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3장 - 사냥꾼의 업
1막 개시
3장 사냥꾼의 업(業)
복도를 휘적휘적 걷던 남자는 원장실의 문을 마주 보고 걸린 그림 앞에서 멈춰 섰다. 검은 수염을 기른 남자가 눈을 감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손가락을 세워 무릎 꿇은 남자의 감은 눈 위에 대고 있었다. 옛 하임베르 제국의 성직자 아드발의 눈꺼풀에 고탄이 성유를 발라 직접 세례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드발이 증언한 꿈속의 일을 토대로 훗날 화가가 그린 것이니 직접은커녕 간접의 간접인 셈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몹시 수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고 있는 수녀를 봤다. 그는 외투에 찔러 넣고 있던 양손을 빼고 말했다.
“수녀원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수녀는 남자의 행색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며 살폈다. 며칠 동안 쉬지 못한 듯 깊게 패인 눈 밑 주름에는 그늘이 졌고 외투의 끝자락과 가죽 장화에 붙은 진흙은 그가 여행 중임을 알려주었다. 남자는 짙은 밤색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어색한 미소를 걸쳤는데 자신은 경계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약속은 하셨나요?”
“글쎄, 우리는 모두 그분의 아들딸로서 신성한 언약으로 묶인 사이 아닙니까?”
그러나 형제애가 담긴 그의 말은 수녀에게 그다지 큰 감명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가 여전히 부동의 자세로 그를 노려보고 서있자, 남자는 순순히 인정했다.
“네, 맞습니다.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르자크라고 하면 알 겁니다.”
남자의 말에 수녀는 미심쩍어 하며 원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곧 다시 나와서 남자가 기대하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그런 분 모른다고 하시는데요.”
수녀는 베르자크라는 남자가 알아서 나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러나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콧김을 뿜었다.
“늑대사냥개가 왔다고 다시 전해주십시오.”
이번엔 확실한 반응이 있었다. 수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급한 발걸음으로 문에 붙어 서서 노크를 했다. 안에서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닫힌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남자는 귀를 기울였다.
“누구라고요?”
“자기가 늑대사냥개라고 하는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남자는 혀로 자신의 앞니를 훑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의 혀를 찔렀다.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수녀의 전언을 기다렸다.
“들어오시랍니다.”
남자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뒤 수녀가 열어준 문을 통해 원장실로 들어갔다. 금욕적인 분위기의 방이었다. 바닥은 복도와 같은 목제였고 원장이 앉은 의자 뒤로 나있는 창은 쇠창살을 대어 감옥을 연상케 했다. 그는 꼬장꼬장한 인상의 원장에게로 다가갔다.
“앉으세요. 교단의 사냥꾼께서는 어인 발걸음이신지요?”
정중한 내용과 달리 말투는 성가신 파리를 쫓는 듯했다. 남자는 이런 식의 박대가 익숙한 모양인지 의자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했다.
“반갑습니다, 원장님. 이븐 베르자크라고 합니다.”
“네, 잔베르에서 그대가 보여준 용맹함은 우리 모두에게 별빛과 같은 표지가 되었지요. 그대가 설령 용맹의 대가로 부정한 피를 몸에 담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븐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평정을 유지했다.
“금방 떠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방문한 것은 수녀원의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븐은 자신의 뻔한 의도가 들키지 않도록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 말했지만 원장은 이미 그가 들어올 때부터 예견한 듯 대화를 건너뛰고 말했다.
“사냥에 수녀를 미끼로 쓰겠다는 계획을 떠올리고 요구한 건 수녀원의 긴 역사 속에서 그대가 처음이 아닙니다, 베르자크. 그리고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부정적인 것이었지요.”
이븐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선배 사냥꾼들을 속으로 욕했다. 어쩌면 다들 이렇게 창의성이 부족한 것인지. 그가 앞으로 주워섬길 논리는 그들이 앞서 읊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아인벤트 요새와 녹트란, 그리고 이제는 모르델반트의 수녀원을 경유한 그의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에게는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커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그가 원장실 한편에 놓인 찻잔과 삼발이, 그리고 커피콩이 담긴 유리병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그러나 원장은 정좌한 채로 침묵을 지켰다. 말없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는 아마도 이 수녀원이 가르치는 미덕인 모양이었다.
“네, 나중에 꼭 제 돈 주고 사 먹도록 하지요.”
