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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끼
작품등록일 :
2018.04.09 15:08
최근연재일 :
2018.05.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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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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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본격적인 수업 시작

DUMMY

오딜리아 선생님의 커리큘럼 설명 시간. 그녀는 공통과목 교재와 선택과목 소개 책자를 나누어 주었다. 첫 주는 자유롭게 아무 선택과목이나 수강하여 청강해볼 수 있단다. 일단 나는 책자를 보며 관심 가는 분야 위주로 넓게 추려 본다.

어느새 헬릭으로 구동되는 알림 종이 힘차게 울렸고,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에 곧바로 첫 수업이 시작된다.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근현대사와 미래’다. 왠지 지루해 보이는 과목이지만 내 옆에 앉은 하인츠는 눈을 반짝인다. 고대의 역사뿐만 아니라 근현대사도 관심이 있나보다. 알람 종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능글능글 웃는 얼굴, 작고 통통한 몸, 그리고 머리가 환하게 벗겨진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 들어온다.


“3반 학생들과 첫 수업을 해서 영광이에용! 저는 ‘근현대사와 미래’를 가르치는 ‘피에르 (Pierre)’예용. 첫 수업부터 진도를 나가면 재미없겠죵? 제가 진도와는 관계가 없지만 현대사를 처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 줄게용.”


‘파우레 (Fauré)’ 아나키 억양을 강하게 쓰는 피에르 선생님은 누가 봐도 좋아할만한 사랑스러운 외모와 말투를 가진 교사이다. 오딜리아와의 숨 막히는 첫 시간을 보내고 잔뜩 긴장했던 학생들이 마침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피에르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 근현대사가 언제부터의 역사인지 아는 사람? 그렇죵! 바로 서부의 왕정 국가들이 무너지고 아나키로 바뀌면서죵? 그럼 어떤 인물이 왕정 국가를 처음 무너뜨렸죵? 맞아용. 바로 저와 같은 파우레, 고유어론 ‘포헤 (Fauré)’ 아나키 출신... 아니죵? 그 시대 땐 포헤 왕국 출신 여검사 ‘자끌린 (Jacqueline)’ 이죵? 너무 쉽죵?”


나는 체르니의 바로 옆 아나키인 게를락 아나키 사람들을 많이 봐와서 게를락 억양은 꽤나 익숙했다. 하지만 파우레 억양은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뭔가 혀를 살살 굴려대면서 옹알대는 것 같은 억양이 귀엽기도 하고 매력적인 듯. 피에르 선생님은 귀여운 억양으로 계속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것이 버릇이 있다. 모든 반 학생들이 그런 피에르 선생님의 수업에 너무 몰입하다 못해서 마치 빨려 들어갈 것 같다.


“포헤 왕국, 아 제가 공용어로 지칭해 주는 게 더 좋겠죵? 그럼 파우레 왕국의 마지막 미치광이 왕의 핍박 때문에 일반 백성들을 중심으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혁명군이 시작된 거 알고 있죵? 시골에서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던 자끌린은, 그녀의 헬릭 속성을 높게 평가한 혁명군 간부였던 한 남자의 권유로 혁명군에 가입 했죵? 초반에는 이 것 저 것 잡일만 하다가 나중에는 그녀의 능력을 살려 몰래 정보를 수집하거나 귀족들을 암살하는 요원으로 발전 했죵? 나중에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혁명군의 수장이 되었구용.

그녀는 점조직으로 퍼져있던 혁명군들을 모아 왕궁을 포위하고 왕국 군과 최후의 결전을 일으켰죵? 그녀는 수적으로 혁명군이 우세해도 왕국 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용.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전투 기술을 배우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지금처럼 일반인들이 헬릭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전투 기술이 전무했거든용.

어쨌든 그녀는 혁명군에게 왕국 군의 시선만 끄는 소모전을 지시해 놓곤 홀로 왕궁에 잠입하여 미치광이 왕을 죽임으로써 지루한 전쟁을 끝냈죵. 그리고 그녀는 파우레를 무정부국가인 아나키로 선포해 버렸죵?

