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시비 인협기仁俠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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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書務
작품등록일 :
2018.04.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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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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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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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5

DUMMY

하수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화통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으하하! 어딜 간다고? 먼저 우리와 좀 더 얘기를 나누고 가야 될 것 같은데?”

이때, 나룡채의 배다리 뒤편으로 수십 척의 배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예의 목소리가 가장 앞의 배에서 잇달아 들려왔다.

“여봐라! 나룡채가 오늘 드디어 귀한 보물을 손에 넣은 모양이다. 우리가 서로 맹약하기를, 장강서로맹은 앞으로 이익도 함께 나누고 어려움도 함께 나누기로 하였다. 장강의 물길을 잡는 어려움을 함께 했으니 이제 복덕福德도 함께 나눠 가져야 될 것 아닌가?”

“그 말이 참으로 이치에 맞고 지극히 당연합니다. 우리 사평파沙坪派는 이장문李庄門과 기꺼이 뜻을 함께 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감히!”

하수는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장강서로맹은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장강상방의 주선으로 겨우 연맹을 하였을 뿐 본래 그들 사이는 서로 다툼과 갈등이 심해서 사사건건 매사에 부딪쳤으며 결코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다. 특히 나룡채와 이장문은 서로 세력이 미치는 범위가 맞닿아 있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하였다. 이장문 하나로도 힘에 겨운데 사평파까지 이장문과 손을 잡고 힘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 되자 하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가 얼핏 보아도 나룡채의 숫자는 백 오십여 명에 불과한데 이장문과 사평파는 대략 삼, 사백여 명은 거뜬히 되어 보였다.

‘빌어먹을, 이제 막 물건을 구했는데 저놈들이 어찌 알고 이렇게 빨리 몰려들었지? 까딱 잘못했다가는 깡그리 떼죽음을 당할 판이다.’

하수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그날 서로 결의結義하며 말하기를, ‘이제부터 형과 아우가 되어 서로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이를 어기면 갈기갈기 찢겨 고기밥이 되기를 원한다.’고 하지 않았소? 이우구李遇丘, 당신이 지금 이같이 행동하는 것은 나룡채주인 우리 형님과 장강서로맹을 배반하겠다는 것이오?”

이우구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탐스런 수염을 만지며 웃었다.

“하하하, 맞지. 맞아. 옛말에 ‘형님께서 하라고 하면, 동생은 시키는 대로 따른다大哥要幹 小弟聽從’고 하지 않던가? 그날 이후 우리가 서로 형제가 되었는데 아우는 왜 이 형님이 말하는 대로 따르지 않는 건가? 만약 지금 그대 형님이 여기에 있었다면 아우인 내가 당연히 그의 말을 들어야겠지.”

하수는 시간을 벌어 기회를 엿보려 했지만 본디 그는 거칠고 배움이 적은 사람이어서 노회한 이우구와 대거리를 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하수가 화가 나 거친 숨을 내쉴 때 이우구는 사평파의 소사첨 邵仕沾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교묘히 배들 사이를 넓혀 나룡채의 수적들을 에워싸려 하였다.

하수는 상대편 배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낌새를 눈치 챘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렇게 우리와 척을 지겠다는 말이지?”

이우구는 하수의 말에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를 들어 휘두르며 말했다.

“보물을 내어놓고 썩 물러가라. 그 물건은 본문의 것이다. 그것은 본래 독비도獨臂刀 전린이 우연히 구해서 내게 주기 위해 갖고 오던 것을 노면객夒面客이 전린을 죽여서 빼앗고, 다시 누군가가 노면객을 독살하여 얻은 것이다. 이제 그 자가 네 손에 죽었을 터이니 물건은 원래 주인이자 전린의 의형제인 내가 갖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독비도가 어디서 보물을 우연히 찾는다는 말이냐? 분명히 그 이전에 ‘천조경天照鏡’을 가진 자를 죽이고···.”

탄도의 말에 이우구, 소사첨, 하수는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하수는 즉시 팔을 들어 탄도의 뺨을 올려붙였다.

“닥쳐! 네놈이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

하수는 탄도가 감히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을 무심코 말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만약 탄도가 평소에 간과 쓸개처럼 하수가 기꺼워하도록 굴지 않았거나, 지금처럼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지 않았다면 당장 마퇴봉으로 탄도의 머리를 그의 몸에 쑤셔 박아 버렸을 지도 몰랐다. 아니 실제로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반쯤 들어 올렸다가 멈칫하고 그만 두기까지 하였다.

이때 뭇 사람들은 ‘천조경’이란 말에 놀라 주위 사람을 쳐다보며 웅성웅성 떠들었다. 천조경은 강호 무림에서 제일가는 보물로 그 비밀을 푸는 자는 곧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천조경이 강호에 등장할 때마다 항상 피바람이 불었고 숱한 고수들이 천조경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죽거나 다쳤으며 심지어 문파가 하룻밤 만에 멸문지환滅門之患을 당해 사라지기도 하였다.

탄도는 뺨을 얻어맞아 얼굴에 붉은 멍이 든 채로 멀뚱히 서 있었다.

“형님···.”

“이! 이 모자란 새끼가, 빌어 쳐 먹을 새끼가!”

하수는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몇 번이나 굴렸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탄도의 경솔한 말 한 마디 때문에 이제 그 누구도 천조경을 가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누군가가 천조경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 나돌게 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 어떤 고수라도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천조경을 빼앗기고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조경이 장강 서쪽에 나타난 이후 지금까지 누구도 ‘보물’이나 ‘그 물건’ 등으로 비유해서 말했을 뿐 이름을 직접 말한 사람이 없었다.

