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막 1장 - 내면의 적(1)
10막 불발(不發)
아이러니하게도 마물의 등장은 인간을 위축시키기보다 그들의 저돌성을 부추기고 맹진을 미덕으로 삼게끔 하는 데에 기여했다. 마물을 피해 문을 닫아걸고 그 뒤에 숨은 이들도 마음속 한 구석에는 사냥꾼, 용병 들 따위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교단은 죽은 사냥꾼들의 용맹을 기리고자 그들의 시체로 오벨리스크를 쌓았고, 당연히 그 그림자도 더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는 평범한 인간들이 곰팡이처럼 거(居)했다. 나는 사냥꾼들의 활약과 거룩한 순교보다 그들 곰팡이 같은 인간의 하찮은 생에 더 마음이 끌린다.
- 라르스 한델센, 『두려움에 대한 찬양』
오래간 도박판에 앉아있노라면 그런 순간이 약속처럼 도래한다. 판돈을 죄 잃어버리고 싶다고 불현듯 생각하게 되는 순간, 그렇게 해서 미련을 모두 청산하고 싶어지는 순간, 다시 말해 깨끗하게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 그런 때에 우릴 괴롭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희망이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희망의 샘 때문에, 그 빌어먹을 간헐천 때문에 궁상맞게 앉아있는 매 순간이 판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일 따위보다도 더 괴롭다.
- 도미니크 에커만, 『에커만 회고록』
1장 내면의 적
여자는 나무로 된 왼손을 들어 거칠거칠한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옻칠한 의수는 검었고 촛불을 받아 간혹 붉은 빛을 내비쳤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벽에 걸린 전리품이었다. 누렇게 변색되고 벼락이 내리친 듯이 금간 자국이 있는 거대한 송곳니는 유대의 상징이었고, 그로 말미암은 최초의 결실이었다.
아직 팔 인의 사냥꾼이 모두 살아있던 시절, 그 가운데 넷이 덤벼서야 겨우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던 마물에 대한 기억이 그녀에겐 여전히 생생했다. 지난한 세월이었다. 사냥꾼 가운데서도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견뎌온 시간은 특히 그러했다.
항마연구원은 잉태도 되기 전이었고 사냥꾼들은 모두 갓난아기였다. 몸으로 깨달아야 했고 교훈의 대가는 악독하리만치 컸다. 흘린 피와 떨어져 나간 살점을 모으면 새로운 사람 하나를 만들고도 남는단 농담이 우습게만 들리지 않았던 때였다. 그 새로운 사람에게 팔 하나만큼은 확실히 보탠 그녀는 그 일로 현장에서 물러났다.
“그땐 모든 게 정말로 단순했지.”
그녀가 의수로 새치 섞인 갈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눈가의 잔주름엔 그리워하고 싶지 않은 시절을 어쩔 수 없이 그리워하게 된 이의 복잡한 심경이 서렸다. 혼잣말은 아니었다. 그녀가 있는 쪽을 향해 백발의 남자가 낭비 없는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비앙카.”
비앙카 에스트룀이 고개를 돌려 백발의 남자를 마주했다.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하면서도 결의에 찬 얼굴이었다. 이제 결의는 그의 습관이 된 것 같았다. 비앙카도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듯이.
“케넌.”
“모두 복귀했나?”
비앙카가 고개를 젓고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아니, 날 포함해서 여덟 명만 우선적으로. 나머지 셋은 맡고 있는 임무가 있어서 끝나는 대로 복귀할 거야.”
“들어가지.”
케넌은 집무실로 걸음을 옮기려다 멈춰 섰다. 비앙카가 여전히 송곳니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울리히는 저기에 우리들 이름을 새겨야 한다고 우겼지. 우리의 업적을 기려야 한다나. 마르셀은 제법 돈이 될 것 같으니 최상의 상태로 보존해야 한다고 그랬고.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나도 사실 그때는 마음속으로 울리히 의견에 동조했어. 그래도 칼날의 이가 나갔을 때는 안 웃을 수가 없었지.”
