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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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단영
작품등록일 :
2018.04.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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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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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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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막 1장 - 내면의 적(2)

DUMMY

10막 1장(2)


*



집무실의 문을 닫고 복도로 나온 비앙카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가 곧 걸음을 옮겼다. 벽에 걸린 송곳니를 바라보고 있던 금발의 남자가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에스트룀 부단장님, 격조했습니다.”


남자는 흠잡을 데 없이 예의 바르게 비앙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비앙카는 남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며 인사를 받았다.


“리로댕 사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다면 잘 지낸 거겠죠. 안드로스 단장에게 용무가 있나요?”


장 리로댕 특무사제는 고개를 끄덕여 물음에 답하고도 집무실로 향하는 대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비앙카가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교황 성하께서 부단장님을 보고 싶어 하실 겁니다.”


장은 감히 똑바로 쳐다봐도 될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약간 숙인 채로 말했다.


“그건 성하의 생각인가요, 아니면 장 당신의 생각인가요?”


대꾸하는 비앙카의 말에 날이 서있었다. 그것이 집무실에서 홀로 벌인 언쟁의 여파 때문인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리로댕이 고개를 들어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였다.


“교황 성하께선 사냥단의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니까요. 또 에스트룀 부단장님께서 교황청에 와주신 건 참으로 오랜만이니 응당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지나쳤다면 미안해요. 사과드리죠. 나는 다만 당신의 임무가 성하의 뜻을 받드는 것인지 성하의 뜻을 미리 헤아리는 것인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혹은 나이로드 교황의 이름을 함부로 빌리는 것인지. 비앙카는 혀에 걸린 말을 삼켰다.


“물론 저는 그분의 뜻을 받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저도 완전한 인형일 수는 없다는 기분이 들곤 하지요. 이번만 해도 저는 성하께서 엽사들을 복귀시키려 하실 때에 감히 나서서 옳은 일이 아니라 말씀드렸으니까요.”

“그 얘기를 내게 하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이 얼마나 올곧은 사람인지 알아달라는 건가요, 리로댕 사제?”


장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저도 때로는, 아니 꽤 자주 말이 헛나간다는 뜻이었습니다.”

“사제님도 바쁘실 줄로 압니다. 인사는 충분히 나눈 것 같군요.”


비앙카는 장의 얼굴 위로 떠오른 미소를 보면서 그녀 자신이 왜 이 남자를 싫어하는지 기억해냈다. 그는 속내를 밝히는 법 없이 두 가지 뜻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만을 늘어놓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답답해진 상대가 진의를 추궁할 때면 장 리로댕은 마치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듯 한 발 물러났다.


“아, 에스트룀 단장님.”


그를 지나쳐 가는 비앙카를 장이 불러 세웠다. 비앙카는 뒤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부단장이겠죠, 리로댕 주교. 부단장.”

“실수를 용서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진급을 시켜 버리는 습관이 있어서요. 부단장으로 오래 계셨죠, 에스트룀 부단장님은. 그건 안드로스 단장님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변화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혼잣말이라기엔 소리가 컸다. 그를 돌아본 비앙카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장이 얼른 덧붙였다.


“추기경 예하께서도 수도의 사냥단 활동에 대해 궁금해 하고 계십니다. 이번 복귀에 대한 부단장님의 의견은 물론이고요. 이건 확실히 예하의 생각입니다.”



*



안체 하르트만은 진흙길 위에서 구른 몸을 재빨리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적신 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냄새는 그런 노력을 방해하기에 충분히 노골적이었다. 빌어먹을 빈민가, 빌어먹을 요강.


“빌어먹을 마물 놈아!”


안체는 그렇게 부르짖으며 등에 메고 있던 작살 가운데 하나를 꺼내 얼른 투창기(*)에 걸었다. 한 갈래로 묶은 잿빛 금발이 작살을 쏘아낸 반동으로 요동쳤다. 내던진 작살의 조준은 정확했으나 그건 표적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 한해 그렇다는 뜻이었다.


