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서문
어떤 사건은 그것이 벌어지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도록 하는 분기점이 되어 그 사건이 있은 뒤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우리 시대에는 그것이 마물의 등장이었다. 어떤 강철 같은 영혼도 그를 잠식해드는 녹과 같은 마물들 앞에서는 바스러졌으니, 이것은 과연 비극이었고 입 가볍고 생각 얕은 이들은 종말을 외쳤으니 또한 시련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비극과 시련의 시대 속에서 마물에 맞서 그것들을 사냥해 나간, 교단의 사냥꾼 이븐 베르자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르비엘 박사로부터 베르자크에 대한 전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베르자크에 대해서 쓰되 전기의 형식은 빌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 대신 나는 자료와 기록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자 마음먹었다.
이 책은 소설이되 사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있는 글이다. 나는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쓸 때에 그들이 실제로 남긴 기록, 그리고 아주 믿을 만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참고했다. 그조차 불가능할 때는 그들의 행적을 따라 그들이 했을 법한 생각을 유추해내서 썼다. 다행히 베르자크에게는 그의 행적을 증언해 줄 많은 수의 조력자들이 있었다. 이 책은 베르자크뿐 아니라 그와 풍진의 시기를 함께 한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이기도 하다.
이제는 정말로 베르자크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흥미로운 주제를 꺼내기에 앞서 오랜 시간 뜸을 들이는 나의 못된 버릇이 베르자크와 나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려는 욕심을 기웃거리기는 하지만 아마도 본문을 통해 충분히 전달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잔베르에서 그가 벌인 반쯤은 영웅적이고 반쯤은 광적인 늑대인간 사냥으로 처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뒤 교단의 전설적인 마물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한 이븐 베르자크의 생애를 독자 제현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돌발적 사건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이야기 역시 지방의 어느 작은 여관에서부터 시작된다.
1291년 봄
베르자키스나이센에 있는 어느 사냥꾼의 오두막에서
슬로언 드웬다이크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글을 간략히 고쳐 쓰면서 전에 썼던 「저자의 서문」은 서재에 옮겨 두었습니다. - 5월 22일
Comment '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