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남대문 시장(1)
303화.
크롬은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좀비가 발생한뒤에는 이미 피신하기에는 늦는다. 갈곳이 없기 때문이다. 고속 도로는 피난 행렬로 인해 꽉 막혀 버릴것이다.
"군인들이 토벌하고 있는 중이라며 안심하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넌 정부가 하는 말을 믿냐? 좀비가 이곳으로 오는게 아니라 발생하는거다. 언제 어디서 누가 발병할지 모르는 일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묻은 무언가가 로스로 들어 온다면 순식간에 좀비들이 퍼져 나갈것이다. 그땐 어디로 피신할래? 미리 먼 섬으로 피신해 자릴 잡아 놓은게 좋을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피신해 올지 모른다. 그땐 천막 생활을 하게 될꺼다. 그런 생활을 하고 싶냐?"
"음...알겠습니다. 당장 알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앤 애덤이다."
애덤과 크롬이 인사를 나누었다. 덩치가 큰 흑인인 크롬을 보고도 애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좀비에 비하면 크롬쯤은 아무렇지도 않는것이다.
"하와이로 애덤 가족들도 같이 갈꺼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 피신할땐 마트의 물건들을 모두 가져 가는게 좋을꺼야. 하와이엔 아마 물자가 부족할꺼다. 또한 집은 구입할수 없을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피신해 있을꺼다. 하와이로 가서 산이나 언덕같은 곳을 구입해 내게 연락해. 그러면 집을 가져다 줄께."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애덤이 능력자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아끼는 동생이라고만 말해 주었다. 아메리카를 뒤로하고 한국 안가에 도착해 거실로 올라가자 명철이와 현수가 후다닥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한국에 좀비가 등장했습니다."
"뭐? 언제?"
"10일전입니다."
"그럼 연락을 했어야 되잖아?"
버럭 화를 냈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하라고 말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좀비가 등장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 왔을것이다.
"아무리 연락해도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
"......"
10일전이라면 동부 지역 근처에 있었다. 통신망이 그곳은 끊어진 상태인것 같았다.
"음...그럼 어디에 좀비가 등장한것인지 설명해 봐."
"남대문 시장에서 최초로 발생했으며 현재 남대문 시장은 폐쇄된 상태로 군인들이 포위한채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놈이나 등장한거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몇명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적어도 백명이상은 될것으로 예상됩니다."
백명이나 발생할 정도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중에 좀비 바이러스가 옮겨 갔을 경우도 생각해야했다.
"제기랄!"
"그, 그리고 중국, 인도, 브라질에도 좀비가 발생했다는 정보가 들어 왔습니다."
"뭐라고? 씨팔 새끼들! 놈들이 좀비 바이러스를 전세계로 확산시킨거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발생할리가 없어."
화를 내면서 큰소리로 말하자 명철이와 현수가 움찔하고 있었다.
"조카들은 어떤 능력으로 각성한거냐?"
"성길이는 피스트 능력, 선아는 물질 변형, 서진이는 방어 능력자로 판명되었습니다."
"선아가 물질 변형 능력자? 그게 뭐야?"
"선아는 어떤 물건이든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할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총을 만들어 쏠수도 있습니다. 총알은 물론 마나 덩어리입니다."
완전 사기같은 능력이다. 어떻게 그런 능력자가 될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카들은 어딧지?"
"인근 군부대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토르가 훈련을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당장 만나러 갈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남대문 시장으로 가 보는게 우선이다.
"시장으로 안내해."
부르릉.
남대문 시장 근처 도로는 완전이 봉쇄되었다. 군인들이 장갑차로 도로를 막아선 상태로 허가없이는 누구도 들어 갈수 없다고 했다. 현수가 군인들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고 몇마디하자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남대문 시장 입구쪽에는 이미 군인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지키고 있었다.
- 실라이온! 좀비들을 찾아봐. 엔다이론! 넌 좀비 피를 찾아 한곳으로 모아놔.
대위 계급장을 단 30대로 보이는 군인의 가슴에는 김경수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김 대위의 안내로 남대문 시장안으로 걸어 들어 갔다. 시장안은 이미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물건들이 도로쪽으로 산란하고 있었으며 화재도 있었는지 검게 그을려 있는 곳도 있었다. 용케 시장 전체로 불이 번지지 않은것 같았다. 평소라면 북적거리고 있을 시장이 텅 비어 있었다. 간간히 군인들이 돌아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군인들은 모두 왼팔에 노란색 완장을 차고 있었다. 명철이와 현수는 물론 켄도 그런 완장을 찼다. 좀비 사태가 벌어진후 외부에서 들어온 자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곳으로 가자."