퍽-


상귀(象鬼)(*)의 상박에 꽂힌 작살은 숨겨진 칼날을 우산살처럼 펼치며 상처를 넓혔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작살은 몸 밖으로 빠져나오며 땅에 떨어졌다. 조준이 정확했다면 작살에 장치된 이중 칼날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을 터였다.


작살을 피하느라 주춤했던 상귀는 다시 안체를 향해 쇄도해왔다. 육중한 덩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땅을 박찰 때마다 회색빛의 각질로 덮인 뱃살이 아래위로 마구 흔들렸다.


목을 노려야 해, 뤼시앵 말대로 목을. 안체는 소리 없이 혼잣말을 되뇌며 다시 등의 작살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세 개가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두 개였다. 투창기에 걸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옆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악-!”


상귀가 달려오며 휘두른 엄니가 공중에 뜬 안체의 옆구리를 찔렀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안체의 시야가 한순간 점멸했다. 통증과, 오물의 냄새 때문에, 그리고 허공에서 날아가며 회전한 탓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아니, 깨닫지 못한 사이 안체는 이미 구토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입가에 묻은 토사물을 소매로 닦다가 소매에 묻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또 한 번 구역질을 일으킬 뻔했다.


안체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몸을 날리기 직전 뽑아든 작살로 공격을 감행한 덕분이었다. 상귀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배에 박힌 작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날만 은으로 된 것이 아니라 그 대까지 은으로 도금되어 있었으므로 상귀는 오만상을 지었다.


“쉽지 않을 거다, 못생긴 자식아.”


안체는 그렇게 말하며 옆구리의 상처를 살폈다. 받쳐 입은 방어구 덕에 상처는 타박상에 머무른 듯했다. 늑대사냥개였다면 이런 것도 필요 없었을 테지. 그녀는 가죽흉갑이 기동을 제한하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뇌까렸다.


“크아악-!”


멍청하게도 안체의 도발에 용기를 얻어 작살을 뽑아낸 상귀가 비명을 질렀다. 작살의 칼날에는 창자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작살을 팽개치고 서둘러 내장을 벌어진 틈으로 집어넣는 상귀를 향해 안체가 달려들었다.


츠컥-


오른손에 걸고 있는 투창기의 한쪽 끝은 단검으로도 기능했다. 상귀의 옆을 스쳐가며 반 바퀴 회전해 그 목을 벤 안체는 몸을 납작하게 숙이며 이어지는 반격을 피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뿌듯할 만큼 완벽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다음 동작은 욕심이었다. 마지막 남은 작살로 한 번 더 공격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안체는 상귀의 발에 채여 또 다시 뒤로 날아갔다. 허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함정으로, 기회라고 믿었던 것이 욕심으로 드러나는 순간들이 아직 수습 사냥꾼인 안체에겐 빈번했다.


“뤼······!”


넘어진 안체를 향해 상귀가 몸을 날려 왔을 때 그녀는 하마터면 스승의 이름을 외칠 뻔했다. 비명을 삼킨 것은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작전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깔아뭉갤 기세로 격렬하게 착지한 상귀는, 그러나 이미 비어버린 자리를 찍어 옆으로 굴러가는 안체에게로 흙탕물을 뒤집어 씌웠다.


원시 부족의 여전사 같은 몰골로 자리에서 일어난 안체는 뽑아든 작살로 상귀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는 배운 대로 갈빗대 사이를 노렸고 곧 마물의 폐가 터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상귀가 작살을 붙잡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작살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제 던질 게 없지, 이 망할 년아?”


상귀는 헐떡이며 옆구리에 꽂힌 작살을 부러뜨렸다. 안체는 투창기의 칼날로 여전히 상귀를 겨눈 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스승의 주문을 상기했다.


“하! 도망치겠다고? 풋내기 주제에······.”