그건 좋았던 옛날에 대한 낡아빠진 감상이었다. 비앙카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말없이 듣고 있는 케넌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잠시간 그녀 뒤에 서있던 케넌이 입을 열었다.
“눈앞에 적이 있었고, 그걸 해치우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지, 우리는.”
비앙카는 조금 느리게 그것이 그녀가 처음 했던 말에 대한 케넌의 답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게 단순했던 시절. 그러나 이제 적은 눈앞은 물론, 등 뒤에도 있고··· 내면에도 있었다. 그녀는 내면의 적과 싸우는 데엔 자신이 없었다.
부단장으로서 그녀에게 주어진 직무를 수행할 때 귀감이 될 만한 유일한 인물은 케넌이었지만 그는 신념보다 의무로 움직이는 인간이었다. 의무 이행이라는 단일의 목적을 위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를 따라하려면 노력이 아닌 천성이 요구됐다.
“성하께선 재배치하라고 하셔?”
비앙카의 말에 케넌이 고개만 약간 까딱였다. 나이로드 교황을 입에 올릴 때면 케넌은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졌다. 비앙카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덧붙였다.
“네 생각은?”
“들어가서 얘기하지.”
이번에는 비앙카도 순순히 케넌을 따랐다. 케넌이 당긴 집무실의 육중한 문을 넘겨받으며 비앙카는 무게감에 대한 잡념에 빠졌다. 문의 무게는 단장의 직위가 갖는 중압감의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그리고 꾸준한 육체적 단련에 대한 경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케넌이 외투를 벗어 등받이에 걸었다. 교황을 알현할 때 입는 사냥꾼의 제복이었다. 성직자들의 예복에 이디나르의 고난을 상징하는 가시넝쿨이 수놓아져 있었다면, 사냥꾼의 제복에는 월계수 잎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건 승리의 상징이었고 다시 되찾을 영광을 뜻하는 장식이었다.
자리에 앉은 케넌이 입을 열었다.
“부펜하르크에 두 명을 차출해 보낼 거고, 나머지는 마일스아이렌과 동부 국경에 배치하겠다고 말씀드렸어. 마일스아이렌에 배치될 사냥꾼들은 수습 사냥꾼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도 말씀드렸고. 알겠다고 하시더군.”
“절충안이네.”
케넌의 말에 비앙카가 대꾸했다. 그 자체로는 신성의 질서에서만 효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파문을 인간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는 계획의 첫걸음으로, 교황은 수도와 그 인근의 사냥꾼들을 모두 교황령으로 불러들인 차였다.
비앙카가 케넌의 제언을 절충안으로 평가한 것은 그런 사냥꾼들을 제국의 각지에 재배치시켜 뿔뿔이 흩어놓지 않고 가능한 한 한 군데에 머물도록 붙잡아둔 때문이었다. 언제든 다시 수도 로스키르헨과 데텔마인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사냥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마사제들이 수도에서 뜸을 들이고 있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협조 요청도 보내왔고. 로스키르헨에 마물들의 습격이 있었는데 사냥단의 도움이 절실하다나. 우리들의 발을 묶을 심산이었던 거지.”
비앙카의 말에 케넌이 눈앞의 먼지를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구마사제단이 그 이상으로 버틴다면 나이로드 교황을 필시 자극할 테고 그건 또 다른 파국의 전조가 될 수도 있었다. 리카드 황제와 드로크만 대주교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종파의 탄생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케넌의 머리 위에 드리웠다.
“드로크만을 대립교황으로라도 내세울 기세야.”
케넌의 의중을 헤아리기라도 한 것처럼 비앙카가 말했다. 케넌은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잠시 말을 고르는 기색이었다. 전보다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케넌이 말했다.
“헤르돈 대주교께선 교단 내 보수파와 행보를 함께 하시지. 그분께서 정통성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리라 생각지는 않아.”
“기도는 성직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자고.”
그건 희망사항을 읊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라는 지적이었다. 비앙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케넌을 쳐다보았다. 나이 서른이 되기도 전에 그의 머리칼은 이미 백발이었다. 듣기로는 펠레도 농성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금의 케넌을 단장의 자리에 앉혀준 그 사건은 사냥 당하는 자로부터 사냥하는 자로의 전환을 이끌어낸 역습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맡아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케넌의 말에 비앙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일이라고 말했다면 그건 맡은 직위에 따르는 행정상의 업무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임무를 뜻하는 탓이었다.
