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태성제(實錄泰盛帝)’ - 좋은 역사와 나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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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죤모리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12
최근연재일 :
2018.05.18 08:21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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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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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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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17. 두 개의 태양 - (2)

DUMMY

“동구야. 너는 물길을 돌리거라. 거리는 약 100 보정도 되지만 두자 정도 깊이 파야 수맥이 보일 것이다. 밤에는 물길을 만들고 산을 내려 오기 전에는 누구도 알아 보지 못하게 위장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산이니 돌도 많고 하여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야”


“그런 일이라면 이곳에서 벌써 몇 년을 했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동구는 이제 모든 것이 괜찮다는 듯이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굴을 파고 들어가 체백의 머리맡에서 뜸을 뜰 것이다. 그러니 각자 필요한 물건들은 알아서 준비를 하도록 하자”


**********


“살려주세요!! 저를 좀 숨겨 주시겠습니까?”


찢어지고 다 헤어진 옷을 입은 매우 지쳐 보이는 여인네가 깊은 구월산의 유홍철의 묘를 지키고 있는 떠꺼머리 노총각 ‘강쇠’의 움막으로 뛰어들었다. ‘강쇠’······천민인 그에게 누군가가 지어준 이름 강쇠······쇠처럼 강하고 부셔지지 않는 강한 몸으로 죽을 때까지 양반 님들을 위하여 뼈빠지게 일만 하라고 붙여준 이름 강쇠였다.


“누······누구시요. 여기는 아무나 함부로 오면 안되는 그런 곳이란 말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한양에서 도망쳐온 ‘사노비’ 입니다. 주인이 너무나 괴롭혀서 참다 참다가 어찌하지 못하고 주인을 찌르고 야반도주 하였는데 추노꾼(推奴-도망친 노비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들이 저를 쫓아 이곳까지 따라왔습니다. 제발 저를 좀 숨겨주세요. 저는 잡히면 주인에게 끌려가서 맞아 죽습니다”


바깥에서 사내들의 소리가 들렸다. 착하게 보이는 그렇지만 세상과는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강쇠는 이 아리따운 노비가 자신의 움막에 갑자기 찾아 들어 살려 달라고 하자 겁은 났지만 불쌍함을 느꼈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누가 있소!!”


강쇠는 노비를 움막에 남겨두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누구 신데 이렇게 소란이시요? 여기는 영의정 유대열 대감의 증조할아버지 묘지인 것을 모른다 말이요?”


“그것은 내가 알바가 아니고 여기 노비가 도망쳐온 것을 우리가 따라왔는데 여기에 있소? 저 움막을 살펴 보아야겠소”


추노꾼으로 가장한 성지스님과 동구는 다짜고짜 움막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강쇠가 동구를 세게 밀어 제쳤다.


“어이쿠!!”


동구는 멀리 나가 떨어졌다. 힘은 이름처럼 천하의 장사였다.


“아무도 없소. 그리고 이곳은 관아에서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곳이요. 만약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가지 않으면 내가 관아 사람들에게 알려 당신들을 혼나게 할 것이니 그만 물러 가시오. 그러면 추노꾼이 아니라 이나라 조선의 정승이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하오. 돌아 가겠소? 아니면 우선 나와 한판 붙어 보겠소?”


“없는 것 확실하지? 만약 아니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밖에서 계속 지켜 볼 것이야”


할 수 없다는 듯이 추노꾼을 가장한 동구와 성지스님은 산을 내려갔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쇠는 움막에 들어가서 아낙을 살폈다.


“이제 저들이 내려갔으니 오늘은 올라오지 않을 것이요. 안심 하시오. 그렇지만 저들이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 나가지 말고 여기에 머물러 있어요”


오들오들 떨고 있는 영선이 불쌍해 보였던지 움막을 뒤지어서 삶은 고구마 두개를 찾아내어 고구마와 함께 작은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물을 떠왔다. 영선은 갑자기 허기를 느꼈다.


