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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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단영
작품등록일 :
2018.04.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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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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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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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막 1장 - 시체밭의 파수꾼(1)

DUMMY

13막 찬탈(簒奪)


1275년 7월과 8월에 있었던 일들을 순서와 인과에 맞춰 정연하게 기술하기란 곤혹스러운 노릇이다. 그때까지 태업을 일삼던 운명의 세 여신이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물레를 잣기 시작한 듯이, 숱한 인간들이 예정된 파국을 향해 말려들어 갔다.

- 카트린 카에슈투너, 『격동의 증언』


상황이 악화될수록, 해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딱한 인간이 스스로의 손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광분으로부터 깨어나는 것처럼, 어리석음은 악화되는 상황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점에 이르러서는 해결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 때문이지.

- 크리스토퍼 앳킨스, 『젊은 급진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1장 시체밭의 파수꾼


게헤만의 수도 뢰헤에 있는 인민의회가 베르펠의 연이은 승전 소식에 어리둥절해져서 조사관을 파견하기 이레 전, 이븐은 접경지대에 있었다. 새로이 선출된 교황으로부터 멜레란데와 록펠트의 두 왕국 군대가 교황령을 행군로에 포함시켜도 좋다는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전선은 게헤만의 서쪽 방면 전역에 걸쳐 확대되었다.


교황령과 맞닿아 있는 게헤만의 서부 지역 일부는 사국 동맹 사이에서 ‘부드러운 배(腹)’로 통했고, 이 배를 간지럽히면 전선은 자연히 개처럼 뒤집혀 드러눕게 된다는 것이 리카드 8세의 지론이었다. 실제로 부드러운 배는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살바도스 제국 기병대를 이끄는 한 지휘관은 7월 중순에 이루어진 동맹의 전선 돌파를 ‘마치 푸딩을 포크로 찍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이븐은 푸딩이라면 아마도 선지로 만든 것이리라 생각했다.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고 각 부대의 지휘관들은 이를 수습하는 일에 인력을 낭비하느니 그 인력을 전투에 투입하는 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시체는 더 쌓였고 마물들은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모여들었다.


이븐이 먼저 와 있던 두 사냥꾼과 함께 전선의 마물들을 처리하고 있는 동안, 게헤만군 수뇌부는 린데만 휘하의 할더 참모장이 입안한 단두대 작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훗날 원수로 진급한 할더가 당시를 술회하며 사용했던 표현인 ‘시체의 바다’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죽을 만큼 멍청했다는데 어떡하겠어. 죽는 수밖에 없는 거지, 뭘.”


그렇게 말한 건 아르투로 가리도였다. 나뭇가지로 불씨를 두드려 죽이고 있는 아르투로는 마르셀과 같이 멜레란데 출신이었다. 멜레란데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검은 머리에 연한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하임벤어로 말할 때는 끝을 말아 올려 노래 부르는 듯했다.


황제가 파문되기 전 아르투로는 로스키르헨에 소속되어 있었고, 교황청으로 복귀한 뒤에는 곧바로 국경에 파견되었다고 했다. 죽을 만큼 멍청했다는 건 나이로드가 쫓겨나던 당시 전당에서 죽은 사냥꾼들을 겨냥해 한 말이었는데, 이븐은 그가 어째서 에스트룀 부단장이 작성한 파견 명단에 포함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로드 교황이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제대로 봤어. 무슨 헛짓을 해도 전쟁만큼은 안 된다는 거.”

“같은 생각이야.”


이븐은 옷깃에 묻은 피를 닦으며 대꾸했다. 두 번째 단장으로 취임한 마르셀은 사냥꾼들을 군대로부터 가능한 한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마르셀 본인의 경험에 기반을 둔 처사였다. 그 덕분에 국경의 사냥꾼들은 머리 쓸 일이 줄어들었고, 또 그 대신에 몸 쓸 일은 늘었다.


“무슨 공장에서 일하는 것 같아. 양모 공장 가본 적 있나? 목장에서 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양털 깎듯 마물들 목을 치는데, 그렇게 기껏 깎아놓으면 모아다가 불살라야 한다는 점에서 더 악질이지.”


아르투로의 말에 이븐은 쌓아놓은 마물들의 시체를 보았다가, 멀리 지평선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지평선 위로 부러진 창과 깃대 따위가 노을의 역광을 받아 우듬지처럼 검게 들쑥날쑥했다.


둘 사이에 공유되는 모종의 정치적 지향과, 몸이 고되면 서로를 괴롭힐 기력이 없다는 사실에 힘입어 이븐과 아르투로는 금세 가까워졌다. 도박 빚에 쫓겨 사냥꾼이 되었다는 아르투로의 말은 반쯤 농담인 듯싶었지만, 숨 돌릴 틈만 생기면 카드 뭉치를 꺼내들고 상대를 부탁하는 버릇 때문에 신빙성을 더해가는 중이었다.


“카챠가 돌아오는군.”


이븐이 말을 타고 오는 여자의 형체를 발견하고 말했다. 아르투로가 외투 자락을 털고 일어나며 객쩍게 불평했다.


