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해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2
최근연재일 :
2018.05.22 16: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935
추천수 :
36
글자수 :
189,305

작성
18.04.13 20:00
조회
482
추천
1
글자
12쪽

제5화 첫 손님

DUMMY

사실 이건 팀장 말이 맞는 게 어지간한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만든다. 무슨 만드는 법도 모르는 초짜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똑똑 일행도 방금 전 팀장의 지시에 따라 빵 놓고 양배추 올리고 소스 뿌린 후 패티 놓고 다시 빵 놓는 식으로 금방 햄버거를 만들었는데, 이 주임이란 자는 지각까지 해놓고 무슨 염치로 그렇게 자기 몫의 햄버거를 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팀장이 뭔가 깜박했다는 듯, ‘아’하고 소리를 냈다.

“왜 그러시죠?”

“아, 만드는 방법과 동시에 포장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포장이요?”

“네, 원래 햄버거는 가게에서 먹든 테이크 아웃하든 무조건 포장하는 게 기본이잖아요? 이 점이 같은 패스트 푸드라도 피자나 치킨과 다른 점이죠. 특히나 햄버거는 소스나 채소, 패티가 흐를 수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포장함으로써 그 흐르는 것도 방지하고 햄버거를 포장지로 잡아주는 겁니다.”

말을 마치고 팀장은 자신이 한입 베어 먹은 햄버거로 시범을 펼쳤다.

마름모꼴의 포장지 안에 햄버거를 넣은 후, 양옆을 접고 꼭대기를 접어서 그 접은 양옆이 모인 곳으로 넣는다. 이후 테이프를 하나 붙여주면 완성.

“가게에서 먹는 손님이라면 테이프는 굳이 안 부쳐줘도 됩니다. 자, 여러분들도 해보세요. 그리고 다 먹고 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햄버거 포장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쉽다.

‘원래 햄버거 가게 일이 이렇게 쉬운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행은 햄버거를 마저 다 먹고 다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감자튀김인데, 작은 국자로 감자를 퍼서 저울에 올린 뒤, 각각 스몰과 라지 사이즈로 분류하고 그 양에 맞게 튀깁니다. 참고로 우리 가게의 감자튀김은 웨지 포테이토입니다.”

“웨지 포테이토요?”

“보통 햄버거 가게는 얇은 프렌치프라이를 쓰는데, 우리 회사는 웨지 포테이토 쪽이 식감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이쪽을 쓰고 있습니다. 웨지 포테이토는 보시다시피 반달 모양으로 깎은 감자입니다. 프렌치프라이보다 더 포슬포슬하고 먹는 맛이 있지만 단점은 일반적인 햄버거 가게에서 쓰는 프렌치프라이와는 달리 미리 튀겨놓는 게 안 됩니다. 그러면 눅눅해져서. 그래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바로바로 튀겨야합니다. 그래서 대신 맛은 더 좋죠. 솔직히 어지간한 가게의 프렌치프라이는 튀긴 지 오래 되서 미지근하고 그 기름기도 다 빠진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군요.”

감자 튀기는 거야 뭐 어렵지 않은 것 같았고, 그 다음은 패티의 설명에 들어갔다.

“이 패티는 오븐에서 최소 한 시간 이상 초벌구이 한 건데 바로 먹어봐도 됩니다. 한번 먹어보세요.”

“엑, 그래도 되요?”

“네. 그 맛을 알아야지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패티만 따로 먹는다니 이런 건 처음이라 처음엔 쭈뼛쭈뼛 했지만, 일행은 결국 패티를 하나씩 먹었다. 그러자 생각보다 매우 맛있었다.

“오, 맛있는데요??”

“그렇죠? 초벌구이가 잘 된 패티는 그대로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패티에 그 불 맛을 입히고 좀 더 노릇노릇하게 굽기 위해 따로 나중에 다시 패티를 굽는 거죠. 그리고 패티는 구운 후 바로 오븐에서 빼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그냥 놔둬도 됩니다. 그럼 안에서 자연적으로 보온이 되죠. 반대로 미리 꺼내놔서 패티를 다 마르게 하고 따로 또 호일로 감싸서 마르는 걸 막는 번거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팀장은 주임을 힐끗 바라보았는데 아무래도 그 멍청한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주임인 듯 싶었다.

팀장에 말에 의하면 오븐은 언뜻 생각하면 그 잔열 때문에 패티가 더 빨리 마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습기가 있으므로 생각보다 그리 빨리 패티가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바깥에 꺼내놓으면 식고 육즙이 빠져서 퍽퍽해진다고 하는데, 팀장이 그런 말을 하며 주임을 쳐다보자 주임도 눈치는 있는지 ‘내 얘기하는 건가?’하며 쳐다보았다.

사실 나똑똑 일행은 몰랐지만 팀장은 이 건에 대해 수시로 얘기한 상태였고 반대로 주임은 ‘네~ 네~’ 하면서 팀장이 안 볼 때는 계속해서 패티를 꺼내놓는 상태였다.