“나한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비앙카는 자신의 의수를 내려다보았다. 처음 팔을 잃었을 때 그녀는 사용하던 검의 무게를 줄이라는 주변의 충고에 분노로 일관했었다. 마음속의 절망을 들킬 수는 없었으므로 스스로 가져다붙인 변명도 물론 있었다. 육신의 장애가 정신의 장애로 이어지도록 둘 순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불굴의 정신은 그녀의 입버릇이었다.
울리히 하르트만이 죽었을 때 그녀는 스스로가 고집하던 불굴의 정신에 치를 떨었다. 외다리로 사냥을 계속하겠다던 울리히를 누군가는 말렸어야 했다. 검의 무게를 줄이고 재활 훈련을 마쳤을 때쯤 케넌은 부단장의 직위를 권해왔다. 비앙카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죽는 그날까지 보고서를 읽고 가지런히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임무를 사냥꾼들에게 배정할 것만 같은 이 묵묵한 사냥단장의 부탁을, 비앙카는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말해.”
비앙카가 나직이 말했다. 케넌이 깍지 낀 손을 책상 위에 얹고 몸을 앞으로 당겨 앉았다.
“막심이 적과 내통했다는 정황이 있어.”
어떤 임무라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는 비앙카의 결심은 초장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그녀는 케넌의 표현을 천천히 발음했다.
“정황.”
“정황이라도 제법 믿을 만한 정황이지. 헤레틱스라는 집단이 있어. 정리한 내용은 여기.”
케넌은 잠긴 서랍을 열어 꺼낸 서류를 비앙카에게 건넸다. 비앙카는 다섯 쪽짜리 서류를 빠르게 훑은 뒤 첫 장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녀가 마지막 장을 읽을 때쯤 케넌이 입을 열었다.
“막심이 헤레틱스라는 집단과 결탁했다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그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 같아.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널 포함해서 다섯 명뿐이고 모두 사냥꾼이야.”
그건 사냥단의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교황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비앙카가 서류에서 눈을 떼고 케넌을 쳐다보자 그가 부연했다.
“너, 나, 헬라이드, 메이츠니르, 베르자크.”
“막스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이들이 그를 죽였는지 알아봐달라는 거야?”
케넌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스타샤는 공조 요청 때문에 부펜하르크로 복귀했고, 웨인과 이븐은 노블 다이스의 남은 마물들을 쫓기 위해 그웬돌라드로 돌아갔어.”
“믿을 수 있는 사냥꾼은 나뿐이고?”
“네가 믿을 수 있는 다른 사냥꾼에게 맡겨도 돼. 그 기준은······.”
“드로크만과의 결탁 여부.”
뒤를 흐리는 케넌의 말을 비앙카가 이어받았다. 케넌이 믿었던 막심의 사냥단에 대한 배신이 사냥단을 장악하려는 드로크만의 귀에 들어갈 경우 벌어질 일은 명백했다. 케넌이 말했다.
“덧붙여서, 막심은 죽기 전에 무엇인가를 알아냈어. 헤레틱스가 막심을 죽인 건 바로 그 사실 때문인 듯하고.”
“알았어. 막심 옆에 묻히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 묻히더라도 너한테 그게 뭔지 알려주고 묻힐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가벼운 농이었지만 그 속엔 뼈가 있었다. 대꾸하지 않는 케넌의 머릿속에서 정보와 비앙카 자신의 목숨이 각각 올라있는 저울 가운데 어느 쪽이 기울어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의무의 이행. 그건 때로는 목숨을 장작으로 삼아 태우는 불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내 쪽에서 부탁할 일이 있어. 로스키르헨의 사냥꾼에 대한 거야.”
서류를 접어 품에 넣은 비앙카가 말을 이었다.
“뤼시앵. 뤼시앵 드메스포르 기억나?”
“좋은 사냥꾼이지.”
