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리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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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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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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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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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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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눈속임 (1)

DUMMY

창 너머로 갈색머리의 남자를 에디가 팔짱을 낀 채 보고 있었다. 빙글거리는 얼굴을 보며 에디가 미간을 찌푸린 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유는 알아냈어?”


에디가 옆에 선 부하에게 물었다.


“그게 말만 붙일라 치면 다 장난으로 받아치고 있어서...”


부하가 땀을 삐질 흘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형제는?”

“지금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특수 제작된 창이라 갈색 머리의 남자는 에디가 있는 곳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시는 에디가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보며 한 쪽 입 꼬리를 올렸다.


“이번 일은 최대한 보도국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


에디가 저번 공회의 습격 사건 때의 기자들을 떠올리며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에디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봤다.


“통신국 보안팀 팀장 려 하공입니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들어선 이는 은발의 여자였다. 팀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환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에디의 물음에 려가 들고 온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국장님의 조사 협조서입니다.”


에디가 체념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곤 눈으로 서류를 훑었다.


“벌써 알아차리시다니, 정말 통신국 국장님답네요.”


에디가 옆에 선 부하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취조는 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도 아직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지라... 일단 들어가시죠.”


에디가 려에게 부하를 따라가라는 손짓을 했다. 려가 고개를 작게 숙여보이곤 굳게 닫혀있는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20분 뒤에 다시 문을 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흰 제복의 남자에게 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무거운 철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또각또각. 조용한 취조실에 하이힐 소리가 작게 울렸다.


“통신국 보안팀 팀장 려 하공이에요.”


우시가 앉은 맞은 편 의자를 끌어내며 려가 말했다. 우시의 눈이 힐끗 그녀를 쳐다봤다.


“그냥 통상적인 일로 온 것뿐이니까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무표정인 우시를 보며 려가 미소를 지었다.


“이건 무슨 재밌는 연극이야?”


우시의 말에 려의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려의 눈이 구석에 달린 카메라로 향했다.


“이런, 벌써 눈치 챈 거야?”


려의 태도가 돌변했다. 예의 미소를 얼굴에서 치운 려가 우시를 향해 비소를 날렸다.


“너희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나는 관심 없어. 그런데 이렇게 직접 카메라를 조작해서까지 날 보러 올 줄은 몰랐는데.”


우시가 킬킬거리며 창을 바라봤다. 아마도 창 너머에 있을 수호단의 소대장은 앞에 있는 여자가 조작해 놓은 대화를 듣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창 너머로 보이는 취조실의 모습은 첫 모습처럼 평화롭게 보이일 것이 분명했다.


“내가 저번에 닉을 만났거든. 그때 경고를 좀 했는데, 못 들었나 봐?”

“그딴 놈 내가 알게 뭐야.”


닉이란 이름에 우시가 인상을 팍 썼다. 짙은 와인색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너희 닉이 보내서 온 거잖아.”

“난 다니크족도 아닌 놈의 명령 따윈 듣지 않아.”


우시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살벌해진 분위기에도 려는 여유로운 얼굴로 일관했다.


“너흰 닉한테 이용당한거야.”


려의 말에 우시의 얼굴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그 얼굴을 보며 려가 다리를 꼬았다.


“무슨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네 형이 병실에 누워있을 리가 없잖아.”


흔들리는 우시의 갈색 눈동자를 보며 려가 말했다.


“네가 착각한 게 또 하나 있는데 알려줄까?”


려가 입모양으로 마저 말을 이었다. 뜻을 알아차린 우시가 주먹으로 책상을 크게 내리쳤다.


“그럴 리 없어!”


분노하는 우시를 보며 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으로 다가가는 려를 잡아채려 우시가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나 기둥과 연결된 왼손에 차인 수갑으로 인해 책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시의 몸짓에 책상이 덜컹거렸다.


“이거 알려주려고 온 거야. 조심하라고.”


려가 철문을 두드렸다. 이를 악문 우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럼, 이만.”


입모양으로 속삭인 려의 인사말을 끝으로 철문이 닫혔다.




