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전쟁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론.S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4
최근연재일 :
2018.06.15 18:3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2,778
추천수 :
487
글자수 :
270,724

작성
18.06.13 18:30
조회
375
추천
6
글자
10쪽

48. 산적

DUMMY

48. 산적


타이탄이었을 때는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를 일행은 수일을 달려야 지날 수 있었다. 이따금 보이던 집들이 사라지고 처음 보는 동물을 만났을 때쯤 대한은 살리 다리아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텅스 연합국의 공식적 국경을 넘게 되었다.


대외적으로 선포한 국경은 얼마나 많은 땅을 차지하는가보다는 최대한 관리가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이것은 비단 텅스 뿐만이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넓은 대지를 감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어에도 취약하였다. 더욱 문제는 아직 대규모 상업이 발달하지 않는 실정이다 보니 농사 등의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벗어나 멀리까지 나갈 수 없었다.


국경을 지나 며칠을 더 이동해도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남쪽으로 더 이동하면 비슷한 시기에 국가를 선포한 머카도국이 있었고 가장 가까운 도시는 ‘데르‘였다. 상인들의 정보에 따르는 머카도국이 생성되는 과정, 즉 왕관 쟁탈전 중 데르의 타이탄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원정대가 지나는 방향에 이 데르가 있었다. 원정대가 데르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몇날을 더 달려야 했다. 가져온 식량과 보급품의 양으로는 상당히 가난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 더럽게 머네! 데른지 먼지 아직도 멀었어? 목말라 뒤지겠는데!"


포가라가 말했다.


"물이라면 아직 충분한데 무슨 소리지?"


"저 친구 말은 술이 먹고 싶다는 거라네. 어젯밤 가져온 술을 다 마셔 버렸거든."


데자르가 하늘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가요. 날이 곧 저물겠네요. 말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일행은 말에서 내려 자리를 잡았다. 원정대의 실질적인 리더는 자연스럽게 데자르가 되어 있었다. 타이탄들은 인간의 몸으로 살기에는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조차도 타이탄으로 산 시간은 고작 2년에 불과하지만, 막상 다시 인간이 되자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면 오갔던 거리를 수일 동안 여행해야만 하니 말이다.


적당한 곳에 캠프를 설치하고 포가라가 불을 피웠다. 마리 즉 데자르와 라루쓰가 모닥불에 앉았다. 살면서 한반도 추위를 느껴본 적이 없던 라루쓰는 요즘 감기로 고생 중이다. 처음 병에 걸린 라루쓰는 신기해하면서도 동시에 공포를 느꼈다. 아마 이때 진정으로 인간임을 실감 했을 것이다.


대한이 마리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모닥불에는 커다란 냄비가 올려져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배에서 연신 밥 달라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대한이 몸을 빌린 사내, 바이커는 기초대사량이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 무엇을 먹던 뒤돌아서면 허기가 느껴진다. 대한과 데자르, 라루쓰까지 수프가 완성되길 기다리며 침을 삼키고 있을 때 이를 신기하게 여긴 포가라가 말했다.


"너희들은 마치 인간이 된 것 같구나. 그저 겉모습에 그치지 않고 말이야."


"호호호. 포가라님께서는 저희가 반신의 위신을 떨어트릴까 걱정되시나 봐요."


포가라는 타이탄 중에서도 희귀하게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대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인간이 돼서 좋은 점이 뭔 줄 알아? 이렇게 맛있는 바카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거야. 타이탄은 그저 모든 고기가 그냥 고기 한 덩이일 뿐이지. 아 참! 제기랄! 넌 뭘 먹지를 않지."


라루쓰도 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역시 인간이 되어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타이탄일 때는 모든 음식이 너무 적어서 원재료의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기 시작한 냄비를 보며 대한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크아! 소주 한잔 딱 하면 소원이 없겠는데···."


"소주? 그건 뭔가? 자네가 종종 이야기하는 그 타이탄 세상의 물건인가?"


"타이탄 세상!?"


포가라가 의문을 표했다.


"아? 자넨 아직 모르는군. 이 친구는 주신의 은총으로 나팔 사건 때 기억을 잃지 않았다네. 그래서 고향의 물건들을 모두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지!"


"하하하! 헛소리! 라루쓰! 너는 너무 순진하다. 저놈 펠리는 비록 나의 왕관을 빼앗아 갔으니 대단하다는 점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허풍이 심하고 타이탄으로서는 드물게 거짓말도 잘하지!"


"이 새끼가 모포말이를 한번 당해봐야 말버릇을 고치려나!"


대한은 원정대를 나서면서 아끼는 신물인 망토를 챙겨 왔었다. 지금은 침낭이나 돗자리 정도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텐트를 만들기도 좋았다. 이제는 완전히 대한의 소유가 되어버린 망토는 주인의 영혼이 인간 크기로 바뀌자 자신도 줄어들어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감히! 만약 내가 명예를 모르는 타이탄이었다면 너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어쩌면 고향에 가서 네가 떠드는 기억들이 정말인지 확인시켜 줄 수도 있겠지."


여행 중 이런 말다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 데자르는 말없이 냄비를 살펴볼 뿐이다. 대한이 망토를 돌돌 말며 말했다.


"다 죽어 가는 놈 살려 줬더니 이제 아주 보따리 내놓으라고 지랄이네. 너 오늘 한번 맞자!"


"잠깐!"


몸체는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타이탄인 포가라는 이 중에서 가장 예민하게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숨어서 원정대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걸 감지한 것이다. 하마터면 불길을 쏟을 뻔했으나 마음을 다스리며 외쳤다.


"거기 누구냐!"


"..."


대한이 한번 슥 보더니 말했다.


