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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박수무당 갱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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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경
작품등록일 :
2018.04.09 10:15
최근연재일 :
2018.08.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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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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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그해 여름 (6)

DUMMY

모화의 오두막으로 스님이 조심스레 들어섰다.

바스락 소리에도 득달같이 달려 나와 광기를 부리지 않을까 염려했던 모화가 온데 간 데 없다.

제법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스님이 우뚝 멈추어 서서 동철에게 손짓을 했다.

가까이 오지마라는 신호였다.

무슨 낌새라도 챈 것일까?

중광스님의 안광이 매섭게 좌우를 훑었다.

휘이잉

때 아닌 서늘한 바람 한줄기가 일었다. 오싹했다.

부적을 그리듯 허공에 비방을 놓는 스님의 폼 새가 귀기를 걷어내려는 듯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악령과 요괴를 퇴마한다는 스승님 이셨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본적은 없는 동철이기에 덩달아 눈빛이 떨려왔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쏙 빼고 있는 동철은 심장소리에 박자를 맞췄다.

하나, 둘, 셋.

예견한 동철의 구령에 맞추어 스님이 움직이고 있다.


육중한 발걸음이 방문 앞에 딱 멈춰 섰다.

모화무당의 신당.

큰 자물쇠가 잠겨있어 동철이 실패하고 돌아선 바로 그 곳이었다.

휙 휘이익

검지와 중지를 묶은 스님의 절도 있는 손동작이 신당 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파르르

문풍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한가 싶더니 벌컥 문이 열렸다.

“흡!”

고개를 쭉 빼고 내다보던 동철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모화였다.

등을 보이고 앉은 이는 틀림없이 모화무당이 맞았다.

그런데

움직임이 없다.

저 정도의 소리라면 가만히 정좌하고 앉았을 모화가 아니었다.

먼발치서 동철이 이상한 느낌을 받을 그때였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어쩌다 이런 횡액을. 성불하십시오.”

서둘러 중광스님이 합장을 했다.

“한발 늦었습니다. 졸지에 가셨군요. 너무 한스러워말고 한번 왔다 가는 여생. 혼자였다 부디 서러워 마시기를.”

스님의 인사와 동시에 모화무당이 기다렸다는 듯 왼쪽으로 툭 넘어갔다.

“못 풀고 못 전한 말이 있거들랑 지금이라도 술술 뱉어내고 미련 없이 훌훌 털어 극락왕생 길 받잡아 가십시오. 훠어이”

망자를 위한 덕담 한마디를 얹고 재빨리 육신에 남아있는 혼의 기운을 감지하는 스님이다.

스님의 손동작이 다급해 지기 시작했다.

생혼이 남아있을 때 따져 물어야 했다.

완전한 영의 상태로 접어들면 상황이 바뀌어 버리기 십상 이었다.

“만신님께서 어이하여 어린 남아의 눈알을 가지셨답니까? 어디에 쓰실 요량이었는지요?”

“.......”

모화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저 육신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저 멀뚱히 내려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황망한 눈길이 된 모화영가는 신당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스님이 주의 깊게 모화영가를 살폈다.

마음은 다급하나 억지 여유를 부리는 스님이다.

신당 안을 빙빙 돌고 있는 모화에게 스님은 짐짓 툭 던지듯이 말을 건넸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일평생을 비비고 동고동락 한 곳인데 어찌 눈 에 안 밟히겠소. 실컷 둘러보시구려. 내 만신님 돌아가시는 길 섭섭지 않게 잘 닦아 보내드릴 터이니”

모화의 눈빛이 반짝했다.

스님이 긴장했다.

때를 잘 잡아야 했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었다.

자칫하다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죽은 자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각에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인간이 영가로 변질되는 순간 의식의 형평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맺혀있는 편협적인 고집을 내세우거나 죽음에 직면 할 때의 기억만 반복하는 것이 통상이었다.

그들과의 진정한 대화란 불가한 것에 가까웠다.

