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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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sj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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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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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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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여기 있었네. 검마.

DUMMY

흑룡문파 내부의 한 정원.


조금 통통한 달걀형의 얼굴에 동글동글한 이목구비를 가진 한 남자가 전지가위를 들고 나무의 묵은 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그저 평범한 정원사의 모습이었지만, 그는 다름 아닌 흑룡문파의 부문주 은자호.


실질적으로 흑룡문파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남자였다.


허나 혈뢰와의 압도적인 무공 실력 차이로 어쩔 수 없이 문주의 자리를 내어준 사내이기도 했다.


그가 열심히 일에 집중하는 사이.


터벅터벅.


그의 뒤로 흑룡문파의 한 장로가 다가왔다.


“후우- 불필요한 가지들을 솎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요.”


인기척을 느낀 은자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


“허허허. 그런 일은 하인들에게 시키시지요. 쉬워 보여도 고된 일이랍니다.”


“누군가를 시키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지요. 그냥 지나치려 해도 못나게 자란 가지들이 눈썹을 찌푸리게 만드니······”


싹둑.


은자호가 삐죽 못나게 튀어나온 나뭇가지 하나를 잘라내며 말했다.


“허허. 하인들을 집합시켜 부문주 맘에 들도록 단단히 교육을 해야겠습니다. 한데 소신은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


장로의 물음에 한참 아무 말 없던 부문주가 나뭇가지 하나를 잘라 장로에게 건넸다.


“이건 갑자기 저에게 왜?”


“저희 문파에도 모난 나뭇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장로는 무슨 의미인가 싶어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몇 모난 녀석들이 있지요. 그런데 그중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담예린.”


“흠.”


예상외의 이름에 장로가 턱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러자 부문주가 길게 쭉 뻗은 커다란 나무를 두들기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문파는 지금 이 나무처럼 한창 커가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의 눈에 띄기도 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난 부분들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부문주. 그분도 엄연히 검황님의 후손입니다.”


“압니다. 부담되시겠죠. 하지만 그분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도 벌써 이천 년이 지났습니다. 저희에게 그분의 핏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보기 안 좋다며 쳐내지는 것보다는 저희 스스로 정리하여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씀은······”


“네. 천진문파에서 그녀의 목을 원하고 있습니다.”


“흠··· 어려운 문제군요. 문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은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문주에게는 알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은자호가 뒤로 돌아서 다시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희가 직접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니, 세간의 질타를 받을 일도 없을 겁니다.”


“흠. 저희가 개입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면야······”


“그저 정보만 제공하면 됩니다. 오늘 담예린이 청룡파의 사람들과 만날 겁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부터 우선 부탁드립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그러도록 하지요.”


장로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그때 은자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천이라는 아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요?”


“오늘도 수련 중에 무도관을 박차고 나갔다더군요. 허허.”


“큰일이군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문파의 물을 자꾸 흐리고 있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담예린 아가씨의 부탁이라지만······ 쯧쯧.”


장로가 혀끝을 찼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은자호가 고개를 돌려 장로를 다시 바라봤다.


“이상하다니요?”


장로가 눈을 부릅뜨고 은자호를 주시했다.


“소문으로는 그가 담예린 아가씨를 구할 때, 천자대 단장을 상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공을 할 줄 모른다니 말입니다.”


“흠. 전에도 한 번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혹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직접 비파월에 의뢰해 그 녀석에 관한 정보를 캐보았습니다.”


“어떻던가요?”


“정말 부모에게 버려진 건지 비파월조차도 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흠. 그것도 이상하군요. 아무리 길거리의 부랑자로 살았어도 스쳐 지나가면서 만난 사람이 한 둘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은자호가 의심이 든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여 한동안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하는 짓이 너무 천박하여 봐줄 수가 없더군요. 무공도 정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흠.”


은자호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금강불괴에 관한 이야기는 천자대 단장이 착각한 것인가? 뭐 상관은 없겠지. 혈풍회가 의뢰를 받기로 했으니.’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장로가 인사를 마치자 은자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예린의 일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많은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었다.


무림 정벌 동안 자기 뜻을 거스르는 적들의 목을 무참히 베었고, 많은 유명세가와 명문 문파들을 불태웠다.