다른 지역의 사냥꾼들이 많아야 다섯 명을 넘지 않는 것에 반해 로스키르헨과 데텔마인에는 열 명도 넘는 사냥꾼이 있었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물도 많고 당연히 사건도 많은 탓이었다.
부단장으로서 비앙카는 수도와 인근 지역에서의 업무를 사실상 독립적으로 관장하고 있었다. 그녀가 케넌에게 뤼시앵을 기억하느냐고 물은 데에는 그 같은 이유가 있었고, 케넌의 대꾸가 간략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케넌에게 뤼시앵은 서류상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비앙카가 말했다.
“예전에는 확실히 그랬지. 지금은? 나도 모르겠어. 뤼시앵 밑에서 배우고 있는 수습 사냥꾼이 누군지 기억해?”
“하르트만의 딸이라고 그랬지. 이름이······.”
케넌은 검지로 자신의 옆머리를 두드렸다. 그는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정말 관심 없구나. 안체.”
케넌이 맡고 있는 막중하고도 엄청난 양의 업무들을 고려한다면 비앙카의 그런 평가는 다소 야박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친우의 딸에게로 잊지 않고 매번 선물을 보내오는 마르셀의 다감함과 케넌의 무신경함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뤼시앵이 안체를 부려먹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수습 사냥꾼에게 권장되는 강도 이상으로 말이야. 수습은 사냥에 나서더라도 어디까지나 훈련을 목적으로······.”
비앙카는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떴다. 말을 잇는 그녀의 언성이 높아져 있었다.
“제기랄, 케넌, 제발. 그런 표정으로 가만히 듣고 있지만 말란 말이야. 난 너를 단장으로서도 존경하고 동료로서도 좋아하지만······ 가끔 넌 우리들 사냥꾼이 죄다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여.”
“무슨 뜻이지?”
그답지 않게 케넌이 즉각 받아쳤다. 비앙카는 말이 헛나갔다고 생각했다가 또 그만큼 적실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순교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넌 사냥꾼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그렇게 해서 살아남으면 더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지. 그러니 수습 사냥꾼들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게 네 오랜 친구의 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어차피 살아남는 녀석은 얼마 없을 테니까. 살아남아서 진짜 사냥꾼이 되면 그때 가서 이름을 외워도 상관없으니까.”
비앙카는 사라지는 이름들을 기억했다. 어제는 있었지만 오늘은 없는 이름들. 죽은 수습 사냥꾼들의 가족에게 부고를 보내는 것은 그녀의 일이었다. 왜 그들을 사냥꾼의 전당에 묻어줄 수 없는지, 보상금은 또 왜 그토록 적은지 설명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육십 넘은 노인네한테 노블 다이스를 추격하는 일을 맡기다니 도대체 제정신으로 할 짓이냐고! 믿을 만한 사냥꾼이 네 주위에 왜 남아있지 않은지 궁금할 테지. 내가 가르쳐줄까? 네가 다 사지로 내몰았으니까 없지!”
비앙카는 호흡을 가라앉히며 쏟아낸 말들을 후회했다. 케넌은 아무 말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반박이 자연히 그녀의 머릿속에도 떠올랐다. 믿을 수도 없고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냥꾼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부턴가 내리기 시작한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비앙카는 체온이 없는 의수를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그녀는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올라오는 보고서의 필체가 바뀌었더라고. 그래서 한 번은 뤼시앵을 지부로 불러서 그 내용을 물어봤더니 대강 답변은 하는데 제대로 알고 있진 못하는 거야. 안체한테 물어보니 뤼시앵 눈치만 살피고. 따로 불러내서 물어보니까 그제야 술술 읊더라.”
“문제가 있군. 뤼시앵은 지금 복귀했나?”
“아직 로스키르헨에 있어. 임무가 끝나는 대로 올 거야.”
잊지 않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듯 케넌이 종이에 무엇인가를 빠르게 적었다. 그가 서랍에 종이를 넣고 잠그는 것을 지켜보며 비앙카가 덧붙였다.
“뤼시앵이··· 예전 같지 않아. 네가 얘기 좀 나눠 봐.”
- 작가의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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