4층짜리 건물을 가르켰다. 1층이 그릇 도매 상점이고 2층은 다방, 3,4층은 이불 상점이었다.
"이곳을 조사해 봤나?"
"조사했습니다."
"조사는 개뿔! 설렁설렁 대충 했겠지?"
김 대위는 켄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보다 어린 놈이 게다가 국정원 소속이라고 반말을 찍찍거리는게 맘에 들지 않은 것이다.
"나하고 한가지 내기 할까? 이 건물안에 좀비가 없다면 김 대위가 원하는건 뭐든 들어준다. 대신 좀비 놈이 숨어 있다면 내가 반말을 하더라도 얼굴은 붉히지마. 따라와."
곧바로 4층으로 올라갔다. 수북히 쌓인 이불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걸어 가장 안쪽으로 갔다.
"저 이불아래에 좀비 한놈이 숨어 있어."
"예엣? 정말입니까? 그런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내 눈에는 다 보여."
김 대위는 눈앞의 젊은 놈이 정신이 헥가닥한 놈이라고 생각되었다. 이곳으로 처음 온듯한 자인데도 어떻게 좀비가 저곳에 있다고 장담할수 있는지 미친 놈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좀비가 숨어 있지 않다면 국정원이고 뭐고 당장 시장에서 쫒아내 버릴 생각이다.
상부에서 국정원 직원이 찾아 오면 무조건 협조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미친 놈이 찾아 왔다고 상황 설명을 하면 상부에서도 이해를 할것이다. 군인들이 국정원의 명령을 듣는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왜 협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지는 알수 없었다.
"명철아! 조심해서 이불을 치워. 갑자기 놈이 공격할지도 모른다. 대비를 하면서 걷어내."
방어 능력자로 각성한 명철이는 좀비가 습격을 하더라도 충분히 방어할수 있을것이다.
"저도 도울까요?"
퍽!
"아얏!"
"이불이 이렇게 많은데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것같냐?"
현수의 뒷통수를 한대 때려 주었다. 화염 능력자가 된 현수는 자신의 능력을 빨리 발휘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다. 불룩한 이불을 한장한장 들어내든 명철이가 멈칫했다.
"조, 좀비입니다."
텅!
중년의 여자였다. 좀비라고 외치는 순간 좀비는 붉어진 눈을 번뜩이며 명철이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명철이가 펼친 방어막에 부딪혀 뒤로 튕겨져 나간 여자 좀비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들었다.
"허억!"
김 대위는 이불뒤에서 뛰쳐 나온 좀비를 보고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어, 어떻게..."
김 대위는 급히 자신에게 내기를 걸었던 자를 바라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홀드!"
그러자 달려 들든 좀비가 갑자기 엉거주춤한 자세로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서, 설마 능력자? 능력자십니까?"
이불을 걷어 내든 자도 능력자가 틀림없었다. 좀비가 달려 들었을때 무언가에 막혀 부딪힌듯 좀비는 뒤로 튕겨져 나갔었다.
"좀비를 발견하면 어떤식으로 처리하나?"
"머리를 총알로 박살내 죽입니다. 그런후 방호복을 입은 자들이 사체를 회수하고 좀비 피는 모두 가스 토치로 태워 버립니다."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런 방법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피를 찾아 태울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시장의 모든 좀비를 찾아 처리한다고 해도 여러 군데 피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피를 쥐들이 핥는다면 좀비 쥐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 손을 쓸수도 없을 지경이 될것이다. 지금도 좀비 쥐들이 탄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었다.
"그럼 산채로 잡은 저 좀비는 어떻게 처리할까?"
"그, 그건...상부에 보고해서 지시를 받아야겠습니다."
"됐어. 그냥 죽이자."
보고를 하면 어떻게 잡았는지 보고를 할것이 뻔했다. 또한 좀비를 격리시켜 연구를 하게 될것이다. 그런 연구로 얻어지는 결과물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윈드 커터!"
싹뚝.
데구르르.
"허억!"
갑자기 좀비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 지자 김 대위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직 김 대위는 놀람은 끝나지 않았다. 좀비 사체는 물론 근처의 이불까지 모조리 공중으로 떠올라 불타 올랐기 때문이다.
"클린!"
혹시 몰라 4층의 이불 매장 전체를 클린 마법으로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는 나가자고 했다. 정신이 나간듯 멍한 표정의 김 대위는 굳어진채 움직일줄을 몰랐다.