어쨌든 어르고 달래야했다.

마지막 인간의 기질이 남았을 때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때다.

더 늦으면 낭패다.

모화를 위한 구성진 송가를 읊는 중광 스님이다.

“애달프고 애달프다. 우리만신. 천하를 내 집처럼 호령하고 부리던 옛 시절은 꿈이런가. 인생지사 일장춘몽 그립다 말을 마오.”

모화가 철퍼덕 중광스님 앞에 앉았다.


딴에도 간만에 대접 받으며 송가에 저승길까지 닦아준다니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보시오, 법사양반. 남아 눈깔이라 했소?”

“예, 그리 물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사연 많고 애환 많은 내 신세야. 내 말 좀 들어보소. 내가 그 것을 가지려고 가진 것이 아니라, 내 입으로 차마 다 말을 못 하것소.”

“예, 예. 원지고 한진 속에 것들, 천천히 쉬어가며 풀어보시구려. 내 다 들어 드리리다.”

“내가 신령님 전에 말씀 받잡아 병상에 누운 사람 일으키고, 죽어가는 놈도 살려내어 궂은일 험한 일 마다않고 한길 같이 신 제자의 길을 걸었지요.”

“그럼요, 어련하셨겠습니까.”

“날라 가는 화살이 무서울 쏘냐 힘껏 잡아채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신령님 공덕과 원력으로 참 무당 되어 딱한 중생 도와주고 구하고자 이 악물고 동분서주 했습니다.”

“옳다구나, 얼쑤”

“그랬는데, 그랬는데. 오갈 데 없는 애물단지 진찬이년을 신딸이라고 거두었더니, 그 것이 은혜는 고사하고 내 등에 칼을 꽂고 망쪼난 신줄력을 만들어 버렸지 뭐랍니까?”

“어쩌나, 하늘아래 이런 일이 원통하고 절통하다.”

중광스님의 맞장단에 신이 난 모화무당은 신바람이 입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소문은 빨랐다.

모화의 신당이 동티나서 떴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누구의 입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쏜살같은 일 이었다.

드나들던 발길은 뚝 끊기고 말았다.

반 탈신지경에 이른 모화가 그 사실을 숨길 겨를조차 없었다.

모든 것은 정말 한 순간 이었다.

그러나

여파는 오래 갔다.

온 동네를 뒤덮은 모화의 아작 나버린 무당인생이 한동안 마을의 큰 이야기거리였으니 말이다.

인간의 흥망성쇠는 유수와 같다 했던가.

아무리 덧없다 하지만 이토록 허망 할 수는 없을 일이었다.

모화를 찾는 사람은 그 날 이후 아무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용궁대감도 제자 알기를 우습게 아시는지 불러도 대답이 영 신통치 않았다.

어쩌다 타지에서 자자했던 명성 듣고 찾아 온 손님이 들라치면, 그 유쾌하고 통쾌하던 점사를 뽑아내던 솜씨는 어디로 가고 버벅대기가 일쑤였다.

찾는 이 없고 발길 하는 이 없는 무당집은 빛 좋은 개살구 보다 못했다.

개살구는 거둬다 약에라도 쓸 일이지.

점점 궁핍해져가는 살림에 모화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어쩔 수 없이 낯선 동네를 돌며 모화는 선무당 행세를 했다.

갓 무불 통신한 애동인냥 하며 점사를 봐주고 곡식 말이라도 얻어와 연명을 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때 알게 된 이가 유진과 그의 엄마 화자였다.

화자는 선창가 작부였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

술이 거나하게 된 화자가 모화를 찾아왔다.

“보살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어떡하면 좋을까요? 굿이라도 크게 한판 하면 저 살 수 있을까요?”

화자가 병중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알았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술 담배 끊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될 일이지요. 굿한다고 다 되는 일은 없어요.”

이미 얼굴에 병색이 짙게 드리운 화자였다.

“에게, 그래요? 굿 그것도 별 거 아니네? 굿 만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쳇.”

