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보캅 부대 4
러시아 로보캅 부대 4
“창 대장, 서치라이트 쏴서 깨고 막사로 쳐들어 갑시다.”
데킨 대장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럴까요? 내가 막사 쪽을 쏠 테니까 데킨 대장은 우측을 쏘세요.”
남창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먼저 쏘시오. 그걸 신호로 공격합시다. 다들 알았지?”
데킨이 작은 소리로 대답하며 자기 쿠르드족 민병대 YPG 대원들을 뒤돌아 봤다.
“좋소. 내가 쏘면, 너희들은 막사로 쳐들어간다.”
창선이 자기 제1분대와 제2분대 분대장을 뒤돌아 보며 나직이 지시했다.
남창선이 조준경 달린 K2 소총으로 왼쪽 수십 미터 거리에 있는 망루의 서치라이트를 겨냥했다.
데킨은 조준경도 없는 AK-47 소총으로 우측 망루의 서치라이트를 조준했다.
나머지 30여명의 연합 팀 병사들은 소총을 꼬나 쥔 채 막사로 달려갈 자세를 취했다.
-따다탕
창선의 총구에서 3점사 연발사격의 불꽃이 번쩍였고 왼쪽 망루의 서치라이트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따타타타탕, 따타타타탕
이어서 데킨의 소총이 연발사격으로 불을 뿜었고, 우측 망루의 서치라이트도 와장창 깨지며 꺼져버렸다.
-따따탕, 따따탕
“공격 앞으로~!”
창선의 페넥 폭스 대원 18명이 3점연사로 갈기며 달려나갔다.
-따타타타타탕, 따타타타타탕
데킨의 YPG 민병대 10명도 연발사격을 가하며 뒤를 따랐다.
-피융피융, 쨍그랑, 팅팅, 파파파팍, 와장창창
러시아 병사들의 막사는 콩 볶듯 날아드는 총알에 창문이며 벽면이며 남아나는 게 없이 박살이 났다.
그런데,
막사를 향해 달려가던 대원들이 마당 한가운데쯤 들어섰을 때,
-우웨에에엥~ 우웨에에엥~
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정문의 양쪽 담장 모서리에 있던 망루 두 개의 서치라이트가 대원들을 향해 훤하게 비췄다.
“어어어? 이게 뭐야?”
“멈춰라! 함정이다!”
다급한 소리와 함께 대원들이 우뚝 멈춰 서는데,
“움직이면 기관총을 쏘겠다. 그 자리에서 총을 벌려라!”
하는 아랍어가 어디선가 스피커에서 반복되어 울려왔다.
“대원들! 그대로 서라! 움직이지 마라!”
아랍어 번역기의 이어피스로 말뜻을 알아들은 창선이 대원들에게 고함을 질러 저항을 못하게 했다.
아랍어를 알아들은 YPG 대원들도 제자리에 선 채 옴짝달싹 못한다.
“창 대장, 이게 어찌된 일이오? 이제 어쩌면 좋소?”
사색이 다 된 데킨이 어쩔 줄 몰라 버벅거렸다.
“완전히 함정에 빠졌어요! 골로빈이 우리가 오는 줄 다 알고 병사들을 숨겨 둔 겁니다.”
창선이 러시아 군대를 너무 우습게 얕잡아본 것이다.
망루에 있던 보초병이 야시경으로 침투하는 괴한들을 발견했고, 보고를 받은 골로빈은 인상착의로 보아 낮에 왔던 창선과 데킨의 부대인 줄 확신했다.
놀라기는 했지만 용사의 후손인 투르크멘인 줄로 알고 있는 데킨이 팔씨름에 져서 분을 못 참고 보복 차원에서 기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격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훈체칠면조를 1만달러어치나 가져다 준 창원-터키의 남창선 사장도 함께 있어서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낮의 일이야 까놓고 자기들 웨어러블 슈트를 설명하면 그만이고, 남창선은 한국에서 온 사업가인데 잘 사귀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이 분명히 땅굴을 파고 들어올 줄 짐작하고 그쪽 망루 두 개와 막사를 비워서 들어오게 만들어 생포작전을 펼친 것이다.
