지 누구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벌써 일년전의 일이다. 세바스찬이 다른 능력자들과 전투를 했다는 로키 산맥으로 찾아가 봐야 단서를 찾을순 없다. 몇달전의 일이라면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가 세바스찬의 행방을 찾을수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대지의 기억도 흐려졌을것이다.
"저어, 저희 국장님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국장? 국정원이라면 원장을 만나야 하는게 아냐?"
"아닙니다. 원장님은 국정원의 일을 잘 모릅니다. 실무는 국장님이 모두 담당합니다."
국정원도 파벌이 있는것 같았다. 이 놈들은 국장에게 줄을 대고 있는 놈들 같았다.
"능력자들의 소재지를 알려 준다면 만나 본다고 해."
"그럼 전화 한통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해."
김명철은 눈앞의 능력자(!?)가 마음이 바뀌기전에 급히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무슨 일이냐?
말단 직원이 국장에게 직통으로 전화를 거는 일은 굉장히 드문일이다. 큰사건이 발생하지 않는한 보고 계통을 무시하고 직접 보고하진 않는다.
"지금 능력자는 분과 같이 있습니다."
- 능력자?
"그렇습니다. 본인이 능력자라며 스스로 찾아 왔습니다. 아직 능력자라고 확실히 파악된건 아닙니다만 미국에 있는 능력자들의 소재지를 알려 준다면 국장님을 직접 만나 보겠답니다."
- 음, 옆에 있으면 바꿔봐.
통화 내용을 다 듣고 있던 켄은 건네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바꾸었다."
- 안녕하십니까? 고진수 국장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능력자십니까?
국장은 성격이 좀 급한것 같았다.
"너희들이 말하는 능력자가 어떤 자인지는 모르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건 맞아."
- 어떤 능력입니까?
"내가 그걸 왜 까발려야하지?"
- ...음.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기다려 주신다면 제가 직접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올려면 빨리 와라. 늦으면 그냥 가겠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전화가 끊겼다.
"뭐야? 끊겼잖아."
"죄송합니다. 국장님 성격이 좀 그렇습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이곳에서 풍월관을 감시하고 있는거냐?"
"감시라기 보단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게 감시였다. 정보만을 모을려면 굳이 이렇게 죽치고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인원 낭비였다. 만약 국정원이 이런 일을 몰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 진다면 국정원은 큰곤욕을 치루게 될것이다. 제일 먼저 원장 목이 달아날 것이다.
"야! 넌 나가서 콜라나 한병 사와. 빨대도 받아 오고."
복면을 뒤집어 쓰고 있는 탓으로 얼굴을 드러내 무얼 마실수도 없었다. 켄에게 설명을 해 주던 의자에 앉은 놈이 바닥의 놈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놈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돌아 왔다.
"야! 너 능력자가 아니냐? 굉장히 빠르네."
"가, 감사합니다."
풍월관의 주방에서 받아온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켄은 재빠른 놈에게 감탄할수 밖에 없었다. 패트병에 들어 있는 콜라를 받아 빨대를 꽂고는 입쪽의 복면으로 빨대를 통과시켜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듯 녀석들이 지켜 보고 있었다.
"야! 내가 무슨 동물원 원숭이냐?"
"죄, 죄송합니다."
"됐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국장님은 금방 오실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
전화를 끊은지 아직 10분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다리기가 지루한지 스스로 능력자라고 말한 놈은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직 능력자인지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만약 능력자가 아니라면 곱게 이곳을 나가지는 못할것이다.
"저어, 능력자시라면 능력을 살짝 보여 주실수 있겠습니까?"
콜라를 가져다 준 놈이 입을 열었다. 그런 놈에게 상관으로 보이는 의자에 앉은 놈이 깜짝 놀라며 째려 보자 움찔하는 표정이었다.
"네 이름이 뭐냐?"
"황현수입니다."
"넌?"
"김명철입니다."
국정원이라고 해서 이름을 물으면 알려 주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어떤 능력을 보여 주면 되냐?"
황현수가 김명철을 슬쩍 보았다. 그러자 김명철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모습에 자신을 얻었는지 힘차게 입을 열었다.
"어떤 것이라도 하실수 있습니까?"
"일단 말해 봐. 할수 있는게 있고 없는게 있으니까."
"그럼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수 있습니까?"
"간단해."
이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마법을 시전했다. 플라이 마법과 매직 핸드다. 매직 핸드는 앉은 의자를 아래쪽에서 받쳐 앉은 그대로 공중으로 떠 올랐다.
"허억! 떴다. 정말 떠고 있어."
"저럴수가?"
두 놈은 믿기지 않는지 눈이 동그래지며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어때? 진짜지?"
"아, 부럽군요."
황현수는 슈퍼맨 영화를 가장 좋아했다. 하늘을 맘대로 날아 다닐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자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혹시 날아 다닐수도 있습니까?"
"쉬운 일이다."
좁은 방안을 한바퀴 날아 돌고 제자리로 내려 왔다. 그런 광경에 황현수는 넋이 나간듯 입안의 침이 흘러 나오는 줄도 모른채 멍한 표정이었다.
"저, 정말 능력자시군요."
"뭐야? 믿지 않았던거야?"
"그, 그게...확신이 없어서...죄송합니다."
김명철은 급히 사과를 했다. 이 자는 진짜였다. 절대 마술같은건 아니었다. 저 의자도 자신들이 매일 사용하던 물건이다. 무슨 장치를 해 놓았을리가 없었다. 조작을 해 놓았다고 해도 의자와 함께 공중을 날아 다닐수는 없었다.
"누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국장님이실겁니다."
"그런데...아니다."
잠시후 계단아래로 눈빛이 날카로운 오십대로 보이는 사내 한명이 들어 왔다.
"국장님!"
"고생한다."
부하들을 다독이며 슬쩍 주변을 훑어 보고는 복면을 쓰고 있는 켄을 발견한것인지 눈알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고진수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비밀이다. 아직 말해 줄수 없어."
"일단 자리를 옮겨도 되겠습니까?"
"여기가 편한데. 자리를 옮기면 완전히 포위해 놓을려고? 저 멀리 있는 놈들은 다 돌려 보내."
풍월관에거 조금 떨어진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급히 실라이온을 보내 어떤 모습을 한자들인지 알아 보게 했다.
"옛? 그게 무슨 말인지요?"
"에이, 씨! 지금 장난하냐? 저 멀리 전투복을 입고 장난감 총 들고 있는 놈들을 말하는거다. 너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저 놈들 다 죽여도 되지?"
그렇게 말하곤 의자에서 일어난 켄은 놈들이 있는곳으로 갈려고 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고진수 국장은 급히 능력자라는 자를 말렸다. 어떻게 안것인지는 모르진 자신이 큰실수를 한것이다. 혹시나 해서 특수 경찰들을 데리고 온것이다.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능력자인지는 모르지만 제압할 필요가 있다면 제압할 생각으로 데리고 온것이다. 그런 특수 경찰들을 아무렇지도 죽인다는 말에 이 자는 진짜라고 생각되었다. 자심감이 없다면 절대 저렇게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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