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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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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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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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DUMMY

트레이드 이틀이 지났지만 그 후폭풍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그런 여론의 아우성을 견디지 못한 프런트의 종용으로 박광수 감독대행은 기자회견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이들의 주목이 기자회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에 더하여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팬들의 분노 또한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편에선 팬들의 과잉된 분노로 자칫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의 시선도 있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박광수 감독대행의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명훈이 어렵게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역시 제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명훈의 모습에 박광수 감독대행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명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닐세. 됐어. 우린 틀리지 않았네.”

“하지만 굳이 자진사퇴까지 하셔야만 합니까? 조금만 더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면..”


박광수 감독대행이 정색한 표정으로 명훈의 말을 끊었다.


“그만하래도.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내지 않았나. 이 사람이 진정 끝내 나를 패배자로 만들 셈인가? 이제부터 자네가 보여주면 되는 거야. 이번 트레이드가 팀을 위한 결단 이었다는 것을 말일세. 자네가 앞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인다면 나에 대한 평가도 팀을 위한 결단과 희생을 한 제법 괜찮은 감독이었다라고 바뀌겠지. 난 자네를 믿어.”


잠시 말을 멈춘 박광수 감독대행의 두 손이 명훈의 손을 꽉 감싸 쥐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렇게 10초정도 지났을까.


“좋아. 이제 진정으로 모든 것을 자네에게 맡겼네. 자네의 야구를 팬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게. 나 역시 멀리서 지켜보고 있겠어. 그리고 언젠가 팀이 안정되면 함께 술이나 한잔하지.”


박광수 감독대행의 이어지는 말에 명훈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곧 기자회견장으로 떠나는 박광수 감독대행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봐야만 했던 명훈의 마음속에서 굳은 결심이 세워졌다.


‘그래,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정신을 차리자. 박광수 감독대행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그리고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필코 알바트로스를 강팀으로 만들고 말겠어.’


그날 명훈은 박광수 감독대행의 뜨거운 열정을 넘겨받았다.



***



박광수 전 감독대행의 자진사퇴 이후로 팬들의 분노는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이미 벌어진 트레이드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도 있었고, 자진사퇴 기자회견에서 박광수 전감독대행이 보여준 팀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했다.


박광수 전 감독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일절 트레이드의 결과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팀을 강팀으로 만들지 못한 것, 그 때문에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희생시켜야만 했던 상황을 만든 것을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지 위해서, 그리고 강팀이 되기 위해서 이번 트레이드를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열변했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박광수 감독대행의 모습은 팬들의 가슴 속 무언가를 자극했다.


곧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능력이 부족해 자진사퇴하겠다는 박광수 전 감독대행의 발표에 울컥하는 팬들마저 있었다. 박광수 전 감독대행은 마지막까지 팀을 걱정하며 구단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그런 박광수 전 감독대행의 모습은 누가 봐도 팀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덕분에 걱정했던 기자회견은 예상외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팀이 이 지경이 되도록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구단프런트에 대한 불만으로 바뀌어갔다. 구단프런트로서는 책임을 코칭스태프 쪽에 떠넘기고 어느 정도 안심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박광수 감독대행이 자진사퇴한 그날. 명훈은 노재명 단장의 호출을 받았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애송이 녀석.’

‘단장이라는 놈이 이번에도 뒤에서 구경만 했지.’


둘은 서로의 본심을 숨긴 채 미소 띤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군요.”

“그렇던가요? 앞으로 단장님께서 자주 자리를 만들어 주시지요. 하하.”

“암, 그래야죠. 감독과 단장이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팀이 발전하는 것이죠. 코칭스태프와 구단프런트도 결국 한 몸 아닙니까? 하하.”

“한 몸이라.. 참 듣기 좋은 말이군요.”

‘웃기는 소리! 그래 어디까지 하나 보자.’


명훈의 입 꼬리가 잠시 비틀어지는 듯싶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감독’ 입니까?”

“아, 정확히는 감독대행이지요. 아마 박 코치도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박 코치가 새로운 감독대행을 맡게 될 겁니다. 이대로 남은 시즌만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해주시면 내년에는 정식으로 감독이 되실 겁니다. 저희가 그만큼 박 코치 아니, 박 대행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지요. 하하.”


‘흥, 믿고 있기는! 그런 사람들이 책임을 모조리 코칭스태프에 떠넘겼나? 지금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새로운 감독으로 들이기는 힘들고, 아무것도 안했다간 팬들에게 뭇매를 맞을 테니 나를 내세워 몸을 사리겠다는 거겠지. 내년 시즌이 되면 새로운 감독을 데려와 나를 바로 갈아치울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알아?’