그렇게 말한 상귀가 본격적으로 달려들자 안체는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 우선 사냥감이 되지 않으면 결코 사냥꾼이 될 수 없다. 그건 행동보다는 말로써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그래서 어쩐지 믿음이 안 가는 그녀의 스승 뤼시앵이 들려준 격언이었다.


그럼 뤼시앵은? 저기 어딘가 안전히 숨어있는 그 자신은 사냥꾼이 아니란 말인가? 안체는 돌연 떠오른 의문을 무시하고 닫혀 있는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문지방이 높다는 이유로 불운하게도 사냥터로 선정된 인가의 바닥에서 몸을 돌린 그녀는 재빨리 줄을 찾아 잡았다.


철컥-


“크악!”


바닥에 설치된 곰덫이 상귀의 다리를 그악스럽게 물고, 안체가 당긴 줄은 연결된 쇠뇌의 방아쇠를 당겨 볼트를 사출시켰다. 뤼시앵이 쇠뇌를 설치하는 높이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그녀는 볼트가 상귀의 미간에 정확히 꽂히는 것을 보고 스승의 혜안에 혀를 내둘렀다.


은으로 된 볼트가 뇌를 찔러 굳어버린 상귀의 몸이 천천히 쓰러졌다. 그 거대한 몸이 미처 바닥에 닿기 전에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뤼시앵이 검을 들어 목을 내리쳤다. 고전하고 있던 안체의 꼴이 우습게도 상귀의 머리는 힘없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나쁘지 않았어.”


뤼시앵은 불꽃처럼 일렁이는 칼날을 가진 자신의 검을 상귀의 하의에 대고 문질러 닦았다. 품에서 꺼낸 헝겊으로 남은 혈액을 마저 닦으려던 그는 안체를 흘깃 보고 그녀에게 헝겊을 던져 주었다.


“감사합니다.”


안체는 얼굴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잊었던 오물의 냄새가 한 번에 몰아치며 사정없이 코를 찔렀다. 그녀가 헝겊을 다시 스승에게 건네자 그는 그따위 것을 감히 권하느냔 듯 몸을 물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버려.”


안체가 이미 마물의 시체와 피로 더럽혀진 집에 쓰레기를 더해도 될지 고민하는 사이 뤼시앵은 벽에 박아 넣은 쇠사슬을 뽑았다. 플랑베르주의 가드를 못에 걸어 지렛대처럼 이용하는 식이었다. 망연히 서있는 그녀를 향해 뤼시앵이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해? 머리통 주워 담아야지.”

“네, 네.”


그녀는 가죽 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상귀의 머리통을 집어넣으며 —엄니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뤼시앵 쪽을 살폈다. 목을 덮은 뤼시앵의 금발은 사냥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머리띠로 모두 넘겼으나 안체는 그럴 바에야 왜 짧게 자르지 않는지 궁금했다.


귀를 장식한 귀고리와 어린 양의 가죽으로 만든 값비싼 장갑, 고급 원단으로 된 암적색의 외투 따위와 마찬가지로 머리띠도 단지 멋을 내기 위한 장식일 뿐이라는 가설이 더 그럴 듯했다. 도무지 사냥에 방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제비꽃 향수에 이르러서 가설은 이론으로 정립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에스트룀 부단장이 안체를 뤼시앵의 제자로 배정했을 때 그녀에게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뤼시앵이 초면부터 부친의 이름을 들먹였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희망했던 스승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체는 그대로 둘까요?”

“그걸 또 물어보네. 업자들이 처리할 거니까 내버려둬.”

“그럼 비용은 집주인이 물게 될······.”


뤼시앵은 눈빛으로 안체의 말을 묵살했다. 쇠사슬이 연결된 덫을 마물의 발로부터 분리해낸 그는 커다란 짐 가방에 쇠뇌와 함께 그것을 쑤셔 넣었다. 제법 묵직한 가방을 들어 올린 그는 안체를 향해 팔을 뻗었다가 곧 거둬들였다.


