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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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S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4
최근연재일 :
2018.06.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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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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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광명

DUMMY

45. 광명


본래 사신들은 알바와 대한이 목적이지만 전장의 희생자들에게 그랬듯 사정거리 안 영혼이 들어있는 모든 존재에게 끌린다. 만약 라루쓰가 그 안에 들어온다면 순식간에 분해되어 아귀들의 내장 속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루쓰는 대한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감하게 돌진한다. 넥스 타이탄들 마저 박살이 나는 생지옥을 충분히 보았을 탠데도 믿을 수 없는 무모함이었다. 어쩌면 사신들이 대한의 부하들쯤으로 착각하는 걸까?


대한이 다시 한번 경고를 보내려는데 라루쓰가 별안간 소리친다.


"사악한 존재들아!! 나 광명의 신 라루쓰가 지옥으로 돌려보내 주마!"


대한은 라루쓰를 처음 만났을 때 그를 소개한 신관의 말 중 분명 광명이 어쩌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저 새끼···. 설마 그걸 믿고 저 지랄인가?'


데자르와 라루쓰등은 성벽에 올라 넥스가 도륙당하는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다. 데자르는 영체인 만큼 당연히 사신들의 존재를 바로 알아보았다. 어떻게 저런 존재들이 나타났는가 하는 점은 알아낼 수 없었으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먹어 치운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대한조차 안전할 수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녀는 사신들의 정체를 모두에게 설명했다. 대한을 구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무슨 수로 저속에 들어가 악마들과 싸운단 말인가? 켈타는 중상이었으며 인간들은 그저 목숨을 바칠 뿐이다. 그때 라루쓰가 나섰다.


"나는 광명의 신, 부정한 모든 것을 태운다. 저것들이 지옥에서 올라온 것이 맞는다면 주신의 빛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


평소 라루쓰의 이미지상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든 주장이었다. 하나 이번 전투에서 포가라의 화염 속에서도 성문을 끝까지 사수한 그였기에 면박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라루쓰는 신관들이 떠드는 소위 신의 말씀들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대신관이 늘 주장하듯이 자신의 능력, 즉 그의 빛이 주신의 선물이며 사악한 모든 것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구울왕은 달려오는 빛덩이를 노려 보았다. 등에는 거의 자기 자신의 크기와 맞먹는 거울을 매달고 연신 뭐라고 호통치는 타이탄, 강하고 순수한 영혼이었다. 라루쓰가 핏대를 세우며 부르짖는 주신의 심판은 죽은 자들에겐 소용없는 짓이었다. 사자들은 이미 지상의 언어를 모두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신들은 새로 나타난 찬란한 영혼에 불나방처럼 이끌렸다.


"사라져라! 지옥으로!!!"


번쩍!


빛이 터졌다. 대한이 언젠가 말했다. 까불면 등대로 만들어 주겠다고. 라루쓰는 등대가 되었다. 죽음으로 가득찬 대해를 비추는 광명의 등대 말이다.


"끄아아악!!"


빛에 닿은 사신들이 팔팔 끊는 기름통에 빠진 것처럼 튀겨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다 폭발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라루쓰의 빛은 정말로 광명의 힘을 품고 있었다. 구울왕이 힘겹게 뼈 칼을 들어 올릴 때 빛은 정확히 그를 때렸다. 뼈마디 관절 하나하나가 끊어지며 무너져 내렸다. 뼈다귀 덩어리 위에 두개골이 간신히 남아 새된 비명을 질러댔지만, 곧 폭발해 사라졌다.


"으하하하!"


라루쓰는 흥분하여 힘든지도 모르고 전장을 질주했다. 그동안 연습했던 욕도 마구 쏟아 냈다. 어차피 지옥에서 온 것들이니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하하! 죽어랏!"


부글부글! 펑! 펑! 퍼펑!


명왕의 빛이 닫는 모든 사악한 존재가 순식간에 폭발했고 죽음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대한은 이 모든 광경을 입을 떡 벌리고 구경했다. 그의 마음속에 라루쓰는 언제가 깍두기 같은 존재였다.


'저놈에게 구원받을 줄이야···. 썅!! 이거 뭔가···.'


"꺄악!"


"크억!"


빛을 맞은 알바가 기겁하여 비명을 질렀다. 주술에 묶인 대한 또한 타격을 공유했다. 알바의 팔이 기포로 가득 차올랐다가 대한의 회복력 때문에 급속히 회복되었다. 망토로 알바를 돌돌 말아 숨기고 중얼거렸다.


"제기랄! 잘못하면 저놈한테 죽을 수도 있겠네···."


사실 이었다. 라루쓰는 이제 대륙에서 유일하게 대한을 죽일 수도 있는 타이탄이 된 것이다. 물론 라루쓰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지금도 미친 사람처럼 웃어 재끼며 사신들을 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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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텅스성 전투가 있는지 꽤 시간이 지났다. 넥스는 자연스럽게 텅스에 흡수되었고 연합은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제 텅스의 타이탄은 공식적으로 대한과 켈타, 데자르, 라루쓰, 포가라, 엘카 이렇게 6명이었고 사디와 고림은 약간 예매한 처지에 있었다. 이 둘 중 한 명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였고 사디는 중립을 선언해서 거대한 바닷속에 떠 있는 섬처럼 특이한 존재가 되었다.