한동안 서로의 기분을 띄워주기 위한 별 의미 없는 대화들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 되었을 무렵. 드디어 노재명 단장이 서서히 본론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아, 그런데 나날이 커져가는 팬들의 성화 때문에 정말 큰일입니다. 전 감독대행이 일을 애매하게 만들어 놓고 떠나버린 통에 팬들이 구단에 더욱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요. 내년 시즌이라면 모를까 당장 올 시즌에는 더 투자를 할 데도 없는데 말이죠. 더구나 이미 올 시즌 대형 FA를 두 명이나 영입했지 않습니까? 사실 그 어떤 구단보다도 많은 투자를 한 셈인데 말이죠. 누구 덕분에 결과가 이 모양이라 문제지. 그렇지 않습니까 박 대행?”


그런 도발에 명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아, 물론 박 대행의 책임은 아니지요. 아무튼 구단으로서는 참 답답합니다. 팬들의 눈치를 보느라 무엇 하나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이래서야 감독대행님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한차례 명훈의 눈치를 살핀 노재명 단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입니다. 코칭스태프 쪽에서 분위기를 조금 바꿔주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위해 남은 시즌 동안 새로운 목표를 발표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후반기 승률 5할이라든지 말이죠. 부상 선수들도 곧 돌아 올 테고 이번 트레이드로 전력도 보강되었으니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제가 신뢰하는 박 대행님의 지도력까지 더해진다면 말이지요.”


계속해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명훈을 보며 한마디를 더 추가하는 노재명 단장이었다.


“그리고 사실 박 대행처럼 아무 연고도 실적도 없는 분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홍보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박 대행이 능력 있는 분이라는 걸 알려 팬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거죠. 사실 이게 다 박 대행에게 위한 일이란 거예요. 구단에서 밀어붙여서 선임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박 대행님이 남은 시즌 동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면 여러모로 그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겠습니까?”


노재명은 단장의 의도는 분명했다. 만만해 보이는 명훈을 잘 구슬려 총알받이로 이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날 철저히 애송이 취급하는군. 감독 자리를 준다고만 하면 내가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명훈은 야구마스터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속을 뻔히 알 수 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노재명 단장의 정보를 확인했다.


‘알바트로스 노재명 정보 확인’


[성명 : 노재명] [나이 : 48] [키 : 175cm] [체중 : 80kg]

[보직 : 알바트로스 단장] [특성 : 무] [컨디션 : 중]

[상태 : 박명훈을 이용해 지금의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역시 그렇군. 좋아. 이용당하는 척 해주지. 대신 받아 낼 건 받아내야겠어.’


명훈을 일부러 더욱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제가 전권을 맡으면 5할 정도야 충분히 가능합니다.”


명훈의 그런 연기가 통했다.


‘큭, 생각보다 더 애송이였군.’


노재명 단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 역시 그렇군요. 잘 결정하셨습니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감히 애송이 주제에 조건을 걸어?’


명훈의 대답에 화색을 표하던 노재명 단장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아까 전에도 말했듯이 이번 시즌은 구단에서 더 이상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명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종류의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저 한 가지 약속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제 권한에 대해 일절 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 말이죠.”

“그게 무슨?”

“월권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선수의 선발이라던 지 선수들의 1,2군행 같은 기본적인 감독의 권한을 제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노재명 단장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것은 당연히 감독의 고유 권한 아닙니까. 구단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지요. 하하.”

“절대로 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감독의 권한에 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오늘 일을 팬들에게 밝히고 사퇴하겠습니다.”


단호한 태도로 재차 확인을 받는 명훈의 태도에 자신이 무언가 놓친 게 있나 고민을 하던 노재명 단장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넘치던 명훈의 표정을 떠올리곤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안심하시고 남은 시즌 동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 주세요. 그럼 후반기 5할 승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구단에서 알아서 잘 홍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대행님은 이후에 저희가 추천해드린 기자와 간단한 인터뷰 한번만 응해주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은 이쪽 전문 아니겠습니까? 하하.”


아무래도 노재명 단장은 대대적으로 일을 퍼트려서 팬들의 관심이 모조리 명훈을 향하도록 하려는 속셈인 듯 했다. 거기다가 구단에서 데려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라는 것을 보니 명훈을 무척이나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자기들 입맛대로 기사를 써내려갈게 분명했다.


“이거 참. 저를 위해서 알아서 일처리를 해주신다니 고마울 뿐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쭉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끝까지 철저히 속아 넘어간 척 어수룩한 연기를 하는 명훈이었다. 명훈의 그런 모습에 노재명 단장은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은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최근 모신 감독님 중에서 가장 말이 잘 통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하하.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하지요.”


‘퍽이나 그러시겠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터지면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릴 거라는 걸 모를 줄 알아? 이번 한번만 속아주마. 더러운 자식!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게 말들어주겠어.’


그렇게 극적인 반전을 때를 준비하는 명훈이었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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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5.06 08:55
    No. 1

    맞게 --> 맡게
    극적인 반전을 때를 준비하는 -->
    극적인 반전을 준비하는 //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는 //
    극적인 반전의 때를 기대하는 //
    극적인 반전을 기다리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6 치매소유자
    작성일
    18.05.07 08:10
    No. 2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공모전 이후 반드시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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