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로스 차일드(2)
222화.
이 놈에게 샤토 드 몽빌라젠느(Château de Montvillargenne)로 안내하라고 하면 될것같았다. 그렇게하기 위해선 전제 사항이 한가지 필요했다.
"운전할줄 아나?"
"물론이다."
"면허증은 있고?"
"3년전에 면허를 취득해 운전 일을 할려고 했지만 모든 회사에서 채용을 거부했다."
난민에게 일자리를 주는 일은 쉽지 않을것이다. 특히 예전에 파리에서 테러가 있었던 탓으로 난민들이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근데 말이다. 프랑스에서도 달러를 사용해도 되나?"
"달러? 거의 사용할수 없어. 유로를 사용해야 돼."
"그래? 그럼 환전소로 먼저 안내해. 그리고 네 이름이 뭐냐?"
아직 이놈의 이름도 몰랐다.
"하산이다. 넌?"
"핸드다."
"동양인치곤 특이한 이름이네."
하산이 안내한 곳은 은행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켄은 환전소에 들어 가 봐야 환전을 하지 못한다. 여권도 없이 들어와 밀입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산, 네가 가서 환전해 와."
하산에게 만 달러를 건네 주고 혹시 몰라 추적 마법을 걸어 두었다. 처음 보는 자에게 덥석 큰돈을 주는 켄이었지만 그런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만 달러를 가지고 하산이 도주한다면 어디로 숨든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런 돈을 내게 맡겨도 되나?"
"물론이다. 다녀 와. 난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은행안으로 들어가는 하산을 보며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때 하산이 잠시후에 은행을 나왔다.
"여깃다. 9천 유로야."
"수고했어. 이건 수고비다."
백 유로를 선뜻 건네주자 하산은 눈이 커지며 고맙다고 했다.
"그럼 레스토랑으로 안내해. 밥이나 먹자."
하신이 안내한 곳은 깨끗한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좁은 곳이었다.
"너도 앉아. 같이 먹자."
"그, 그래도 되나?"
"물론이야."
하산은 레스토랑의 종업원과 잘 아는지 무슨 말을 하고는 돈을 건네 받은후 켄의 앞자리에 앉았다.
"먹고 싶은걸 시켜. 난 스테이크 같은게 있으면 시켜 줘."
프랑스 음식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도 모른다. 메뉴판을 보더라도 프랑어는 읽을수가 없었다. 하산이 음식 주문을 하자 잠시후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가 나왔다. 하산도 같은 음식이었다. 감자 튀김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스테이크는 먹음직해 보였다. 와인 한잔과 곁들인 스테이크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소고기는 아니고 돼지 고기였다. 하산이 먹은 음식도 계산을 하자 40유로였다.
"하산! 렌트카를 빌릴수 있나?"
"물론이다."
"그럼 네 이름으로 빌리는 것으로 하자."
하산에게 렌트카 대금과 운전수로 고용하는 수고비라며 5천 유로를 건네 주었다. 입이 함박만큼 벌어진 하산은 이렇게 많이 줘도 되는지 몇번이나 물었지만 운전이나 잘 하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하산이 빌린 렌트카를 타고 샤토 드 몽빌라젠느(Château de Montvillargenne)로 향했다.
"저곳이야."
멀리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정면의 뾰족한 다락방같은게 눈길을 끌었다. 건물에서 먼곳에 차를 세우고 실라이온을 불렀다.
- 실라이온! 이 저택을 조사해 봐. 특히 지하같은게 있는지 살펴봐 줘.
잠시후 돌아온 실라이온은 미술품이나 고풍스런 물건들이 각방마다 많았지만 특이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지하는 있지만 텅 비어 있다고 했다. 혹시나 이곳 지하에 클론 제조 공장이 있는지 조금은 기대를 했었지만 실망스러웠다. 저택은 이미 언제든지 이동할수 있게끔 좌표를 기억해 두었다. 로스 차일드 가문은 이런 저택을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에 40여개나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곳에 이런 저택이 있는지는 모른다. 이곳도 인터넷에서 겨우 찾은것이다. 찾을수 없다면 찾아 오게 할수 밖에 없었다.
"이제 어디로 안내할까?"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하산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지만 켄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리에 대해서 아는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호텔이나 가."
"호텔도 예약하지 않았어?"
"그래."
"배낭 여행을 온거야? 그럼 우리집에 묵을래?"
아무런 짐도 없는데 배낭 여행은 무슨 배낭 여행이란 말인가. 하지만 하산의 호의를 생각해 하산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럼 부탁할께."
