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당숙(2)
252화.
거부하는 당숙모를 강제로 자리에 눕히고 엔다이론에게 부탁해 몸속에 아픈곳을 찾아 치료해 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최상급 포션을 먹였다. 치료가 끝나자 이제야 당숙모의 얼굴이 60대 나이에 걸맞게 변해있었다. 주름하나도 보이지 않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듯했다.
"고맙데이."
"할아버지 사진을 보여 주십시요."
당숙모가 사진첩을 꺼내와 설명해 주었다. 할아버지의 어릴적 사진으로 짐작되는 흑백 사진이었다. 작은 할아버지와 같이 찍은 것으로 아버지의 얼굴은 할아버지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었다.
"이 애가 큰아들이고 이 애는 큰딸이야."
당숙모가 사진첩을 한장씩 넘기며 가족들을 설명해 주었다. 큰아들 부부는 아들, 딸을 낳고 큰딸부부는 딸아이 한명만 있었다.
"작은 할아버지는 왜 돌아 가신겁니까?"
"노환이라고 하지만 여러 병들이 겹쳐 돌아 가신게지."
"장례는 언제 치루는 겁니까?"
"4일후에 치룰 예정이야. 장례라고 해 봐야 화장만 하는 거라네."
장례식은 치루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지 물어 보았다.
"후우...장례식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라네."
당숙모가 모두 대답해 주었다. 당숙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병이 깊어 자리 보전하기도 어려웠을 정도로 가끔씩 제정신이 아닐때도 있었다고 했다.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루죠. 모든 비용은 제가 대겠습니다. 화장만으로 작은 할아버지를 떠나 보내긴 싫습니다. 당숙! 당숙은 장례식장을 알아 보십시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간 켄은 아공간을 열어 현금 다발을 꺼내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걸로 일단 장례식장을 알아 보십시요."
"이, 이런 큰돈을 받아도 되는건가?"
"당숙은 이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고생 끝입니다."
"......."
전화 번호를 알려 주고 장례 식장을 알아 본뒤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급히 당숙모가 부산하게 식사를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하고 집을 나간 켄은 명철이에게 연락했다. 서울로 올라가지 않은 상태라면 부탁을 할 생각이었다.
"어디냐?"
- 아직 부산입니다. 국장님이 핸드님을 도와 드리라고 했습니다.
"좋아. 그럼 당장 큰아파트를 알아 봐. 구입할꺼니까 내일이라도 들어가 살수 있는 곳을 알아 봐. 아냐, 같이 찾아 보자.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
명철이가 말하는 호텔로 택시로 이동해 갔다. 호텔 정문에서 기다리는 명철이와 현수를 데리고 부동산을 찾아 갔다.
"어서 오십시요. 편히 앉으십시요. 여기 마실것 좀 줘."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떤 물건을 찾으시는지요?"
"아파트중에 최고의 물건이 있으면 보여 줘."
대머리 중년인은 환한 얼굴로 봉 잡았다는 듯 싱글벙글 웃음이 걸린채 노트북을 가져와 키보드를 두드리고는 아파트를 보여 주었다.
"이게 지금 나온 최고의 아파트입니다. 해운대에 있어 전망이 아주 좋죠. 81평으로 매매가가 20억입니다."
"좋아. 이걸로 하겠다. 방을 한번 볼수 있나?"
"몰론입니다. 직접 가서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VR로 보시겠습니까?"
"직접 가서 보겠다."
부동산 중개인을 따라 갔다. 해운대 아이파크라는 고층 아파트였다. 중개인이 설명한 대로 실내는 넓어 보였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보다 더 넓은 곳은 없나?"
"옛? 아...이, 있습니다. 이곳 아이파크의 최고 평수는 285평입니다. 마침 매물로 나온 곳이 있습니다. 살펴 보시겠습니까?"
"안내해."
285평은 정말 넓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좋아. 이곳으로 하겠다. 얼마냐?"
"230억입니다."
듣고 있던 명철이나 현수도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정도였다.
"그게 적당한 가격이냐?"
"그, 그렇습니다."
"구입한후에 만약 적당한 가격이 아니었다면 세무 조사가 들어 갈꺼다."
"세, 세무 조사요?"
깜짝 놀라는 중개인에게 쇄기를 박아 주었다. 만약 가격을 부풀린것이라면 이것으로 고민을 해야 할것이다.
"현수! 네 신분증을 보여 줘."
"예엣? 아, 알겠습니다."
