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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午宇去
작품등록일 :
2018.04.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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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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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광 (4)

DUMMY

보통 사람은 바로 눈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안에 세 명의 남자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세 명의 남자 주위로는 불쾌하고 끈적끈적하며 두려움과 어지러움이 뒤 섞인 검은 안개들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다하카데바가 소멸했다.”


그 중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덩치 큰 사내가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인간들 중에 다하카데바를 상대할 만한 자가 있었던가?”


약간 마른듯한 인상에 금발머리의 남자가 스포츠머리의 남자를 향해 물었다.


“다하카데바는 내가 직접 낳은 나의 권속. 이 세상에서 다하카데바를 소멸시킬 인간은 없다.”

“정말 그런가? 그런데 왜 소멸당했지? 이 세상에서 다하카데바를 소멸시킬 인간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던거네.”


비꼬는 듯한 금발머리의 남자의 말에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바닥을 손으로 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직접 낳은 나의 권속이 약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아아... 내가 하는 말이 그렇게 들렸다면야 뭐...”

“너! 정말 한 번 해보자는 건가!”

“그만! 여기가 어딘 줄 몰라서 이 따위로 행동하는가!”


조용히 앉아있던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두 사람을 질책했다.


“위대하신 그 분께서 오실 성스러운 이 장소에서. 그 분이 오실 대계(大計)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건만 일을 이 따위로 처리해놓고 지금 이런 행동이 나오느냔 말이다! 그 분께서 오시면 네 놈들이 벌이는 이 행동들을 낱낱이 고해 그 분의 무거운 심판 아래에 처하게 만들면 그제서야 정신들을 차리겠는가!”

“끄응... 거기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스포츠 머리의 사내가 입을 다물자 능글거리며 비꼬던 금발머리의 사내도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본 로브를 쓴 사내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하카데바가 죽었다고 해도 대계(大計)를 멈출 수는 없다. 이미 세상 곳곳에 우리의 권속들이 나아가 대계에 따라 성공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다하카데바의 죽음으로 대계의 한 귀퉁이에 문제가 발생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금발머리 사내의 말에 로브를 쓴 사내가 수긍하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공포와 혼돈의 그 날은 모든 대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져야 오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을 동시에 받은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두 사람을 차례로 쳐다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비록 다하카데바가 소멸했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내가 직접 낳은 또 하나의 권속이 있다.”

“하지만 다하카데바를 소멸시킨 자라면 다른 권속이라도 그의 상대로는 부족하다.”


로브를 쓴 사내의 말에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라. 그래서 내가 직접 간다. 감히 나의 권속을 죽인 자. 결단코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이 오실 대계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말을 마치고 어둠의 공간을 빠져나가는 스포츠머리의 사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금발머리의 사내가 말했다.


“다하카데바의 소멸로 우리의 대계가 얼마나 늦춰지게 된 건가?”

“무엇이 궁금한가? 탐욕과 정욕의 군주여! 그대와 같이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군주의 실패가 그대에게는 기회이며 기쁨이라도 되는가! 어리석구나! 그 분 앞에 설 때 실패를 아뢴다면 고통과 고뇌와 죽음의 군주의 권능이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저주가 될 것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다른 군주의 실패를 말하지 전에 그 분께서 속히 오실 수 있도록 길을 예비하는 것만이 그 분의 권속인 우리가 해야할 유일한 일이라는 걸 한시도 잊지 말라!”

“하하. 그냥 혹시라도 대계가 늦춰진 건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에서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 나의 마음도 너와 같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


금발머리의 남자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어둠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리고 로브를 쓴 사내의 몸이 서서히 어둠에 물들어갔다.




KHA에서 일어난 신입 각성자들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전국이 떠들썩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적었다. 최근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KHA가 세워지고 포탈에서 진행된 실전훈련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아예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깝게 죽어간 신입 각성자들에 대한 애도와 F등급 포탈이 갑자기 C등급 포탈로 상향된 이유에 대한 분석들로 전국의 이야기들이 가득찼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은 포탈에서 불행하게 죽어간 사람들보다 그들을 구한 새로운 영웅의 이야기에 더 많이 쏠렸다. 모두가 몰살당할 뻔한 위기에서 무려 C등급의 몬스터인 블랙콩 무리들을 무 썰 듯 베어버린 신입 각성자의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원래 사람들은 불행한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하지. 그런데 타이밍이 맞게 모든 안좋은 기억을 날려버릴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어.”