이제 장강 서쪽에 떠도는 소문의 물건이 ‘천조경’임이 알려 진다면 천하의 이목은 당장 여기로 집중될 것이다. 천조경을 가지게 된 사람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그가 천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모든 자를 죽이고 사람들이 결코 찾을 수 없는 심산유곡이나 세외로 재빨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하수가 성질을 내고 있는 사이 이우구는 재빨리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사소첨의 팔을 슬쩍 건드리며 소리 죽여 말했다.

“이보게. 사 장문인. 물건은 이제 우리 소관所管이 아니게 되었다네. ‘우연히 얻을 수는 있으나 억지로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란可遇不可求’ 말이 있지. 지금 설령 그것을 얻을 수는 있다 해도 이미 말이 터져 나온 이상 우리 같은 재주로는 귀물貴物 때문에 따라오는 멸문의 화를 면치 못할 걸세. 말 그대로 ‘진흙 보살이 강을 건너는泥菩薩過河’ 일처럼 어려운 일이란 말일세. 그럴 바에는 차라리 원래 하고자 했던 바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소사첨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귀를 기울였다.

“지금 나룡채 놈들의 대략 절반이 지금 여기에 모여 있다네. 그것도 부채주 담균이 아닌 성질머리 사납고 헤아림이 모자란 하수가 그들을 이끌고 있지. 우리가 여기서 조금만 더 그들을 흔들 수 있다면 아마도 수고는 적게 들이면서 얻는 것은 많을 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이우구는 눈을 번뜩거렸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자들을 모두 풀어서 이참에 나룡채를 아주 결딴내버리자는 말이네.”

소사첨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사巨事를 당겨서?”

“천 번에 한 번 올까 말까하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이네. 지금 바로 준비하시게.”


이우구와 소사첨이 모의를 하는 사이 하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굴렸다.

‘기왕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으로서는 빨리 형님을 만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하수는 마음을 다잡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룡채의 형제들아! 채주님과 나를 믿어라. 여기서 함께 힘을 합쳐 버티면 곧 채주께서 지원군을 이끌고 도와주러 올 것이다. 내가 직접 형님을 모셔오겠다! 탄도 대장을 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를 지켜야 한다.”

이우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으하하하, 나룡채의 아우들이여. 채주의 동생이자 나룡 칠강수의 하나가 지금 너희들을 버려두고 혼자 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잘 생각들 해보게. 하수가 어느 세월에 그의 형을 데려올 것이며, 천조경을 가진 자가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아야지 왜 여기를 다시 온다는 말인가? 천조경이 어떤 보물인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말이야. 하수가 채주를 데리러 가면 과연 채주가 함께 이곳으로 올까? 아니면 깊은 산 속이나 먼 바닷가로 단 둘이 몰래 사라질까? 아니지 아니야. 과연 하수. 그 자가 채주에게 가기나 하는 걸까? 그대들은 그것이 정녕 의심스럽지 않는가?”

이우구의 말은 ‘천조경’이란 말이 나온 이후 술렁이던 나룡채 수적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들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하수와 탄도, 이우구를 차례로 쳐다보며 주위 사람과 계속 말을 주고받았다.

이우구는 자신의 예측대로 일이 되어가자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자, 아우들이여. 우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나 이우구는 결코 천조경에 조그만 욕심도 갖고 있지 않다네. 그런 기보奇寶는 아마도 나 같은 소인의 몫이 아닐 것이야. 천조경? 나룡채주가 가지라고 하게. 하수와 나누어 가지든, 혼자 가지든 알아서 하라고 그래. 하지만 아우들은 천조경 때문에 목숨을 잃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왜 나와 싸워야 하는가? 나는 천조경을 그냥 양보한다고 하였어. 하수, 넌 어서 천조경을 가지고 네 형을 찾아 가거라. 약속하지. 결코 길을 막지 않겠다.”

하수는 이우구의 뜻밖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냐?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하지만! 너는 가되, 다른 사람은 누구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여기서 형제들과 함께 나와 맞서 싸우다 죽던가, 아니면 너 혼자, 아니지. 거기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탄도도 데려가. 그래 둘이서 천조경을 가지고 이 자리를 뜨던지. 선택하도록 해.”

“뭐! 뭐라고?”

“어쩌겠느냐? 다섯을 셀 때까지 대답을 해라. 가겠느냐? 남겠느냐? 하나, 둘···”

하수는 안절부절 못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했다.

“셋, 넷! 다···”

하수는 끝내 이우구가 다섯을 세기 전에 대답했다.

“가겠다. 나는 갈 것이다! 네가 남자라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는 않겠지?”

“으하하. 물론이지.”

이우구는 하수를 두 번 볼일 없다는 태도로 무시하고는 삼첨양인도로 바닥을 소리 나게 쳤다.

“자! 아우들이여, 하수가 물건을 가지고 여기를 떠나면 그대들은 채주에게 보물을 안겨주는 공을 세운 것이니 채주에게 얼굴을 들 면목이 서는 것이네. 목숨을 버리지 않아도 되고, 채주에게 미안한 마음도 덜 수 있다는 말이지.”

나룡채 수적들 중의 하나가 입술을 뗐다.

“왜 우리가 채주님께 미안하다는 겁니까?”

이우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그대들은 이장문의 식솔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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