놀라는 현수를 째려 보자 현수는 움찔하며 급히 품속에서 신분증을 중개인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중개인의 눈이 커지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구, 국정..."
"그만. 비밀스런 일이다."
"자, 잠시 이 아파트 주인과 대화를 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중개인이 한쪽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잠시후 돌아온 중개인은 이곳 주인이 지금 이곳으로 와서 직접 흥정을 한다고 했다.
"당신 부동산으로 오라고 해. 이곳은 앉을곳도 없잖아."
"알겠습니다."
다시 주인에게 전화를 건 중개인을 따라 부동산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고 있을때 중년의 남자가 들어 왔다. 중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며 매물로 내놓은 주인이라고 소개했다.
"호명훈입니다. 기관에서 나오신 분들이라고 해서 직접 찾아 뵙고 싶었습니다."
"이름은 말해 줄수 없어. 비밀이거든."
"이해합니다. 한가지 일만 알아봐 주시면 아파트는 150억에 드리겠습니다."
듣고 있던 부동산 중개인도 놀랄 정도의 금액이 튀어 나왔다. 싸게 해 주는 대가로 어떤일을 해 달라는 뜻이다.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예. 전 원조 횟집이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132개나 있습니다만 지금 본점인 저희 가게를 부산 광역파에서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 조직원들이 횟집에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영업을 방해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왜 그런지 알아봐 주시면 됩니다."
"당장 가게로 가자. 지금도 그들이 죽치고 있어?"
"있습니다. 개점과 거의 동시에 그들이 오거든요."
호명훈이라는 중년인을 따라 횟집으로 이동했다. 조직에서 그런식으로 방해를 할 정도라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횟집을 집어 삼킬려는 의도로 짐작되지만 놈들을 족쳐 이유를 물어 보면 알것이다. 원조 횟집은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는 큰횟집이었다. 횟집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 2개에 인상이 험악한 조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켄 일행이 들어서자 그놈들은 곧바로 인상을 구기며 저들끼리 큰소리로 악담을 시작했다.
꽝.
"씨팔! 무슨 회가 이렇게 흐믈거려?"
"이게 상한거 아냐?"
"아냐, 임마! 이곳은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여 판다고 하더라. 중국산이라서 그래. 근데 중국산이라서 그런지 정말 더럽게 맛없다."
저들끼리 가게안으로 들어온 켄 일행이 들리게끔 소란을 피워 쫒아 낼려는 의도인것 같았다.
우물우물.
"맛있잖아?"
"뭐야? 이 새끼가?"
그런 놈들의 테이블에 있는 회를 한조각 집어 들고 맛을 보았다. 맛은 좋았다. 그런 행동에 조직놈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앉아! 정신 사납잖아. 새꺄. 어느 조직이냐?"
"옛?"
이런 놈들에겐 강하게 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주눅든 표정으로 행동하면 놈들은 더욱 기가 살아서 활개를 친다. 강하게 나갈수록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조심스러워 지는게 어둠의 세계다.
"어디에서 나온 놈들이라고 물었잖아. 대답안해?"
"누, 누구십니까?"
"너희같은 조무래기들에게 내가 누군지 말하면 알것같냐?"
"과, 광역파 소속입니다."
켄 뒤쪽의 호 사장을 노려보며 호 사장이 다른 조직을 끌어 들인거라고 판단한것 같았다.
"너희 보스를 오라고 해."
"누, 누구시라고 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당장 튀어 오지 않으면 뒷일은 감당하지 못할거라고 해."
한놈이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보스라는 놈이 오지 않으면 직접 찾아 갈것이다. 그때는 대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것이다.
"오신답니다."
털썩.
"너희들도 앉아. 호 사장! 여기 한상 차려 봐."
명철이와 현수에게 회를 사 줄 생각이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회를 맛보고 있을때 가게문이 벌컥 열리며 조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우르르 들어 오고 있었다. 광역파 조직원들을 모조리 끌고 온것인지 대충 보아도 20명이상이었다. 그들 사이로 몸이 탄탄해 보이는 어깨가 떡 벌어진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그런 놈에게 가게안에 있던 놈들이 꾸벅 인사를 하며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자넨 누군가?"
"일단 자리에 앉아. 한잔해."
"...음."
조직원들에게 둘러 쌓인 상태에서도 전혀 표정 변화도 없는 자였다. 이렇게 젊은 놈의 태도로 볼때 뒷배가 탄탄한 놈으로 판단되었다. 가게 주인인 호 사장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쪼르르.
