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막 2장 - 침대 밑의 괴물(1)
10막 불발
2장 침대 밑의 괴물
이븐은 검게 그을린 흙바닥을 살폈다. 화약의 냄새는 모두 씻겨 나간 뒤였다. 그 옆의 벽에는 폭발의 여파로 생겼다고 보기엔 부자연스러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막심이 여기서 노렸던 대상은······.”
이븐은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진 천과, 뚫린 벽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철판, 그리고 반대쪽 벽에 남아있는 자국을 차례로 살핀 뒤 말을 이었다.
“백작이었군요.”
이븐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빼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불타 버린 집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웨인이 다가가 쌓여 있는 상자를 지팡이 끝으로 하나씩 건드려 보았다. 웨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추론을, 이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막심은 그 뒤로 숨었을 테고요. 백작이 폭발에 휘말렸다면 어째서 그를 처리하지 않았던 걸까요?”
“남작이 남아 있었으니까. 에카르트는 확실히 출중한 사냥꾼이었고 그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최상위 군주급 마물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리라 자만하지는 않았을 게야.”
“그럼 여기서 백작을 따돌리고 저기서 남작을··· 처리했겠군요.”
이븐이 상자 너머의 화재 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븐은 아직 온전한 모습의 집을 향해 달아나는 막심 에카르트의 등을 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 뒤를 추격하는 남작의 모습 역시, 한 번도 남작을 본 적은 없었지만 생생하게 재현해낼 수 있었다.
“막심과는 교류가 있었습니까? 그러니까, 교분이라고 할 만한 것 말입니다. 웨인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쌓여있는 상자를 타넘은 이븐이 말했다. 웨인은 지팡이를 옮겨 쥐며 양 손목을 주물렀다. 그 역시 이븐과 마찬가지로 상자를 넘어온 차였다. 웨인은 여전히 날랬으나 이븐의 예민한 청각은 말에 섞여든 가쁜 숨을 찾아냈다.
“교황청에 일이 있을 때면 몇 번 봤을 뿐이지, 같이 사냥을 나서거나 한 건 아냐. 난 줄곧 체스바덴에 붙어있었고 에카르트는 여기저기 불려 다녔으니까.”
“저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웨인이 막심의 행적을 조사했다기에 제법 각별한 사이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거야······ 올가라고 했나? 그 용병이 전한 말이 영 꺼림칙해서 그랬지.”
웨인은 수통을 꺼내 그 안에 담긴 것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을 축이는 용도의, 독하지 않은 술이었다. 둘은 불에 타 내려앉은 집을 향해 걸었다. 이븐은 그 옆에 쌓여있는 건초 더미를 보고 다시 한 번 막심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재현했다. 일층에 불을 놓아 백작의 접근을 막고 전투는 이층에서 벌였을 것이다.
“이건 뭐, 살펴볼 만한 게 남아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웨인이 대꾸하지 않고 잿더미 속으로 걸어 들어갔기에 이븐도 별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화재가 시작된 일층은 기둥만 남아있는 꼴이었고, 천장 역시 사라져 이층을 함께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이븐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남아있는 이층의 바닥을 잡았다. 그 위로 기어 올라간 그는 곧 살펴볼 만한 것을 찾아내 아래층의 웨인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본크 씨가 말했던 은괴는 여기에 쓰였던 것 같습니다. 녹여서 남작에게 들이부었던 모양이네요.”
그건 그을음으로 뒤덮인 화로였다. 이븐은 몸을 굽혀 아래층에 있는 웨인의 지팡이 끝에 화로를 걸어주었다.
“가득 채웠다면 남작도 확실히 절명했겠는데요.”
이븐의 말에 눈으로 화로를 꼼꼼히 뜯어보던 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븐은 사냥칼의 끝으로 바닥에 눌어붙은 아말감과 굳은 혈액을 별 뜻 없이 긁어보다가 그만두고 일층으로 뛰어 내렸다.
