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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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4
최근연재일 :
2018.06.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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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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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정령

DUMMY

35. 정령


좀비 사제 하나가 대한의 종아리를 물었다. 이빨이 살을 뚫고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굉장한 힘으로 꼬집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은 숲에 들어온 다음부터 온몸에 차고 넘기던 기운이 조금씩 빠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대로라면 저깟 좀비들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썩은 시체에 불과할 뿐인데 대한을 깨문다면 도리어 턱과 이빨이 부러졌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고통이 느껴진다.


일전에 고림과 격투에서 운석이 충돌하는 듯한 펀치에도 끄떡없던 대한이다. 종아리에 매달린 좀비를 잡아채서 가까운 나무에 던져 버렸다.


퍼억!


좀비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대한은 여기저기 불을 놓기 시작한다. 시야를 밝히려는 목적이었다. 가득한 습기 때문에 불이 잘 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헉!"


수많은 좀비들이 대한을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이 빌어먹을 뼈다귀들은...? 숲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야!? 정말로 저주받은 숲이라고? 그런 게... 그런 게 실재로 존재한단 말이지!'


이세상은 타이탄도 존재하고 드래곤도 날아 다니는데 심지어 친구다. 그리고 신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런데도 대한은 좀비를 보자 믿기 힘들었다. 종아리를 살살 문지르며 확인했다. 혹시 물린 것 때문에 자신도 걸어 다니는 시체로 변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씨발! 타이탄 좀비로 변하는 건 아니겠지!!'


푹!


대한은 횃불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망토를 벗어 둘둘 말기 시작한다. 금방 빨간색 기다란 몽둥이가 하나 만들어졌다. 이 신물 망토는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구부려 지거나 헤지지 않고 빳빳하게 몽둥이 형태를 유지했다. 이것은 대한이 무기대용으로 쓰려고 생각해낸 망토의 활용 방식 이었다.


"어... 어째서 이곳에 타이탄이!?"


픽시오 사제 단의 대사제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좀비들의 물결 밖에서 대한을 보고 있었다.


"저 타이탄은 분명 우리를 해치러 온 것 입니다. 사제님! 관리자님의 유일한 후손들인 우리를 없애러,그 분의 부활에 맞춰 손발이 되어줄 우리를 해치우러 왔단 말입니다!"


다른 사제 하나가 악을 썼다. 그는 눈앞에 타이탄이 있자 광증에 빠진 것처럼 행동했다. 아무리 마왕을 섬기는 무리라 할지라도 타이탄이란 그런 존재였다. 수세기 동안 인간들을 지배해온 절대자! 좀비들 따위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음 대사제로 유력한 후보였던 '소나흐제' 사제가 말했다.


"겁낼 것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관리자님의 기적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바로 지금도 눈앞에 그분의 역사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 타이탄이 우리 다시 일어난 형제들을 모두 죽...인다 하더라도 숲의 정령들이 보호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아직 정령들과 계약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주인님의 부활 때까지는 우리를 지켜야만 합니다!"


그는 이미 죽은 사람들을 다시 죽인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그의 말에 대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흐제 사제의 말이 맡습니다. 사제님들 진정하세요."


"하지만..."


의문을 품은 사제들은 굉음이 날 때마다 움찔거렸다.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령들과의 계약은 물론 수세기 동안 픽시오 사제들의 믿음 중 하나였다. 허나 이중에 그 누가 정령을 실제로 본적이 있단 말인가. 이단으로 몰려 처형대에 오른 형제 중 하나라도 정령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던가? 하지만 누구도 이 자리에서 불만을 토할 수는 없었다. 오늘 일어난 기적은 그들 역시 분명히 목격하였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검은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내려다 보던 대천사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그림처럼 박혀 있었다. 대사제가 외친다.


"보세요! 형제들이 공격합니다. 기도합시다!! 주문을 외워 형제들을 도와주잔 말입니다!!"