하늘은 난감했다. 옆에 앉은 매디와 바론의 얼굴은 멍한 채였으며 교실 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환이 손뼉을 크게 쳤다.


“자, 다들 이해했죠? 다음 수업은 대련을 할 거니까, 각자 파트너와 합을 한 번 이상 맞춰보도록 하세요.”


하늘이 한숨을 작게 내쉬며 환을 바라봤다. 대련이라니. 이제 겨우 신력을 나타내는 1학년생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하늘에게는 다른 의미로 어려웠지만 말이다.


“파트너는 신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랑이 환에게 묻자 다시 한 번 교실이 술렁였다.


“그렇게 짝이 이뤄지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하겠죠.”


환의 말에 교실의 모든 이가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다면 파트너가 없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랑이 하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답답해진 가슴에 하늘이 숨을 멈추고 환을 쳐다봤다.


“부득이하게 파트너가 없을 경우, 제가 맞춰서 대련을 할 겁니다.”


환이 하랑에게 대답이 됐냐는 눈짓을 하며 말했다. 환의 말에 하랑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수업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이 무거운 손길로 책가방을 정리했다.


“일리예운.”


하늘이 앉은 자리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다가선 이를 본 매디가 침을 삼켰다.


“너한테 할 말 있어.”


새나가 무료한 얼굴을 하곤 하늘을 내려다 봤다. 새나의 말에 하늘이 허둥지둥 대며 가방을 뒤적였다.


“아, 맞다. 비기서 찾으러 온 거지? 방학 동안 잘 봤어. 고마워.”


하늘이 내민 화국의 비기서를 새나가 쳐다봤다.


“나랑 파트너 해.”


하늘의 손이 삐끗하며 비기서를 놓쳤다. 책상 위로 툭 떨어진 비기서를 잡을 생각도 못한 하늘의 입이 떡 벌어졌다.


“뭐?”

“대련 나랑 하자고.”


그녀의 통보에 하늘은 물론이고 매디와 바론 역시 멍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신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한다고...”


하늘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늘의 말에도 새나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알아. 상관없어. 그럼, 이따가 연락할 테니까 수련장에서 보자.”


새나가 미련 없이 몸을 획 돌리고 교실을 나갔다. 붉은 머리칼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하늘이 어벙한 얼굴로 매디를 바라봤다.


“그래도 되는 걸까?”


멍한 하늘의 물음에 매디가 바론을 쳐다봤다. 바론이 저에게 묻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뭘 그리 심각하게 구는 거야. 어쨌든 파트너가 생긴 거잖아? 단지 그것뿐이야.”


라라가 책가방을 매며 얼어붙은 세 사람에게 말했다. 교실을 나서며 하늘이 생각에 잠겼다. 새나는 분명 하랑과 파트너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자신과 파트너를 하려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늘이 손에 들린 새나가 가져가지 않은 비기서를 내려다 봤다.




오후 수업이 마치자마자 하늘의 통신기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에는 수련장으로 오라는 짤막한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어쩐지 입술이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을 먼저 기숙사로 보낸 하늘이 수호관으로 향했다.


수호관으로 향하는 내내 하늘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새나와 파트너를 하는 것을 무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관 문을 열자 곳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안 들어가고 뭐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늘이 뒤를 돌았다. 새나가 팔짱을 낀 채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이 머뭇거리는 순간 이미 새나는 수호관에 들어가고 없었다. 막상 그녀를 마주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호관에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시선들이 날아와 박혔다. 하늘과 새나의 등장에 수련장에 있던 학생들이 모든 동작을 멈추고 두 사람을 쳐다봤다.


“잠시 자리 좀 비켜줬으면 해. 다칠지도 모르니까.”


새나가 수련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해? 가방 안 벗고. 이리로 와.”


가방을 내려놓은 하늘이 쭈뼛거리며 새나가 서 있는 수련장 한 가운데로 다가갔다. 하늘이 새나의 앞에 서자 수련장에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수련장에 있던 이들이 놀란 얼굴로 물러섰다.