하산집은 파리에서도 외곽으로 많이 벗어난 곳의 허름한 아파트였다. 그런 아파트에 부인으로 보이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와 7~8세 정도의 남자 아이와 살고 있었다. 부인은 이름은 리마였고 아이는 하메드라고 했다.
"핸드라고 불러."
"어서 오세요."
"......."
부인인 리마는 환영해 주었지만 꼬맹이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켄의 외모가 무서웠는지 리마뒤에 숨어 빠곰히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할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만! 저녁은 외식을 하자."
"외식요?"
"그래. 알고있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자."
하산 가족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렌터카는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다. 하산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파리 시내로 갔다. 깨끗해 보이는 레스토랑안으로 들어 가자 손님들이 힐끗거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과는 외모가 다른 일행이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웨이트가 안내한 자리에 앉았다.
"먹고 싶은건 뭐든 시켜."
리마는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돈 걱정말고 맘대로 시키라고 했다. 주문한 에스까르고라는 달팽이 요리가 먼저 테이블위에 올려졌다. 그후에는 푸와그라와 감자 튀김, 크로와상을 먹으며 와인까지 한잔씩했다. 그럴때에 다른 테이블에 있던 프랑스인으로 짐작되는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 레스토랑 물이 왜 이리 흐려?"
켄 일행들을 보며 불만을 드러내는 중년인을 다른 손님들도 호응하고 있었다.
"이곳도 끝물이네."
"다음부터는 다른곳으로 가자."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에게 웨이트가 사과를 하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사과하는 의미에서 사장님께서 와인을 한병씩 선물하겠답니다."
손님들의 불만을 잠재울려고 애쓰는 웨이트가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직접 대놓고 말하지 뒤에서 궁시렁대는 놈들은 그냥 두고 볼수 없었다.
꽝!
테이블을 거칠게 내려 치자 하산 가족은 물론 각테이블의 손님들까지 놀란듯 켄을 바라 보았다.
"야! 네놈들이 신사라면 직접 말해. 뭐가 불만이냐?"
"소, 손님! 진정하십시요."
자리에서 일어나 불만을 토로한 놈들을 쏘아보자 웨이트가 급히 다가왔다. 불만을 토로한 놈들은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모른척하고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 한마디 더 할려고 할때 하산이 말리기 시작했다.
"핸드! 그만하고 우리가 나가자."
"그래요. 저희들이 나가요. 하메드도 불안해 하고 있어요."
하메드는 무서웠는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그런 모습에 참기로 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다.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나가자."
음식값을 계산하고 레스토랑을 나가 백화점으로 가자고 했다. 레스토랑에 있던 놈들은 하산 가족들의 겉모습을 보고는 불만을 토로했을것이다. 아무리 난민이라고 해도 부티나는 복장으로 레스토랑안으로 들어 섰다면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했을것이다.
"배, 백화점엔 왜 갈려고?"
"너희들 옷이나 한벌씩 사줄려고 한다."
"뭐? 그런건 필요없어. 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아."
하산이 완강히 거절했다. 이유없는 친절은 원하지 않는것 같았다.
"숙박비라고 생각해. 하메드에게도 좋은 옷을 입히고 싶지 않아? 넌 그냥 안내나 해."
켄의 윽지 주장으로 하산은 백화점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곳으로 가자고 하자 프랭탕 백화점으로 안내한 하산은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이라며 물건도 모두 비싸다고 했다. 프랭탕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종업원에게 달러로 물건을 구입해도 되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백화점 내부에 환전소가 있다고 했다. 그곳으로 안내되어 간 켄은 또다시 만 달러를 유로로 바꾸었다. 여권을 보여 달라는 말도 없이 그냥 환전해 주었다.
"하산, 너도 사고 싶은건 다 사줄께. 맘대로 골라. 부인인 리마와 하메드도 마찮가지야."
이런곳에서 쇼핑을 해본적이 없는지 하산 부부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강제로 끌고가 남성복과 여성복 매장, 어린이 매장으로 가서 하산에게는 정장과 평복을 사주었고 부인인 리마에게는 여성복과 가방, 화장품, 신발등을 사 주었다. 아들인 하메드에게도 옷과 신발을 사 주고 쇼핑을 끝냈다. 그런데 백화점을 나와 생각해 보니 이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필요가 없었다. 비싼 옷을 사 주어도 입고 나갈 장소가 없을것이다. 평범한 옷이 필요할것 같았다.
"하산! 평범한 옷을 파는 곳으로 가자."
"그런곳엔 왜?"
"생각해 보니까 너희 부부에게 필요할것 같아서."
"아. 고맙다. 하지만 더이상은 정말 필요없어."