"누가 있다고 이 병신이 맞기 싫으니까 말 돌리는···.“


그때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넝마를 걸치고 있는 지저분한 거지들이었다.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주체못하고 연신 꼴딱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작정으로 원정대를 노려보는 소년도 있었다. 총 다섯의 아이가 숨어 있었다. 아이들의 가운데선 키 큰 소녀가 양팔을 벌려 아무도 나서지 못하게 막고 있다. 땟국물이 흐르는 행색이었으나 맑은 눈만은 달밤에도 빚을 내고 있었다.


"거지들인가?"


포가라와 라루쓰가 무심하게 말했다. 가운데 소녀가 나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데르의 신관 ’코케‘라고 합니다."


"신관이라고?"


데자르가 놀라 물었다. 자세히 보니 낡고 찢어졌지만, 코케는 신관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거지 고아들의 신을 섬기는 신관인가?"


"누나는 거지 아니야!"


라루쓰가 무심코 던진 소리에 한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소리쳤다. 기본적으로 타이탄들이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포가라나 라루쓰등은 그런 감정을 느껴볼 경험 자체를 가진 적이 별로 없었다. 데자르는 둘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무슨 사연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에이 무식한 새끼들! 애들한테 하는 소리하고는 하여간 정이 없어 정이!"


대한이 손짓으로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길 권유했으나 아이들은 접근을 거부했다. 일행 중 가장 무식하게 생긴 사람이 저렇게 이야기하자 도리어 겁이 났다. 바이커의 인상은 산적이라고 해도 의심치 않을 정도로 무서웠으니까 말이다. 데자르가 인자하게 말했다.


"배고프지 않니? 이리 와서 같이 먹자. 우리도 마침 데르에 가는 길이니 이것저것 이야기 좀 해주련···."


뜻밖의 제안에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것이 보였다. 데자르는 소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자 냄비 뚜껑을 열었다. 뿌연 연기와 함께 맛있는 향기가 불청객들의 마지막 남은 장벽을 무너뜨려 버렸다.


다른 아이들이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는 동안 코케는 불안한 듯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새끼들을 지키는 어미 새와 같았다.


"무슨 사연인지 말해주면 좋겠구나?“


오히려 반문하는 코케다.


"데르에는 무슨 일로 가시나요?"


"너는 알 필요 없다."


투구를 뒤집어쓰고 있어 보이지 않지만 지금 포가라의 두 눈에는 시퍼런 불똥이 튀었을 것이다. 데자르가 말했다.


"우리는 여행 중이란다. 데르에는 먹을 음식 등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들리는 거야. 저기 있는 저분은 술이 없으면 잠을 못 주무시거든."


데자르의 손가락 끝에 있는 대한이 아이들과 함께 소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는 점심을 굻은 것도 아닌데도 아이들과 다른 바가 없어 보였다.


"저 사람은 바이커라고 한단다. 이분은 폴이고 저쪽은 뜨제라고 하시지. 마지막으로 나는 마리란다. 모두 텅스에서 온 사람들이지. 데르에는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단다."


데자르는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사실대로 설명했다.


"우리는 살리다리아로 가고 있어요. 나중에 켈타님의 신관이 되면 오늘 먹은 음식값을 지불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코케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감사를 표했지만 그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데자르는 이미 데르의 신관인 자가 어째서 다른 곳의 신관이 되기 위해 여행 중인지 궁금했다. 잠시 소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볼까 망설였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젠장! 또 누군가 오는군!"


이번에도 포가라는 사람의 접근을 먼저 눈치챘다.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이었지만 코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린다. 따뜻한 손이 소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무서워할 필요 없단다. 저들이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보호해 주마."


소녀는 알 수 없는 포근함에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거인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합니다... +1 18.06.18 436 0 -
공지 5월 9일 휴재 공지 합니다. 18.05.08 371 0 -
공지 제목 변경신청 했습니다. 18.04.16 451 0 -
공지 월~금 오후 6시 30분에 연재 합니다. 18.04.09 586 0 -
58 50. 인간을 죽이다. +2 18.06.15 380 5 10쪽
57 49. 노예상인 +1 18.06.14 375 4 9쪽
» 48. 산적 18.06.13 376 6 10쪽
55 47. 다시 인간으로 +2 18.06.12 421 6 12쪽
54 46. 국가 선포 +2 18.06.11 411 5 12쪽
53 45. 광명 +2 18.06.08 414 5 11쪽
52 44. 살육의 밤 +4 18.06.07 408 5 11쪽
51 43. 해 떨어졌다. +1 18.06.06 410 5 11쪽
50 42. 귀환 +1 18.06.05 403 6 11쪽
49 41. 다르의 습격 +2 18.06.04 429 5 12쪽
48 40. 공성전 두 번째 날 +3 18.06.01 422 6 11쪽
47 39. 공성전 +3 18.05.31 494 4 11쪽
46 38. 신들의 전쟁 +2 18.05.30 434 6 11쪽
45 37. 저주 18.05.29 429 6 12쪽
44 36. 혼란 +1 18.05.28 429 9 12쪽
43 35. 정령 +1 18.05.25 414 8 12쪽
42 34. 픽시오 +2 18.05.24 471 8 12쪽
41 33. 펠리성 전투 서막 18.05.23 443 7 12쪽
40 32. 도옴 일 대 일 18.05.22 413 8 12쪽
39 31. 망치와 모루 2 +2 18.05.21 440 6 11쪽
38 31. 망치와 모루 +2 18.05.18 510 6 10쪽
37 30. 도옴전투 18.05.17 441 7 11쪽
36 29. 동침 +2 18.05.16 459 7 9쪽
35 28. 조건부 수락 +2 18.05.15 466 8 9쪽
34 27. 고문 18.05.14 480 8 12쪽
33 26. 사디 18.05.11 514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