“남작의 시체가 없는 게 마음에 걸리네요. 모르델반트에서도 한 번 당한 적이 있어서.”
그건 물론 소공녀의 일을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웨인은 고개를 저어보인 뒤 말했다.
“마을 입구에 있던 말 시체 못 봤나? 에카르트가 도망치면서 죽인 거야. 그건 백작의 추격을 염두에 뒀다는 뜻이고, 다시 말해 에카르트가 남작의 절명을 확신했다는 거지.”
이븐은 웨인의 말을 이해했다. 남작이 전신을 은으로 도금해버리는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았다면, 모르델반트에서 카일로파드가 그랬던 것처럼 백작 역시 그를 살리기 위해 조치를 취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막심이 백작의 즉각적인 추격을 우려했다면 그건 막심 자신의 눈으로 남작의 죽음을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전쟁 말입니다.”
잿더미에서 걸어 나온 이븐이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말했다.
“무슨 전쟁?”
웨인이 그렇게 대꾸한 데에는 그들 앞에 두 가지 전쟁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마물과의 전쟁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국과 게헤만의 전쟁이었다.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전쟁요.”
그건 웨인이 언젠가 했던 말을 반복한 것이었다. 물론 전쟁은 그들과 상관이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마물이 창궐할 테고 그건 사냥꾼들이 또 한 번 죽어나갈 거란 뜻이었다. 그러나 웨인은 전쟁은 전쟁이고 마물은 마물이라는 식으로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에 능했다. 그만큼 복잡한 정치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웨인의 바람과는 달리 이제 어디를 가든 전쟁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이븐과 웨인이 며칠간 막심의 행적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전쟁에 대해 얘기했다. 마치 큰 바람이 불기 전 나뭇잎들이 스산하게 서로 몸을 부딪는 것처럼 사람들은 불안감을 공유하고 종내에는 그것을 증폭시켰다.
“결국에는 벌어질 모양이던데 사냥단이 섬도 아니고 분명 영향이 있겠죠? 이를테면 케넌은 자타가 공인하는 교황의 사람인데, 이번 일로 교황 성하의 입지가 약해지면 사냥단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단장을 교체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인 거야. 거대한 사건에 정신 팔지 말도록 해. 우린 마물만 잡으면 돼. 사냥꾼이지 정치꾼이 아니라는 말이야.”
그러나 이븐은 스승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미 국경에서 사냥꾼이 정치꾼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던 탓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모범적인 제자였던 것 같지만, 이번만큼은 가르침을 따르기 어렵겠습니다. 웨인은 뭐랄까, 지나치게 초연해요.”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다들 바뀐다고 떠들어댈 뿐이지. 게헤만을 보게. 혁명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뭐가 바뀌었나? 왕이 왕들로 대체된 것 말고 말이야. 그조차도 정작 본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그건 테레도르 왕을 처형하던 날 혁명의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도스피앙이 했다는 연설을 교묘하게 뒤튼 말이었다. 도스피앙은 이제 테레도르뿐 아니라 다른 왕들의 목까지 치겠다고 공표했지만, 웨인은 결국 도스피앙 역시 자신이 말한 왕들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도 결코 아니지요. 예전엔 결혼이란 평생 지속되는 서약이었지만 이젠 둘 모두 동의하면 이혼은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하잖습니까. 말씀드리다 보니 한참 빗나가긴 했는데, 아무튼 케넌하고 가까운 입장에서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 이번 일로 교황의 입지가 약화되고 드로크만이 힘을 얻으면 사냥단장도 대주교의 말을 잘 듣는 인물로 바뀔 순 있겠지. 내가 하려는 말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우리의 임무는 바뀌지 않는단 거야. 이 땅 위에서 마지막 마물의 숨통이 끊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그놈들을 잡아 죽이면 돼. 거기엔 교황도 없고 대주교도 없지. 황제도 없어. 너와 네가 죽여야 할 마물만 있는 거야.”
