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움직이는 그림자 (6)
저 뒤에 자신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두 군인을 향해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하자 두 군인이 신형을 돌려 저 멀리 사라진다.
“ 헤이. 팔로우 미! ”
박선호가 흥분된 어조로 트레킹 코스를 벗어나 산길로 올라서자 금발의 여인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 본다.
“ 저기, 저기에 콜드 드링크 바, OK? "
박선호의 재촉에 여인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따라 오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 간다.
“ Hey, where are you going now? ( 이봐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
이미 인적이 드문 산 속으로 들어온 박선호가 신형을 돌리며 거칠게 금발 미인의 팔목을 잡아 챈다.
“ 이리와, 이년아! 크크크. ”
당연히 겁에 질려 떨어야 할 금발 미인의 입가에 떠오른 차가운 미소를 보는 순간 박선호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 뭐야? 나를 유인하....... ”
자신에게 팔을 잡힌 여인의 몸이 크게 회전을 하며 손을 뿌리 치더니 연이어 돌아온 왼편 팔꿈치가 박선호의 관자놀이를 강타 한다.
“ 크으으윽 이런 개, 개 같은..... ”
단 한방에 정신을 놓아 버린 박선호의 뒤에 훈이 모습을 드러낸다.
“ 참 웃기는 놈이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외국인을 강간 하려 하다니.... 권력이 있어서 괜찮은가? ”
“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바로 목을 꺾어 버려야 하는데.....캡틴 때문에 참는다. ”
“ 잘 참았어, 아닐! ”
훈이 널부러진 박선호를 어깨에 들쳐 메고는 아닐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산등성이를 넘기 시작 한다.
****
“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야? 엉! ”
우상훈 민정수석이 자신의 책상을 두 손으로 내리치며 자신에게 보고를 하는 민정 수석실 직원에게 고함을 지른다.
“ 그, 그게 각하 께서 오늘 아침 8시에 국방부 장관님을 뵙기로 하였는데 10시가 넘도록 연락이 안 되어 저희에게 행적을 수소문 하라는 지시가 내려 왔습니다. 그래서, 백방으로 한 장관님의 행방을 찾았으나 오리무중 이었습니다. 핸드폰도 꺼져 있는 상태이고..... ”
“ 마지막으로 핸드폰이 꺼진 곳이 어디야? ”
“ 한 장관님의 집 근처입니다. ”
“ 운전기사는? ”
“ 어제 저녁 11시 30분경 집 근처에서 내려 걸어 가시는 것을 본 것이 마지막 이었다고 합니다. 장관님의 지시로 아침 6시까지 자택 앞에서 대기 했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아 집으로 찾아 가니 어제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
우상훈 민정수석이 직원의 보고에 다시 고함을 치려는 찰나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 누구야? ”
“ 박팀장입니다. ”
“ 들어와! 자네는 지금부터 국정원과 기무사, 검찰과 경찰에 국방장관의 실종을 알리고 최대한 그 행적을 추적해. 계속 실시간으로 보고 하고! ”
“ 네, 알겠습니다. ”
민정수석실 산하 직원이 급히 방을 나서자 박찬열 팀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방문을 닫고는 우수석 앞에 선다.
“ 이야기 들었나? 한 장관이 실종 된 것? ”
“ 방금 듣고 왔습니다. 그런데, 한 장관님만 실종 되신 것이 아닙니다. ”
“ 뭐라고? 또 누가? ”
“ 박선호 기무사령관 또한 오늘 새벽 조깅 할 때 실종 되었다고 합니다. ”
“ 뭐, 박선호가? 그 놈 항상 특전사 대위 출신 보디 가드 두 명을 항상 대동하고 다녔잖아? ”
“ 그게..... ”
“ 더듬 거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해! ”
“ 오늘 새벽에 조깅을 할 때 박사령관이 외국인 여자 하나를 따라 가면서 두 보디가드를 뒤로 물렸다고 합니다. ”
“ 이런 개새끼가 또? 지난 번 강간 건도 겨우 무마 시켰는데..... ”
“ 두 보디 가드를 뒤로 물리고 난 후 산 속으로 외국인 여자를 끌고 들어 간 후 두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다 뒤늦게 찾아 나섰으나 찾는데 실패 했다고 합니다. ”
박팀장의 보고에 자리에 앉은 우수석이 생각을 정리 하기 시작 한다.
‘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이 동시에 실종 되었다? 우연일까? 아니 절대 우연이 아니지.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이 동시에 없어 지면 무슨 일이 생기지? 이런......! ’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우수석이 급하게 옷을 걸치고는 책상위의 전화기를 든다.
“ 각하! 접니다. 지금 긴급히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지금 바로 출발 하겠습니다. ”
우수석이 방을 나서며 박팀장에게 지시를 한다.
“ 지금부터 박팀장팀은 한영철이와 박선호 두 인간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두 인간이 동일한 단체에 납치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산, 인원 상관 하지 말고 전력 투구 하고 실시간 보고 하도록! ”
급하게 대통령 관저를 향하는 차에 몸을 실은 우수석이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대통령께 보고할 내용을 정리 한다.
