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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기적의 물리치료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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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그림/삽화
Bico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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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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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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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꿈

DUMMY

“빌어먹을!”

과장실로 돌아온 박영규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는 이번 회의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제 4년차의 애송이라고! 그런데 그런 애송이를 실장자리에 앉히겠다니? 원장은 제정신인 건가?”

기적은 그에게 눈엣가시와도 같았다. 엄청나게 신경 쓰이지만 뽑으려고 할수록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어. 괜히 케이스 컨퍼런스를 시켜서 원장 눈에 띄게 만들었다고!”

골탕을 먹이기 위해서 케이스 컨퍼런스를 시켰지만, 오히려 원장 눈에만 띄게 만들었다.

의료 사고를 덮어씌우기 위해서 일을 계획했지만, 오히려 기적의 실력만 돋보이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적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었다.

“보통 놈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단숨에 실장 자리를 꿰차다니... 놈을 그냥 둬서는 안 돼! 그냥 두면 언젠가 내 위에 올라서게 될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기적을 자신의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누르려하면 할수록 기적은 더 높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젠장맞을...”

풀리지 않는 매듭에 성질이 난 박영규가 책상 위에 있던 A4 용지를 구겨 문을 향해 던졌다. 바로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배불뚝이 사내가 들어섰다.

“뭐야 이거? 박 과장 화가 많이 났구만?”

인사 과장 임중기였다. 얼굴 가득 웃음기를 장착한 그는 싱글거리며 박영규의 심기를 돋구고 있었다.

당연히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나긴 누가 났다고 그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나중에 다시 와!”

“그래? 그러지 뭐.”

알겠다는 듯 문꼬리를 잡은 임중기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우울한 것 같아서 좋은 소식 가져왔는데. 싫으면 말고. 평양 감사도 자기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그 말에 박영규가 반응했다.

“뭐? 좋은 소식? 그게 뭔데?”

임중기가 잡았던 문꼬리를 놓고 몸을 돌렸다. 잽싸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니 애초에 나갈 생각이 없었던 것 모양이었다.

“아까 보니까 부팀장, 아니 신임 특치실장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친구 승진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던데. 아니야?”

“뭐? 내가 왜 부하 직원 승진에 기분이 상해? 그런 거 아니야.”

박영규가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임중기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 친구 왜 이러시나? 그럼 지난번에 방사선실에서 있었던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문선규 환자가 그 친구한테 배정된 걸 보니까 느낌이 팍 오던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박영규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임과장!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 우연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우리 솔직해지자. 그래야 내가 박과장을 도와줄 수 있거든.”

박영규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뭘 솔직해지자는 거야?”

“내가 자네 책 잡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도와주려고 하는 말이지.”

박영규가 임중기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아.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그래, 내가 이기적 부팀장 승진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치자. 그러면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

의자에 앉은 임중기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한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날 일로 명 닥터하고 몇 번 이야기를 했거든.”

“명 닥터라면? 원장님 아들?”

“그래. 내가 이야기를 해보니까 명 닥터가 자네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더라는 말이야. 명 닥터랑 부팀장이 학교 동창인 거 알지? 그런데 이야기하는 것 들어보니까 둘 사이가 별로 좋지는 않더란 말이야. 아니, 단순히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엄청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

“명 닥터가 자네한테 그런 말을 해? 부팀장을 싫어한다고?”

“물론 대놓고는 안하지. 하지만 비밀을 공유했잖아. 그 날 라테랄로 찍은 사진 내가 지워줬거든. 그러니까 나한테는 조금 더 쉽게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거지.”

“음...”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박영규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됐으니까 그만 가봐. 그래봤자 일개 닥터가 뭘 할 수 있다고.”

“일개 닥터? 일개 닥터가 아니라 원장님 아들이라고.”

박영규가 말 잘했다는 듯 받아쳤다.

“그러니까. 원장님 아들일 뿐이지. 원장님이 그렇게 신임하는데 그 아들이 어떻게 훼방을 놓는다는 거야?”

임중기가 안 그래도 낮아진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낮췄다.

“이 사람아. 병원 이사장이신 김 이사장님이 원장님하고 무슨 사이인가?”

“원장님의 장모님 아닌가?”

“그렇지. 장모님이지. 그런데 동시에 명 닥터의 할머니이기도 하지. 자네도 알겠지만 원장님은 오래 전에 사모님이랑 사별했어. 그럼 그 아들을 누가 키웠겠나? 이사장님이 애지중지하면서 키웠단 말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음...”

“어허. 눈치 빠른 사람이 왜 이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몰라?”

비로소 박영규는 임중기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어린 친구에게 알랑방귀 뀌는 것 썩 내키지 않는데. 물리치료사를 무시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렇지만 어린 부하 직원에게 치이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이런 말 아는지 몰라. 한강의 뒷 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말. 이 과장자리 언제까지 자기 자리일 것 같나?”

박영규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을 길지 않았다. 등받이에서 몸을 뗀 그가 임중기를 향해 몸을 바싹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모이라는 거야?”