“됐어. 내가 들 테니까. 그걸 왜 못 피한 거야?”


상귀의 엄니에 찔린 옆구리를 쥔 채로 안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너무 빨라서요······.”

“죽을 때도 그렇게 말하고 죽을래? 너무 빨라서 못 피했다고?”


안체는 고개를 숙이고 배 앞에 모은 양손을 꼼지락거렸다. 일단 사냥에 나서면 호전적으로 돌변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그녀는 한껏 위축된 모습이었다.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말해봐. 안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적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회피할 때는 지형지물을 충분히······.”


안체는 말을 맺지 못했다. 상귀의 사체에 걸려 반쯤 열린 문을 마저 밀고 남자 하나가 들어온 탓이었다. 그 뒤로 남자의 일행이 우르르 따라 들어왔다. 모두 낯익은 얼굴이었다.


“한참 헤맸습니다. 길이 워낙에 복잡해놔서······. 어쨌든 제대로 온 모양이네요.”

“적절할 때 오셨구먼, 뭘.”


먼저 들어온 남자는 바닥의 시체를 보고 뤼시앵을 향해 물었다.


“이놈 하나뿐입니까?”

“그렇지···”

“아뇨, 하나 더 있어요. 야녹 거리 붉은 지붕 삼층집 앞에요.”


뤼시앵이 안체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냔 추궁이었다. 안체의 말에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쉽다는 투였다.


“다른 업체에서 처리했겠는데요. 크리스, 네가 얼른 가봐.”


크리스라고 불린 남자가 문 밖으로 나갔다. 안체는 이들이 로스키르헨의 청소부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물의 사체를 처리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감염의 위험을 제거한다는 이들이었다.


“그럼 하나 값만 받읍시다.”


뤼시앵이 선심 쓴다는 듯 말하며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는 허공에 뜬 뤼시앵의 손이 무안하지 않도록 얼른 주머니 하나를 쥐여 주었다. 뤼시앵이 ‘정당한 대가’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마일스아이렌으로 돌아가신다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우리 교황이 황제한테 단단히 삐쳐서.”


교단 소속인 주제에 불경한 소리를 아무렇게나 지껄인 뤼시앵은 받아든 주머니를 품에 넣고 떠날 채비를 했다.


“이거, 더 챙겨드려야 하는 건데, 엽사님 떠나신다니 저희도 이제 막막합니다.”


뤼시앵이 손을 휘휘 저었다. 청소부들이 길을 터주며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뒤를 따르는 안체가 머리통이 담긴 가죽주머니를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어 움켜잡았다. 일단 수습 기간만 끝나면··· 그녀는 이제 버릇이 된 말을 다시금 속으로 되뇌었다.


“드메스포르 엽사님.”


거리로 나선 그를 불러 세운 건 청소부 가운데 하나였다. 아니, 청소부이겠거니 넘겨짚었던 여자였다. 다시 살펴보니 청소부의 복장이 아니었을 뿐더러 그런 험한 일에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상이었다.


“뭐요, 당신은?”


뤼시앵의 짜증스런 태도에도 아랑곳 않고 여자는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한 발짝 다가왔다. 잘 관리된 모래색 머리가 풍성하게 물결쳤고 코끝에는 동그란 안경이 걸려있어 여자는 학구적인 귀족 영애 같은 모습이었다.


“엽사님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습니다.”

“그럼 얼른 끝냅시다. 나도 한가한 사람은 못 되어서.”

“저는 랭데 박사님 밑에서 수학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뤼시앵이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돌리며 여자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소개를 다시 하는 대신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엽사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엽사님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 말이죠.”


안체는 가방을 쥔 뤼시앵의 손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았다. 혀로 한 차례 마른 입술을 핥은 그는 여자를 향한 시선을 유지한 채 말했다.


“작살 회수해야 하지?”

