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시비 인협기仁俠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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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書務
작품등록일 :
2018.04.09 10:22
최근연재일 :
2018.05.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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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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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1

DUMMY

하수가 말문이 막혀 입만 벌리고 있을 때 보자기를 안은 소년이 남자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 아저씨.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남자는 눈을 부라렸다.

“흥! 구해주다니? 누가 누굴? 웃기는 소릴랑 꺼내지도 마. 저놈들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일이지 너 따위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저리 비켜.”

남자의 호통에 놀란 소년이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서자 남자는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꼈다.

“흥! 귀찮은 애새끼들.”

소년이 얼른 몸을 돌려 검은 피를 토하던 사내에게 다가가 그를 돌보는 사이 남자는 북새통의 와중에 도망쳐버린 손님들의 탁자로 가서 술병을 거꾸로 들고 입에 부었다. 시원스런 동작으로 술을 마시던 그는 도중에 술이 떨어지자 술병을 던져버렸다.

“쳇! 이봐. 거기 아무도 없어? 여기 술 좀 더 가져와. 빨리 안 오면 내가 직접 갈 거야. 절름발이가 되고 싶은 놈이 더 있는 건 아니겠지?”

남자의 말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얼른 문에 빗장을 걸었던 영월루의 주인과 점원들은 한참을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다른 이들의 재촉을 못 이겨 마지못해 점원 하나가 문을 빼꼼 열고 나왔는데, 그는 조금씩 다가서면서 이마 아래로 계속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남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여기 따뜻한 홍소육紅燒肉 한 접시하고, 백주白酒 두 병을 차갑게 해서 가져와. 술이 준비되면 술부터 먼저 가져오고.”

점원은 고개를 숙이며 냉큼 문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자가 술과 음식이 나오기를 탁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초주 일행은 슬그머니 수하들은 건사하여 영월루에서 물려나려 하였다.

“저자가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조용히, 그리고 빨리 돌아가자.”

“형님,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초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청산이 있는데 땔감을 걱정하겠는가?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걸세.”

하지만 입 밖에 나온 말과 달리 초주의 속마음은 참담했다.

‘다리가 이미 이 지경에 되었는데, 무슨 다음이 있단 말인가? 어디서 생사괴의生死怪醫라도 만나지 않고서야 어찌 다릴 고친다는 말이야. 그리고 괴팍하기로 유명한 생사괴의가 또 무슨 연고로 나를 고쳐준다는 말인가.’

초주가 침통한 기색으로 앉아서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는 사이, 하수는 원독에 차 사납고 독살스럽게 남자를 쏘아보았고 이에 비해 탄도는 감히 남자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혹시나 그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곁눈질로 눈치만 보았다.

그때, 초주의 눈에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나 점점 커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빠르게 커지더니 어느새 한 남자의 모습이 되었다. 초주는 잠시 동안 자신의 처지도 잊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빠르지?’

남자가 점점 커지자 초주는 놀라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고 곧 지독한 아픔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악! 비오야, 내 다리!”

초주는 달려오던 남자가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면서 오른 어깨를 움찔거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초주의 외침에 남자와 하수, 탄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비오야의 등 뒤에서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렸다.

“비오야다! 비오야가 영월루로 간다. 놓치지 마라!”

탁자에 앉은 남자는 얼굴 가득 기꺼워하는 기색이 만연했는데, 마침 점원이 가져온 백주를 잔 두 개에 나누어 따라 놓고 비오야가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곧 비오야가 특유의 발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수적들임이 분명한 자들이 바닥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고 어제 보았던 탄도와 하수 역시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서쪽으로 돌려서 민강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어디를 가려고? 이제 정말 정신없이 바빠질 테니까 그 전에 숨도 돌릴 겸, 술이나 한 잔 들지?”