이븐은 잊으라는 듯 허공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는 다음에 올 자신의 말을 궁리했다. 그러나 계획에 없던 일을 꾸며내는 것은 그의 특기가 아니었다. 그는 다리를 꼬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제가 아직 성함도 듣지 못한 원장님,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웬돌라드 지역의 사냥꾼으로서 제 스스로의 안전보다도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희생 같은 거창한 단어로 제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이곳 사람들이 보내는 안전한 밤에는 부정한 피로 땅을 적시는 제게도 지분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요구는 그러한 저의 지분을 조금은 고려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언변에도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베르자크. 내 이름은 쇼산나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말이죠. 내가 부원장으로 있을 때 이 지역의 한 사냥꾼이 당신과 같은 요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원장님은 완강히 반대하셨지만 그는 결국 수녀 하나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주름지고 볼이 움푹 들어간 그녀의 얼굴에 슬픔과 노여움이 함께 번졌다. 이븐은 이야기 속 수녀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수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전해 들은 소식은 교단의 항마연구원에서 마물로 변한 그녀의 사체를 학생들이 해부 교재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븐은 자신의 얼굴로 왈칵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억누르며 신랄하게 답했다.
“이런 소식이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이 말한 사냥꾼은 저의 전임자였던 자켄바흐인데 지금은 죽었습니다.”
“나는 그런 소식에 위안을 느낄 정도로 형편없는 위인은 아닙니다. 그에게 흙이 가볍기를.”
“흙은 모르겠고 나무판자는 확실히 가벼울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이븐은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선 춥지 않겠지, 데릭.
“그러나 쇼산나 원장님, 당신이 마뜩하지 않게 생각하든 말든, 제가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말을 탈 줄 아는 수녀가 필요합니다. 나이는 스무 살 전후. 예쁘면 더 좋고요.”
“안 됩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수녀원을 떠날 것을 권고합니다.”
이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부릅뜬 그의 눈동자에 물러서지 않으려는 결의가 서렸다.
“이 일을 해결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빠른 방법과 느린 방법이 그것이지요. 빠른 방법은 말하지 않아도 아실 테지만 원장님께서 제게 허락을 내리시는 겁니다. 저는 자원한 수녀에게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느린 방법은, 저 역시 쓰고 싶지 않지만 교황 성하께 저의 애로 사항을 소상히 고해바치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둘의 결과는 동일합니다.”
“나는 당신네 사냥꾼들이 교황 성하를 부추겨 사냥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그분께서 보시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르자크, 자원이라고 했지요?”
돌파구를 찾은 듯, 원장의 마지막 말에는 조금 교활한 기색까지 담겨 있었다.
“당신이 말한 조건을 갖춘 수녀를 한 명 불러드리지요.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 설명은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수녀의 결정을 따를 것. 여기에 동의하신다면 그 수녀를 지금 부르겠습니다.”
이븐은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원장이 탁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을 경쾌하게 치자 아까 이븐을 원장에게로 안내했던 수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윌 자매님을 불러오도록 하세요.”
원장이 부른 수녀를 기다리는 동안 이븐은 전략을 고민했다. 온화한 표정으로 수녀를 지긋하게 쳐다볼까? 그러나 습관적으로 찌푸린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한동안 정리하지 못한 수염은 그를 산적으로나 착각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자그마한 체구의 수녀가 들어왔다.
“부르셨다고 하시어서요.”
메이윌의 말씨는 북부의 것이었다. 원장은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바닥을 펴 이븐의 옆을 가리켰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다가오며 수녀원에 들어선 낯선 남자를 살폈다.
“이분은 교단에서 오신 사냥꾼이에요, 메이윌. 이분께서 우리 수녀원에 특별한 요구를 하십니다. 마물을 잡는데, 마물들의 눈길을 끌 미끼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메이윌이 숨을 헉 들이켜며 자신의 입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을 보고 이븐은 낭패를 본 심정이 되었다. 일부러 수녀원에서 가장 겁 많은 수녀를 불렀다 이거지. 그는 소리 죽여 이를 갈았다.
“이분의 말에 따르면, 말을 탈 줄 아는 동시에 젊고 예쁜 수녀가 필요하다는데 그 의도에 대해서 나는 함부로 넘겨짚고 싶지는 않군요. 하지만 무척 위험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 될 것이란 사실은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이븐은 말을 보태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동의한 조건을 떠올리며 굳게 입을 다문 채 메이윌을 쳐다보았다. 원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탁상을 두드리고는 이븐에게 말했다.
“이쪽을 보세요, 베르자크. 그녀를 쳐다보지 말고.”
그러나 그것은 곧 원장의 실수로 판명되었다.
“방금 베르자크라고 하시었나요?”
이븐은 말을 하지 않고 그 베르자크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본명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아주 적대적이거나 호의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부모님과 어린 동생이 잔베르에 있었어요.”