사제단이 앞선 의식 마지막에 사용했던 마법진을 다시 바닥에 깔아 놓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뜻 모를 괴이한 언어를 모든 사도가 목놓아 중얼거렸다. 이쯤 되자 대한도 픽시오들을 발견했다.


'저것들은 또 뭐야!?'


대한은 새로 나타난 일단의 무리에 호기심이 들었으나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좀비들의 상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콰광!


휘둘러진 망토는 마치 불덩이 같았다. 망토에 맞은 좀비들이 믹서기에 갈린 것처럼 터져 나갔다. 망토 자락이 대기와 마찰하며 엄청나게 진동했다. 이 때문에 괴상한 소리까지 더해졌다.


부두두두! 쾅!


후두두두두! 쾅!


대한은 신이 나서 두더지 게임 하듯이 좀비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헌데 사제단이 나타난 후론 특이한 변화가 생겼다. 부서진 뼈 조각들이 다시 맞춰지고 스스로 연결되어 금새 인간의 형상으로 복구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생전에 원수라도 되듯이 대한을 향해 절규하며 다시 공격을 이어왔다.


'이것들이 재생까지 할 수 있구나! 좋아 전략을 바꿔서 상대해 주지!'


대한은 골프 치는 자세를 잡았다. 그의 힘이라면 올려 쳐서 수백 미터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부서져 흩어진 좀비들이 흩어진 조각을 찾아 돌아오려면 한세월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후두두둗!


후웅!


망토가 좀비 한 마리의 두개골을 간발을 차로 스치고 지나갔다. 티브이에서 볼 때는 간단해 보였는데 실제로 휘둘러 보니 맞추기가 여간 아니었다.


"야이! 씨발! 쉬운 게 하나도 없네!"


후웅! 후웅!


몇 번의 헛발질을 이어가다가 드디어 한번 성공했다.


쿠앙!


좀비 하나가 날아갔다. 순식간에 작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씨발놈들! 이제부터 전부 홀인원이다!"


한번 익숙해 지자 그 다음부턴 누워서 떡 먹기였다. 물론 지구의 대한이었다면 한 달을 골프 연습장에 꼬박 다녔다 하더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펠리의 육체는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였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좀비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깡! 깡! 깡! 까앙!


"사... 사제님! 더 이상은 형제들... 형제들이..."


"두려워 하지 마세요! 저 타이탄도 지쳤습니다. 정령님들을 믿으세요."


이제 대한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좀비들을 부리는 원흉이 저 우중충한 로브를 걸친 자들 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야이! 씨발! 악마 숭배자 새끼들아! 바빠죽겠는데 여기서 내 발을 걸어!! 뒤질래? 니들 어디 사냐? 이리 안와!"


"흐익!"


사제들이 흠칫 놀라며 벌벌 떨었다. 오직 북쪽산맥에 숨어살던 사제들만이 떨지 않았다. 대사제는 대한의 호통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타이탄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다. 이제 모든 좀비들이 박살이 났다. 대한이 빨간 몽둥이를 손바닥에 툭툭 치며 걸어왔다.


"이 쌍놈의 새끼들이 겁 대가리를 상실했나."


대사제는 피식 웃는다. 저토록 입이 험한 타이탄 이라니 듣도보도 못했다. 대한도 마주 웃었다.


"하하 야~ 이 새끼! 신선하네? 엎드려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웃어? 너 뭐냐!? 누가 시켰냐고? 넥스냐?"


대한은 이들이 넥스 타이탄중 하나의 부하들이라 짐작했다. 감히 인간들이 독단적으로 타이탄을 공격한다는 것은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이었다. 떠오르는 마땅한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목을 잡아두기 위해 넥스에서 남겨놓은 인간들이라 짐작했다. 그때 대사제가 입을 열었다.


"잔인하고 무도한 타이탄아! 우리 형제들을 다시 살해 했구나! 나는 너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대 천사님은 이미 부활했으며 머지않아 관리자께서 너희 모든 타이탄들을 쓸어 버리고 지상에 다시 인간들의 세상을 열 것이다. 네가 당장 우리를 죽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울지 모르겠으나 너의 최후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지옥에 가는 길은 살아있을 때보다 길고 무서울 지니..."


