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나디아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버린 나디아를 어깨에 들쳐맨 준의 다른 어깨에 흑아가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자 준이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 한다. 북악산 산자락을 타고 자신의 집에 도착한 준이 나디아를 한 방의 통으로 된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히고는 예의 재질을 알 수 없는 케이블 타이로 나디아의 양손과 발을 철로 된 침대의 난간에 고정 한다.
“ 한 동안 정신을 못차리겠군. 도대체 마탄과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 하군. 일단 마탄을 불러 직접 물어 보는 것이 낫겠지. ”
그 때 방을 나서다 집으로 들어서는 훈과 마주치자 훈이 웃음을 짓는다.
“ 바람을 잘 쐬셨어요? ”
“ 아니, 방해자들이 있어서 조금 뛰다 왔다. 이리로 잠시 들어와 봐라. ”
준이 자신이 방금 나온 방에 훈을 데리고 들어서자 훈이 침대에 결박되어져 있는 동양계 여자를 보고 흠칫 놀란다.
“ 누구예요? ”
“ 일루미나티에서 나를 잡으러 보낸 수퍼 솔져 중 한명 이다. ”
준이 훈에게 두 명의 수퍼 솔져와의 대결과 한 수퍼 솔져의 최후에 대해 설명을 마치자 훈이 한숨을 내 뱉는다.
“ 후우! 도대체 사람을 저리 만들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그나 저나 저 아가씨가 마탄을 안다구요? ”
“ 우리가 아는 마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태국 출신에 나무막대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문득 마탄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일단 데리고 왔다. ”
“ 그렇잖아도 저희 모임이 곧 있을 예정 인데 마탄을 먼저 부를까요? ”
“ 그래, 정말 저 여자가 죽기 전에 되뇌인 이름이 우리가 아는 마탄이 맞다면 안 죽이고 데려온 것이 천만 다행이 되는 것이지. ”
“ 으으음 으음 ”
머리가 쪼개 지는 것 같은 기분과 타는 목마름에 겨우 눈을 뜬 나디아가 낯선 천장과 방 안의 정경을 보고는 침음성을 낸다.
“ 30분을 절대 전부 다 쓰지 말라고 그토록 신신당부한 이유가 이런 것 이었군. 그런데, 아넬도 잡혀 온 것인가? ”
“ 아니! 네가 말한 아넬이라는 자는 처참하게 죽었다. 물론 내가 손 쓸 필요도 없이 스스로 죽어 가더군. ”
언제 나타났는지 자신의 목표 였던 자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 넌 네 심장에 스스로 찔러 넣은 주사액의 힘으로 정상으로 돌아 왔지만 네 동료는 30분의 수퍼 솔져로써의 힘을 다 소진한 후 온 몸의 뼈가 뒤틀리며 칠공에서 피를 뿜어 내며 절명 했다. ”
“ 후후후! 그게 내가 선택한 내 운명이다. 나 또한 그리 스러져갈 것을 알고 있기에 후회는 없다. 그런데, 왜 나를 살려 두는 것이지? 나한테 얻을 것이 없을 텐데 말이다. ”
“ 네가 주사기를 심장에 찔러 넣은 직후 되뇌인 이름이 낯익은 이름이어서 확인을 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네가 말한 사람이 맞는지를 말이다. ”
“ 내가? 아, 마탄을 나도 모르게 찾은 모양이군. ”
“ 그래, 마탄! 네가 말한 마탄이라는 사람과는 어떤 관계 인가? ”
“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인가? 난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수퍼 솔져의 삶을 택했다. 다 부질 없는 짓이다. 그저 죽기 전에 한번 보고 갔으면 하는 사람일 뿐. ”
“ 시간은 많다! ”
“ 물 한잔만 마실 수 있겠는가? ”
“ 물론! ”
준이 나디아의 양 발목과 팔목에 채워진 케이블 타이를 풀러 주고는 방 한켠 탁자위에 놓인 주전자의 물을 컵에 따라 나디아에게 가져다 준다.
“ 경고 하지만 이미 경험해 보았듯이 네가 수퍼 솔져로 변신을 하더라도 나를 이길 수 없다. 섣불리 행동 하지 말기를.... ”
“ 안다! 내가 수퍼 솔져의 힘을 쏟아 부어도 너를 이길 수 없었음을. 그런데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왜 조직에서 너를 애타게 찾아 데려 가려는 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
“ 모른다. 너희 조직이 왜 나를 찾고 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혹시 아는 것이 있는가? ”
“ 우리 수퍼 솔져의 치명적인 약점이 너도 보았다시피 그 초월적인 힘을 단 30분 밖에 사용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30분이 넘게 그 힘을 사용 하면 네가 본 주사기를 심장에 주사 해야 하고 그 후 반나절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만일 제때 심장에 주사기를 꽂지 못한다면 네가 본 아넬과 같은 최후를 맞이 한다는 것이다. 그마나 나와 아넬이 다른 수퍼 솔져에 비해 30분으로 최장 시간 그 힘을 유지 할 수 있었다. ”
손에 든 컵을 다시 입에 가져가 한 모금을 물을 마신 나디아가 다시 말을 이어 간다.