명색이 러시아군대 대위이며 캡틴 부대장인데, 그 정도 작전 머리야 없었겠는가.
쥐덫에 갇힌 창선과 데킨은 정말 난감하게 되었다.
대원들을 흩어지게 해서 사생결단으로 전투를 벌일 수도 있지만,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상대방이 기관총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대원들의 피해가 너무 클 게 뻔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희생을 무릅쓰고 싸울 이유는 없다.
신창원 단장으로부터 러시아군대와 싸울 준비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라는 지시는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직 전쟁을 선포한 것도 아닌데, 지금 당장 목숨 걸고 치열한 전투를 벌일 시점은 아니다.
“골로빈이 다 알고 쥐덫을 놨단 말이오?”
“데킨 대장. 일단 항복합시다. 달리 뭘 어쩌겠소?”
“항복이요? 아이, 씨~ 완전 쪽팔리는데, 이거···”
“붙으면 대원들 희생이 너무 커요! 골로빈이 설마 우리를 어쩌기야 하겠소?”
“아이, 씨. 쪽팔려서 어쩌지?”
쿠르드족 용사의 후손인 데킨은 목숨보다 명예의 실추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창선이 하는 수 없어 결심하고,
“대원들! 땅굴파기 훈련은 끝났다. 모두 총을 바닥에 내리고 손을 머리 뒤에 올려 깎지를 껴라!”
라고 명령을 내리자,
페넥 폭스 대원들이 순순히 명령에 따라 얼른 총을 내려놓고 빈손을 올렸다.
머리 뒤로 손을 돌렸지만 깎지는 끼지 않았다.
어쩌면 창선이 일부러 깎지를 끼라고 힘주어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테킨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투르크멘 전사들 들어라! 억울하지만 총을 내려라. 우리는 결코 진 것이 아니다! 담장 밖에 있는 전사들도 총을 내려라. 우리는 절대로 진 것이 아니다!”
라고 크게 소리쳤고,
역시 YPG 대원들도 마지못한 듯 슬금슬금 총을 내려놨다.
데킨은 쿠르드족이면서 투르크멘인척 위장하고 곧 죽어도 진 것이 아니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러자 우측 공장 건물에 불이 켜지고 검은색 전투복 차림으로 소총을 겨눈 러시아 병사 30여명이 우르르 나타나 창선과 데킨 일행을 반원으로 둘러서서 포위했다.
그 중에 병사 10여명은 밖에 남아있는 침입자를 체포하려는지 잽싸게 트럭에 올라타고 정문을 향해 달렸다.
담장 밖에는 부대장 괴뉠이 땅굴을 팠던 YPG 대원 9명과 함께 경계를 서느라고 남아있다.
“여~ 이거, 창 사장님하고 데킨 대장 아니시오? 이 오밤중에 어인 일로 오셨소? 허허.”
골로빈 대위가 아킨페프 중위와 미란추크 소위를 대동하고 병사들 가운데로 걸어 나와 서치라이트 불빛을 환하게 받고 있는 창선과 데킨에게 조소를 보냈다.
골로빈 대위는 권총을 차고 있고, 아킨페프와 미란추크는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전투복 대신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
미국 액션 영화 ‘로보캅’에서 ‘알렉스 머피’가 입었던 올 블랙 로봇 슈트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다만 금속제품으로 보이는 어색한 로보캅의 복장과는 달리, 보통의 가죽제품 슈트를 입은 것처럼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다 낮에 미란추크가 꼈던 중세기사의 수갑 같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아이구! 골로빈 부대장님 단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저 미란추크 소위님의 가죽장갑이 탐나서 몇 켤레 얻어갈까 하고 들어왔습니다. 하하.”
창선이 능청을 떨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래요? 아까 보니까 가죽장갑은 창 사장님도 하나 갖고 있던데, 왜 미란추크 소위 장갑을 탐내십니까? 허허.”
“아, 그게···”
창선이 즉답을 못하고 어물거리자,
“미란추크 소위가 저 요상한 장갑을 끼고 나하고 팔씨름을 했지 않소?”
데킨이 대뜸 나서서 두터운 입술을 씰룩거리며 항의했다.
“그래서요?”
골로빈이 싸늘한 시선으로 데킨을 노려봤다.