“먹어 보세요. 먹을 것 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네요. 이것이라도 먹고 힘을 차리세요”


강쇠는 매우 어색한 듯 먹을 것을 영선 앞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매우 부끄러운 듯이 영선을 바라다 보지를 못했다. 매우 착하고 순박한, 전혀 악의를 느낄 수 없는 사내였다. 영선은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저들이 다시 오면 어찌합니까? 저를 데리고 나가시던지 아니면 저의 곁에서 저를 지켜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영선이 고구마를 먹는 모습을 아무 말없이 지켜보던 강쇠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막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고 싶소만 나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묘를 둘러보아야 합니다”


“오늘 밤 하루만 쉬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런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 있을려고요?”


“큰 일 날 소리입니다. 만약 관아에서 알면 치도곤을 당합니다”


“이 늦은 밤에 관아에서 어찌 이곳 사정을 알겠습니까? 부디 저를 지켜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무서워요”


떠꺼머리 노총각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성에 굶주린 강쇠의 갑작스러운 행동변화가 더 두렵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강쇠를 여기에 묶어 두어야 했다. 오늘은 첫날이라 모든 것이 익숙하지 못한 성지스님과 동구에게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했다.


“그것참······미안해요. 잠시면 돼요”


강쇠이 나가려고 하지 영선은 총각을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이것 보세요!!”


움막을 나가려던 강쇠가 다시 뒤를 돌아 본다.


“쇤네의 이름은 ‘기특이’라 합니다. 주인이 저의 어머니가 아이를 많이 낳아 재산을 불려주어 기특하다 라는 의미에서 ‘기특’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합니다”


“지는 강쇠라고 합니다. 쇠처럼 강하게 그리고 부서지지 말라고 관아의 아전이 지어준 이름이지요. 그런데 어쩌다 추누꾼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어요?”


강쇠가 영선이의 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곁눈질하면서 영선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고 찢어진 영선의 옷 틈으로 보이는 영선의 몸을 살짝 살짝 훔쳐 보기도 하였다.


“저는 얼굴이 남보다 예쁘고 몸매 또한 좋아 주인마님이 저를 어릴 때부터 농락하였지요. 그러다가 나이가 되자 같은 집에 있던 노비와 혼례를 올려주어 아이를 셋이나 낳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혼례를 올리고 난 이후에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주인마님은 계속 저를 불러 농락을 하였습니다”


영선은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흔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적당히 이야기를 만들어서 시간을 끌어보고 싶었다. 지금쯤 한참 스님과 동구는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인데 시간을 끌어볼 필요가 있어 과거사를 급조하기 시작했다.


“저런······저런······”


강쇠는 안타까워했다. 그것은 자신을 비롯한 모든 모비들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쁜 주인을 같이 욕을 하기 보다는 그냥 어쩔 수 없다는 듯 안타까워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를 더 이상 참지 못한 저의 서방이 주인에게 아제는 저를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겠느냐고 사정을 했었지요. 그랬더니 감히 천한 쌍놈이 주인에게 반항을 한다고 멍석말이를 한 후에 광에 가두고 물 한 모금 주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요?”


밖으로 나가려는 강쇠는 호기심에 영선의 앞에 주저 앉았다.


“그러다가 너무 심하게 맞은 탓인지 그 날밤에 죽고 말았어요. 그러자 주인마님은 꼴 보기 싫다고 저의 아이 셋을 모두 다른 집에 팔아버렸지요”


영선은 크게 울었다. 남의 이야기만 같지가 않았던 까닭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시간을 가능하면 많이 끌어야 했다.


“그래서 화가 난 저는 복수심에 저를 범하고 잠들어 있는 주인을 미리 준비한 칼로 찌르고 무작정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추노꾼이 붙은 걸로 보아서 주인 집에서 보낸 듯합니다. 저는 잡히면 찢겨 죽습니다”


“주인마님은 죽었을까요?”