지금도 너무 많은 신세를 져서 더이상은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하산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산의 아파트는 방이 두개뿐이었다. 평소에는 아들의 방으로 사용하던 곳을 켄에게 내주었다. 으슥한 밤에 하산 부부가 모두 잠이 든것을 확인하고 로스 차일드 가문 저택인 샤토 드 몽빌라젠느(Château de Montvillargenne)로 공간 이동해 갔다.
모습을 감춘채 저택 상공에 도착한 켄은 건물안에 사람들이 있는지 마나 서치를 펼쳐 조사해 보았다. 8명의 사람들이 안에 있었다. 저택안으로 숨어 들어가 감지된 사람을 찾아 다니며 혹시나 다비드 회장이 있는지 조사해 보았지만 그들이 자고 있는 방은 회장이 거주하는 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미 저택에 고용된 사람들인것같았다. 회장이 이 저택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켄은 지진 마법을 시전했다.
"어스퀘이크!"
광범위한 저택으로 인해 범위를 조절할 필요도 없었다. 땅이 쩍 갈라지며 거대한 저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전에 저택이 심하게 흔들리자 저택안에서 사람들이 잠옷 바람으로 뛰쳐 나오고 있었다. 그런 저택 중앙이 완전히 무너지자 다른 부분도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 샐라임! 무너진 건물에 불을 질러.
- 호호호, 알았어요.
무너진 건물에 불이 붙자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잠시 지켜본 켄은 하산의 아파트로 돌아 갔다. 이 한밤중에 로스 차일드 관계자는 누구도 이곳으로 오지 않을것이다. 날이 밝으면 관련있는 누군가가 어떻게 된것인지 알아 볼려고 찾아 올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 놈을 미행하거나 사로 잡아 가주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 보면 될것이다. 다음날 아침 하산에게 오늘은 혼자 돌아 다닌다고 말해 주며 백만 달러를 건네 주며 자동차를 한대 구입하라고 했다.
"백, 백만 달러? 대체 어떤 차를 사라는거야?"
"내가 탈 차가 아니라 네가 사용할 차다. 선물이다."
"뭐? 어제도 많은 선물을 받아는데 또 선물을 준다고?"
"그래. 대신에 내가 파리로 오면 넌 내 운전수를 해야 돼."
하산이 반발할것을 대비해 미리 선수를 쳤다.
"그래도 백만 달러는 너무 많아."
"일단 자동차를 한대 사고 지하가 있는 단독 주택을 알아봐. 두채를 구입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알아 보도록 해. 난 해가 진후에야 돌아 올꺼야."
그렇게 말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아침에는 이미 TV에서 지진 속보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다행히 테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진이 왜 발생했는지는 전혀 예상외라며 앞으로 일주일은 지진에 대비하라고 했다. 인적이 없는 으슥한 곳에서 투명 마법을 시전한후 지진으로 무너뜨린 저택으로 공간 이동해 갔다.
한밤중에 보던것과는 달리 대낮에 보는 대저택은 처참했다. 땅속에 반쯤 파 묻힌 저택은 화재로 인해 검게 그을려 있었다. 경찰은 물론 소방차도 아직 건물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택과는 조금 떨어진 곳의 큰나무로 날아가 굵직한 나뭇 가지에 걸터 앉아 로스 차일드 가문과 관련있을듯한 놈이 찾아 오는지 감시하기 시작했다. 언제 그런 놈이 방문할지 몰라 마냥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대체 언제 오는거야?'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누구도 로스 차일드와 관련있는 놈은 찾아 오지도 않았다. 이래서는 않되었다.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했다.
"명철이냐?"
- 그렇습니다.
"한가지 조사해 줄것이 있다. 프랑스의 로스 차일드 가문 당주인 다비드가 어디에 있는지 조사해서 전화해."
- 알겠습니다.
국정원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을것이다. 이렇게 죽치고 있어봐야 죽도 밥도 되지 않아 명철이의 전화를 기다리기로 하고 파리 시내로 들어가 달러를 유로를 어떻게 바꿀지 강구하기로 했다. 아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달러가 잠들어 있지만 유럽에서는 유로를 사용한다. 집도 구입할려면 많은 양의 유로가 필요했다. 환전소에서는 몇억 유로씩 바꿀수가 없다. 그렇다고 은행으로 갈수도 없었다.
'은행을 털어 버릴까?'
그렇게하면 간단하게 유로를 손에 넣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유로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쓸수도 없다. 막대한 금액을 사용하면 금방 들통나기 때문이다. 파리 시내를 걸으며 어떻게할지 계속 생각을 했다. 그럴때에 발을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 작가의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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