어느새 마을의 입구까지 걸어 나온 이븐과 웨인은 각자의 말 위에 올라탔다. 이븐은 고삐를 잡고 말 머리를 돌리다가 문득 마일스아이렌에 머무는 동안 보았던 또 다른 인물을 떠올렸다.
“추기경은요? 거기엔 추기경도 없습니까?”
“뭘 들은 거야? 없어. 없다고.”
웨인은 이제 충분하다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웨인이 박차를 가해 앞질러 나갔고 이븐도 속도를 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머릿속은 공연히 농을 걸어볼 생각으로 가득했다.
*
“아까 하셨던 말슘을 듣다 보니 생각난 건데, 이 땅 위의 마지막 마물 말입니다. 웨인은 그걸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쉽니까?”
이븐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발음이 조금 뭉개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웨인이 마시는 속도를 따라 자신의 위(胃)에 박차를 가했더니 취기가 금세 몸을 데웠던 것이다. 이븐은 취한 사냥꾼이라는 주점 이름이 이토록 적절할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일은 없어. 그냥 하는 거지. 하다 보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겠지만 그냥 하는 거야, 그냥.”
웨인은 이븐의 손으로부터 술병을 빼앗아 자신의 잔에 마저 털어 넣었다. 이븐과 달리 그에겐 취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이븐은 종업원을 부르려다 그만두고 그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웨인.”
이븐은 스승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그건 서부식 이름이었고, 이븐은 문득 스승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그는 웨인이 사냥꾼 노릇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때 제게 물으셨지요. 제가 웨인을 처음 만났던 날 말입니다. 데릭이 죽고 나서······. 제게 왜 사냥꾼이 되려 하느냐고 그러셨죠.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한다고.”
“그런데, 지금은?”
이븐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차가운 손이 취기를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처럼. 그는 손끝으로 눈두덩을 문질렀다.
“모르겠습니다. 장례식 때문에 또 사냥꾼의 전당에 가봤잖습니까. 그런데 거기 누워있는 사냥꾼들을 보니까 전부 저처럼 생각했을 것 같더란 말이죠. 막심도··· 막심도 그렇게 믿었겠죠. 아, 이건 내게 맡겨둬. 내가 처리할게. 그렇게 말입니다.”
“내가 왜 사냥꾼 일을 하는지 궁금한 게로군.”
때때로 웨인은 기이한 직관을 발휘했다. 이븐은 스승의 그런 특징도 어쩐지 매서운 눈빛이 수반하는 자연스러운 능력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저런 맹금류 같은 눈을 하고서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술 취한 사람이나 할 법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차피 또 얘기 안 해주실 거잖습니까.”
이븐은 빈 잔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닥에 깔린 술 방울을 가지고 놀았다.
“이건 자네한테 처음 얘기하는 거야.”
이븐은 술잔을 내려놓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웨인의 다음 말을 듣기 위해 그는 숨을 참았다. 웨인은 꼭 시치미를 떼려는 사람처럼 잠시 아무 말 않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 있는 아들놈이 망나니였어. 결혼을 하고도 밖으로 돌다가 결국엔 아예 나가버렸지. 며느리한테도, 손녀 손자한테도 안 된 일이었지마는, 그래, 어쩌면 그 편이 낫겠단 생각을 했지. 후련했던 거야. 아무튼 그때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펄펄 뛰진 못해도 어슬렁어슬렁 잘만 일을 하겠더라고. 형님 돌아가시고 양조장 일 하는 데도 제법 손이 익었고 말이야.”
“양조장을 하셨습니까?”
웨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잔을 비웠다. 이븐은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술병이 도착하고 웨인이 끊어진 이야기를 재개했다.