“그것 까지는 알 수 없지만 급소를 깊이 몇 번 찔렀으니 반드시 죽었을 것입니다. 쇤네는 무식하여 잘 모르지만 주인을 죽인 노비는 ‘능지처참’으로 찢어 죽인다 하니 제발 저를 저 들로부터 지켜주세요. 아마 이 움막을 나가시면 숨어 있던 저들이 바로 움막안으로 들이 닥쳐 나를 잡아 갈 지도 몰라요”


영선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했다. 강쇠로써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가 빨리 한번 둘러보고 올게요. 아무 문제없다고 횃불을 들어 올려야 관아의 포졸들이 이곳에 올라오지 않아요.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사람들이 올라온다니까요”


“그럼 가지 마시고 그냥 횃불만 올리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건 안돼요. 만약 그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저와 저의 어머니는 죽습니다요. 우리 목숨이 어디 사람 목숨인가요? 그냥 한번 빨리 둘러보고 올 테니 여기서 숨어 기다리세요”


그 순간 영선은 와락 강쇠의 품에 안기었다. 여인의 살냄새가 풍겨왔다. 강쇠는 처음 여인을 접해보는 듯 매우 당황을 하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냥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만 강쇠의 몸을 따라 영선에게 전해져 왔다.


“왜 이러세요?”


“제발······제발 오늘 밤만이라도 저를 떠나지 말아 주세요. 내일 날이 밝으면 빨리 떠날 테니 오늘 밤은 제발 저의 곁에 있어 주세요. 너무 너무 무서워요”


오들오들 떨며 그의 품을 파고 들며 간청하는 영선이 못내 불쌍했던지 강쇠는 다시 자리에 눌러 앉았다.


“이렇게 매 시간마다 나가서 돌아보시는 것인가요?”


“아니요. 지금은 여름이니 해시(亥時-밤 9시)와 자시(子時-새벽 1 시) 그리고 인시(寅時-새벽 5 시)에 3 번 돌아봅니다. 그리고 횃불로 관아로 이상 없음을 알려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지금 해시이니 돌아보지는 못해도 일단 이상이 없다는 횃불신호를 하고 오겠습니다. 오늘은 아주머니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요”


밖에 나갔던 강쇠가 바로 다시 돌아왔다.


“움막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안심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 이 무덤은 지금 영의정이신 유대열 대감마님의 증조할아버지 묘소인데 이 집안에서는 대대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연유가 있겠지요? 양반 님네들은 조상 발복을 바라지 않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왜란 중에 이곳 황해도가 왜놈들에게 점령을 당해 있었는데도 그때도 유씨 가문에서는 몰래 사람을 보내어 이곳을 지키게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혼자서 지키고 계시는 것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아에서 사람이 직접 나와서 밤 낮없이 이곳을 지켰는데 오래 하다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해서 이제는 관아의 공노비인 나만 보내서 이곳에 움막을 짓고 밤 낮없이 지키게 하고 있습니다”


“외롭지 않으세요?”


“외롭기는 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그렇다고 내려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해가 뜨면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서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고 이것 저것 확인하고 내려가 버립니다. 이런 생활이 벌써 2 년이 넘었습니다. 사람이 그립기는 합니다”


영선은 강쇠를 통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조합했다. 그리고 이것을 동구에게 알려주면 앞으로 하는 일들이 더욱 쉬워질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갑작스런 급한 일이 생긴다면 ‘밀양 아리랑’을 부르기로 했다.


“부모님께서는 관아에 계신가요?”


강쇠가 한숨을 쉬며 말을 시작했다.


“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몰라요. 어머님만 계시지요. 저의 어머니도 공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얼굴이 반반하여 ‘관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마을에 부임하는 원님부터 양반 님네들 그리고 아전까지 모두가 불쌍한 엄마를 범했으니 그 와중에 내가 태어난 것입니다. 누구는 내가 죽은 아전의 아들이라 하기도 하고 마을의 지주 아들이라 하기도하고 또는 옛날이 부임한 사또의 아들 이라고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마 나도 양반의 자손이군요. 하하하”


착하게만 보이던 강쇠가 갑자기 이글거리는 눈으로 영선을 바라다 보았다. 욕정이 넘쳐나는 눈빛으로 도저히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매우 힘들어 하는 표정이 숨길 수가 없었다. 영선은 긴장을 했다. 그때 강쇠가 벌떡 일어섰다.


“미······미안해요······밖에 좀 있다가 들어 올게요”


강쇠는 미련하리만큼 착한 사내였다. 야심한 산막에 예쁜 여인을 두고 갑자기 끓어오르는 욕정을 제어하지 못하자 그냥 바깥으로 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지는 여기서 잠을 잘 테니까 좁은 움막이지만 그곳에서 편히 쉬어요”


**********


“이제 부터는 속전속결이다. 일전에는 병력의 열세로 인하여 잠시 물러섰을 뿐 이제부터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형렬아!!”


