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막 3장 - 꼬리잡기(1)
10막 불발
3장 꼬리잡기
북부의 여름 날씨는 남부의 가을과 진배없었다. 그건 북부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때문이 아니라 남부보다 한 바퀴 뒤처져 있기 때문이라고, 이븐은 실없이 생각했다. 이를테면 그들 일행이 이제 말을 타고 진입한 부펜하르크 지역은 여전히 작년 속에 있는 셈이었다.
아직 이븐이 초짜 티를 벗지 못했던 시절 정신없이 마물의 뒤를 쫓아 부펜하르크까지 넘어온 적이 있었다. 재작년 겨울의 일이었고, 닷새간 이어졌던 추격 끝에 마물은 순전히 지쳐서 얼른 끝내라고 바닥에 드러누웠던, 기이한 사냥이었다.
사냥꾼으로서 치르는 사냥은 그가 잔베르에서 벌였던 광적인 도륙과는 또 달랐다. 무엇보다 준비 과정부터가 그랬다. 영웅이라는 칭송에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고취되어 있던 이븐은, 사실상 방임에 가까웠던 데릭의 가르침에 이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웨인의 방식에도 쉬이 불만을 품었다.
웨인은 의뢰를 가려 받았고 그 가운데 반려시키는 것도 제법 있었다. 자신이 맡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처음 두 달 동안 그는 이븐을 사냥터보다 훈련장에 더 자주 데려갔다. 그 자신이 직접 훈련을 주관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븐을 훈련장에 던져두고 웨인은 사냥에 나서는 식이었다.
필수 교육 기간으로 정해진 육 개월을 모두 채운 이븐을, 웨인은 기꺼이 재량권을 발휘해 그 후로도 두 달을 더 붙잡아 두었다. 밑에 두고 부려먹기 위함도 아니었다. 그쯤 이븐은 어느 정도 달관해 있어서, 언제쯤이면 제대로 된 사냥꾼 구실을 하겠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웨인보다 오히려 초연했다.
여전히 서늘한 부펜하르크의 여름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생각이 수습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이어진 건 이븐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두 명의 사냥꾼들을 의식한 탓이었다.
“불만 같은 건 없습니까? 로스키르헨의 사냥꾼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이븐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분명 들렸을 텐데도 금발의 남자는 대꾸가 없었다. 그는 길 위로 침을 뱉고는 손을 들어 귀를 후볐을 뿐이었다.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대답은 그 옆의 수습 사냥꾼이 대신 했다. 안체 하르트만이라는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이븐은 최근에 그 성을 들어본 적이 있음을 기억해냈다. 다만 그는 늘 그렇듯 신중하게 푸주한 울리히 하르트만과의 관계성에 대한 자신의 짐작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이븐이 다시 말을 건넸다.
“자원하셨다고요, 이 일에.”
부펜하르크 지역의 사냥꾼인 테니아 브록센에게 연통을 넣기 위해 체스바덴으로 돌아갔을 때, 이븐과 웨인은 그들을 기다리는 뜻밖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복귀 명령을 받고 수도에서 교황청으로, 그리고 다시 체스바덴으로 온 뤼시앵과 그의 제자 안체가 그들이었다.
뤼시앵의 말로는 이미 다른 두 명의 사냥꾼들이 부펜하르크로 재배치되었다고 했다. 그가 온 것은 앞선 두 명의 사냥꾼들과는 달리, 루퍼트의 죽음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븐이 맡고 있는 임무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요, 사냥개. 나도 내가 그렇게 열성적인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단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깨워주니 고맙습니다.”
그의 공연한 시비에 안체는 둘 사이를 불안하게 살폈지만 이븐은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뤼시앵은 앞서 가는 웨인의 등을 쳐다보며 말했지만 이어진 질문은 이븐을 향한 것이었다. 이틀간 함께 지낸 경험을 통해 이븐은 뤼시앵에게 대화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 기이한 버릇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신, 안전한 거 맞소? 내 말은, 갑자기 돌변해서 누굴 물거나 한 적은 없느냔 거요.”
“제가 아는 한 아직까진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허락도 없이 남을 무는 건 무례한 일이잖습니까? 상대가 그런 수모를 겪어도 쌀 정도로 무례한 이라면 모를까······.”
웨인이 헛기침으로 목을 고르자 이븐은 그 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다시 정면을 주시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뤼시앵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 어련히 잘 길들였겠지. 내가 의심이 과했습니다.”
“드메스포르.”
듣고 있던 웨인이 점잖게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의 다음 말은 이븐의 예상과는 달리 중재가 목적이 아니었다.
“제자를 오펜하른에도 데려가실 생각이오?”
대화의 주제를 바꾼 것이었으므로 중재라고도 볼 수 있었으나 상대는 뤼시앵이었다. 이번에는 이븐의 예상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제가 판단할 문제지요.”
“그 판단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오.”
수도 로스키르헨의 따뜻한 기온에 익숙한 뤼시앵에게는 북부의 여름 날씨도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는지 그는 코를 두어 번 훌쩍이다가 답했다.