그래서 패티는 마를 데로 마르고 괜히 패티를 포장해놓는다고 호일만 따로 또 낭비되는 상황이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직장에서 나이 많은 후임이 있으면 서로 피곤해진다.

게다가 서로 그 가치관이 달라서 별 것도 아닌 걸로 계속 대립하는 상황.

심지어 명백히 자신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반항하기도 한다.

특히나 좀 체계가 잡힌 기업이면 모르겠는데 이곳은 좇소기업이라 그런 규칙도 체계도 아직 어설펐다. 아무튼 갑자기 주임을 저격한 팀장은 말을 이었다.

“자, 그리고 이 그릴. 패티를 굽는 곳인데 이건 일반적인 가스레인지랑은 그 가동방식이 다릅니다. 가스레인지는 레버만 돌리면 알아서 불이 붙지만 이건 가스밸브를 연 후 따로 또 점화기라는 것으로 불을 붙여야 합니다.”

“그건 왜 그런가요?”

“그건 나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때 불을 붙이는데 가스를 너무 세게 틀어놓거나 오래 틀어놓은 후 불을 붙이면 폭발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세요.”

“네.”

왜 가스레인지 같은 방식이 아니라 그런 번거로운 방식으로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터질 수도 있다니 영 찜찜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햄버거 가게뿐만 아니라 치킨 가게든 무슨 식당이든 다 위험한 요소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곳 햄버거 가게는 물론 피자 가게든 치킨 가게든 뜨거운 기름을 쓰므로 잘못하면 데일 수도 있고 큰 화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칼 같은 위험한 도구도 있었으며 식재료도 포대 단위로 되어있어 무거운 게 많고 그런 식재료를 가공하는 기구들도 잘못 사용하면 다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이 양배추 써는 기계. 질긴 양배추를 썰려면 당연히 그 기계의 힘이 강해야 한다. 팀장은 주임이 쓰고 있는 이 양배추 기계 옆에 일행을 데리고 가서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두 개의 커다란 구멍에 각각 그 양배추는 1/2이나 1/4로 잘라서 넣어줍니다. 양배추가 작으면 반만 써는 걸로도 충분하지만, 크면 보통 4등분해서 썰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게로 눌러주기 위해 이 구멍 모양 물통을 위에 끼우는데, 그러면 맷돌처럼 기계와 물통 사이에 양배추가 눌려 더 잘 썰어집니다. 그리고 가끔씩 양배추가 기계 안에 걸릴 때가 있는데 이때는 무조건! 그 전원을 끄고 양배추를 빼낸 후 다시 전원을 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기계가 양배추에 걸려서 멈췄다고 해서 그대로 양배추를 꺼내면 그 순간 다시 기계가 돌아가서 절지동물(切指動物)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까딱 잘못했다간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 말에 일행은 흠칫했다.

고작 양배추 하나 썰다가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다니. 하지만 기계라 그런 것이지 실제로 그냥 식칼로 썰어도 잘못하면 손가락 잘릴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

모든 도구에는 다 위험이 있는 법. 아무튼 팀장은 설명을 마쳤다.

“이걸로 대충 설명은 마친 것 같군요. 자세한 건 다시 일하면서 그때그때 계속 설명하죠. 어차피 지금 말해줘도 전부 기억하진 못할 것 같으니. 아무튼 주문 받고 계산하는 법은 대충 알았을 테니 손님이 오기 전까지 조리법을 외우세요. 여기 벽에 조리법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팀장은 벽을 가리켰다. 일행이 가서 보니 그곳에는 이 가게에서 파는 모든 버거의 조리법이 적혀있었다.

말하자면 치즈버거는 치즈에 어떤 소스가 들어가고, 불고기 버거는 어떤 소스가 들어가고 이런 거였는데 문제는 버거마다 그 소스와 미묘한 채소의 조합이 다 달랐다.

“뭐야, 이거? 원래 햄버거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었어?!”

고순재가 그렇게 놀랄 만도 했다. 메뉴의 변화에 따라 그 재료는 물론 소스도 묘하게 달라졌는데, 어떤 규칙 같은 것도 보이지 않고 메뉴별로 완전히 천차만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규칙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완전히 일관성 있지가 않다.

가령 치즈 불고기 버거 같으면 불고기 버거와 치즈 버거에 들어가는 소스를 합치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일부 소스가 들어가지 않았다.

왜 그러냐는 고순재의 질문에 팀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다 넣으면 짜기 때문입니다. 어떤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는 그 결과적인 밸런스를 보고 정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치즈 불고기 버거라고 해서 치즈 버거와 불고기 버거에 들어가는 소스를 다 넣진 않습니다. 그 조합에 따라 채소의 종류나 양도 조금씩 바뀝니다.”

“······.”

그러니 일행은 골머리를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규칙이 아니라 변수가 있기 때문에 외우는 게 나름 어렵다. 그리고 팀장은 한 가지 숙제를 더 내줬다.

“그리고 당연히 소스 이름도 다 외워야 합니다. 자, 이 소스가 뭐처럼 보이죠??”

“머스터드 소스 아닌가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입니다. 자, 그럼 이거는요?”