“모든 일의 시작은 마음입니다. 우선 마음부터 단단히 먹고 그 다음 굿을 하던 살풀이를 하든지가 순서지요”

“에고, 보살님 그냥 해 본 말인데 너무 진지하시다? 어머, 저 표정 좀 봐!”

“.......”

“호호호 농담 이예요. 농담. 아 이고 웃겨라, 하하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한참을 깔깔대던 화자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보살님, 제 아들 유진이가 이상해요. 귀신을 본대요. 나보고 얼마 안 있어 죽을 거라고 말 하더라고요. 저승사자가 저한테 그렇게 말했다나 뭐래나? 훗, 웃기죠, 신기하죠?”

“아들이라니, 무슨 아들이요?”

화자가 병중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알았다.

“아, 제가 숨기고 말을 안 해서 아무도 모르는데, 비밀이에요. 사실 아들이 하나 있어요. 이름이 유진이거든요. 귀신들이랑 대화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언제부터 그랬답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흔히 있는 빙의라 여긴 모화는 덤덤히 반문했다.

어미가 이럴진대 안 봐도 빤한 일 이었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에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외로움은 종종 큰 병을 낳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귀신을 불러들여 귀신에게 잠식당하는 사례를 무수히 보아온 모화였다.

그러나

화자의 대답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모르긴 해도 태어날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기 때 나를 빤히 보는 눈빛이 아주 소름 돋곤 했거든요. 말문을 텄을 때부터 아주 장난도 아니었죠.”

“장난이 아니라니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누구랑 있었는지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다음날 찾아 올 손님 인상착의까지 알아맞히더라니 까요. 제가 얼마나 소름 돋았겠어요?”

“지..지금 그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갑자기 솔깃 하는 모화다.

귀신을 보는 눈.

그것도 태생적으로 영안을 타고 난 아이란 말이지.

모화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열기가 어렸다

“학교도 다닐 수 없고 고아원이나 보육원에서도 사흘이 머다 하고 쫓겨나니 집구석에 꽁꽁 숨겨 놓을 수밖에 나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미도 아이도 보통일이 아니로세.”

건성 말을 던진 모화는 화자의 말에 따라 들어갈 기세로 견주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본들, 놀림이나 받고 아무도 옆에 안 오려고 하니 뭐, 게다가 귀신까지 본다는데 누가 좋아 하겠어요? 저 신세도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모화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있는 밑천 없는 밑천 탈탈 털어 바닥난 신명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신령님, 대신님, 장군님, 불사할머니 제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감았던 눈을 찡그리며 모화가 말했다.

“자..잠깐, 아이 눈 색깔이?”

“네, 맞아요. 눈알이 파래요. 어머! 정말 무당은 무당이네. 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딱 알아맞힌대요?”

“다 신령님의 뜻입니다.”

순식간에 여유와 희망을 찾은 모화가 되물었다.

“푸른 눈은 언제부터 그런 겁니까?”

“그게, 유진이가 혼혈이기도 하지만 원래는 그러지 않았어요. 차츰차츰 변하더니 지금은 완전 짙은 파란색깔이 되어버렸어요.”

“짙은 푸른빛의 눈이라.....”

말 꼬리를 흐리며 시간벌이를 하는 모화는 한껏 긴장하고 있었다.

모화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아드님을 어떻게 하실 작정이신가요?”

“후우,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저야 이러다 죽고 말면 그뿐이지만 천지간에 아무도 돌봐줄 사람 없는 유진 이를 생각하면. 흑”

“정말 아무도 없습니까?”

“네, 사방팔방 둘러봐도 없습니다. 개미새끼 한 마리 없어요! 정상이기라도 하면 고아원으로 보낼 수 있으련만.”

울먹이는 화자에게 가까이 다가간 모화가 낮게 말했다.

“내가 유진 이를 한번 만나 볼까요?”

“네에? 보살님이요, 무슨....일로?”