“네?”


안체는 그렇게 반문하고 뤼시앵과 여자를 번갈아 살폈다가 곧 순순히 답했다.


“네.”

“가봐. 이따 거기로 오고.”


안체는 발걸음을 옮긴 뒤에도 뤼시앵 쪽을 잠깐씩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두 사람 모두 입을 열지 않기로 작정한 듯싶었다.




*투창기(投槍器): 사냥이나 전투 때에 쓰던 무기의 하나. 길이 50~100cm의 나무 끝에 창을 끼워 한 손으로 던진다.(표준국어대사전)

**상귀: 상아빛의 엄니가 거대하게 발달한 마물. 그 크기로 서열을 정한다는 낭설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감염되어 발생한 경우 인간의 모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며, 인간형 마물로는 드물게 탈피를 통해 몸집을 불린다. 인간들 속에 섞여 살아가기 위해 일정 기간 단식하며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것들도 있다.


작가의말

장 리로댕 특무사제는 막간극3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랭데는 8막에 등장한 바 있는 페르디낭의 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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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막 1장 - 엇길(2) +9 18.10.23 1,171 49 14쪽
117 11막 1장 - 엇길(1) +4 18.10.22 1,265 42 15쪽
116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4) +12 18.10.18 1,313 59 19쪽
115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3) +6 18.10.17 1,255 49 17쪽
114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2) +6 18.10.16 1,186 41 14쪽
113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1) +4 18.10.15 1,244 39 14쪽
112 10막 4장 - 완벽한 계획(3) +6 18.10.12 1,399 45 13쪽
111 10막 4장 - 완벽한 계획(2) +7 18.10.11 1,338 43 15쪽
110 10막 4장 - 완벽한 계획(1) +5 18.10.10 1,358 41 14쪽
109 10막 3장 - 꼬리잡기(3) +5 18.10.09 1,350 41 13쪽
108 10막 3장 - 꼬리잡기(2) +4 18.10.08 1,563 49 12쪽
107 10막 3장 - 꼬리잡기(1) +8 18.10.05 1,439 54 15쪽
106 10막 2장 - 침대 밑의 괴물(2) +14 18.10.04 1,426 49 15쪽
105 10막 2장 - 침대 밑의 괴물(1) +18 18.10.03 1,459 57 15쪽
» 10막 1장 - 내면의 적(2) +19 18.10.02 1,479 42 16쪽
103 10막 1장 - 내면의 적(1) +24 18.10.01 1,712 54 16쪽
102 막간극3. 반역자(2) +17 18.09.05 2,024 42 15쪽
101 막간극3. 반역자(1) +7 18.09.04 1,742 51 13쪽
100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3) +22 18.09.03 1,748 83 20쪽
99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2) +12 18.08.31 1,712 57 13쪽
98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1) +15 18.08.30 1,673 53 12쪽
97 9막 3장 - 야수의 심장(3) +12 18.08.29 1,716 61 17쪽
96 9막 3장 - 야수의 심장(2) +10 18.08.28 1,632 63 14쪽
95 9막 3장 - 야수의 심장(1) +15 18.08.27 1,765 69 12쪽
94 9막 2장 - 늑대굴 비가(3) +18 18.08.24 1,783 73 16쪽
93 9막 2장 - 늑대굴 비가(2) +10 18.08.23 1,655 64 13쪽
92 9막 2장 - 늑대굴 비가(1) +8 18.08.22 1,803 63 13쪽
91 9막 1장 - 최선의 세계(2) +6 18.08.21 1,877 79 15쪽
90 9막 1장 - 최선의 세계(1) +7 18.08.20 1,812 73 13쪽
89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5) +14 18.08.17 1,783 74 13쪽