파우레 사건 이후론, 평민들도 헬릭 전투 기술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상식을 초월한 방법들이 개발되었고, 이웃 서방 왕국들에도 퍼뜨렸죵? 결국 서부의 모든 왕정 국가들은 한 명, 혹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허무하게 왕들이 암살되었고, 모두 파우레를 따라 아나키 체제를 유지하게 되었죵?

그 이후로 서부에는 국가란 개념이 거의 없어졌고, 사회 질서만 유지하기 위한 아나키 정부가 생겼죵? 아나키 체제 이후론 서부 아나키 연합은 지금까지 전쟁 없는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는 거 모두 알죵? 물론 아직도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한 산으로 둘러싸인 ‘사이라 (Saira)’ 중립국만이 서부 아나키 연합에 유일하게 국가로서 가입되어 있지만용.

그럼 여기서 문제! 서부가 아나키화 되면서 변화하게 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용?”


계속 혼자 문답하던 피에르 교수가 이번에는 진짜로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아직 어색해서인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하지만 갈색 머리를 차분하게 빗어 올린, 지적으로 말끔하게 생긴 남학생이 손을 높이 들었다.


“오! 좋아요. 학생이 한 번 답해봐용.”


“모든 사람들이 헬릭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전투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잘 믿지 못하는 비밀 유지 사회가 시작 되었습니다.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퍼지고 결국 씨족사회가 득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발한 고유의 기술들을 가문의 비기로 본인과 같은 속성을 타고난 자식들에게만 전승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자식들이 부계의 성씨만 물려받던 규율이 깨지고, 타고난 속성 쪽 가문의 성씨를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비기의 비밀유지를 위해, 서로간의 성씨를 말하지 않는 문화도 생기게 되었고요.”


똑똑한 학생들만 있어서인지 말을 참 조리 있게 잘 한다. 누구나 아는 기본 상식이지만 저렇게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서 논리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대중 앞에서. 생김새처럼 지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친구다.


“아주 정확한 답변이죵! 국가가 무너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졌고, 본인의 가문을 더 유능한 가문으로 만들기 위해 전투뿐만이 아닌 다방면의 헬릭 연구가 이루어졌죵. 그 결과로 근현대사 수백 년 동안 헬릭학이 활짝 꽃을 피우게 되었죵.

어때용? 쉽죵? 우리는 벌써 한 시간 만에 모든 근현대사를 끝냈죵? 우린 근현대사를 벌써 다 배워 버렸어용. 힉-힉-힉.“


본인이 던진 농에 숨이 넘어갈 듯 웃는 피에르 선생이 귀엽게 느껴진다. 정말 피에르 선생님의 간결한 정리로 초중학교 내내 배운 역사의 줄기를 단 한 시간 만에 제대로 잡은 느낌이다. 역시 최고수준의 학교는 선생님부터가 다르다.


피에르 선생님은 이외에도 재미있는 현대사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고 어느새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려퍼진다.


“오늘 근현대사를 다 끝냈으니까 다음 수업부턴 안 들어와도 되죵? 힉-힉-힉!”


끝까지 귀여운 농담과 함께 저 숨넘어가는 웃음소리로 끝맺음을 하는 피에르 선생님. 나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치 과거를 여행하고 온 느낌이다.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다음 수업을 준비하려던 그 때, 갑자기 여러 명이 내 자리로 불쑥 다가온다.


“카렐! 너도 헬릭 전투 동아리 가입할 거지? 우린 모두 가입하기로 했어.”


벵큐와 아이들이다. 다짜고짜 동아리라니.


“아 벵큐. 난 아직. 좀 더 알아보고 정하려고. 너흰 헬릭 전투를 엄청 좋아하나봐?”


“당연하지! 최고의 스포츠인데 당연히 누구나 좋아하지! 그 중에서도 모험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해야만 하고. 넌 모험에 관심 없어?”


“관심이야 있지. 나도 장벽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근데...”


“거 봐! 너도 형처럼 헬릭 전투 선수가 되어서 다 쓸어버려야지!”


“글쎄.. 난 아직...”


입학 첫 날부터 남자 여럿이서 모여 큰소리로 헬릭 전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모두가 우릴 쳐다본다. 안 그래도 형 때문에 다들 나에 대한 괜한 기대를 가지고 있을 텐데.