“네. 형님”


“이제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영의정 유대열의 사랑채에 좌의정 유형렬을 비롯한 이조판서 유성식, 호조판서와 형조판서 그리고 의금부도사 등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해주 유씨의 사람들과 유대열의 측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4 촌 동생인 좌의정 유형렬을 불렀다.


“이제부터 네가 모든 병권과 관련된 것들을 책임지고 통솔하여라. 우선 경상도와 전라도 관찰사에게 명하여 모든 병력을 속히 한양으로 올려라 일러라"


"충청도 관찰사는 어찌할 것입니까?”


“선왕의 사람들과는 이미 암묵적인 묵계가 세워졌다”


“묵계라 하심은?······”


“중립을 지킬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아무런 정치적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의 묵계이다. 따라서 길목을 지키고 있는 충청도 관찰사는 침묵을 지킬 것이다. 그들도 판세를 읽는 눈은 있을 것이니”


“그렇다면 우리의 승리는 불 보듯 뻔 한 일입니다. 주저하실 것이 없습니다. 형님”


“당연히 그럴 것이다"


유대열은 이조판서이며 자신의 아들이고 후계자이기도 한 아들. 그리고 지금은 마음 속에만 두고 있는 계획이지만 자신을 도와 새로운 왕업을 세우고 이어 나갈 유성식을 바라다 보았다.


"성식아. 너는 모든 행정적인 것들을 책임지고 총괄하여라. 그리고 우리 사람들을 둘로 나누어 매일 교대로 대궐에 들어가서 주상을 감시하고 상태를 살펴라”


“둘로 나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대궐은 섬과 같이 주상의 금군이 지키고 있다. 만약 우리 모두가 대궐에 등청을 하였는데 주상이 살생부를 만들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모두는 꼼짝 없이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좌의정 유형렬과 이조판서 유성식이 교대로 우리 사람들을 이끌고 대궐로 들어가서 주상을 감시하고 견제하여야 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형님은 앞으로 어찌 할 것입니까?”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대궐에 등청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앞으로 모든 일들을 이곳에서 총괄할 것인 즉, 급한 일이 있거나 퇴궐을 하면 이곳으로 모두 모여라”


유대열은 자신의 집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있으며 이미 사병화가 된 자신의 측근들이 지휘하는 병사들과 자신이 고용한 살수들로 하여금 자신의 집을 밤 낮없이 철통과 같이 경계하게 하였다. 곧 일전을 치루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내보인 것이다.


“이미 내친 걸음이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면 충신이 될 것이지만 이 싸움에서 지면 만고의 역적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구나. 가용병력 모두를 이곳으로 최대한 빠르게 집결시켜라. 단 숨에 쓸어버리겠다”


“명나라가 우려가 됩니다. 괜히 간섭을 하려고 하지나 않을지요?”


“혹시 명나라가 간섭할 명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명나라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상황을 끝내야 한다. 모두 빨리 빨리 움직여라.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명나라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예!! 영상대감. 곧 대전에서 승리의 축배를 드시게 될 것이옵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결의를 다진다. 어차피 승리는 유대열의 것 일수 밖에 없었다.

‘인선이 네 이년······네가 감히 이 애비를······’


유대열은 무엇보다 딸 인선이 주상보다도 더 미웠다. 인선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비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자리를 뜨려는 측근들에게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유대열의 마음을 아는지라 대비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지금 오대산에서 효봉 대군 마마와 함께 치성을 드리고 있다 합니다”


‘아주 좋구나. 그래 곧 부처님이 아니고 이 아비에게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 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유대열은 주먹을 불끈 지었다. 주먹이 떨렸다.


“아뢰옵기 뭐합니만 대비께옵서는 지금의 이러한 서로의 대립상황을 매우 즐기시는 듯 하옵니다”


“그렇겠지. 이런 누구도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싶겠지. 그 불쌍한 것이 균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쉽게 깨어지게 되어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곧 이 아비의 지엄함을 보여 주겠노라. 모두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할 것이야!!”