‘ 분명 계엄을 막으려는 거야.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 문제야. 두 멍청이가 없다면 국방부 차관과 부사령관에게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데 D-day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 과연 누가 우리의 계획을 알고 방해를 하려는 걸까? ’
차에서 급히 내린 우수석이 자신을 기다리는 대통령 관저 내 접객실에 들어 선다.
“ 각하! ”
우수석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현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박석근 대통령이 정장 차림으로 한 손을 들어 답례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 난다.
“ 가서 이야기 하지! ”
박대통령이 말을 마치고 앞장을 서자 그 뒤를 우수석이 조용히 따른다. 긴 복도를 한참 지나 복도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문 하나를 열고 들어 가는 박대통령의 뒤를 우수석이 따르고 밖을 한차례 내다 보며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닫아 건다.
“ 이야기 해 보게! ”
자그마한 방 가운데 위치한 소파에 자리를 잡을 박대통령이 입을 열자 반대편에 우수석이 앉아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의 실종 소식을 전한다.
“ 으흠! 목표는 계엄의 저지 인가? ”
“ 저도 그렇게 생각 하고 있습니다! ”
“ 대안은? ”
“ 일단 두 사람의 공석이 확인되면 국방부차관과 기무부사령관에게 권한이 넘어 갑니다. 그런데, 이 둘이 비상 계엄 관련 하여 알고 있는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긴급히 이 둘을 소집하여 현재 진행 되어지고 있는 것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 해야 합니다. ”
“ 얼마나 걸리겠나? ”
“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 天 (천) ’에게 알려 D-day를 늦추어야 합니다. 각하! ”
“ 안되네!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天’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의 사정으로 늦출 수는 없네. ”
“ 각하! 너무 무리하게 진행 하다가는 군과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
“ 어차피 비상계엄이야. 이번 한번 뿐이네. ”
“ 각하! 일단 제가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
“ 연락을 하되 연기는 안되네. 난 강행 하겠네. ”
****
“ ‘上’ 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
카단이 자신의 아버지인 신조 총리와 가스미가셰키 내 최고급 요정 내 최심처 밀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 ”
“ 上의 세 날개 중 하나가 꺾였다고 합니다. D-day를 늦추어 달라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
“ 빠가야로! 절대 안된다. ”
“ 저도 절대 불가 하다고 이미 통보 하였습니다. ”
“ 지금 우리 대 일본제국의 서부방면대 보통과연대 특수 부대 및 일본 내 최정예 SWAT 특수 기동대, 특전사, 해병자위대 특수 부대 등 한반도 선발 침투조가 5일 후에 한국의 주요 시설을 점거 하기 위해 출발 한다. 절대 시간을 늦출 수는 없다. ”
“ 저도 그리 알렸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한 후 그 결과를 알려 주기로 하였습니다. ”
“ 앞으로 일주일 후 우리 열도를 대체할 한반도를 우리의 그림자 안에 완벽히 가둘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이제 우리 앞길에는 승리 만이 있을 뿐이다. ”
밀실 전면 벽을 꽉 채운 욱일승천기에 열망에 찬 눈길을 던지는 두 부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가 밀실을 메우기 시작 한다.
“ 이런 미친 놈들이..... ”
지나가 보내온 카단과 신조의 대화 내용을 들은 준이 이를 부득 갈며 자신의 전화기를 든다.
“ 지나, 나다! ”
“ 캡틴! ”
“ 내가 보내 준 장치는? ”
“ 받았고 드론으로 메인 서버의 위치는 파악 했어. 오전 중에 부착 가능해! ”
“ 부착 완료 되면 최대한 빨리 연락 줘. 일이 급하게 되었다. ”
“ 알았어! ”
지나와의 통화를 끝낸 준이 책상에 놓인 다른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 박이사님! 이국장님과 지금 바로 뵈었으면 합니다. ”
****
가스미가셰키 총리부 빌딩의 지하 공조시설을 한 마리 자그마한 잠자리가 어딘가로 향한다. 얼핏 보면 잠자리 같은 모양의 자그마한 드론의 6개의 다리에 검은색 바둑알 모양의 무엇인가를 감싸 안은 채 공조 터널의 저 밑 심처로 아무런 방해 없이 비행을 시작 한다.
“ 깊기도 깊군! ”
잠자리 드론을 조정 하여 한 없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 가는 드론의 카메라로 송출되는 화면을 보고 있던 지나의 눈에 이채가 떠오른다.
“ 여기에서 오른쪽 잠시 후 왼쪽, 그리고...... ”
지나가 컴퓨터 메인서버가 위치한 방을 확인한 후 적은 메모를 보고는 미로와 같이 복잡한 공조 터널을 거침 없이 잠자리 드론이 날아 가기 시작 한다.
“ 찾았다! ”
지나의 눈 앞 화면에 검은 본체 수십 대가 뜨거운 열기를 내 뿜고 있는 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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