막 회의실에 들어선 강동호가 부식으로 받아온 요구르트를 쭉쭉 빨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걷고 있던 엄주만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아마 야유회 관련해서 전달 사항이 있는 것 아닐까요?”

“역시 그것 때문인가? 그런 거면 아침 조회 시간에 해도 될 텐데 말이야. 실장님도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은 강동호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다가 자리에 앉아있는 기적을 발견하고는 이내 시비를 걸었다.

“너 김대규 선수한테 초대받아서 야구장 다녀왔다며? 이 선배도 야구 볼 줄 안다. 우리 때는 선물 들어오면 선배부터 챙겼는데 말이야. 너 그러는 거 아니다?”

기적은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강동호의 2차 공격이 이어졌다.

“와! 이제는 대놓고 무시하네. 진짜 잘나간다, 잘나가!”

그러나 기적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강동호가 이럴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신경전이 이어지는 사이 치료사들이 하나둘 치료실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예정되었던 1시가 되자 주호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처럼 다이어리를 끼고 나타난 그는 언제나와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점심은 맛있게 먹었나?”

“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한 주호식이 빠르게 본론을 꺼내놓았다.

“점심 시간에 모이라고 해서 다들 불만이겠지만 그래도 퇴근이 늦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모이라고 했어. 시간을 많이 뺐으면 안 되니까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할게. 오늘 오전 간부 회의에서 두 달 후 오픈 예정인 특수치료실에 관한 논의가 있었거든.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부 승진자가 나왔어.”

내부 승진이라는 말에 치료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부 승진이라니. 이 중에 누군가가 특수치료실로 가게 된다는 말일까? 누가? 어떤 직책으로? 치료사들 모두가 얼굴 가득 퀘스천 마크를 매달았다.

그들을 대표해서 나선 것은 강동호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엄습하는 불안감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내부 승진이라뇨? 무슨 내부 승진입니까?”

주호식은 분명한 목소리로 그 질문에 답했다.

“이기적 부팀장이 새로 오픈하는 특수치료실 실장으로 가게 됐어.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팀장급 대우를 받게 될 거야. 그러니까 4팀 팀장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거야.”

그 말에 강동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일시적으로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야...? 그럼 이제 저 녀석이 내 상관이 된다는 말이야?’

저도 모르는 사이 고개가 돌아갔다. 바로 기적이 있는 곳을 향해서. 다음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적의 모습을. 그는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X 됐다...’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주호식이 말을 이었다.

“승진한 부팀장을 위해서 다들 축하의 박수!!!”

그 말과 함께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였다.

“부팀장, 축하해.”

“부팀장님, 정말 축하드려요!!”

“잘 되실 줄 알았어요.”

물론 그 와중에는 강동호와 마찬가지로 기적의 승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를 의식해 티를 내지는 못했다.

박수 타임이 끝나고 주호식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곧 특수치료실 구인을 시작할 건데. 인턴 선생님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어. 인턴 선생님들 중에서 특수치료실에 관심이 있는 사람 있으면 지원을 해봐. 합격하게 되면 인턴 과정을 채운 후 바로 정직 전환을 해준다고 하니까.”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고 했던가?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맞이한 인턴 치료사들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다.

주호식이 말을 이었다.

“다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도록 하고. 다가오는 주말 잘들 보내고.”

“네.”

“전달사항은 여기까지. 다들 볼일 볼 수 있도록.”

그렇게 말한 주호식이 몸을 돌려 치료실을 나섰다. 그러자 장원호와 최진아가 기다렸다는 듯 기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팀장, 진짜 축하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요. 진짜 너무 초고속 승진 아니에요? 살짝 배 아픈데요?”

기적은 멋쩍은 표정으로 그 말을 받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팀장님이랑 최 선임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운이 좋긴. 그리고 우리가 한 게 뭐 있다고. 다 부팀장이 잘한 덕분이지.”

그렇게 말한 장원호가 뒷쪽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이제 누구는 큰일났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사람이 윗사람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기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누구’를 향해 돌아갔다. 그러자 눈빛을 받은 누구, 즉 강동호가 흠칫 놀라 시선을 회피했다.

그 모습을 본 기적이 고소를 머금었다.

“아니에요. 저는 어차피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요 뭐.”

기적은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다는 말로 강동호를 두 번 죽게 만들었다.

강동호는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뭐라고 따질 수는 없었다. 이제는 그가 기적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는 원래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작가의말

어느덧 40화를 돌파했습니다

공모전도 이제 오늘 포함 3일 남았네요

힘을 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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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위기를 기회로 +16 18.05.07 16,534 557 11쪽
30 꿈을 향해 던져라(김성우 편完)1권 完 +17 18.05.06 16,397 574 10쪽
29 꿈을 향해 던져라(김성우 편) +16 18.05.05 16,650 498 10쪽
28 꿈을 향해 던져라(김성우 편) +15 18.05.04 17,459 55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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