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풍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정중와
작품등록일 :
2018.04.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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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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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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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이거 가시밭길이야, 꽃길이야?

DUMMY

63. 이거 가시밭길이야, 꽃길이야?



빙빙은 머리가 바빴다. 사부에게 앞으로의 거취를 의논해야 했다.

제남표국으로 가겠지만 거기 오래 있지는 못하리라 여겼다. 이렇게 군중이 몰려들 지경이면 제남표국에 오히려 방해가 되리라.

더욱이 사풍과 빙빙에겐 엄청난 적이 생겼다.

마교는 멀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중원으로 숨어들 수 있고, 아직 정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사황교가 사풍과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력이 필요했다. 아니면 무림맹 안으로, 아니면 남궁세가 안으로라도 들어가야 했다.

공동파로 갈까. 궁가장에 자리를 잡을까.

어쨌든 사부는 공동파로 가겠다면 자기가 자리를 마련할 것이고 너희들 뜻대로 하라고 했다. 하여튼 사부는 몰라도 사형제들은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풍은 이런 생각은 아예 털끝만큼도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의민도 이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빙빙만 마음을 졸였다. 사부만 빙빙 마음을 헤아렸고 심모원려의 혜안을 가지고 있는 빙빙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세상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부였고 세속의 일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심으로는 공동파로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젊은이들에게 적막강산을 권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욱이 모두 부인이 생기지 않았나. 산으로 데려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 모여 앞으로의 거취를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회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정리가 되었다.

다들 무림맹은 싫다고 했다. 답답할 것 같았다. 제남표국도 안 된다고 했다.

궁가장에 있으면 처음이야 좋겠지만 집중 공격을 당할 것이라 했다.

목란산과 개방의 본부가 있는 개봉과 천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개봉이 가장 적당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궁가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빨리 접근하려면 천수가 너무 멀었고 목란교는 무인 세력이 아니라 크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다.


개봉에 공동파의 속가문을 세우자고 의견을 모았고 자금은 궁가장이 대고 무력은 개방에게서 협조를 얻자고 했다.

개봉이라면 공동이나 소림에서 접근이 용이했다. 사풍은 빙빙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따위 생각은 머리에 떠오른 적조차 없었던 것이다. 듣다 보니 말마다 빙빙의 말이 지당했다. 마교 무리나 사황교에서 자기를 얼마나 죽이고 싶어 하겠는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기 때문에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엄청 피해를 입을 것 같았다.

빙빙도, 궁초은도, 연화도, 의민, 의태, 의정도 모두 강호공적이나 다름없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아, 내가 이 사람들을 강호공적이나 마찬가지로 만들었구나.

이런 생각을 미리 한 빙빙이 위대해 보였다. 빙빙에게 뿅 갔다.

궁초은을 취하지 않았으면 돈은 또 어디서 마련한단 말인가? 이것까지 빙빙은 생각했던 게 틀림없다.

내게 현신한 제갈공명이 틀림없어. 영험한 구미호가 틀림없어.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있다가 드디어 집을 향해 떠났다.

궁초은은 세상 경험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어 이목에 둔해 구구한 예절에 구애받지 않고 옛날에 빙빙이 그랬던 것처럼 사풍 팔짱을 끼고 놓치지 않았다. 궁현경 부부가 보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빙빙은 오히려 조신해져서 팔짱을 잘 끼지 않았다. 이것도 구미호 구슬의 작용일까?

거칠었고 씩씩했던 빙빙의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 아니고 지금 이 모습이 본래의 빙빙일까?

아니면 천변만화하는 빙빙이 본래의 빙빙이었을까? 사풍은 그게 좀 섭섭했다.


“빙매, 이리 와서 팔짱 좀 끼지 그래.”


그럼 빙빙은 배시시 웃기만 하는 것이다. 빙빙에게 콩깍지가 씐 사풍은 빙빙의 여러 가지 다채로운 모습이 다 좋았다.

욕 잘하고 거친 빙빙도, 사교적이고 아양 예쁘게 떠는 빙빙도, 지금처럼 조신하고 영리한 빙빙도 다 좋았다. 또 정열적이고 농염한 밤의 빙빙도 좋았다.