“안체는 배우는 게 빠릅니다. 물려받은 재능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실력도 있고. 거기다 난 누구처럼 마물 같은 근력을 갖고 있질 못해서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함정을 설치하는 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까요.”
웨인으로부터 뤼시앵의 사냥 방식에 대해 전해 들었을 때 이븐은 그런 방식을 주력으로 삼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덫을 놓고, 구덩이를 파 말뚝을 박아두는 식으로 함정을 만드는 일은 이븐에게도 익숙했지만 분명한 한계를 지니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븐은 그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냥꾼에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실력을 입증하는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뤼시앵은 팔 년 동안 사냥꾼 일을 해온 웨인보다도 오래 사냥단에 있었다는 것이 웨인의 귀띔이었다.
이븐이 뤼시앵의 말을 받아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제가 마물 같은 근력으로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란 건 그 작업이 손에 익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도 되지요. 안체가 적임자란 말입니다. 뭣보다 못 믿겠다면 별 수 없지만 나도 명예를 아는 사람으로서 제자가 사냥 중에 죽도록 내버려둘 인간은 아니란 겁니다.”
“스승님 말씀이 맞아요. 두 분,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안체가 제법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그러나 그건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는 주문과 같았다. 그런 주문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코가 긴 짐승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다만 뤼시앵과 안체가 그토록 완고하다면 웨인도 그 이상 입을 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잠시 끊어진 대화를 재개한 것은 이븐이었다.
“후작은 비행 능력을 갖춘 마물입니다. 염두에 두고 있는 대응법이 있을까요?”
“후작은 당신이 맡아야지요, 베르자크. 난 후작이 이끈다는 처형단을 맡아 처리할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그건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으므로 이븐도 곧 웨인과 같이 입을 다물었다.
“헬라이드 엽사님.”
안체의 부름에 말 위에서 흔들리던 웨인의 몸이 잠시 박자를 잃고 어긋났다. 미세한 변화였으나 이븐은 놓치지 않았다. 웨인은 손을 들어 보울러햇을 누른 채 고개를 약간 돌려 안체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안체가 계속해서 말했다.
“체스바덴 교구에 소속되어 있으시죠. 아버지께서 전임자셨는데, 어떤 분이셨나요?”
“훌륭한 분이시라고 들었소이다. 아는 건 그뿐이오.”
웨인은 짤막하게 답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입가의 주름이 깊어지는 것을 지켜본 이븐은 그제야 안체를 대하는 웨인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게 된 기분이었다. 웨인이 말했던, 그로 하여금 사냥에 투신하게 만든 외다리의 사냥꾼이 바로 울리히 하르트만이었던 것이다.
습관처럼 이븐은 그의 손에 주어진 정보들을 모아, 웨인과 안체와 그리고 그 자신까지 얽혀 있는 관계도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울리히를 책망한 웨인, 감염된 울리히를 죽인 데릭, 그리고 그 둘의 제자인 이븐 자신까지. 단순한 관계도였지만 이븐은 어째선지 불길한 인과까지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분이셨어요. 예전에는 정말로 미웠는데, 그래서 없는 사람처럼 생각했는데, 사냥꾼이 되어 보고 나니까······.”
“누가 너더러 사냥꾼이래?”
그러나 뤼시앵 본인도 정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곧 궁색한 변명을 덧붙였다.
“수습 주제에 그런 얘길 하면 비웃음 살 수가 있어. 정식 사냥꾼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인간들한테 책잡히기 좋다고.”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븐은 아직 그런 인물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어쨌거나 안체는 말을 고쳤다.
“사냥을 직접 해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팔다리가 다 멀쩡한데도 이렇게나 힘든데. 아버지께서 사냥꾼을 그만두려고 하셨던 적이 있었거든요. 다리가 그렇게 되고 난 뒤에요. 어머니랑 저는 오랜만에 아버지의 결정을 반겼죠. 후임자를 구할 때까지만 사냥단에 남아있겠다고 하셨어요.”
목이 타는 듯, 웨인이 수통을 꺼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안체는 늙은 사냥꾼의 몸에 내려앉은 긴장을 읽지 못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결정을 번복하셨어요.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남아있겠다고, 죽어도 사냥꾼으로 죽겠다고 하셔서··· 그러면 안 됐었는데, 저는 그만 그러시라고 하고 말았어요. 아버지께 죽으라고 했던 거죠.”
이런 얘기가 처음이어서 호기심이 동했던 것인지, 아니면 처음이 아니어서 내버려둔 건지 알 수 없이 뤼시앵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븐은 그의 표정을 곁눈질로 살피다가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둘 다 조금 진정됐을 때 아버지께 여쭤 봤어요.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은 이유가 대체 뭐냐고, 당신한테 가족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냐고.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안체가 말을 이었을 때 이븐은 불길한 인과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손녀가 감염되어서 자기 손으로 죽인 남자가 찾아왔다고. 아버지 당신더러 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데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더래요. 그렇게 부끄럽고··· 외롭고······. 결국 당신께서 그런 때에 하실 수 있었던 건, 늘 그렇듯 사냥뿐이었던 거죠.”