꼭 그렇게까지 위협을 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늘이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새나의 등 뒤로 치솟은 불기둥에 학생들이 감탄했다. 언제 봐도 새나가 만들어낸 화력은 대단했다.


“그동안 수많은 수련을 하면서 좀 답답했어.”


새나의 붉은 눈동자가 하늘을 담았다.


“내가 하는 모든 것에 기준이 없었거든.”


불기둥이 점점 크기를 키웠다.


“그런데 넌 그 기준이 될 것 같아. 내가 넘어야 하는 한계점 말이야.”


새나가 두 손바닥을 수련장 바닥에 대었다. 하늘의 눈이 조금 크게 떠졌다.


“그때 화룡비환을 할 수 있냐고 물었었지.”


수련장 바닥에서 거대한 화룡이 솟구쳐 올라왔다. 처음 보는 광경에 학생들의 고개가 한없이 뒤로 젖혀졌다.


“내가 4살 때 불러낸 비기야.”


화룡을 보던 하늘이 눈을 감았다. 새나는 일부러 하늘에게 화국의 비기서를 준 것이었다. 하늘의 신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그래. 나랑 하자. 파트너.”


감았다 뜬 하늘의 눈이 새파랬다. 하늘이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대며 화룡비환을 외쳤다. 수련장에 나타난 두 마리의 화룡이 모든 것을 태울 기세로 활활 타올랐다. 화룡을 보며 어떤 이는 경악에 잠기기도 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새나의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걸렸다. 하늘이 불러 낸 화룡을 보며 새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늘아!”


어디서 퍼진 소문을 듣고 온 건지 수호관에 들어선 매디가 하늘을 불렀다. 수련장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창문을 통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집중해.”


새나의 발은 어느새 맨발이었다. 처음 그녀와 만났던 때와 모습이 같았다.


“네가 시작 좀 외쳐 줄래.”


새나가 하늘을 주시하며 매디에게 말했다. 매디가 안절부절 못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이 괜찮다는 눈빛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새나가 오른 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유연한 몸짓을 보며 하늘이 고개를 양 옆으로 꺾었다.


“시작!”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매디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외쳤다.


쿵.


새나의 오른 발이 바닥에 내리 꽂히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뒤에 있던 화룡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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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5. d-day (3) 19.01.31 129 1 13쪽
67 25. d-day (2) 19.01.30 112 1 11쪽
66 25. d-day (1) 19.01.29 149 1 11쪽
65 24. 전초전 (3) 19.01.26 123 1 11쪽
64 24. 전초전 (2) 19.01.25 127 1 11쪽
63 24. 전초전 (1) 19.01.24 125 1 12쪽
62 23. 완벽한 함정 (2) 19.01.23 131 1 11쪽
61 23. 완벽한 함정 (1) 19.01.19 126 1 11쪽
60 22. 눈속임 (3) 19.01.18 140 1 11쪽
59 22. 눈속임 (2) 19.01.17 126 1 12쪽
» 22. 눈속임 (1) 19.01.16 144 1 11쪽
57 21. 뜻밖의 외출 (3) 19.01.15 164 1 12쪽
56 21. 뜻밖의 외출 (2) 19.01.12 155 1 11쪽
55 21. 뜻밖의 외출 (1) 19.01.11 1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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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0. 소리 없는 습격 (1) 19.01.09 147 1 11쪽
52 19. 경고와 경계 (2) 19.01.08 164 1 11쪽
51 19. 경고와 경계 (1) 19.01.05 185 1 11쪽
50 18. 물속의 그림자 (3) 19.01.04 154 1 11쪽
49 18. 물속의 그림자 (2) 19.01.03 148 1 11쪽
48 18. 물속의 그림자 (1) 19.01.02 150 1 11쪽
47 17. 소중한 기억 (2) 19.01.01 181 1 11쪽
46 17. 소중한 기억 (1) +2 18.12.29 141 2 12쪽
45 16. 검은 부족 (2) 18.12.28 140 2 11쪽
44 16. 검은 부족 (1) 18.12.27 129 2 12쪽
43 15. 상상의 숲 (3) 18.12.26 1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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