그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는 건가? 사풍은 빙빙이 하루에 아홉 번의 바뀐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아홉 번이냐고? 구미호의 꼬리는 아홉 개이고, 한 개를 흔들 때마다 새 세상이 열린다고 했으니 아홉 의 빙빙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궁초은이 팔짱을 끼고 있는데도 사풍은 빙빙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초은이 싫다든가 초은 생각은 하나도 안 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었다.

초은은 싱그러웠다. 소녀처럼 신선했다. 한 마디로 좋았다. 그런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자꾸 빙빙이 생각나는 것이다.

초은은 흡정을 했다. 아직 어설프지만 빨리 배우는 천재라 사흘째는 사풍을 기절시켰다. 초은의 배 위에서 그만 혼절했던 것이다.

초은은 그런 경우도 있다는 걸 배운지라 사풍을 끌어안고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런데도 빙빙 생각이 났다. 천생연분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집으로 가는 길은 처음엔 꽃길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늘 환호했고 여기저기서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지쳤다. 이러다가는 집이 있는 제남은커녕 남궁세가 본가가 있는 합비에도 언제 도착할지 모를 정도로 일정이 지체되었다.

일행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러나 결국 남궁세가 본가에 도착했다. 지루한 인사를 끝내고 지루한 연회를 끝내고 어느 날 밤에 마차와 말이 남궁세가 본가의 뒷문을 떠났다.

종적을 감추려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회남에 도착했다. 나루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빙빙이 다가와 남은 팔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


“상공, 혈영마 생각나요?”


“응, 나도 그 생각이 났어. 혈영마 영감에게 미안해지네.”


“쳇, 우리가 안 죽였으면 우리가 죽었다고요.”


“그 혈영장은 절기였어. 지금 생각해도 그래.”


“그건 그래요. 지금 생각하니 더 놀랍게 느껴져요.”


“언니, 무슨 이야기예요?”


“응? 우리가 여기서부터 공동쌍접이라 불렸거든. 옛날 생각난다. 아.......”


나루를 건너 회북의 객잔에서 자고 일어나자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사풍은 빙빙과 잘 차례라서 빙빙과 잤는데 너무 푹 곯아떨어져 있었고 빙빙이 깨우며 말했다.


“상공, 일어나 봐요. 아, 큰일 났어요. 다들 알았다구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어요.”


“어, 어떻게 알았지?”


“아마 어제 나루에서 혈영마 얘기하는 걸 누가 들은 모양이에요. 아이 기막을 왜 안 쳤지? 아이 이거 어떡하죠?”


“뭘 어떡해? 제수씨한테 말하라 하고 바로 출발하자구. 미친 듯이 달려 보는 거야. 모두 경공을 수련하는 셈 치자고.”


사풍은 춘풍개에게 가서 말했다.


“형, 여기서 헤어지자. 이제 재미있는 일도 없잖어. 우리 한 번만 도와줘. 형이 우리처럼 분장해서 사람 이목 좀 끌어주고 개봉으로 가서 우리 살 집 하나 구해줘. 지난번에 얘기한 것처럼 개방 본부에서 가깝고 적당한 장원으로....... 알았지? 그럼 개봉에서 만나.”


“알았어. 나두 지겨워 죽겠다. 다들 미친 거 아냐? 공동쌍접이 뭐라구 이렇게 쫓아다녀? 에이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사둔 남 말하네. 형이나 좀 찢어지자구.”


“그게 그렇게 되나. 흐흐흐흐”


“아우, 징그러워. 웃음이 뭐 그래?”


남궁화는 어검화 맞다. 사람들은 폭소하고 눈물 흘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하기사 마교와의 싸움을 본 사람이 누구냐?

아미산에서 사천당가로, 사천당가에서 청성산으로, 청성산에서 다시 사천당가로, 사천연합 결성식, 장강 수적 이야기, 모두 하나같이 박진감과 긴장과 폭소와 눈물이 쏟아지는 기상천외의 이야기가 아닌가?