“우라질, 모든 지랄 맞은 일은 ‘그날’에 벌어지지. ‘그날’ 같은 게 없으면 세상도 더 나은 곳이 됐을 거야. 그날은 사업차 다른 지방에를 방문했던 날이었어. 며느리는 생각 없다고 했지만 재혼 상대도 알아볼 겸 해서 제법 시간을 끌었고. 새벽에 나서서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지.”
이븐은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입안에 고였던 침인지 술인지 알지 못했다. 웨인의 이야기 속에서 비극의 후보는 너무 많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븐은 운명의 비극적인 촉수는 여러 갈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그가 잔베르에서 연인과 자신의 아이를 모두 죽여야 했던 것처럼.
“큰놈이 있고 작은놈이 있었거든. 손녀가 큰놈이고 그때가 여섯 살, 손자 놈은 세 살······. 두 놈이 또 장난을 쳤나 싶었어. 처음에 그 꼴을 봤을 땐 말이야. 애빌 닮았는지 천성이 짓궂었거든. 바닥에 칠해진 게 포도주가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도 어디서 들짐승 시체를 가지고 와서 그런 줄로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 그래도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작은놈이 안 보이더라고. 안 보였어, 작은놈이.”
평범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 웨인의 얼굴에 나있는 주름들이 깊어졌다. 웨인은 지팡이칼의 독수리 장식을 오른손으로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들고 있던 지팡이로··· 외양이 중요했거든. 계약을 따내려면 형편이야 어찌 됐든 번드르르하게 입어야 했어. 그래 들고 있던 지팡이로 손녀를 두들겨 팼지. 죽어라고 때렸어. 애가 이미 눈이 돌아갔더라고. 피 칠갑을 하고 제 동생으론 성에 안 찼는지 어쨌는지 나한테······. 뭐에 감염됐는지도 모르겠어. 나중에 누가 알려준다기에 치우라고 했어. 됐으니까.”
이븐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문질렀다. 어째서 지금까지 자신에게 사냥꾼이 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비극은 이미 충분했지만, 세상에 충분한 비극 같은 건 없었다. 웨인이 계속 말했다.
“며느리가 그 소리를 듣고 내려왔지. 그 애는 그 길로 정신을 놓아버렸어. 원체 심약하기도 했고. 아직도 날 보면 짐승처럼 울어, 걔가. 짐승처럼.”
웨인은 술집에 하늘이라도 있는 것처럼 잠시 위를 쳐다보았다. 가상의 새가 몇 마리 날아가는 것을 모두 지켜본 뒤에야 그는 고개를 내릴 수 있었다.
“손녀 시체를 수레에 싣고 체스바덴 교구를 찾아갔지. 거기가 가장 가까웠으니까. 마침 사냥꾼도 있더라고. 이 꼴이 될 때까지 뭐했느냐고 따져 물었지. 그러니까 자기 의족을 턱, 하고 탁자 위에 올리더니 그렇게 불만이면 나더러 직접 마물 사냥을 하라는 거야. 지금도 이렇게 잘하지 않았느냐고. 자긴 이제 걷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몸이 됐으니까 뭣하면 자리도 내준다고.”
“그래서··· 하기로 하셨군요.”
“그래.”
이븐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그러나 술이 윤활유라도 된 양 자신도 깨닫지 못한 사이 질문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지팡이칼 말입니다. 그건, 그러면, 혹시······.”
웨인은 자신의 새까만 지팡이칼을 들어 손목을 돌려가며 살펴본 뒤 다시 내려놓았다.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어. 대신 안에 검이 들어있는 걸로. 이븐, 명심하도록 하게. 마주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어. 네 안에 괴물이 들어서면 그놈은 결코 제 발로 걸어 나가지 않아. 쫓아낼 수도 없지.”
달빛 받은 창날처럼 서늘한 청회색 눈동자가 이븐을 향했다. 이윽고 웨인이 한 말의 모든 단어는 그 속에 피를 머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린 그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해.”
약속한 것처럼 둘은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 작가의말
휴일이라 조금 일찍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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