“사나이끼리의 힘겨루기 시합인데, 저런 그 뭐냐, 웨어를 끼고 이겼으니까.. 부정행위다 이 말씀이오!”
약간 쫄은 데킨이 버벅거렸다.
“아, 웨어러블 수트 말이오? 보기는 제대로 보셨네요.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허허. 그런데, 힘겨루기 시합은 힘센 사람이 이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미란추크 소위는 우리 데킨 대장님은 상대가 안 될걸요?”
골로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야유를 보냈다.
“뭐요? 저까짓 가죽 옷 좀 입었다고 내가 못 이길 것 같소? 지금 당장 씨름으로 한판 붙어볼까요?”
“씨름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총을 들고도 안될 거요. 한번 보시겠소?”
하며 골로빈이 권총을 뽑아 들었다.
“이, 이거 왜 이래요? 우리는 전부 총을 내려놨잖소?”
데킨이 깜짝 놀라서 창선의 뒤쪽으로 숨었다.
“골로빈 부대장님!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저 부숴진 막사는 제가 새집으로 지어드리고, 보상비도 톡톡히 지불하겠습니다.”
창선이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아, 그거야 당연한 거니까 좀 있다 따로 얘기합시다. 우선 미란추크 소위가 당신들 상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소!”
하면서 권총으로 미란추크의 가슴을 겨냥했다.
모두들 깜짝 놀라 바라보는데,
-탕!
골로빈의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티융~
소리만 나고 미란추크의 가슴에 맞은 총알은 튕겨 나가버렸다.
“아, 아니.. 저, 저게 도대체······”
데킨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넋을 잃고 바라봤다.
영화에서나 보던 로보캅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소? 총으로도 우리 미란추크 소위를 이길 수 없겠지요? 이왕 뽑은 권총, 한 발 더 보여드릴까? 흐흐.”
창선과 데킨의 놀란 모습에 기분이 업 up 돼버린 골로빈이 이번에는 아킨페프 중위의 가슴을 겨냥했다.
정말 골빈 골로빈이다. 저러다 진짜 골로 가는 수도 있는데.
-탕!
-티융~
역시 총알은 ‘그래핀’ 방탄 소재로 만든 웨어러블 슈트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그래핀(grapheme)’은 0.2나노미터(nm)의 두께로 무척 얇지만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다.
그래핀은 육각형으로 결합한 탄소가 벌집모양의 그물처럼 연결된 구조로 신축성이 뛰어나다.
그래핀을 원통형으로 둥글게 말면 탄소 나노 튜브가 된다.
그래핀의 분자구조상 운동에너지가 전파되는 속도가 총알의 속도(초속 900m)보다 약 22배 빠르다.
그래서 그래핀의 그물모양으로 촘촘하게 엮인 탄소 나노 성분이 총알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막아내는 것이다.
“어떻소? 이제는 우리 러시아부대가 얼마나 위대한 부대인지 알겠소? 흐흐.”
골로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야비한 우월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따타탕
“읔!”
골로빈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어디선가 날아든 연발사격 탄환에 목을 맞고 그 자리에 푹 고꾸라졌다.
-따타타타탕, 따타타타타탕
“아읔! 캑”
이어진 AK-47 연발사격에 러시아 병사 몇 명이 앞으로 뒤로 나자빠졌다.
바깥에서 경계를 서던 괴뉠이 땅굴 속으로 기어들어와 마구 갈겨댄 것이다.
-따다탕, 따다탕
어느새 총을 집어 든 창선의 3점사 사격에,
“읔!”
“캑!”
멋진 첨단소재의 방탄 수트를 입고 있던 아킨페프와 미란추크 로보캅도 머리에서 피를 쏟으며 자빠졌다.
-따타탕, 따타탕
-따타타타탕, 따타타타타탕
페넥 폭스와 쿠르드족 YPG 대원들도 날쌔게 총을 집어 방심하고 서있던 러시아부대 소속 투르크멘 병사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골로빈의 좌우에 늘어서있던 투르크족 러시아병사 20여명은 모두 시체로 변해버렸다.