말과 함께 술잔이 날아와 비오야의 얼굴 앞에 잠시 동안 머물렀다. 술잔은 제 자리에서 한 호흡 가량을 맴돌다 천천히 비오야의 가슴 밑으로 떨어졌다. 비오야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술잔을 쳐내고는 발끝에 힘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다시 술잔 하나가 빠르게 날아왔는데 이번에는 비오야가 내딛으려는 왼발의 정강이를 향했다. 이때는 마침 비오야가 오른발에 힘을 주어 바닥을 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중이라, 비오야의 왼발이 땅을 디디면 즉시 술잔에 조구혈條口穴을 얻어맞게 되어 있었다. 두 번째 술잔은 기세가 대단하여 여기에 조구혈을 맞았다가는 한 동안 다리가 마비될 것이 틀림없었다. 비오야는 ‘빌어먹을’하는 욕설과 함께 왼발을 허공에 둔 채 재빨리 몸을 뒤집어 마치 공중에 누운 것처럼 등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왼발의 무릎이 하늘을 보게 되었을 때 비오야는 굽혀진 오른발로 땅을 박차며 두 다리를 하늘 위로 올려 거꾸로 섰다가 술잔이 지나가자 두 팔로 바닥을 짚으며 그 반동으로 몸을 똑바로 하였다.

남자는 툴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 자식, 말 참 더럽게 안 듣네. 너 조금 있으면 정말 똥줄이 타도록 열심히 뛰어야해. 그러니 사정 봐 줄 때 이리 와서 술이나 먹던지, 좀 있음 고기 나올 테니 그거나 먹든지 해.”

“너는 누구냐.”

“알면 뭐, 달라질 게 있을 것 같아? 너 이제 도망도 못 가니까 여기 와서 앉아. 귀찮게 구는 것들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비오야가 남자를 노려보며 머뭇거리는 사이 어느새 비오야를 뒤쫓던 사람들이 영월루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비오야가 그들을 노려보다가 별 수 없다는 듯 남자에게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남자는 크게 소리쳐 점원을 부른 뒤 술잔과 고기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점원이 다녀가자 남자는 비오야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너, 제법 빠르다며? 그런데 왜 저치들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어?”

비오야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남자가 고기를 먼저 먹는 것을 보고는 그제야 젓가락을 움직여 홍소육을 먹었다. 맞은편의 남자가 이를 눈치 채고 비오야의 잔을 들고 자신이 마셔버린 다음 다시 술잔을 채워주었다. 비오야는 입가에 술을 살짝 대어 마시는 척을 할 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위를 경계하면서 계속해서 빈틈을 노렸다.

“흥”

“그건 말이지. 이장문과 사평파가 동쪽을, 량강방凉姜幇과 종장사宗場社가 북쪽을, 대웅문과 호거맹, 사소검파, 그리고 병산채와 수부채가 서쪽과 남쪽 길을 모두 막고 있기 때문이지.”

말을 건 사람은 검은 두건을 머리에 쓴 오순의 남자로 흰 머리와 흰 수염이 눈처럼 밝게 빛났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비오야가 제 아무리 발이 빠르다 할지라도 동서남북 사방이 막혀있는데다 맹견猛犬이 냄새를 맡아 쫓으니 어디로 갈 수 있겠소? 좁은 곳을 계속 맴돌 뿐, 그러다가 포위망이 점점 좁아지면 결국 그물에 갇힌 물고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이지.”

“흥, 개새끼들이 겁이 많아 떼로 몰려다니는 꼴이라니.”

비오야의 독설에도 남자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대웅문에 몸을 담고 있는 마馬씨라고 한다오. 그쪽 분은 비오야와 어떤 관계요?”

남자는 마씨의 거리낌 없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큰 잔에 술을 부어 그에게 잔을 던졌다.

“아무 관계도 아니야. 그저 볼 일이 있을 뿐이지. 어이. 거기. 비오야 쫓아다니느라고 땀 좀 흘린 거 같은데 이거라도 마셔. 그 나이에 그 몸을 보니, 꽤나 부지런히 단련을 한 모양이야.”

마씨는 술잔이 날아오는데도 한 방울의 술도 흘러넘치지 않고 자신의 앞에 와서도 한동안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이것 참, 재주가 대단하시오. 이건 뭐라고 하는 수법이오?”

마씨는 넓은 술잔의 술을 단번에 마셔버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에이, 더 큰 술잔을 없소? 이걸로 마른 침이나 삼키겠나. 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들어 마씨에게 던지자 마씨는 얼른 병을 기울여 꿀꺽, 꿀꺽하며 순식간에 술을 마셔버렸다.