‘난 헬릭 장애인이라고!!’


이상하게 입 밖으로 이 사실을 말하기 너무 어렵다. 아니. 말하기 싫은 치부랄까? 벵큐와 아이들은 나와 하인츠 주변에서 헬릭 전투 이야기만 왁자지껄 떠들어 대다가 종소리가 울리자 겨우 자리로 돌아간다. 내 주변에 앉은 친구들이 짜증나는 얼굴로 눈치를 주지만, 다행히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는 이는 없었다.


덜-컥


두 번째 수업시간. 교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반가운 얼굴이 들어온다. 바로 엔조 교수님!! 몇몇 교수님들은 대학부와 고등부 수업에 모두 들어간다고 들었었다. 엔조 교수님은 그 중 한 분 인가보다.

장님인 엔조 교수님은 조교로 보이는 사람의 부축을 받아 교실로 들어온다. 그 조교는 다시 밖으로 나갔고, 엔조 교수님은 손을 더듬어 교탁을 겨우 찾아간다. 반 친구들은 천으로 눈을 가린 장님 선생님의 모습에 놀라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침묵한다.


“휴- 교탁 찾기가 참 어렵네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고등부 ‘헬릭학 기초이론’과 ‘헬릭 시동어: 실기’의 수업을 맡은 엔조입니다. 헬릭학과 헬릭 시동어는 같은 시간에 격주로 한 번씩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일단, 제 소개를 먼저 할게요. 보시다시피 저는 장님이라 눈을 가리고 다닙니다. 이 모습이 여러분께 다소 무서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린 사람이니 겁먹지 말아주세요.”


‘하긴.. 나도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


그래도 엔조 교수님은 서부 아나키 연합에서 존경받는 유명인이어서 그런지 이미 그 명성을 아는 학생들이 많은가보다. 그가 유명한 엔조 교수님인 것을 알자 무서워했던 학생들은 이제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여러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하고 출석을 불렀네요. 거짓말 하신 분 안 계시죠? 그럼 헬릭학 기초이론 첫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음... 여러분. 과연 헬릭이 뭘까요? 자연의 힘? 마법의 원천? 신체 강화 물질? 신비의 힘? 강력한 무기?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정의해 봅니다.

‘헬릭은 동력이다.’

모든 만물은 동력이 없이 돌아가지 않지요. 공기가 움직여 바람이 되고 물이 흘러 바다가 되고 대지가 움직여 산이 되죠. 우리 몸에도 헬릭이 있습니다. 혈관을 따라 피가 흐르고 뇌에서 내린 결정이 흘러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 예이지요. 그 말인즉슨,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힘, 혹은 동력을 헬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고대인들은 그 오랜 시간동안 헬릭을 사용하지 못했을까요? 헬릭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동력인데 말이죠. 아마 헬릭을 집약시켜 신비한 능력을 구동하는 법을 몰랐을 겁니다. 그들은 아마 자연의 힘을 이용한 그들만의 동력을, 고도로 발달된 기술력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냈을 겁니다. 이후에 우연히 헬릭이란 존재를 발견하고 기술에 접목시켜 거대한 힘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그 거대한 힘을 오로지 전쟁을 위한 무기로만 활용했죠. 결국, 무분별한 헬릭 남용으로 인해 자연의 헬릭 균형이 깨져 지구가 황폐해져 가면서 결국 인류는 멸종 직전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겨우 살아남은 적은 수의 인류는 황폐한 지구에서 그동안 이룩해 온 훌륭한 기술력을 포기했죠. 아니. 아마도 그들의 모든 기술 산업 기반이 무너져 버려서 그 기술력을 다시 복원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헬릭을 이용하는 기술들을 선택했을 겁니다. 어쨌든 그들은 당장 생존에 필요한 최고 효율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헬릭을 선택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즉, 인류 사회는 헬릭을 통해 멸망하고 헬릭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력과 헬릭의 조합으로 멸종할 뻔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인류의 기억 속에 남아, 은연중에 고대 기술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천시하는 문화까지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건 고대 역사 시간에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고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하인츠를 쳐다본다. 역시나 그는 눈을 반짝이며 엔조 교수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 이제 지루한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헬릭의 분류법을 간략히 짚어 볼까요?