창선이 대원들에게 “땅굴파기 훈련 끝났다”고 한 말은 담장밖에 있는 괴뉠에게 땅굴로 들어오라는 지시였고, “깍지 끼라”고 강조한 말은 반격에 대비하라는 역설적인 명령이었다.
창선의 말뜻을 알아챈 데킨이 “결코, 절대로 진 것이 아니다”고 소리친 것은 괴뉠에게 빨리 들어와서 공격하라는 명령이었다.
이어서 괴뉠과 함께 밖에 있던 YPG 대원 9명이 러시아병사들이 타고 나갔던 트럭을 타고 정문을 통해 들어왔다.
창선과 데킨의 명령을 듣고 자기들을 잡으러 온 러시아병사 10여명을 전부 사살해버린 것이다.
사망자와 중상자가 한 명도 없는 창선의 제2분대와 데킨의 YPG 대원들은 정문과 망루를 장악하고 막사건물에 숨어있는 병사가 없는지 수색에 들어갔다.
창선과 데킨은 제1분대와 함께 불이 켜지면서 골로빈 일행이 나왔던 2층 공장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천정의 건물 안에는 기계체조 선수들의 훈련장 같은 온갖 시설이 잔뜩 갖춰져 있다.
“이거 뭐야? 얘네들 러시아군대 기계체조 선수들이야?”
철봉, 평행봉, 안마, 링, 도마는 물론이고 널찍한 마루까지 갖춘 시설물을 보고 대원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 웨어러를 입고 여기서 무슨 체력 비교 시험이라도 하나 보네요?”
데킨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씨부렁거렸다.
“여기 마루에서는 복싱이나 레슬링 시합도 하는 것 같은데요? 자칫했으면 데킨 대장님이 여기 엎드려서 빠떼루 먹을 뻔 한 거 아닙니까? 하하.”
창선이 웃으며 데킨을 놀렸다.
러시아 병사들뿐만 아니라 장교도 셋이나 죽이는 전투를 함께 치렀으니, 이제는 친구 이상의 명실상부한 전우가 되었다.
벽 쪽에 유리창문으로 격리된 시험실 같은 방으로 들어가보니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로 보이는 다섯 명이 구석에 몰려 앉아 벌벌 떨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 기계 앞 테이블 위에는 만드는 건지 수리 중인지 알 수 없는 웨어러블 로보캅 슈트가 세 벌 펼쳐져 있다.
아랍어로 뭐 하는 놈들이냐고 물어봐도 러시아어로 뭐라고 대답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창선의 제1분대장이
“알유 엔지니어?”
라고 영어로 ‘너희들 기술자냐’고 묻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기술자도 엔지니어라는 영어는 알아듣는 모양이다.
로보캅 슈트를 모아보니 장교들이 입었던 것까지 전부 다섯 벌밖에 안 된다.
아마 이 로보캅 슈트가 최근에 개발된 거라서 실전배치를 위해 여러 환경의 부대에서 시험중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투복이면 한 벌 만드는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슈트의 숫자와 기술자의 숫자가 다섯으로 일치하는 점으로 봐서 각 슈트마다 전담 기술자가 지정되어 있는 것 같다.
“이 놈들은 죽이지 말고 데려가는 게 좋겠는데요. 데킨 대장님 마을에 가둬둘 만한 창고는 있지요?”
창선이 로보캅 슈트를 차지하려면 기술자를 함께 데려가야 되겠다고 제안했다.
“아, 물론이요! 그럼 우리도 이 웨어러를 입는 겁니까?”
데킨이 반가워서 구레나룻 수염 사이로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머릿속으로는 저 웨어러블 로보캅 방탄 슈트를 입고 가슴에 총알을 맞으면서도 안 죽고 돌진하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그려보는 표정이다.
- 작가의말
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 싱가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서 악수를 나눴네요.
북미회담이 잘 성사 되어서 한반도에 평화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내년 8월에 김정은이 워싱턴 백악관에 핵미사일 날려보내는
SF 소설 ‘황제의 꿈’을 쓰는 작가로서 솔직히 몹시 황당합니다.
내일은 지방자치제 선거일 공휴일이라, 그첨 저첨 하루 쉬겠습니다.
내일, 투표 꼭 하시고 편안한 휴식 취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승하세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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