“이봐. 마석馬晳.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 비오야를 에워쌌으면 빨리 물건을 확인해야지. 언제까지 노닥거리고 있을 참이야.”

쑥대강이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진 머리털을 대충 녹색 끈으로 묶고 있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커다란 철추鐵鎚를 꺼내어 돌리며 비오야가 앉은 탁자 옆으로 와서 말했다.

“이봐. 이 지네 새끼야.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는지 알아? 이제라도 편히 살고 싶으면 어서 그걸 내놓고 조용히 입 다물고 꺼지라고. 네가 제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이 정도의 문파의 사람들이 모두 합심해서 쫓는데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어? 그러니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고 여기서 끝내도록 하자. 어서 물건을 꺼내놓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철추로 네 머리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시험해보게 될 거다. 눈깔을 굴리며 도망갈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은 거다.”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래? 비오야? 이 정도 되었으면 보물 욕심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비오야는 가는 눈을 치켜뜨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흥, 나는 평생 남의 것을 빼앗고만 살아왔지, 한 번도 내 품 안에 들어온 것을 빼앗긴 적이 없다.”

“이봐, 이봐. 너 그러다 죽어. 얘가 또 욕심이 많네. 생각 없이 구는 것 보니. 제 아무리 좋은 보물도 목숨 날아가면 무슨 소용이야?”

비오야는 남자가 자신을 아이 취급하며 업신여기자 남자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철추를 든 사내는 아까부터 비오야의 곁에서 미주알고주알 말이 많은 남자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때에도 그가 눈치 없이 끼어들자 두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

“너! 이 새끼야. 너는 뭐하는 놈인데, 자꾸 끼어드는 거냐? 지금이라도 이 철추 맛을 보고 싶지 않으면 저 쪽으로 가서 찌그러져 있어라. 이쪽 일엔 아예 신경일랑 쓰지 말고 말이야. 알겠어?”

남자는 철추를 든 사내의 말에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입 조심을 하지 않고 혀를 마구 놀리면 이빨이 모두 빠질 수 있어. 조심하라고. 거기다 보는 눈마저 없으니 쯧쯧, 오래 살긴 힘들겠군.”

철추를 든 사내는 비꼬는 말투에 그만 화가 나 철추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무거운 철추가 얼굴에 닿기 직전에 남자는 철추의 머리 부분을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대뜸 철추가 방향을 바꿔 봉두 사내의 왼쪽 어깨를 때렸다.

“으악”

‘콰직’하는 어깨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철추의 사내가 곧바로 기절하여 쓰러지자 마석은 놀라 소리쳤다.

“이보게. 한호韓浩. 괜찮은가?”

“괜찮아, 괜찮아. 뼈 좀 부러진 게 뭐가 큰일일까?”

남자는 앉은 채로 쓰러진 한호를 발로 차 마석에게 던져주었다.


작가의말

주말 잘보내세요. 참고로 다시 말씀드리지만 토, 일은 연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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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31 18.05.21 819 4 13쪽
30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30 18.05.18 652 4 13쪽
29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9(수정) 18.05.17 584 6 12쪽
28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8 18.05.16 629 5 12쪽
27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7 18.05.15 627 4 9쪽
26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6 18.05.11 668 4 11쪽
25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5 18.05.10 685 4 12쪽
24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4 18.05.09 671 6 12쪽
23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3 18.05.08 659 6 12쪽
22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2 18.05.07 70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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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20 18.05.03 8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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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8 18.05.01 858 7 12쪽
17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7 18.04.30 873 8 12쪽
16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6 18.04.27 1,004 9 11쪽
15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5 18.04.26 990 10 11쪽
14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4 18.04.25 959 9 11쪽
13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3 18.04.24 1,004 11 9쪽
12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2 +1 18.04.23 1,357 7 12쪽
»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1 18.04.20 1,147 10 11쪽
10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10 18.04.19 1,148 8 12쪽
9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9 18.04.18 1,164 11 11쪽
8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8 18.04.17 1,245 9 11쪽
7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7 18.04.16 1,290 10 12쪽
6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6 18.04.16 1,354 8 8쪽
5 천도시비 인협기 권1 낙산대불-5 18.04.13 1,50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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