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막 3장 - 핏빛 예배(1)
6막 분루
3장 핏빛 예배
사실대로 말하자면 스타샤도 막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꽤 친근한 듯이 농지거리를 걸어오는 것도 막심의 과한 친화력 때문이었을 뿐, 스타샤와 대단한 친분이나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실없어 보이고 또 가벼워 보이는 사냥꾼, 그 정도가 스타샤가 막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무기 때문인지 몰라도 스타샤는 막심의 전투가 푸주한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에 든 칼은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었는데 칼날은 상대를 베는 용도로, 휘어진 꼬챙이는 상대에게 박아 넣어 끌어당기는 용도로 각각 기능했다. 막심이 갈고리칼로 마물을 붙잡고 균형을 흩뜨려 놓으면 그의 왼손에 들린 단검이 해체 작업을 수행했다.
교황령에 있는 모든 기관의 건물 구조를 외운다는 그 자신의 기억력에 대한 호언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마물을 썰고 해체하는 작업에서 뼈를 피하고 장기를 공략해나가는 막심의 동작에는 거침이 없었다. 제아무리 늑대인간이라 해도 수 개의 주요한 장기가 연달아 터져 나가는 부상에는 버텨내지 못했다. 막심의 단검이 닿은 곳마다 피부가 찢기고 살이 갈라져 은실로 장식된 검은 제복이 피로 흠뻑 젖었다.
“일단 한 놈.”
막심은 늑대인간을 멀찍이 발로 차낸 뒤 자세를 낮추었다. 그가 왼손으로 든 단검의 손잡이를 땅에 대고 긁자 불꽃이 튀어 올랐다.
치이익-
불꽃과, 타들어가는 소리의 정체를 아는 것은 막심 본인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그가 던진 단검이 늑대인간의 몸에 박힌 뒤 굉음을 내며 폭발하자 예배당에 모인 이들은 비로소 그의 단검이 화약으로 가득 차있음을 깨달았다. 단검이 정확히 이마와 코 사이에 박혔던 탓에 늑대인간은 턱만 남은 채로 휘청거리다 쓰러졌다.
“유스틴!”
아마도 그것이 방금 죽어 나자빠진 늑대인간 경호원의 이름이었던 모양인지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제복을 갖춰 입은, 네 마리의 늑대인간을 경호원으로 대동하고 나타난 소녀는 이븐이 제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자 당초의 계획이 어그러진 듯이 당황해서는 얼른 공격을 명했다.
좀 전만 해도 스타샤를 둘러싸고 마치 작은 유흥을 즐기듯 탐색전을 벌이던 늑대인간들은 막심이 등장하자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예배당의 문을 박차고 달려든 그가 늑대인간 하나를 잡고 넘어뜨리기가 무섭게 스타샤가 공격을 감행, 팔 하나를 잘라낸 데다가 이제는 막심의 공격으로 기어코 하나가 죽고 말았던 것이다.
“팔 잡고 멀리 던져!”
스타샤가 소리쳤다. 그 대상은 쓰러진 이븐 곁에서 그의 사냥칼을 들고 자신의 죄과를 만회하겠다는 듯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메이윌이었다. 이븐의 총 맞은 머릿속을 맨손으로 헤집어 거머리들을 꺼낸 것도 그녀였다. 메이윌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늑대인간의 왼팔을 사냥칼로 찍어 올리고선 멀찍이 던져 버렸다.
잃은 팔을 수복하려 달려가는 늑대인간을, 스타샤가 막아섰다. 또 다시 섬광처럼 튀어나간 칼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반대쪽 팔이었다.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아서, 몸을 뒤로 물려 충격을 완화하고 비틀어 피한 팔로는 칼등을 움켜잡아 스타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스타샤는 붙잡힌 칼을 온 힘을 다해 밀며 어깨로 늑대인간의 가슴팍을 부딪었다. 반쯤 변이된 늑대인간의 주둥이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스타샤는 무릎으로 힘껏 가랑이를 올려 찬 뒤 상대가 움츠러드는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빼내었다. 재빠른 납도와 다시 이어지는 발도. 늑대인간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구르고 머리와 팔이 사라진 몸뚱이가 뒤늦게 무너졌다.
“변신해! 변신해서 다 죽여버려!”
소녀가 땅에 대고 발을 쿵쿵 굴렀다. 막심과 대적하던 늑대인간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들은 제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늑대와 인간이 반쯤 섞인 듯한 모습이었던 그들은 이제 털이 온몸을 뒤덮어 보다 더 야수에 가까워졌다.
얼핏 빈틈투성이인 것처럼 보이는 변이 과정에 사냥꾼들이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것은 박아 넣은 칼날이 재수 없게 뒤틀리는 중인 근육과 살에 끼어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심의 비도(飛刀)는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바, 그가 던진 단검은 늑대인간의 팔에 꽂혀 이윽고 터지며 부상을 입혔다.
변이가 끝난 늑대인간들이 스타샤와 막심에게로 한 마리씩 달려들었다. 그녀의 뒤에 이븐과 메이윌이 있었으므로 스타샤는 피할 수 없었다. 사 대 일로 시작된 싸움을 이 대 이까지 끌고 오느라 그녀의 몸은 이미 지쳐 있는 상태였다. 예나 지금이나 지구전은 결코 그녀의 장기가 아니었다.
달려드는 속도를 그대로 받아낼 수 없었으므로 스타샤의 반격은 필연적으로 비껴 가르는 것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은? 저기 대책 없이 자빠져 있는 이븐이, 칼 하나 들고 달달 떨고 있는 수녀가 늑대인간과 대적할 수 있을까? 절대!
반집으로 풀어낸 칼집이 늑대인간의 턱을 올려쳤다. 속도가 줄었지만 그것만으로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칼을 납도할 틈이 없었으므로, 스타샤는 반쯤 뽑힌 칼을 칼집과 함께 그대로 휘둘러 상대의 목에 박아 넣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커억-!”
스타샤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녀도 흉부와 복부를 강타하는 공격에는 칼을 놓치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투 아래로 갖춰 입은 가죽흉갑 위에 손톱자국이 선연하게 남았다. 배를 타고 흐르는 피를 느끼며 그녀는 또 자신의 몸에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을 것임을 예감했다.
목에 박힌 칼을 집어 던지고 다시 한 번 공격을 예비하는 늑대인간의 몸이 일순 휘청거렸다.
탕-
총성이 먼저였겠지만 스타샤에게는 그것이 더 늦게 인지되었다. 총을 쏠 인물을 죽은 셈 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군.”
상체를 일으켜 세운 이븐이 말했다. 그의 뺨은 근육을 드러낸 채 여전히 재생 중이었다. 다만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었던지 태평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스타샤가 배를 움켜쥐고 말했다.
“저승 구경은 잘 하고 왔냐? 아예 거기서 살지 그랬어.”
이븐이 다가와 스타샤를 일으켜 세웠다. 살갗이 재생되고 있는 그의 얼굴이 괴기스러웠다. 자세를 바로잡을 틈도 없이 다시 늑대인간이 돌진해왔다. 이븐은 왼손을 크게 휘둘러 재생이 진행 중인 늑대인간의 목에 난 상처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무게를 실어 늑대인간의 몸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이븐은 숫제 그 위로 올라타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연이은 총격. 이븐을 떼어놓으려 그의 온몸을 할퀴던 짐승의 두 팔이 바닥에 늘어졌다. 마침 막심도 마지막 한 마리의 숨통을 끊어놓은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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