“딱하기도 딱하고. 혹시 알겠습니까? 저나 나나 평범하지 못한 모진 팔자를 타고 났지만 인연이 닿을지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인연, 인연이라면? 잘 하면 돌 봐 주실 수도 있다는 말씀 아닌가요?”

모화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내일 당장 유진 이를 데려와 보도록 하십시오.”

“내일이라고요?”

“어미나 아이나 한시가 급한 거 같은데 미루어 뭣 하려고요.”

“꺄아, 야호. 감사합니다. 보살님! 정말 감사합니다.”

화자는 덩실덩실 춤을 출 기세로 들썩이며 좋아했다.

“아직 알 수 없으니 너무 앞서 가지는 마십시오.”

“네...에? 알 수 없다니요?”

“뭐, 웬만하면 내가 거두겠지만 이 또한 신의 뜻인지라 신의 의중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화자는 술기운이 싹 가신 얼굴로 발딱 일어나 신당을 향해 제법 폼 나는 큰절을 올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천지신명님. 제 아들 유진이, 불쌍한 유진 이를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빌겠습니다.”

두 손을 맞잡고 마음을 모으는 화자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화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화는 가슴이 뭉클해 왔다.

신령님. 저를 아주 버리지는 않으셨군요.

모화는 모화대로 가슴으로 눈물바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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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고작 그것 때문에 18.08.10 73 8 11쪽
45 #45. 음, 머리숱이 섭섭한 양반하고 마제라? +1 18.08.04 118 9 12쪽
44 #44. 좋은 귀신 나쁜 귀신 +2 18.08.02 133 8 12쪽
43 #43. 저것이 뭐냐, 신종 사기냐? 18.07.11 202 8 12쪽
42 #42. 이것이 최선이다. +1 18.07.01 234 10 12쪽
41 #41. 고모는 여전히 소녀시네요. +1 18.06.25 264 14 13쪽
40 #40. 형, 조금만 기다려요. +1 18.06.15 321 15 13쪽
39 #39. 내 소관이 아닌 것 같군요 18.06.08 351 19 13쪽
38 #38. 이십년전 그날 18.06.01 390 21 13쪽
37 #37. 약발로는 이만한 게 없지 18.05.29 428 19 12쪽
36 #36. 눈앞의 한사람 18.05.28 429 21 13쪽
35 #35. 외롭다고 귀신을 부르면 쓰나? +1 18.05.27 461 26 13쪽
34 #34. 개안(開眼)과 천이(天耳) 18.05.22 491 24 12쪽
33 #33. 말이좋아 교수고, 부르기좋아 퇴마사지. +1 18.05.19 524 27 12쪽
32 #32. 신이내린 선물이자 명약 +2 18.05.18 589 37 12쪽
31 #31. 나는 니가 부러웠다 18.05.17 594 29 12쪽
30 #30. 두 여자 18.05.16 644 30 12쪽
29 #29. 호림법사 윤은호 +1 18.05.13 701 32 12쪽
28 #28. 숨겨진 비밀 18.05.12 734 31 12쪽
27 #27. 그해 여름 (8) +1 18.05.09 810 29 12쪽
26 #26. 그해 여름 (7) +4 18.05.06 890 32 12쪽
» #25. 그해 여름 (6) 18.05.06 915 27 12쪽
24 #24. 그해 여름 (5) 18.05.05 994 28 12쪽
23 #23. 그해 여름 (4) 18.05.03 1,028 29 13쪽
22 #22. 그해 여름 (3) +1 18.05.01 1,135 32 12쪽
21 #21. 그해 여름 (2) +1 18.04.30 1,203 26 13쪽
20 #20. 그해 여름 (1) +1 18.04.28 1,302 30 12쪽
19 #19. 위험한 거래 18.04.27 1,385 31 13쪽
18 #18. 빙의와 무병사이 +1 18.04.26 1,396 31 13쪽
17 #17. 바로 너로구나! 18.04.23 1,478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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