88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4) +8 18.08.16 1,835 67 13쪽
87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3) +13 18.08.15 1,807 66 12쪽
86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2) +10 18.08.14 1,975 71 12쪽
85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1) +13 18.08.13 1,987 78 12쪽
84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6) +7 18.08.10 1,809 83 17쪽
83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5) +13 18.08.09 1,796 69 13쪽
82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4) +9 18.08.08 1,881 76 13쪽
81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3) +12 18.08.07 1,842 81 13쪽
80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2) +13 18.08.06 1,862 85 11쪽
79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1) +12 18.08.03 1,939 90 10쪽
78 8막 2장 - 식사 예절에 관한 문제(2) +13 18.08.02 1,910 97 10쪽
77 8막 2장 - 식사 예절에 관한 문제(1) +7 18.08.01 1,974 84 11쪽
76 8막 1장 - 폭풍은 고요히(2) +8 18.07.31 1,988 80 11쪽
75 8막 1장 - 폭풍은 고요히(1) +10 18.07.30 2,174 87 10쪽
74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3) +17 18.07.27 2,155 106 14쪽
73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2) +7 18.07.26 2,059 87 10쪽
72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1) +12 18.07.25 2,100 90 10쪽
71 7막 3장 - 짐승의 머리, 뱀의 혀(2) +18 18.07.24 2,883 107 11쪽
70 7막 3장 - 짐승의 머리, 뱀의 혀(1) +11 18.07.23 2,144 90 12쪽
69 7막 2장 - 종양이 다시 자라기까지(2) +10 18.07.20 2,228 98 12쪽
68 7막 2장 - 종양이 다시 자라기까지(1) +5 18.07.19 2,170 104 8쪽
67 7막 1장 - 저울 위에서(2) +4 18.07.18 2,167 99 10쪽
66 7막 1장 - 저울 위에서(1) +5 18.07.17 2,283 103 9쪽
65 막간극2. 공모자들(2) +6 18.07.16 2,288 91 9쪽
64 막간극2. 공모자들(1) +1 18.07.13 2,311 88 9쪽
63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4) +14 18.07.12 2,217 108 10쪽
62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3) +10 18.07.11 2,232 105 11쪽
61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2) +4 18.07.10 2,203 96 8쪽
60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1) +3 18.07.09 2,288 105 9쪽
59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3) +4 18.07.07 2,286 104 7쪽
58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2) +4 18.07.05 2,286 104 8쪽
57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1) +5 18.07.04 2,279 103 7쪽
56 6막 3장 - 핏빛 예배(3) +8 18.07.03 2,312 117 9쪽
55 6막 3장 - 핏빛 예배(2) +10 18.07.02 2,287 104 8쪽
54 6막 3장 - 핏빛 예배(1) +6 18.06.29 2,491 97 7쪽
53 6막 2장 - 거머리 늪(3) +5 18.06.28 2,298 91 9쪽
52 6막 2장 - 거머리 늪(2) +5 18.06.27 2,345 84 8쪽
51 6막 2장 - 거머리 늪(1) +4 18.06.26 2,496 103 9쪽