“예. 영상대감!!”


유대열은 대비만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열패감에 치를 떨곤 하였다.





“전하. 아니되옵니다. 차라리 소신들을 모두 죽여 주시옵소서”


다음 날, 대전에는 조정 대소 신료들이 반으로 줄어 있었다. 선왕의 사람들은 유대열의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있어 조정은 유대열의 사람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


“무슨 소리요. 조정 대소 신료들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임금이 된 자의 마땅한 권리인데 어찌 안된다고 반대를 하시는 것이요?”


“선왕이 승하를 하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아직 상 중이신데 선왕이 제수한 조정 신료들을 다른 사람으로 갈아 치우신다 말이옵니까? 이것은 승하하신 선왕에 대한 예의가 아니옵고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도리도 아니옵니다”


“그러사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시끄럽소. 어명을 내리겠소. 경상도와 전라도의 관찰사를 파직하고 새로운 관찰사를 내려 보내겠소”


“전하. 아니되옵니다. 차라리 신들을 모두 죽여 주시옵소서!!”


유형렬이 가장 앞에서 주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를 치듯 윽박지른다. 그러자 조정 신료들이 일제히 엎드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전하. 차라리 소신들을 모두 죽여 주시옵소서!!”


“도승지는 무엇을 하는 것이요. 빨리 어명을 이조에 전달하시오”


“전하. 이조판서는 병이 깊이 오늘 등청 하지 못하였사옵니다*


도승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유형렬이 소리친다.


"저희 신하들의 간언을 들으시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은 전하께 불충하는 자들이오니 저희 모두를 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죽여 주시옵소서!!”


주상은 기가 찼다. 그렇지 않아도 칭병(稱病-병을 칭함)을 하고 오늘도 등청을 하지 않은 조정 신료들이 반이나 되어 반쪽 조정이 되어 버린 마당에 신하들은 주상의 말을 듣지도 않고 댓구 조차 하지 않는 채 무작정 ‘죽여주시옵소서’만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이렇게 기싸움을 벌일 것이 자명하다.





“좌의정 유형렬은 오늘 어디에 있는가?”


“몸이 불편하시어 오늘 등청을 하지 못했사옵니다”


그 다음 날, 영은 너무도 한심하여 그날 등청한 이조판서 유성식에게 물었다. 어제 나오지 않았던 유성식의 사람들이 등청을 하고 어제 등청을 하였던 유형렬과 그의 사람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등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조판서. 어찌 영상께서는 계속 보이시지 않는 것이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영상께서는 요즈음 매우 병이 깊으셔서 자리를 보존하고 누우셨다 하옵니다”


“거참 큰일이구려. 영상께서 병이 깊으시다니”


저들의 전략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웠다.


“어제 도승지를 통하여 새로운 경상도와 전라도 관찰사를 교체하라 명하였데 조치는 하였소?”


“아직 들은 바가 없사옵니다. 전하. 지금 상중에 선왕께서 제수한 선왕의 사람들을 이유없이 바꾸시는 것은 ‘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충’에도 어긋남이옵니다. 소신은 어명을 받들 수가 없사옵니다”


“어명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차라리 소신들을 모두 죽여주시옵소서!!”


유성식이 부복을 하며 죽여달라고 소리를 치자 다른 신료들도 일제히 부복을 한다.


“전하!! 죽여주시옵소서”


“주군의 잘못된 것을 목숨을 바쳤어라도 바로 잡는 것이 곧 ‘충’이라 배웠습니다. 옛 성현의 가르침을 뼛속에 새기고 현실 정치에 실현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 배웠습니다. 전하. 차라리 소신들을 죽여 주시옵소서. 목숨을 걸고 간하옵니다”


“전하. 소신들을 죽여 주시옵소서!!”


황당한 일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죽여 주시옵소서’라는 말 이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소수 당의 임금과 다수 당의 신하사이에서의 권력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었다. 도무지 임금의 말이 씨알이 먹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은 임금이 되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물러가시오. 혼자 있고 싶소”


이런 상황은 끝없이 흘러만 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양측 모두는 물밑으로 은밀히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상측 무력)


. 훈련도감의 속오군 8,000 명과 금군 1,500 명 (수도권 장악)


. 함경도에서 반란이 일어나 함길도 관아를 점령한 옛 정문부 장군의 부하들이 군사를 모아 북관(北關)을 지나 한양으로 이동 중.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림.