그것으로 충분했다. 원장의 패인은 메이윌의 가정사를 미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장을 향해 메이윌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저는 이분을 따라가겠어요, 원장 수녀님.”
*
이제 메이윌은 흥분한 말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말의 심장 고동이 올라탄 그녀의 다리 사이로 그대로 전해졌다. 이 원초적인 생명의 박동에 메이윌은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였다.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웨인, 아니 이븐의 주문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그녀는 전문가의 조언을 어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러나 붙어있어야 한다면 어느 정도로 붙어있어야 한단 말인가? 다행한 일이 하나 있다면 말은 흥분하고 겁을 먹었을지언정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베크가 타고 왔던 말은 불행하게도 베크가 이븐을 붙잡는 바람에 빗나간 탄환을 맞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븐은 탄환이 다 떨어진 총을 과감하게 버리고 허벅지에 찬 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베크가 그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뒤에서 깍지를 낀 탓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제 얀이 그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거대한 손을 내뻗는 중이었다.
“크악-!”
그러나 그 순간 베크가 비명을 질렀고 이븐을 구속하던 그의 팔이 풀렸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악력으로 이븐이 그의 양팔을 으스러뜨렸던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얀은 이븐의 목과 턱을 감싸 쥐었는데 그 힘이 얼마나 억센지 쥐는 것과 동시에 이븐의 입 안에서 어금니 양쪽이 다 부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븐은 부러진 이를 얀에게로 뱉으며 손을 뻗어 그의 배를 찔렀다. 가소로운 일을 벌인다고 생각했던 얀의 표정은, 이븐의 손가락이 자신의 배를 파고들어 내장을 움켜쥐자 일그러졌다.
“대체 무슨···!”
이븐이 얀의 내장을 뽑아내자 베크가 경악해 소리쳤다. 맨손으로 얀의 배를 뚫다니? 그는 지금까지 사냥꾼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대체로 과장된 것이라고 믿었다.
어떤 사냥꾼이 잔베르에서 열흘 동안 숨어 지내며 그곳을 점령하고 있던 늑대인간 무리를 모조리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거짓이나마 희망이 필요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얀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그 자신의 핏물로 질척해진 땅에 얼굴을 처박았다. 이븐은 그 위로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면서 양손에 권총을 들었다. 베크의 뼈가 튀어나오며 부러진 왼팔은 잘못 아문 탓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오른팔은 부상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이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양팔을 늘어뜨린 채 자신을 향한 두 개의 총구와 마주했다.
“잘 가게, 나의 술친구.”
“자, 잠깐···!”
도약을 위해 힘이 들어갔던 베크의 두 다리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는 양 어깨, 양 옆구리, 그리고 양 다리에서 차례로 엄청난 양의 피를 쏟으며 뒤로 넘어졌다. 이븐이 넘어진 그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쏘아 마무리 지었다.
“이븐!”
그건 메이윌이 다급하게 지른 소리였다. 그녀는 말에 박차를 가해 이븐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 왜? 이유는 메이윌이 고삐를 확 잡아채 번쩍 들린 말의 앞다리가, 최후의 공격을 감행하고자 한 얀을 냅다 갈겼을 때야 분명해졌다. 모로 쓰러진 얀이 이븐의 몸을 덮쳤다. 넘어지며 바닥에 뒹군 이븐은 얼른 얀 위에 올라타 우악스럽게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쥐었다.
“끄륵- 끅-”
이븐은 양손의 엄지를 얀의 콧구멍에 집어넣고 손바닥으로는 턱을 받든 채 위로 힘을 주었다. 얀의 손이 이븐의 팔을 움켜쥐며 저항했다. 이븐의 뒤로 얀의 발꿈치가 땅을 필사적으로 긁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그의 눈이 홱 뒤집히며 이븐의 손에 의해 머리가 뽑혀 나왔다. 이븐은 숨을 몰아쉬며 얀의 몸뚱이 위에서 내려와 옆에 주저앉았다. 그는 말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는 메이윌을 향해 말했다.
“코트 안주머니에 담배가 있을 겁니다.”
“아까 피우시고선 계속 가지고 계시지 않으시었어요?”
메이윌의 말에 이븐은 경박하고 조심성 없는 이를 연기한답시고 그녀의 머리 위로 연기를 뿜던 일을 떠올렸다. 바지 뒷주머니에 담뱃갑이 걸리는 느낌이 든 것은 그때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꺼낸 담뱃갑에 핏물이 차있는 것을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열었다. 담배는 모두 핏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이 전대미문의 시련 앞에서 크게 낙심한 듯 이븐은 풀썩 땅 위에 드러누웠다.
“사냥꾼 못 해먹겠네, 정말.”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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