50 6막 1장 - 개죽음(2) +8 18.06.25 2,645 117 12쪽
49 6막 1장 - 개죽음(1) +11 18.06.22 2,616 113 10쪽
48 5막 5장 - 믿는 자에게 진실 있나니(2) +15 18.05.25 2,546 116 9쪽
47 5막 5장 - 믿는 자에게 진실 있나니(1) +18 18.05.24 2,507 115 8쪽
46 5막 4장 - 안개 속의 군무(2) +3 18.05.23 2,542 104 8쪽
45 5막 4장 - 안개 속의 군무(1) +5 18.05.22 2,752 114 9쪽
44 5막 3장 - 우리 중의 하나(2) +6 18.05.21 2,623 121 11쪽
43 5막 3장 - 우리 중의 하나(1) +5 18.05.18 2,848 116 7쪽
42 5막 2장 - 전쟁터의 장의사들(2) +5 18.05.17 3,061 106 12쪽
41 5막 2장 - 전쟁터의 장의사들(1) +10 18.05.16 2,924 112 8쪽
40 5막 1장 - 전장으로부터의 초대(2) +7 18.05.15 3,060 113 11쪽
39 5막 1장 - 전장으로부터의 초대(1) +7 18.05.14 3,119 114 8쪽
38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3) +15 18.05.11 3,023 135 8쪽
37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2) +19 18.05.10 3,067 142 9쪽
36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1) +7 18.05.09 3,148 120 9쪽
35 4막 4장 - 전야제(2) +7 18.05.08 3,183 135 10쪽
34 4막 4장 - 전야제(1) +6 18.05.07 3,174 120 8쪽
33 4막 3장 - 거울상(2) +3 18.05.04 3,425 140 8쪽
32 4막 3장 - 거울상(1) +3 18.05.03 3,368 131 7쪽
31 4막 2장 - 몰이사냥(2) +3 18.05.02 3,486 135 8쪽
30 4막 2장 - 몰이사냥(1) +9 18.05.02 3,606 130 8쪽
29 4막 1장 - 닭장 속 여우(2) +8 18.05.01 3,665 135 7쪽
28 4막 1장 - 닭장 속 여우(1) +2 18.05.01 3,941 136 8쪽
27 막간극1. 전초전(2) +8 18.04.30 3,965 164 14쪽
26 막간극1. 전초전(1) +2 18.04.30 4,119 139 10쪽
25 3막 5장 - 구렁텅이(2) +5 18.04.27 4,033 155 8쪽
24 3막 5장 - 구렁텅이(1) +4 18.04.27 4,044 157 8쪽
23 3막 4장 - 흉년(2) +4 18.04.26 4,170 153 8쪽
22 3막 4장 - 흉년(1) +5 18.04.25 4,357 170 9쪽
21 3막 3장 - 불굴 혹은 불구(2) +2 18.04.24 4,699 185 10쪽
20 3막 3장 - 불굴 혹은 불구(1) +16 18.04.23 4,524 202 7쪽
19 3막 2장 - 비 새는 개집(2) +5 18.04.20 4,711 180 8쪽
18 3막 2장 - 비 새는 개집(1) +2 18.04.20 4,967 194 8쪽
17 3막 1장 - 머리통 흥정(2) +3 18.04.19 4,823 187 7쪽
16 3막 1장 - 머리통 흥정(1) +7 18.04.19 5,666 204 8쪽
15 2막 5장 - 역병의 계절(2) +29 18.04.18 5,026 285 8쪽
14 2막 5장 - 역병의 계절(1) +7 18.04.18 4,950 194 8쪽
13 2막 4장 - 한 줌의 진실(2) +17 18.04.17 5,070 198 8쪽
12 2막 4장 - 한 줌의 진실(1) +7 18.04.17 5,212 191 8쪽
11 2막 3장 - 이중 함정(2) +5 18.04.16 5,161 211 7쪽
10 2막 3장 - 이중 함정(1) +3 18.04.16 5,281 216 7쪽
9 2막 2장 - 세 번째 안(2) +5 18.04.13 5,416 231 7쪽
8 2막 2장 - 세 번째 안(1) +9 18.04.13 5,838 224 8쪽
7 2막 1장 - 양들의 목장(2) +7 18.04.12 6,236 237 7쪽
6 2막 1장 - 양들의 목장(1) +7 18.04.12 8,229 243 10쪽
5 1막 4장 - 맹인과 성자 +43 18.04.11 9,314 327 17쪽
4 1막 3장 - 사냥꾼의 업 +15 18.04.10 10,296 346 15쪽
3 1막 2장 - 배우의 침착함, 사기꾼의 능숙함 +25 18.04.09 12,635 361 13쪽
2 1막 1장 - 낯선 사람에게 말 걸지 마라 +40 18.04.09 24,667 411 15쪽
1 저자의 서문 +49 18.04.09 28,853 43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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