연무장 한 켠에 앉아 다른 신입 각성자들의 자유로운 연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서무진 옆에 어느새 다가온 정필이 자리를 차지하며 앉았다.


“오셨습니까?”

“그래. 자네 덕분에 요 몇 일 최근들어 가장 바쁘게 지냈다네.”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뭘! 나야말로 자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네.”

“그리고 약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좀 귀찮아졌더군요. 자유롭게 뭘 하기가 힘들 정도로 말입니다.”


정필이 서무진의 투정같은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건 뭐 어쩔 수 없다네. 자네의 실력을 본 사람이 한 둘이라야 말이지. 뭐 사실 말하자면 자네의 진짜 실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말이지.”


포탈 실전 훈련 이후 서무진은 KHA안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조대현은 가만히 있으면 서무진의 잠자리에까지 따라올 기세였고 4조 조원들은 서무진을 거의 우상처럼 여겼다. 서무진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조대현과 4조 조원들의 입을 통해 서무진의 활약이 KHA내에 봇물 터지듯 퍼져나갔다. 그러다보니 서무진만 보면 쫓아와서 한 수 가르쳐달라는 신입 각성자들도 많아졌고 심지어 인정하지 못한다고 찾아왔다가 딱밤을 맞고 기절한 신입 각성자도 부지기수였다.

나중에는 그냥 귀찮게만 해도 딱밤을 때렸다. 딱밤을 맞고 기절하는 신입 각성자들의 수가 이십 명이 넘어가면서부터 조금 서무진을 귀찮게 하는 빈도가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여기 저기서 흘끔 흘끔 보는 시선들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최근에는 제가 살던 시대에 가끔 쓰이던 말들이 떠오르더군요.”

“무슨 말 말인가?”

“사자무언(死者無言). 살인멸구(殺人滅口).”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람을 죽여 입을 봉한다. 라는 말이 떠 오를 정도면 정말 귀찮았다는 말이군. 그래도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네.”


서무진이 정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제가 하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그럼 자네는 설마 내가 농담이 아닌 진담을 말한다고 생각한건가?”


새삼 진지한 정필의 얼굴 표정에 서무진은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제가 졌군요. 그런데 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


정필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내가 자네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했던가?”

“그건 아니지만 무척이나 할 말이 많은 얼굴이어서요.”

“뭐 딱히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


서무진은 아무 말없이 정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선, 자네가 잡은 거대한 몬스터 말이네. 비정상적으로 크기는 했어도 모두가 로드 콩이라고 생각했었다네. 그런데 그 몬스터에게서 발견한 마나스톤의 등급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그 어떤 마나스톤보다 높은 등급이라는 게 연구진이 내놓은 결론이라네.”

“네 그렇군요.”

“그래서 세계 헌터 협회를 통해 좀 더 알아보려고 한다는 군.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등급의 마나 스톤이 발견되었는지 혹시 발견되었다면 어느 정도의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지 말일세.”


정필이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그 마나스톤이 적어도 S등급 이상일 거라는 거지. 다르게 말하면 자네가 잡은 그 몬스터의 등급이 최소 S등급이라는 것이고. 더 나아가면 자네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혼자 S등급의 몬스터를 죽인 헌터가 되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데요?”


서무진의 무덤덤한 반응에 정필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적어도 잡은 몬스터만으로는 자네가 세계 제일의 헌터라는 말이지.”

“세계 제일이요?”

“그래. 세계 제일. 물론 서로 직접 싸워본 게 아니니 누가 가장 강할지 알 순 없지만 일단 S등급의 몬스터를 잡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헌터가 되었다는 말일세.”

“그렇군요.”

“이 사람. 정말 둔한 건지. 아니면 둔한 척 하는 건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헌터가 되었다는 건 말일세. 자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네. 부와 명예, 인기, 권력 까지도 자네가 손만 뻗으면 다 쥘 수 있다는 말이야.”

“네. 그런 말씀이군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들은 제게 그다지 필요 없는 것들입니다.”


정필이 서무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보군. 하지만 결국 세상은 자네를 부와 명예와 권력의 자리에 앉히려 할 걸세.”

“뭐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해보죠.”


정필의 말을 가볍게 일축한 서무진이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런 것보다 선우광에 대해서는 좀 알아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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