포가라는 아직 자신의 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겨우 인간 아이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는 중이다. 다행히 그의 신물인 갑옷이 주인에 맞춰 작아져서 피해를 주진 않고 있었다. 미니 갑옷을 걸친 귀여운 인형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주 사나웠다. 하지만 패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연합에 흡수된 것이다.


엘카는 별다른 저항 없이 연합에 속했다. 만약 대한이 자신에 대해 솔직히 밝히지 않았다면 포가라와 엘카는 죽어도 연합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그를 타이탄이 아닌 마왕의 자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옥의 사신들을 불러올 수 있는 존재가 그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이 알바와 엮이게 된 사연을 찬찬히 설명한 후 그들은 거부감 없이 연합에 들어오게 되었다.


미셜과 데자르, 그리고 걸리버등이 대한의 경험을 듣고 픽시오에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대한은 브리앙을 위해 성대한 장례의식을 치러 주었고 전투에서 죽은 병사들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약 이런 사후 처리를 소홀히 한다면 인간들이 어떤 반감을 품게 되는지 지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물론 브리앙과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친분이 있기도 하니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고 넓은 영토를 재정비하는 일들은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동안 대한은 신전에 틀어박혀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지옥의 사신들이 신전으로는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전은 주문의 신호를 지옥으로부터 차단해 주었다. 데자르는 많은 시간, 알바를 대한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고심했다.


한편 걸리버는 이제 그냥 대신관이 아닌 거대 영토를 자랑하는 연합의 최고위 신관이 되어 버렸다. 그는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요즘 미셜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절단이 또 왔다죠?"


"그렇구나. 대륙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어···."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예요.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하지만···. 평화롭게 살던 우리 주민들이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구나···."


"아저씨···."


미셜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번엔 어디서 왔나요?"


"자신들을 동쪽의 ‘세르빌‘국 신하라고 하더구나."


그동안 대륙에는 국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한 타이탄이 지배하는 대략적인 영토가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며 소속한 반신 즉 타이탄을 섬기며 살았다. 신탁 이후 대륙 곳곳에 타이탄 연합이 생기며 사정이 달라졌다. 일단 영토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집단, 즉 신전이라는 형태의 정치적 단위가 이미 존재했는데 인간들은 타이탄 들과는 별개로 연합이 결성되면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암투와 권력 다툼을 벌였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더 나은 권리를 가지려 노력하였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간들은 타이탄이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든 것들을 담당하였다. 연합이 결성되고 영토의 인구가 천 단위를 넘어가게 되면서 국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탄생 되었다. 타이탄 들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신관들은 법을 정하고 영토를 선포했으며 국경을 정하고 합쳐진 인간 사이에 계급을 정했다. 연합의 수장 타이탄에 속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일등 계급을 누릴 자격을 얻었다.


지구의 유명한 철학자가 말했다. '국가는 정신이 그 자신을 실현하기 위한 단위다.' 이를 대입하면 대륙에 새로 생겨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타이탄 들의 왕관 쟁탈전 때문이며 그 대전제를 실현하는 것이 모두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전투에 소극적인 인간들은 반역의 세력이 되어가며 신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전투에 나가 죽는 것이 커다란 영광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병역을 꺼리는 자는 나라의 존속을 해치는 배신자이자 위대한 반신과 그 대리자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역도가 되는 것이다. 대륙은 점차 역사상 전례가 없던 타이탄을 중심으로 한 민족의식이 태동하고 있었다. 타이탄 들은 인간들의 평소 생활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습관이 만연했기 때문에 결국은 상징적 존재였다. 당연히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나라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바로 애국심이라는 것이 태어난 것이다.


현재도 전쟁이 대륙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 살아서 상대의 휘하로 들어가면 그래도 사정이 나았지만, 만약 타이탄이 죽었다면 그가 지배하던 영토의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 대륙에는 이제 국가는 물론이고 지구의 야만적 역사가 그랬듯 노예마저 생기고 있었다. 인간들의 상식은 국가의 선포와 임의로 그어진 국경 안에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신관들의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거대한 연합의 최고 신관은 마치 왕과 같은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조차 타이탄의 종에 불과할 뿐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였다. 타이탄들도 점점 전쟁 규모가 커지면서 인간 병사들의 사용이 승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병사들을 기르고 전쟁을 가르치며 계급을 정하고 전술을 만드는 것은 인간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꼭대기에는 대신 관이 있는 것이다. 연합이 커지고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강력한 조력자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똑똑한 타이탄 들은 이미 알아 가고 있었다.


국가 선포의 사절단을 맞는 일은 이제 텅스 연합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었다. 승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행정기구는 물론이고 정치집단에 가까워진 신전에 인간들은 이런 절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국가는 생명체가 되어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미셜이 말했다.


"우리도 빨리 국가를 선포해야 해요! 그래야만 다른 연합, 아니 이제는 나라들이 이 땅을 나눠 가질 생각을 하지 못할 거예요. 지금 우리의 위치는 정확한 국경도 공인된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아요. 이대로라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특사들이 빈번하게 찾아오는 것도 우리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정탐일 가능성이 커요!"


걸리버는 미셜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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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35. 정령 +1 18.05.25 41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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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3. 펠리성 전투 서막 18.05.23 443 7 12쪽
40 32. 도옴 일 대 일 18.05.22 41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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