안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물기를 말리려는 것처럼 그녀는 고개를 들고 바람에 얼굴을 맡겼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의 결말은 이븐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모르겠어요. 그 남자도 안 됐지만, 또 정말로 야속하죠. 아버진 평생을 싸우시다가 결국 마물한테 돌아가셨는데······. 그래도 저한테만큼은, 아버진 영웅이세요.”
*
늦은 밤의 모임이 앞으로 있을 오펜하른에서의 싸움을 준비하는 작전 회의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븐의 예상은 웨인이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수습 사냥꾼이 부친의 죽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당신 때문이오?”
이븐은 창틀에 기댄 채 닫혀있는 문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유의 대화는 너무 쉽게 들키곤 했다.
“내버려두고 신경 쓰지 마십시오, 헬라이드.”
웨인의 추측이 맞았던지 뤼시앵이 그렇게 답했다. 그는 마치 탁자 위에 보이지 않는 벌레라도 있는 것처럼 엄지 끝을 세워 애꿎은 탁자를 찍어 눌렀다. 웨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거짓말이오.”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그럼 자기 아버질 영웅으로 떠받드는 어린애한테 사실 네 아버진 영웅도 뭣도 아니었고 감염돼서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자기 제자한테 죽었다고 말해요?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는 겁니까?”
뤼시앵은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떨다가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머리를 들쑤셨다. 이븐의 눈엔 꼭 용변이 급한 사람처럼 보일 만큼 불안한 몸짓이었다.
“이런 얘기 하려고 부른 거면 난 올라가보렵니다. 당신 제자 아니라고 속 편한 소리 하지 말란 말입니다.”
“하르트만에겐 진실을 알 권리가 있소.”
“하, 진실! 진실에 대해서라면 데릭이 아주 좋은 말을 한 적이 있지. 비정한··· 뭐더라? 그렇지, 비정한 진실 속에서 우린 모두 뒤질 거다. 그러니까 내버려둬요. 내버려두고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고요.”
웨인이 걸음을 옮겨 문 앞을 가로막자 뤼시앵은 한숨을 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주먹 쥔 손으로 연신 코밑을 쓸며 훌쩍거렸다. 그러다 아주 좋은 생각이 났다는 것처럼 소리 나게 손가락을 튕기고는 말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베르자크, 당신 데릭한테서 사냥을 배웠지?”
이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뤼시앵은 어느새 하대를 쓰고 있었으나 이븐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까지 내용이야 어떻든 공손한 말투로 대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웠다. 뤼시앵은 주의를 모으려는 것처럼 탁자를 손마디 뼈로 두드렸다.
“봐요. 예? 봅시다. 푸주한은 감염돼서 죽었어. 이것만 해도 안체는 못 버틸 거라고. 근데 그걸 데릭이 죽였네? 마침 데릭의 제자라는 사람이 또 저기에 있고. 파국이란 말입니다, 파국. 우리 제발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합시다, 예?”
이븐은 뤼시앵이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웨인은 여전히 완강했다.
“안체 양이 사냥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면 나도 그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교정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거요. 당신 생각에 기꺼이 동의했을 거라고.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사냥꾼이오, 드메스포르.”
“사냥꾼은 사람 아닙니까? 지긋지긋하단 말입니다! 무슨 철인이라도 되어야 하는 것처럼······ 씨팔, 다 잘났지. 젠장맞을 사냥꾼 놈들······.”
탁자를 내리치며 버럭 고함을 지른 뤼시앵은 그러나 이내 제풀에 지친 사람처럼 잦아드는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대다가 그마저 곧 관두었다. 웨인의 언성도 점차로 높아졌다.
“잘못된 우상을 가슴에 품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거요. 불에 뛰어들 양이면, 적어도 그 길 위에 한 점 거짓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오! 설령 그게 그래, 비정하고 더러운 진실이라도 말이지. 그걸 견딜 수 없다면, 그럼 사냥꾼이 되어서도 안 되는 거요.”
웨인이 말을 마치자 급작스런 정적이 찾아들었다. 이븐은 창밖의 어둠을 응시하다가 문득 케넌도 이를 알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입을 열었다.
“웨인 말이 맞습니다. 안체는 자기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해요. 사냥꾼이 되면 어떤 일들이 기다리는지 알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다.”
이븐의 말에 뤼시앵은 기가 찬다는 듯 다시 한 번 하, 하고 소리 내어 숨을 뱉었다. 이븐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진실을 알아야죠. 안체는 그럴 자격과 권리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웨인도 안체한테 해줄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븐은 웨인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웨인은 마치 입으로 호흡하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입술을 만 채 코로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길 반복했다. 저 주름들 사이에 밴 풍파와 고통과 두려움을, 이븐은 감히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웨인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뭘 말인가?”
“알고 계시잖습니까.”
기대하지 않은 웨인의 대꾸에 이븐은 조바심이 난 사람처럼 얼른 말끝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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