"허... 참! 뭐래 이 병신이!"


부다다다닫!


얼마나 세게 휘둘렀던지 망토에서 오토바이 배기 음이 터진다.


콰광!


사제들이 놀라 자빠졌다. 오직 대사제만이 굳건히 버티고 서 있었다. 대한의 망토는 무언가에 막혀서 사제들을 해치우지 못했다. 대사제의 낯빛이 희열로 물들었다.


"오!! 오!! 과연 정령님께서 오셨다!"


"정령님!"


"정령님!!!"


사제들이 정령을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망토를 막은 투명한 무언가가 서서히 형체를 드러냈다. 투명한 껍질이 벗겨 지듯이 육체가 드러났다. 공격을 막은 것은 그 무언가의 팔이다. 완전히 드러난 그 모습은 덩치가 대한보다도 컸다. 대사제는 그것이 정령임을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구전 속 묘사된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대한은 새로 나타난 상대를 유심히 관찰했다. 마치 지구에서 본 영화 '에일리언' 속에 괴물처럼 검고 기다란 몸통에 수십 개의 파이프를 붙여 놓은 것처럼 생겼고 뾰족하고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우주인 같은 머리통을 달고 있었고 피부 위에 뼈를 붙인 것처럼 징그러웠다. 영화 속 괴물보다 크고 무서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씨발! 이건 또 무슨 타이탄 이냐!?'


대한은 살짝 겁이 났으나 표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깜짝이야! 씨발놈아!"


정령은 눈이 없어서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길게 찢어진 입은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자리의 모든 생명체가 그의 음성을 들었다.


"아이야! 너는 숲에서 픽시오를 죽일 수 없다. 우리는 세계 형제들간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오래 전 계약을 지킬 뿐이다. 아이야! 너는 못으로 태어나 구멍을 막아야 함인데 어찌하여 숲으로 들어왔느냐! 돌아가라!"


"이 새끼들은 말을 좀 알아먹을 수 있게 해야지!! 씨발!"


부다다닫!


문답무용! 대한은 일단 망토를 휘둘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생긴 모양새로 보았을 때 일단 때리고 싶었다. 타이탄으로 환생한 이후 무력으로 제압해 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버릇이 들었던 것이다.


슈아아악! 푸악!


정령의 꼬리가 기묘하게 망토를 피하며 대한의 뺨을 후려쳤다.


"커억!"


따귀를 맞고 몇 바퀴를 굴러 갔다. 믿기 힘들지만 대한은 기절했다. 픽시오 사제단이 정령 앞에 일제히 엎드렸다. 대사제가 고개를 들고 외친다.


"정령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타이탄을 죽여 후환을 없애 주세요!"


"나에게는 불가능 하다. 너희들의 천사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저 타이탄이 그렇게 강력합니까?"


"너희들의 대 천사가 태어났으나 그는 다른 대륙에 있다. 아직은 그의 힘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니 당분간 나는 계약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저 타이탄의 영혼은 두 형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사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궁금한 점을 물어보려는데 정령의 몸이 다시 투명해 지고 있었다.


"저. 정령님!"


사제들이 허둥거렸으나 정령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그때 대한도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렸다. 작지만 벌써 대지의 기운이 흡수되고 있었다. 그나마 이곳이 어스쿠리 숲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 저 타이탄이 지금은 우릴 죽일 수 없지만 숲을 나가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나흐제사제 자네 말이 맞네... 다만 앞으로 우리 픽시오 형제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군! 정령님께서 앞길을 인도해 주셨으면 좋았으련만..."


"헌데... 대사제님! 대 천사님은 다른 대륙에 태어나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요? 설마하니 세상에 대륙이 또 있단 말입니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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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3. 펠리성 전투 서막 18.05.23 443 7 12쪽
40 32. 도옴 일 대 일 18.05.22 413 8 12쪽
39 31. 망치와 모루 2 +2 18.05.21 44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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