무림맹 본부와 마교의 본교는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허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설득하였지만, 적폐가 뿌리 깊게 박힌 그들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뿐인가?


천한 핏줄이라며 끝까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먼저 맞선 것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서는 최대한 피를 안 보려 노력했다.


무림의 뿌리 깊이 박힌 부패와 신분의 차이를 없애려고 온 힘을 다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를 제공했고,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유명세가의 자식이라고 멀리하지도 않았다.


실력이 있다면 그 누구든 자신의 직계제자로 받아들여 자신의 모든 무공을 전수했다.


자신의 후손이 권력을 승계하여 또 다른 적폐를 만들까 싶어 자식도 만들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로 사랑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늙어 힘이 약해지자 제자들은 자신을 배신했다.


말도 안 되는 혈통이라는 대의명분을 들이대면서······


나는 분노했고, 억울함과 한 때문인지 죽지도 못하고 제자들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 분노는 오랜 세월에 무뎌졌었다.


내가 검마로 세상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검마라니······’


끼룩끼룩


사천이 항구 구석 끝에 놓여있는 방파제에 앉아 파란 하늘 위의 갈매기들을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무공을 되찾을 다른 방법이 없을까? 정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사천이 답답한 현실에 한숨을 쉬었다.


과거에 사천은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무림인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세가 주인의 눈을 피해 잠도 줄여가며 무공 초식을 익혔고, 그 덕분인지 하인이라는 미천한 신분으로도 운 좋게 무관에 입관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관에서 더 처참한 차별과 탄압 그리고 질시를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피땀 흘려 강해졌다.


사천은 지금도 그렇게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혈뢰에게 다른 무도생들처럼 차근차근 배워가며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안했다.


가끔 담예린에게 이상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몸. 저번에는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젊어졌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몸. 언제 죽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사천이 그렇게 계속 한숨을 쉬는 사이.


‘뭐지?’


등 뒤로 뭔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휙- 탁!


사천이 몸을 돌려 자신에게 날아온 물체를 잡아냈다.


“돌?”


손에서 주먹크기만한 돌을 확인한 사천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한 사내가 사천의 곁을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었네. 검마.”


작가의말

고담서: 주소를 알려줘야 찾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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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3 18.06.16 671 10 7쪽
25 [24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2 18.06.09 554 7 8쪽
24 [23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1 18.06.02 580 8 14쪽
23 [22화] 의심 +1 18.05.26 615 7 9쪽
22 [21화] 대련 +2 18.05.18 633 11 7쪽
21 [20화] 대련 +1 18.05.17 689 10 10쪽
20 [19화]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1 18.05.12 713 9 9쪽
19 [18화] 월광도제 +2 18.05.09 713 7 8쪽
18 [17화] 청룡파 +1 18.05.05 686 8 8쪽
17 [16화] 청룡파 +2 18.05.03 739 6 7쪽
16 [15화] 사천의 폭주 +2 18.04.27 739 7 8쪽
15 [14화] 사천의 폭주 +1 18.04.23 790 10 7쪽
14 [13화] 누구 맘대로 죽을 목숨이래 +2 18.04.22 787 10 7쪽
13 [12화] 검황의 후손 +4 18.04.21 821 10 14쪽
12 [11화] 추격 +3 18.04.18 920 9 10쪽
11 [10화] 사천의 파문. +2 18.04.17 996 6 10쪽
10 [9화] 뱀파이어의 능력 +4 18.04.15 982 7 9쪽
9 [8화] 호랑이는 아닌가 봐요? +2 18.04.14 987 8 13쪽
8 [7화] 좋겠네, 이런 녀석이 좋아해 줘서. +2 18.04.14 1,047 10 7쪽
7 [6화] 쥐어패달라고 +4 18.04.11 1,081 9 7쪽
» [5화] 여기 있었네. 검마. +2 18.04.10 1,245 8 8쪽
5 [4화] 흑룡문파 +3 18.04.09 1,311 10 8쪽
4 [3화] 칠 인의 영웅 +2 18.04.09 1,572 14 13쪽
3 [2화] 첫 만남 +2 18.04.09 1,733 18 9쪽
2 [1화] 부활(復活)의 장 +6 18.04.09 1,903 16 6쪽
1 [프롤로그] +5 18.04.09 2,003 2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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