. 왜란 시절에 의병활동을 했거나 면천을 받은 농민들을 중심으로 하여 개별적으로 한양으로 집결




(유대열측 무력)


. 경기도 주둔 오군영 병력 및 황해도, 경상도, 전라도 관찰사 정예 병력 50,000 명




(중립적 무력)


. 충청도 관찰사 (선왕의 사람)


. 평안도 관찰사 (선왕의 사람. 결정적인 순간에 유대열에게 가담할 가능성이 점쳐 짐)


. 함경도 병마절도사 (여진족과 대치. 함경도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한양 길이 차단)


. 함경도에 주둔 중인 옛 왜군포로 25,000 명(조선의 권력투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음)



이렇듯이 조선은 두 개로 쪼개어져 극단적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수도권을 장악한 영의 군대와 다른 지방을 장악한 유대열의 군대는 한양으로 모여들고 있었으며 갈수록 병력이나 군수물자 등의 어려움을 겪는 영의 입지는 좁아 드는 것 같이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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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24. 왜 나쁜 역사는 ‘더 나쁘게’ 반복 되는가? - (3) 18.05.16 564 3 30쪽
76 24. 왜 나쁜 역사는 ‘더 나쁘게’ 반복 되는가? - (2) 18.05.16 616 1 25쪽
75 24. 왜 나쁜 역사는 ‘더 나쁘게’ 반복 되는가? - (1) +1 18.05.16 701 3 24쪽
74 23. 실록 태성제(實錄 泰盛帝) - (1) +1 18.05.15 756 1 27쪽
73 22. 망나니 김치영(金治英) - (2) +1 18.05.15 703 2 23쪽
72 22. 망나니 김치영(金治英) - (1) 18.05.15 657 1 25쪽
71 21. 수구반동(守舊反動) - (5) +1 18.05.14 871 3 28쪽
70 21. 수구반동(守舊反動) - (4) 18.05.14 708 2 29쪽
69 21. 수구반동(守舊反動) - (3) 18.05.13 698 2 26쪽
68 21. 수구반동(守舊反動) -(2) 18.05.13 739 2 28쪽
67 21. 수구반동(守舊反動) -(1) 18.05.13 728 2 30쪽
66 20. 조-만 통합(朝-滿統合) - (2) 18.05.12 730 2 26쪽
65 20. 조-만 통합(朝-滿統合) - (1) 18.05.12 740 4 25쪽
64 19. 누루하치 - (5) 18.05.11 738 2 15쪽
63 19. 누루하치 - (4) 18.05.11 743 3 24쪽
62 19. 누루하치 - (3) 18.05.11 705 3 27쪽
61 19. 누루하치 - (2) 18.05.10 732 3 33쪽
60 19. 누루하치 - (1) 18.05.10 816 2 28쪽
59 18. 혁명(革命)과 저항(抵抗) - (4) 18.05.09 762 3 28쪽
58 18. 혁명(革命)과 저항(抵抗) - (3) 18.05.09 726 2 28쪽
57 18. 혁명(革命)과 저항(抵抗) - (2) 18.05.08 739 3 24쪽
56 18. 혁명(革命)과 저항(抵抗) - (1) 18.05.08 750 2 24쪽
55 17. 두 개의 태양 - (5) 18.05.07 764 2 22쪽
54 17. 두 개의 태양 - (4) 18.05.07 760 3 22쪽
53 17. 두 개의 태양 - (3) 18.05.06 738 3 24쪽
» 17. 두 개의 태양 - (2) 18.05.06 746 3 24쪽
51 17. 두 개의 태양 - (1) 18.05.05 805 3 26쪽
50 16. 피와 물 - (5) 18.05.05 1,024 3 18쪽
49 16. 피와 물 - (4) 18.05.04 1,029 3 28쪽
48 16. 피와 물 - (3) 18.05.04 774 4 27쪽
47 16. 피와 물 - (2) 18.05.03 1,195 4 29쪽
