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으로의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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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아
작품등록일 :
2018.04.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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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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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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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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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2) >

DUMMY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2) >






“뭐야? 너희 형제지간 아니었어?”


아킬레스는 헥토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의아해 했다.


“.....”

“.....”


아킬레스의 질문에 나와 헥토르는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아킬레스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 대답하기 싫으면 말고... 너희 트로이 왕가(王家)의 복잡한 가족 문제에 까지 개입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헥토르, 아킬레스와 삼각구도로 대치했다.


나는 먼저 헥토르를 살펴보았다. 넓게 벌어진 어깨, 골고루 잘 발달된 근육들이 갑옷과 투구로도 감추어지지 않았다.


‘산 넘어 산이군...’


아킬레스는 의도치 않은 삼각구도로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자, 먼저 말을 시작했다.


“워-워... 이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낄 상황은 아닌 것 같군... 그럼 먼저 나는 내 의사만 정확히 밝히고 빠지도록 하지... 그 다음에 형제들끼리 일은 형제들끼리 해결하도록 하고... 진짜 형제지간인지는 모르겠지만...”


“.....”

“.....”


아킬레스는 아무 말도 없는 나와 헥토르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희들에게 경고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 누구도 나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대결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 만약 다시 한 번 얕은 수를 쓰다가 걸리면, 시나리오를 파괴하는 한이 있어도 가만 두지 않겠다!”


아킬레스의 경고를 듣고, 영문을 모르는 헥토르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헥토르의 눈빛을 무시하고 일단 아킬레스와의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알겠다. 아킬레스... 하지만 다만 한 가지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


“이번 시나리오는 너와 헥토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무슨 말이냐?”


분노로 눈을 치켜 뜬 아킬레스는 당장이라도 나의 목을 쳐 버릴 것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내 말의 의미를 따져 물었다.


“너는 내가 왜 미르미돈의 군대를 준비한다고 생각하지? 아킬레스 너를 막기 위해서?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


엄청난 무용을 자랑하는 아킬레스이지만 머리를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였다. 나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너와 헥토르의 대결을 막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 그럼 무슨 이유로 미르미돈의 군대를 차지한 것이지?”


나는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강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앞으로 이 세계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파괴할 것이다.”


“음.....”

“... 이 세계...”


나는 내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 하는 아킬레스와 헥토르에게 말을 이어갔다.


“너희와 나는 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 세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고, 우리들은 정해진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가 그들을 배우에 불과하다고 말하자, 성질이 급한 아킬레스의 얼굴은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런 아킬레스를 더 강하게 몰아쳤다.


“아킬레스! 현실을 직시(直視)해봐라! 너는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시나리오에 집착을 하는 것인가!?”


나는 그에게 호통을 치면서도 분노에 찬 그의 칼이 날아 올까봐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내 말을 들은 아킬레스의 표정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의 내 계획에 대해 말을 해 나갔다.


“나는 트로이 전쟁을 위해 모인 모든 영웅들을 규합해서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진정한 전쟁’, ‘위대한 전쟁’을 시작하려고 한다.”


내 말을 들은 그들의 눈은 놀라움으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저 나의 말을 듣고만 있던 헥토르가 질문을 던졌다.


“... 우리에게 승산은 있는 거냐?”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아킬레스, 헥토르는 나에게는 신화 속의 영웅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신화에서 뛰쳐나와 현실 속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읽었다.



****



누군가 시나리오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과 같다고 했던가...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오며 인간을 초월한 나였지만, 다시 살아가기 시작한 이 세계에서 나는 점점 인간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퇴보(退步)가 아닌 진정한 발전(發展)이었다.


아킬레스가 돌아가고, 헥토르와 나는 왕궁의 인적 드문 정원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투구를 벗어 드러난 헥토르의 얼굴은 영화배우 ‘에릭 바나’의 얼굴과 몹시 흡사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아킬레스도 브레드 피트하고 너무 닮았다 했더니...’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 된 결과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트로이 전쟁’ 시나리오 자체는 ‘영화 트로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아까, 그들에게 배우라고 했는데, 정말 배우를 그대로 만들어 놓았네... 이런 것도 오마주 라고 해야 하나...’


내가 헥토르의 얼굴을 보고 잠깐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그는 나에게 아까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


“... 너의 정체는 무엇이지?”