퍽!
"윽!"
"정신 차려!"
얼이 빠져 있는 김 대위의 등을 가볍게 치며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식으로 몇군데를 돌아 다니며 군인들이 찾지 못한 숨어 있는 좀비들을 모조리 처리해 버렸다. 몇몇 쥐들도 좀비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놈들은 실라이온과 엔다이론이 처리했다.
"가장 먼저 좀비가 등장한 곳으로 안내해."
김 대위의 안내로 옷 가게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 감시 카메라 영상 분석으로 이 가게에서 처음으로 좀비가 등장했으며 그와 비슷한 시간대에 옆 가게에서도 좀비들이 등장했다고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켄은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쳤다. 이미 열흘이나 지난탓으로 희미하게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좀비로 진행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5~7일정도 지난것이다.
하지만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는 별다른 특이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 가게 주인의 집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의문점을 찾지 못한 켄은 옆가게로 가서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살펴 보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별다른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다시 옆 가게로 이동했다. 이곳은 신발 가게였다. 17일전 이 가게에서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그 외국인 손님은 팜플랫을 건네며 쥬스 박스도 한개 건넸다.
그런 쥬스를 받은 신발 가게 여주인은 쥬스를 옆 가게로 나누어 주었다. 저 쥬스가 원인인것 같았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좀비는 한가지 원인밖에 없었다. 공통된 무언가에 의해 감염되었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다른 가게에서도 쥬스를 마시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일단 쥬스를 건넨 그 외국인을 찾아야 했다. 가게를 뒤져 팜플랫을 찾아 보았다. 몇몇 책자속에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읽은 팜플랫을 찾아 엔다이론을 불러 모종의 지시를 했다. 신발을 넣는 비닐 봉지에 조심스럽게 팜플랫을 넣고는 김 대위에게 말했다.
"17일전 이 가게를 비추고 있는 CCTV 영상을 확보해서 보여줘."
"음, 영상은 경찰이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알아 보겠습니다."
김 대위의 말에 현수를 바라보자 알아 들은 현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현수가 영상을 확보할때까지 시장을 돌아 다니며 광범하게 클린 마법을 펼쳐 만약에 남아 있을 좀비 피를 깨끗하게 지워 버리고 있을때 현수가 영상을 확보했다며 노트북을 보여 주었다.
"오후 2시경의 가게를 보여줘."
키가 큰 외국인 한명이 비지니스 서류 가방 한개와 쥬스 한박스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가게 안까지는 확인할수 없었다. 잠시후 가게를 나온 외국인의 손에는 쥬스 박스가 없었다. 대지의 기억으로 읽은 것과 똑같은 쥬스 박스였다.
"저 놈이 범인이다."
"예엣? 저 외국인이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한 범인이라고요?"
"그래."
한가지 걱정거리는 남아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를 완전히 처리하진 못했다. 외국인이 들고 간 쥬스에 좀비 바이러스가 들어가 있을꺼다. 쥬스를 마신 사람들이 쥬스 캔을 버리면 빈캔은 어디로 가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저 쥬스 캔은 어디에 버리냐? 저 캔안에 좀비 바이러스가 들어가 있을꺼다."
"당장 알아 보겠습니다."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치며 외국인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했다. 놈은 신발 가게를 나선후 곧바로 시장밖으로 나갔다. 차를 타고 천천히 추적을 하고 있을때 계속 전화를 붙들고 있던 현수가 보고를 해 왔다.
"후우...다행히도 빈캔은 한곳에 모아 재활용 회사로 보내진다고 합니다. 남대문 시장 전체를 상대로 그런 일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활용 회사에선 수거한 캔을 분리한후 용광로로 집어 넣어 녹인다고합니다."
"분리?"
"예. 캔안에 담배 꽁초나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당장 그 재활용 공장으로 안내해."
그곳이 위험했다. 빈캔은 매일 수거하진 않을것이다. 며칠에 한번씩 수거를 해 빈캔을 확인하는 작업중에 캔안에 남아 있는 쥬스가 밖으로 흘러 내렸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서울 외곽의 재활용 공장에는 평일임에도 공장이 멈추어 있었다. 텅빈 공장이 어떻게 된것인지 확인을 하자 사장이라는 사람이 알바로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독감에 걸려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했다. 빈캔을 수거하고 분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바라고 했다.
"당장 그 알바들의 주소지를 확인하고 군인을 보내 일대를 포위해. 좀비로 각성했거나 하고 있을것이다. 빨리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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