가장 크게 분류를 해 보면, 인간의 힘은 ‘신체 에너지’와 ‘정신 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신체 에너지는 인간이 몸을 움직이고, 격렬한 운동을 하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음식을 소화시키고, 심지어 배변 활동까지의 모든 신체적 움직임을 뜻합니다.

반대로 정신 에너지는 헬릭으로 구동되는 모든 힘을 총칭하며, 보통 그냥 헬릭이라고 말하거나, 다른 말로는 ‘영혼’이라고도 하죠. 도대체 왜 헬릭을 영혼이라고도 정의 할 수 있을까요? 그건 헬릭에는 우리를 구성하는 신체의 생명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헬릭과 생명 정보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 영혼이긴 하죠. 하지만 그 생명 정보라는 것이 무한히 작고, 따로 분리해 낼 수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냥 헬릭과 영혼을 같은 개념으로 보통 뭉뚱그려 정의합니다. 그래서 장벽 내에서는 남의 헬릭을 다루는 일을 ‘영혼술’로 분리하여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죠. 그래서 남의 헬릭을 다루는 직종들, 예를 들면 치유사들은 영혼술 자격증을 필수로 따야만 하죠.

그러면 신체 에너지와 정신 에너지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답은 ‘상관관계가 있다.’입니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헬릭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신체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헬릭 또한 일정하지 않죠. 이것은 신체 에너지가 정신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근력 강화 속성으로 근육을 강화하여 일시적으로 강한 신체의 힘을 얻거나, 경도 촉진 속성으로 피부를 돌같이 단단하게 바꿔 몸을 보호하는 등의 행위가 있죠. 헬릭으로 신체에너지에 영향을 끼친 사례입니다.

즉, 신체와 정신 에너지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어느 한쪽이 고갈되면 목숨을 잃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둘의 밸런스를 항상 염두에 둬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 이빨이 빠지는 나이에 헬릭 포켓을 만들어 놓고도, 신체가 급격히 자라는 초중학교 시절에는 본격적인 헬릭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신체와 정신 에너지간의 최적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인류의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라고 볼 수 있죠. 여러분은 이제 성인에 가까운 성장을 얼추 마쳤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본격적인 헬릭 구동법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엔조 교수님은 말투가 나긋나긋 졸린 목소리이다. 하지만 그의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쉽게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누구 한 명 엔조 교수님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이가 없다. 나도 수업을 들으며 포켓에 관한 힌트를 얻으려고 더 집중해서 듣는다.


“그러면 헬릭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헬릭, 영혼, 혹은 정신 에너지는 모두 아시다시피 3가지 기본특성, 3가지 특이특성으로 나뉩니다. 그런 6가지 특성들 밑으로는 수천, 수만 가지의 ‘속성’들이 있고요. 뭐 앞으로 계속 배우겠지만, 헬릭이 ‘물질’에 작용하는지, ‘비물질’에 작용하는지, 혹은 그 둘을 모두 포함한 ‘존재’에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그 속성들이 나뉘기도 하죠. 이건 2학기에 더 자세히 다룰 겁니다.

다시 돌아와서, 기본특성에 속한 속성들은 헬릭을 구동하는 데에 꼭 필요한 원리이자 누구나 다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죠.

헬릭으로 만물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복원’, 만물을 움직이는 힘인 ‘이동’, 그리고 힘을 증폭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촉진’으로 나뉩니다. 이 세 가지 특성에 속한 속성들은, 모든 사람이 꽤나 쉽게 익힐 수 있어요. 그래서 본인의 능력이나 직업에 맞춰 필요한 기본 특성 기술을 높이는 데에 모든 사람들은 시간을 투자해야합니다.