“ 너를 데려 가면 그 약점을 보완 하여 완벽한 수퍼 솔져를 탄생 시킬 수 있다고 들었다. ”
“ 그럼 나를 잡아가 너희들의 약점을 보완 할 수 있게 생체 실험이라도 하겠다는 거로군. 후후후! ”
“ 지금 아넬과 내가 파견 나온 지 만 하루가 지났다면 조직에서 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만 나를 풀어 주는 것이 네 신상에도 이로울 것이다. ”
“ 아니! 내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있는 네 조직의 수장을 찾아 나설 것이다. ”
그때 방 문이 열리며 훈이 안으로 들어서다 침대에 앉아 있는 나디아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인다.
“ 캡틴! 데려 왔어요. ”
“ 들여 보내라! ”
훈이 다시 방을 나가 누군가와 함께 들어오며 준을 향해 입을 연다.
“ 무슨 일인데 나만 따로 보자는 거예요? 응? ”
방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다 침대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 붙은 듯 시선을 고정 시킨다.
“ 역시 마탄이 아는 여인이 맞구나. 훈, 우리는 잠시 자리를 비켜 주자꾸나. ”
나디아 역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고 갔으면 생각만 했던 사람이 자신의 앞에 서자 어색한 얼굴로 연신 물을 들이킨다.
“ 마탄! 이야기 다 마치고 보자. ”
“ 캐, 캡틴! 어떻게 나디아가 여기에...... ? ”
“ 직접 물어 보거라. ”
준과 훈이 방을 나서며 문을 닫자 마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는다.
“ 아, 안녕, 나디아! ”
“ 안녕, 마탄! ”
짧은 인사 후에 어색한 침묵이 방안을 감싸 돌자 마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물 주전자를 들며 입을 연다.
“ 물 더 줄까? ”
“ 응, 조금만.... ”
나디아가 내민 컵에 주전자를 기울여 잔을 채워준 후 마탄이 주전자에 입을 대고는 벌컥 벌컥 물을 들이킨다.
“ 참 오랜만이네. ”
“ 그, 그래, 한 십년이 넘었지, 아마! ”
“ 정확히 십 년하고 5개월 10일 이야. 이 나무막대기 같은 놈아! ”
“ 맞아, 나무막대기..... ”
오랜만에 들은 나무막대기라는 별명에 마탄이 웃음 짓자 나디아의 굳은 표정에도 살며시 웃음이 떠오른다.
약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탄이 얼굴에 한 가득 미소를 짓고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 있는 준과 훈 앞에 선다.
“ 방금 잠들었어요. ”
상기된 표정으로 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준과 훈이 마시고 있던 로얄샬루트 양주병을 들어 자신의 잔을 채운다.
“ 너 술 끊은지 십년도 넘었다고 했잖아? ”
“ 후후! 내가 술을 끊게 만든 존재가 다시 나타났는데 한 잔 안 할 수가 없네. ”
“ 그래, 마셔라! ”
준이 자신의 잔을 내밀자 마탄이 잔을 들어 부딪치고는 단숨에 입에 털어 넣는다.
“ 캡틴이 살려 주셨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감사 합니다! ”
“ 저 여자의 입에서 네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
“ 마탄! 저 아름다운 아가씨와 너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관계야? 아나톨리가 봤다면 아마 무지 놀렸을텐데 말이야. ”
마탄이 말없이 다시 병을 들어 잔을 채우고는 다시 원샷으로 잔을 비우고 훈과 준의 잔을 채워준다.
“ 어릴 때 한 마을에서 자라 한 스승 밑에서 무에타이를 수련 하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었다. ”
마탄의 읊조리는 듯한 말에 준과 훈이 귀를 기울인다.
“ 내 평생을 통틀어 유일하게 정을 준 여자 였고 남은 평생을 홀로 살 생각을 먹게 만들었던 여자이기도 하고...... ”
“ 그런데 어떻게 일루미나티의 비밀 병기가 되어 나타난 거야? ”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나디아가 네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런 촌구석에서 무에타이나 연마하고 나중에 잘 되어야 도장 하나 차려 구차 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말이야. 그 때 당시 나디아의 무에타이 실력은 나 못지 않았고 여기 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들어오던 상황 이었거든. ”
“ 하기 저 정도 미모에 뛰어난 무에타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라는 곳이 많긴 했을 것 같다. ”
“ 그 때 당시에 난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동생들이 있었기에 나디아의 말을 따를 수가 없었어. 어느 날 나디아가 내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는 마을을 떠났을 때 한 달 정도를 술에 절어 폐인 생활을 하다가 겨우 술을 끊고 정신을 차렸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술을 끊었었지. ”
다시 잔을 들어 술을 삼킨 마탄의 빈 잔을 준이 채워 준다.
“ 미국에 여자 격투가들의 비밀 경기에 연이 닿아 그 곳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을 때 일루미나티에서 제안이 들어 왔대. 어마어마한 연봉과 현재의 과학을 총 동원하여 수퍼 솔져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에 나디아가 응한 모양이더군. 수 많은 사람들이 수퍼 솔져 프로젝트에 응했는데 죽기도 많이 죽고 폐인이 된 경우도 많았다고 하더군. ”
“ 거기에서 살아 남아 이렇게 임무를 수행 하러 나왔다면 나디아라는 여자가 대단한 사람이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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