반대편에 앉은 광역파 보스에게 소주 한잔을 따라 주었다.
"한잔 마시고 이 가게에 왜 손을 대고 있는지 말해 봐."
"그보다 자네가 누군지 먼저 말해 보게."
"내 이름은 특급 비밀이야. 대신 현수야. 네 신분증을 보여 줘."
현수가 국정원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국정원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고 다니면 않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이름을 가르켜 주고 싶진 않았다.
"...음."
"자아, 이제 신분을 알았으니까 말해 봐."
신분증을 확인한 광역파 보스인 최동혁은 국정원이라는 신분증에 절로 신음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호 사장이 국정원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손대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저 신분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수 있겠나?"
"조직 보스라는 놈이 그렇게 의심이 많아서 부하들이 따르겠냐? 국정원에 직접 전화해 알아봐."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는다. 하지만 이놈은 의심이 많은 놈이라서 그런지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놈이 국정원에 전화를 걸어 황현수라는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지 물어 보고 있었다.
"말해 줄수 없다고 합니다."
국정원에서도 알려 줘도 무방한 사람과 비밀로 해야 하는 직원들로 나누어진다. 대외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명철이나 현수는 비밀스런 신분에 속한다.
"그렇다는데?"
"무식한 새끼들! 당연한 거잖아. 이들은 비밀 요원들이야."
"......."
그래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강제로 제압해 물어 봐도 되었지만 일단 참았다.
"어떻게 하면 되지? 경찰 서장을 움직일까? 아니면 경찰 특공대를 움직여 이곳을 포위하라고 할까?"
가짜 신분을 사칭하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로 못한다.
"그런것도 할수 있나?"
"국장에게 전화해 경찰 특공대나 군 특수 부대를 동원해 이곳을 포위하라고 해."
"저, 정말 그렇게 전화해도 되겠습니까?"
퍽.
"악!"
대꾸하는 현수의 뒷통수를 후려 쳤다.
"잔말말고 전화해서 이곳에 테러 리스트가 있다고 해."
"테, 테러 리스트요?"
"너희들 주특기가 생사람 잡는거잖아. 일단 구속한후 광역파 본거지에 무기 몇개 숨겨 놓고 찾았다고 둘러대면 되잖아."
"아, 알겠습니다."
최동혁은 입을 쩍 벌렸다. 면전에서 대놓고 혐의를 뒤집어 씌울려는 작당 모의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말 국정원이라면 그런게 가능할것이다. 잡혀 간다면 꼼짝도 없이 당할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렇다고 국정원 소속이라는 놈들을 제압할수도 없었다. 신분증을 보여준 놈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진짜로 전화를 걸려는 것이다.
"그, 그만 하게. 자네들이 국정원 소속이란걸 믿겠네. 이곳 호 사장이 우리들의 제의를 거절해서 벌어진 일이라네. 생선 공급을 거절한 호 사장이 괘씸해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네.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물러 나겠네."
"그냥 간다고? 그건 않되지. 호 사장이 입은 피해액은 어쩔거야?"
"음...보상해 주겠네."
"호 사장! 이리 나와 봐."
큰소리로 호 사장을 부르자 안쪽에 숨어 있던 호 사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었다.
"호 사장! 지금까지 입은 피해액이 얼마야?"
"10억 가까이 되네."
"그렇게 많아?"
"이곳외에 다른 지역 가게 5곳과 생선 공급 계약을 맺은 업자와의 위약금까지 물어 주어야 했다네. 가게의 추락한 이미지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그 배는 되어야 할걸세."
호 사장은 광역파 보스의 눈치를 보며 할말을 했다. 그런 호 사장의 말에 최동혁은 울그락붉그락해진 얼굴로 호 사장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렇다는데? 배상액은 정신적인 피해 보상까지 생각해 30억이야. 어쩔래?"
"뭐라고? 30억?"
최동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아무리 이들이 국정원 소속이라고 해도 절대로 들어 줄수 없는 금액이었다.
"반드시 보상해야 할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나설꺼다."
"음...자네도 저들과 같은 소속인가?"
"아니, 이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
한국에 국정원을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는 조직이 있는지 급히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알수가 없었다. 경찰이라고 해도 협조를 요청할뿐이지 이렇게 직원 두명을 대동하고 다니진 않을것이다.
"저어...보스! 청기와집에서 나온 자가 아닐까요?"
"......."
- 작가의말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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