남궁화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동안 준비를 끝낸 일행이 남궁화가 이야기를 끝내자 모두 객방 대청으로 모였다.


이번에 빌린 것도 별관이었다. 이제는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되니까 무조건 별관에서 묵어야 했다. 밤이 되자 사람들은 몰래 빠져나와 미친 듯이 달렸다.

의정은 임신한 남궁화 손을 잡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풍은 궁초은을 띠로 업고 있었다.

중간에서 분장한 거지들과 교대해 거지들이 천천히 달렸고 사풍 일행은 다른 길로 빠졌다. 사풍이 사람들을 완전히 따돌린 것 같자 쉬자며 말했다.


“이거 가시밭길이야? 꽃길이야?”


제남 근처에 이를 때까지 별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마음껏 경공을 수련했으며 비무를 했고 이야기를 했고 우정과 사랑과 사제의 정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제남에 들어서서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여기서는 도피가 불가능했다.

사람들 인파에 파묻혀 계속되는 연호에 귀머거리 신공을 수련하며 경공이 아닌 완보공을 수련하며 인내심을 기르고 너그러움을 기르고 도를 닦으며 마침내 무아지경에 이르러 제남표국에 도착했다.

이건 가시밭길도 꽃길도 아니었고 도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리고 열흘 동안 제남표국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었다. 이쯤 되자 표국주도 할 수 없었다. 사풍을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제남표국이 위기에 처하거나 특급으로 분류될 아주 위험한 표행에는 사풍이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하루 동안 연회를 했다.

특히 대표두 황창규는 나중에 개봉 장원의 위치를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야음을 틈타 제남표국을 떠나 마침내 개봉의 한 장원에 자리를 잡았다.

사풍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새 며느리 궁초은을 환영했고 연화에 자지러졌다.

빙빙의 몸 안에 둘째가 들었다는 말에 빙빙을 얼싸안고 춤을 추었고 그날부터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했다.

장원의 이름은 연화장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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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 독고선 18.06.08 1,541 25 11쪽
91 91. 적들의 정체 18.06.07 1,544 18 12쪽
90 90. 주산군도 보타산 18.06.06 1,528 21 11쪽
89 89. 행로난 18.06.06 1,517 21 12쪽
88 88. 은소호 18.06.05 1,580 20 12쪽
87 87. 사황교를 소탕하다 18.06.05 1,579 20 13쪽
86 86. 황궁의 비사 18.06.04 1,642 19 12쪽
85 85. 주소혜 18.06.03 1,708 19 13쪽
84 84. 배신 18.06.02 1,632 18 12쪽
83 83. 마독개와 문인옥심 18.06.01 1,605 18 12쪽
82 82. 개방 방주를 만나다 18.05.31 1,608 24 9쪽
81 81. 한수의 대홍수 18.05.31 1,565 17 9쪽
80 80. 개봉의 거지들은 개기름이 흐른다 18.05.30 1,544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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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연화문을 개파하다 18.05.27 1,662 21 12쪽
75 75. 사황교의 꼬리, 뒤죽박죽 18.05.26 1,674 20 13쪽
74 74. 구미호의 노을 18.05.25 1,709 19 12쪽
73 73. 궁초은 단전의 벽을 허물다 18.05.24 1,681 22 13쪽
72 72. 오독문을 봉문하다 18.05.24 1,700 22 11쪽
71 71. 춘풍개가 깨어나다 18.05.23 1,690 18 11쪽
70 70. 중경에 천라지망이.......? 18.05.23 1,732 22 11쪽
69 69. 용담호혈 중경지부? +4 18.05.22 1,714 22 9쪽
68 68. 하오문 무한지부를 탈환하다 18.05.22 1,750 23 11쪽
67 67. 무한 궁가장 +2 18.05.21 1,795 24 12쪽
66 66. 목란교와 재회하다 +2 18.05.20 1,807 24 11쪽
65 65. 하오문 개봉지부를 돕다 18.05.19 1,883 21 10쪽
64 64. 개봉 연화장 +2 18.05.18 1,831 21 12쪽
» 63. 이거 가시밭길이야, 꽃길이야? 18.05.18 1,939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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