가령, 복원 특성에 집중한 치유술사는 상처를 더 빨리 복원시킬 수 있겠죠? 혹은 많은 물건들을 빠르게 움직여야하는 생산직 종사자들은 이동에 집중하여 신체에너지의 손실을 최소화 할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헬릭 포켓에 헬릭을 갈무리할 수 있는 양은 비슷비슷 하기 때문에 헬릭 양이 많이 필요한 직종은, 촉진에 집중하여 적은 헬릭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헬릭 양이 많다.’ 혹은 ‘헬릭 통이 크다.’라는 말은 ‘헬릭 촉진 속성이 우수하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면 나머지 3대 특이 특성으로 넘어가 볼까요? ‘변화’, ‘소멸’, ‘생성’ 이죠. 만물의 성질이나 형태를 변화시키는 ‘변화’, 소멸시키는 ‘소멸’, 생성하는 ‘생성’ 특성입니다. 기본 특성들과는 달리, 누구나 쉽게 익히기 어려운 복잡한 헬릭의 조합으로 생긴 일종의 변종 속성들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들이 부모님께 물려받은 고유의 속성이 기본 특성에 속할 수도 있고, 특이 특성에 속해있을 수도 있습니다. 뭐가 더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없는 귀중한 가문의 유산입니다. 기본 특성에 속한 속성을 타고난 사람은 남들보다 더 빠르게 기본을 다진 후에 특이 속성에 매진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특이 특성에 속한 속성을 타고난 사람은 본인의 독특한 속성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본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지요.

요즘같이 다방면에 두루두루 우수한 만능 형 인재를 선호하는 사회에서는, 본인이 타고난 속성 외에 부족한 능력들을..........“


댕- 댕- 댕-


갑자기 알림 종이 울려퍼진다. 나는 화살같이 지나간 시간에 화가 난다. 왠지 조금 더 수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흠.. 아쉽게도 수업시간이 벌써 끝났군요. 다음 시간에는 특성 밑에 속해있는 여러 속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도록 할게요. 모두 수업 받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엔조 교수님은 벽을 더듬으며 문을 찾아가 열었고, 아까 부축해 준 조교가 다시 와서 부축해 간다. 학생들은 헬릭 지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이제 점심 식사 시간이란 것을 인지하자마자 몹시 흥분하기 시작한다. 나는 하인츠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하지만 우리 뒤를 바짝 붙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벵큐와 아이들.


“카렐. 우리랑 같이 밥 먹자. 아까 했던 동아리 이야기, 마저 해야지.”


‘아...’


그렇게 우리는 첫 날부터 무리를 지어 시끌벅적하게 식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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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43.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시작 18.05.18 34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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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37. 반전의 반전 18.05.14 347 0 15쪽
37 1.36. 사실 증명 18.05.14 362 0 13쪽
36 1.35. 첫 경험, 그리고 의도치 않은 사건 18.05.11 350 0 13쪽
35 1.34. 최후의 발악 18.05.11 354 0 14쪽
34 1.33. 발악 18.05.10 343 1 13쪽
33 1.32. 어디 생각대로 되는 일이 있을까? 18.05.10 348 0 13쪽
32 1.31. 다시 찾아온 마음의 안정 18.05.09 360 0 13쪽
31 1.30. 별 거 아닌 이유 18.05.09 348 0 12쪽
30 1.29. 최후의 일격 18.05.08 326 0 14쪽
29 1.28. 냉정한 분석가 18.05.08 343 0 13쪽
28 1.27. 이렇게 허무하게? 18.05.07 354 0 15쪽
27 1.26. 반가움은 잠시. 다시 조여 오는 긴장감 18.05.05 343 0 11쪽
26 1.25. 이상기후 감지 +1 18.05.04 444 0 12쪽
25 1.24. 누가 이 설렘에 초를 치는가? 18.05.03 380 0 15쪽
24 1.23. 오랜만의 휴식 18.05.02 379 0 14쪽
23 1.22. 거품이 꺼질 징조 18.05.01 38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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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19. 고마워 형 18.04.27 381 0 15쪽
19 1.18. 다시 찾은 행복 18.04.26 378 0 14쪽
18 1.17. 들통 18.04.25 392 0 14쪽
17 1.16. 아이디어는 우연히 찾아와 불꽃처럼 타오른다 18.04.24 384 0 17쪽
16 1.15. 속성의 비밀 18.04.23 397 1 18쪽
» 1.14. 본격적인 수업 시작 18.04.20 41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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