46 16. 피와 물 - (1) 18.05.03 776 4 20쪽
45 15. 사절단(使節團)과 황제 - (5) 18.05.02 781 3 25쪽
44 15. 사절단(使節團)과 황제 - (4) 18.05.02 727 3 28쪽
43 15. 사절단(使節團)과 황제 - (3) 18.05.01 818 3 22쪽
42 15. 사절단(使節團)과 황제 - (2) 18.05.01 784 3 23쪽
41 15. 사절단(使節團)과 황제 - (1) 18.04.30 796 3 24쪽
40 14. 유배(流配) - (4) 18.04.30 1,174 3 20쪽
39 14. 유배(流配) - (3) 18.04.29 810 4 27쪽
38 14. 유배(流配) - (2) 18.04.29 808 4 19쪽
37 14. 유배(流配) - (1) 18.04.28 852 4 22쪽
36 13. 철병(撤兵) - (3) 18.04.28 804 6 27쪽
35 13. 철병(撤兵) - (2) 18.04.27 785 7 24쪽
34 13. 철병(撤兵) - (1) 18.04.27 803 5 22쪽
33 12. 할지(割地) - (5) 18.04.26 805 6 17쪽
32 12. 할지(割地) - (4) 18.04.26 763 3 20쪽
31 12. 할지(割地) - (3) 18.04.25 779 7 19쪽
30 12. 할지(割地) - (2) 18.04.25 800 7 27쪽
29 12. 할지(割地) - (1) 18.04.24 831 8 20쪽
28 11. 진주성(晋州城) - (7) 18.04.24 809 8 19쪽
27 11. 진주성(晋州城) - (6) 18.04.23 816 7 17쪽
26 11. 진주성(晋州城) - (5) 18.04.23 847 5 20쪽
25 11. 진주성(晋州城) - (4) 18.04.21 795 5 19쪽
24 11. 진주성(晋州城) - (3) 18.04.21 1,145 6 21쪽
23 11. 진주성(晋州城) - (2) 18.04.20 861 6 19쪽
22 11. 진주성(晋州城) - (1) 18.04.20 863 6 20쪽
21 10. 분봉왕(分封王) 18.04.19 902 5 30쪽
20 9. 전화(戰禍), 그리고 풍전등화(風前燈火) - (2) 18.04.19 876 5 16쪽
19 9. 전화(戰禍), 그리고 풍전등화(風前燈火) - (1) 18.04.18 931 6 21쪽
18 8. 귀환(歸還), 그리고 전운(戰雲) - (3) 18.04.18 880 7 19쪽
17 8. 귀환(歸還), 그리고 전운(戰雲) - (2) 18.04.17 916 6 17쪽
16 8. 귀환(歸還), 그리고 전운(戰雲) - (1) 18.04.17 924 4 28쪽
15 7. 아델과 죽림칠현(竹林七賢) - (2) 18.04.16 899 5 20쪽
14 7. 아델과 죽림칠현(竹林七賢) - (1) 18.04.16 1,002 7 22쪽
13 6. 만석꾼 심환지(沈煥之) - (3) 18.04.15 1,192 8 19쪽
12 6. 만석꾼 심환지(沈煥之) - (2) 18.04.15 956 5 17쪽
11 6. 만석꾼 심환지(沈煥之) - (1) 18.04.14 1,036 5 19쪽
10 5. 김총각 - (2) 18.04.14 1,062 6 17쪽
9 5. 김총각 - (1) 18.04.13 1,145 5 18쪽
8 4. 효봉 대군(孝奉 大君) -(2) 18.04.13 1,221 8 25쪽
7 4. 효봉 대군(孝奉大君) - (1) 18.04.12 1,256 4 22쪽
6 3. 역모(逆謀) - (3) 18.04.12 1,260 7 14쪽
5 3. 역모(逆謀) - (2) +1 18.04.11 1,339 8 18쪽
4 3. 역모(逆謀) - (1) 18.04.11 1,555 8 20쪽
3 2. 권력과 삼형제 - (2) 18.04.10 1,865 11 19쪽
2 2. 권력과 삼형제 - (1) 18.04.10 2,690 14 18쪽
1 1. 만리장성(萬里長城) +1 18.04.09 4,585 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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