“이, 이거야말로 머스터드 소스죠?”

“치즈 소스입니다.”

“치즈 소스요??”

“네, 저희 가게에서는 치즈 버거에 일반적인 슬라이스 치즈를 넣지 않고 치즈 소스를 넣습니다. 물론 그 호불호는 갈리지만······. 한번 먹어보세요. 훈제 치즈 맛입니다.”

그리고 팀장은 치즈 소스를 듬뿍 짜서 접시에 담아 주었는데, 이를 먹어본 일행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뭐야, 이거? 완전 인공적인 맛이잖아?!”

“와, 너무 맛있다! 이 소스 뭐라구요? 치즈 소스요??”

싫어하는 쪽은 남자들, 그리고 좋아하는 쪽은 여자들이었다. 너무나 다른 반응에 남자들이 팀장을 힐끗 바라보자, 팀장도 쓴웃음을 지었다.

“참고로 저도 이 소스는 안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환장을 하고 먹더라구요. 아마 남자와 여자는 그 근본적으로 혀의 구조가 다른 듯 싶습니다.”

말을 하며 쳐다보니 여자들은 아예 숫제 접시를 핥을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튼 팀장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덧붙였다.

“그래서 저희 가게에 오는 여성분들은 500원 추가하고 치즈 소스의 양을 늘리거나 원래 치즈가 안 들어가는 메뉴에도 저 치즈를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참고해두세요.”

“네.”

그렇게 일행은 조리법과 소스를 외웠다. 그런데 아까 일행이 언뜻 그 소스를 잘 구분하지 못한 것은 사우전드 아일랜드나 치즈 소스라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소스가 있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소스통의 색깔 때문이었다.

소스통의 색깔은 비슷한 색깔의 소스들을 더욱 더 비슷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러니 아마추어들은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한번이라고 그런 소스들을 쓰는 곳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나 심지어 치즈 소스도 별 대수로운 게 아니지만 일반인들은 이해조차 잘 안갈 수가 있었다.

‘그냥 슬라이스 치즈를 쓰면 되는데 왜 치즈 소스를 쓰는거지? 게다가 호불호가 갈리는 걸.’

이런 생각이다. 그런데 반대로 남자들에겐 그 평가가 좋지 않지만 이 소스는 여자들에겐 평가가 좋다.

그래서 여자들이 주문할 때만 그 치즈 소스를 쓰는 게 가장 좋아 보이는데, 현실적으론 그러기 어려웠다. 여자가 주문해도 남자가 먹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일행이 열심히 그 소스와 조리법을 외우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이 들어왔다.

“어? 어서 오세요, 킹갓버겁니다!!”

일행은 당황했지만 배운 대로 먼저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으러 나갔다.

이것이 일행이 오늘 한 진정한 일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바를 해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제35화 대결 18.05.22 427 1 18쪽
34 제34화 재회 18.05.21 465 1 13쪽
33 제33화 3000만원 18.05.20 388 1 13쪽
32 제32화 접대 18.05.19 397 1 12쪽
31 제31화 대접 18.05.18 407 1 11쪽
30 제30화 장난 18.05.18 394 1 11쪽
29 제29화 사건 18.05.17 396 1 9쪽
28 제28화 회전 18.05.16 368 1 12쪽
27 제27화 어처구니 상실 18.05.15 402 1 7쪽
26 제26화 시끄러 18.05.14 400 1 12쪽
25 제25화 변수 18.05.13 420 1 11쪽
24 제24화 개차반 18.05.12 408 1 12쪽
23 제23화 새로운 연수 장소 18.05.11 437 1 12쪽
22 제22화 문제제기 18.05.10 431 1 12쪽
21 제21화 트럼프가 성공한 이유 18.05.09 425 1 14쪽
20 제20화 백종원이 성공한 이유 18.05.08 411 1 12쪽
19 제19화 사필귀정 18.05.07 419 1 13쪽
18 제18화 722880 18.05.06 411 1 12쪽
17 제17화 목초액과 세제 18.05.05 601 1 12쪽
16 제16화 분노 18.05.04 410 1 12쪽
15 제15화 단면 18.05.03 420 1 12쪽
14 제14화 증명 18.05.02 433 1 13쪽
13 제13화 속도 18.05.01 505 1 12쪽
12 제12화 제안 18.04.30 432 1 12쪽
11 제11화 대립 18.04.29 441 1 12쪽
10 제10화 과거 18.04.18 455 1 12쪽
9 제9화 팀 18.04.17 439 1 11쪽
8 제8화 위탁경영점의 비밀 18.04.16 438 1 12쪽
7 제7화 일침 18.04.15 444 1 12쪽
6 제6화 미슐랭 18.04.14 463 1 12쪽
» 제5화 첫 손님 18.04.13 483 1 12쪽
4 제4화 직접 만든 햄버거의 맛 18.04.12 533 2 13쪽
3 제3화 실전 18.04.11 531 1 12쪽
2 제2화 탑승 18.04.10 691 1 12쪽
1 제1화 알바사관학교 18.04.09 81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