“....”


나는 그에게 진실을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것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수천 년 전, 지구라는 다른 행성에서 살았다는 이야기, 수천 년간 육체가 없이 살아왔다는 이야기,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들이 나와 같은 시대를 살던 인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


아마 그 중에 어느 하나도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그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그의 눈빛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내 진심으로, 이 세계의 사람들의 자유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헥토르의 눈물이라...’


헥토르는 아킬레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와 갓난아기에 불과한 아들 아스티아닉스와 눈물의 작별을 한다.


‘그는 그런 고통을 도대체 몇 번이나 겪었을까...’


나는 헥토르에게 질문을 했다.


“... 이번이 너의 몇 번째 시나리오야?”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 7번 째...”


나는 그가 인체 캡슐에 봉인 되어 있었던 것을 보고, 그가 재활용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 그는 어떤 이유로 같은 시나리오에 반복해서 투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한 생물학적 한계와 정신의 붕괴 등을 막기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흔들리는 눈빛에 마음이 아파왔다.


내가 인간을 초월하며 깨닫게 된 것은 수천 년의 시간과 끝이 없는 우주 속에서 우리 인간의 실체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인간은 자신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혹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아니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차별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세계에서는, 자신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행성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AI라는 이유로, 로봇이라는 이유로... 지구에서와 같이 수많은 이유로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차별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던 5277년의 ‘고도 문명’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과거에 흑인들에게 자유를 주었던 전쟁처럼, 이 세계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고 싶었다.


“헥토르... 이제 곧 거대한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는 그 어떤 정해진 이야기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 속에서 진정한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한낱 전쟁의 이슬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나의 헥토르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헥토르는 이미 진정한 영웅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파리스... 아니, 김 신.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이름 없는 무명의 용사로 하루를 살다 가더라도, 진정한 내 자유를 위해서 싸우다 죽는다면, 그것은 아무의미 없는 1000일보다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의지로 영웅이 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영웅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우리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지구에서의 짧은 인생, 강제로 살게 된 수천 년의 세월... 그리고 지금 이 세계에서의 인생까지... 모두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머릿속을 지나갔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나의 왕이시여... 트로이의 왕이시여...”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든 말들은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말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거대한 폭풍으로 변할 것이다.


이 세계를 모두 집어삼킬 거대한 태풍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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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3 in*****
    작성일
    18.05.04 10:48
    No. 1

    어제 연참이었네요 좋습니다연참!! 이번화 정말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정체를 모두 사실대로 말할수있고 바로 타인을 왕으로 섬기는 그릇을 지닌 주인공 호감입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김장아
    작성일
    18.05.04 14:16
    No. 2

    고견 감사합니다. 독자님이 느끼시는 느낌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경계하게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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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6) > 18.05.18 452 3 11쪽
35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5) > 18.05.16 402 3 12쪽
34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4) > 18.05.12 438 5 13쪽
33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3) > 18.05.11 408 4 11쪽
32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2) > 18.05.07 459 4 12쪽
31 <에피소드 5. 전쟁의 서막(序幕) (1) > 18.05.05 454 3 9쪽
»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2) > +2 18.05.03 498 4 9쪽
29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1) > 18.05.03 475 4 9쪽
28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0) > 18.05.01 479 5 9쪽
27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9) > +2 18.04.29 491 4 10쪽
26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8) > 18.04.28 490 6 11쪽
25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7) > 18.04.27 495 5 10쪽
24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6) > 18.04.26 529 7 8쪽
23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5) > 18.04.25 548 6 11쪽
22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4) > +2 18.04.24 590 6 8쪽
21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3) > +2 18.04.23 546 6 10쪽
20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2) > +3 18.04.22 638 6 10쪽
19 <에피소드 4. 트로이의 왕(王) (1) > +4 18.04.21 602 9 11쪽
18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9) > +2 18.04.20 599 10 9쪽
17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8) > +4 18.04.19 626 8 10쪽
16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7) > +9 18.04.18 639 9 8쪽
15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6) > +1 18.04.17 655 7 8쪽
14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5) > +5 18.04.16 691 8 9쪽
13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4) > +3 18.04.15 701 8 10쪽
12 <에피소드 3. 트로이 제전(祭典) (3) > +1 18.04.14 757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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