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3장 - 이중 함정(1)
2막 배덕
3장 이중 함정
“마이어 순경, 이건 정말 실망스러운데.”
성과 계급을 함께 호명하는 것은 파울라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이븐 앞에서 책망 받는 것에 약간 자존심이 상한 위르겐은 긴장으로 곧게 선 채 우물쭈물 변명을 늘어놓았다.
“경찰관을 보고 도망친 그의 행동은 무척 수상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가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자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이때에, 우리가 그를 참고인 조사의 명목으로 데려오는 것이 과히······.”
“위르겐을 탓하지 마십시오. 내가 벌인 일이니.”
위르겐을 두둔하는 이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파울라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를 빽 질렀다.
“강제로 연행해온 게 무슨 참고인 조사야!”
위르겐이 움찔 놀랐다. 충격의 여진인 듯, 떨림이 한 차례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븐은 그 호통이 위르겐뿐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았다.
“다시 근처 주민들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해. 보고서 작성해서 내일 아침까지 내게 올리고. 허술한 점이 보이기만 해.”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러므로 이 명령은 체벌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이었다. 위르겐이 주춤거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베르자크 씨와 같이 갑니까?”
“혼자. 지금 당장.”
더 이상 그녀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위르겐은 빠른 발걸음으로 떠났다. 파울라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앞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녀의 둥글고 이지적인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베르자크,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합의를 본 줄 알고 있었는데요? 막무가내식 수사는 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당신들 사냥꾼이야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몰라도 이 따위 우격다짐은 우리 경찰들의 방식이 아니에요. 우리는 법의 수호자란 말입니다.”
당신들 사냥꾼. 다급한 의뢰와 절실한 도움의 요청이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 사람들의 반응은 우스울 정도로 유사했다. 이븐은 파울라가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그녀의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나는 급살 맞을 놈들의 파괴자입니다. 법은 인간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할 때나 유용한 도구지요. 마물들 앞에서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가 있음을 읊어주실 겁니까? 네, 압니다. 디트마르는 마물이 아니겠죠. 그러나 나는 그가 마물과 깊게 관계 맺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무슨 근거로요?”
파울라가 쏘아붙였다. 이븐은 검지로 자신의 코끝을 두드려 보였다.
“냄새. 저자에게서 지울 수 없는 피와 썩은 살의 냄새가 난단 말입니다.”
“디트마르는 자신이 소유한 산에서 사냥을 해요. 그건 고려하셨습니까?”
그래, 너도 사냥꾼이란 말이군. 네 조그만 사냥개에게 사람을 물지 않는 법은 가르쳤나? 이븐은 속으로 뇌까렸다.
“짐승과 인간의 피 냄새 정도는 구분합니다.”
“당신이 개라도 됩니까?”
파울라가 그의 별명을 상기하며 조소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 노련한 경사에게 이 같은 일면이 있다는 것은 뜻밖의 발견이었다. 이븐은 그에 대한 답으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다.
“아뇨, 그보다 더한 거죠. 늑대인간이거든요.”
*
“취조는 제가 할 테니 가급적이면 가만히 계세요.”
방에 들어가기 전 파울라가 이븐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녀는 이븐이 동의하기를 끈기 있게 기다렸지만 그는 단지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을 뿐이었다. 파울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디트마르를 연행해버렸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불합리한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와 디트마르를 납득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했고 불행히도 그녀가 보기에 이븐은 조심성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건 불법이오, 경관. 나도 내 권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디트마르가 대뜸 을러댔다. 디트마르를 유치장으로부터 데려온 경관이 파울라를 보고 경례를 올려붙였다. 그녀는 고갯짓으로 문을 가리켜 경관에게 나갈 것을 주문했다.
“숄츠 씨, 당신은 다섯 건의 살인 및 시신 유기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십시오.”
파울라가 자리에 앉으며 지지 않고 맞받았다. 마련된 의자는 둘뿐이었으므로 이븐은 벽에 기대어 서서 둘이 대화를 주고받는 양을 지켜보았다.
“저자도 경찰이오?”
달아나는 자신에게로 덮쳐 기어이 자신을 쓰러뜨리고 말았던 이븐을 가리키며 디트마르가 말했다. 그의 말에서 의구심과 경멸이 함께 묻어났다.
“베르자크 씨는 교단의 사냥꾼이십니다.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숄츠 씨, 이 일을 상대로 항의해봤자 소득은 없을 겁니다. 교단에는 교단만의 법이 있으니까요.”
위르겐을 질책하고 이븐에게도 쌀쌀맞게 굴던 그녀는 취조실에 들어선 이후로는 이븐의 변호인을 자처했다. 적에게 내부의 분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기본 소양이었다. 디트마르는 잘 손질된 수염으로 덮인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그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럼 말씀해보시오, 경관. 무슨 대단한 증거가 있기에 선량한 시민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데에 이다지도 무감한 것이오?”
“그보다도 경관을 보고 도망친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우리 대화의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파울라가 손에 쥔 펜으로 그녀 앞에 놓인 서류를 두드리며 재촉했다. 좀 전의 뜀박질로 디트마르의 머리칼은 땀에 절어있었다. 이븐은 여전히 그로부터 피와 살의 역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변명을 궁리하는 듯 디트마르의 힘주어 다문 입이 어렵사리 열렸다.
“경관을 보고 도망친 게 아니외다. 저자가 나를 노려보기에 빚쟁이가 보낸 사람인가 해서 뛰었소.”
“빚쟁이요?”
“복잡한 채무관계가 있소. 그것뿐이오. 더 말하지 않으리다.”
물론 더 추궁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실관계의 확인에는 또 여러 날이 걸릴 것이었다. 파울라가 소요될 시간과 정보의 가치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와중에 이븐이 대뜸 말했다.
“따님에 대해 말씀해보시죠.”
치밀어 오르는 격한 감정을 애써 숨기려는 듯 디트마르의 콧구멍이 우스꽝스럽게 커졌다. 그가 답은 않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만을 내자 이븐이 재차 물어왔다.
“숄츠 씨가 이렇게 늦은 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따님이 걱정하지 않을까요? 뭣하면 제가 모셔 오겠습니다.”
“내 사유지고, 내 집이오.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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