“꼭 불 다 꺼질 때쯤 돌아오더라. 다시 피워야 하잖아.”


시체 태우는 연기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다만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만큼 저급한 마물들이 전장에는 많았기에, 이븐을 비롯한 사냥꾼들은 마물의 시체를 불사를 일이 있을 때면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편을 택했다.


카챠의 하얀 말 뒤로 연결된 들것에는 새로운 시체가 두어 구 실려 있었다. 조금 전 도망쳤던 마물들이었다. 말에서 내린 카챠는 시꺼멓게 그을린 살덩이들을 눈으로 훑고, 들것에 실린 시체를 발로 밀어 굴렸다.


카챠는 말없이 이븐과 아르투로 쪽을 보며 허리에 매단 수통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속이 빈 소리가 났다. 이븐이 시체 위로 기름을 붓고 아르투로가 성냥을 그었다.


“마르셀이 그러는데 우린 불난 집을 허물어버리는 인간들이라더군.”

“불 지르는 쪽이 아니라?”

“그럼 둘 다인 걸로 하지.”


아르투로가 실없이 낄낄거렸다. 이븐은 그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뒤섞는 것을 보고 갑자기 카챠의 말에 관심이 동한 것처럼 말갈기를 손으로 쓸었다. 카챠 부고르스카야 —이븐은 자신이 그녀의 성을 옳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는 단망경에 눈을 대고 주변을 살폈다.


호리호리한 몸집과 작은 키에, 항상 할 말은 있지만 구태여 하지 않겠다는 듯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챠는 본래 데텔마인 지역의 사냥꾼이었다. 이븐은 아직도 소녀다운 티가 있는 카챠가 자신과 같은 나이라는 것에 놀랐고, 비슷한 시기에 사냥꾼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동질감을 느꼈지만 대화의 기회를 찾지 못해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얘기도 대체로 아르투로에게서 전해 들은 것이었다.


“전투가 끝난 모양인데. 이번에는 어느 쪽이 이겼으려나?”


대포 소리가 끊기자 아르투로가 말했다. 이븐은 그때까지 만찬에서 연주되는 음악처럼 끊임없이,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던 전투의 소리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이븐은 전쟁터에서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마르셀이 고안한, 하얀 완장의 위치를 고쳤다. 완장에는 뿔피리와 월계수 잎이 수놓아져 있었다.


“우리 전투는 이제 시작이지. 카챠, 뭐 좀 보여?”

“저기. 다섯 마리쯤? 뭔진 몰라.”


이븐은 카챠가 가리킨 곳을 향해 목을 빼고 눈을 한껏 찌푸렸다. 그는 찌푸린 눈으로 먼 곳의 움직임을 분간해내려 애쓰며, 케스타리카 대륙에서 휴가를 보낸다면 이러하리라 생각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땅 위로 미지의 생물이 뛰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


이븐은 잡념으로부터 깨어나 관찰한 바를 공유했다.


“네발로 뛰는데.”

“난 날아다니는 것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어.”


아르투로가 긴 대롱처럼 생긴 자신의 무기를 손으로 쓸며 말했다. 아르투로 자신은 말뚝창이라고 부르는 그 무기는, 이븐이 보기에 파이크라고 불러도 별 문제가 없을 듯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말뚝을 쏘아 보낸다는 것 정도였다. 그가 비행 능력이 있는 마물을 꺼리는 까닭은 쏘아낸 말뚝이 한번 빗나가면 찾을 길이 없어지는 탓이었다.


“아.”


단망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카챠가 탄식하듯 말했다. 단망경의 끝이 마물을 따라 천천히 위로 들렸다.


“날았다.”


아르투로가 카드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말 위에 올라타며 내뱉었다.


“세상 멸망했으면 좋겠네.”



*



왼쪽 눈은 투명하고 끈적한 막에 덮인 듯 답답했고, 오른쪽 눈은 안구를 밀고 나올 듯한 압력을 견디느라 터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눈을 누르면 익사자의 마지막 숨처럼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드로크만은 습관처럼 주삿바늘에 대한 환상에 시달렸다. 주삿바늘이 뒷목을 관통하고 머릿속에 들어찬 정체불명의 불쾌한 용액을 모조리 빨아낼 수만 있다면, 그는 그토록 염원했던 교황의 자리조차 포기할 수 있었다.


이를 반대로 뒤집는다면, 다시 말해 두통을 제거할 수 없다면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허락된 시간 내에 최대의 영광을 실현하는 것. 교황청 감옥 안에서도 드로크만은 영광으로 향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죽어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극약이었고, 그는 차분히 재료를 모았다.


“오호통재라, 어떻게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을 이런 곳에 처박아둘 수가 있나.”


그룬발트 추기경은 자신의 몫으로 놓인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간수를 질타했다. 드로크만은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지 않은 채, 간수가 추기경으로부터 돈주머니를 받아들고 자리를 뜰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래, 어찌 지낼 만은 한가?”


드로크만은 감옥의 돌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잘 차려입은 그룬발트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로덴치오의 후견에 힘입어 젊은 성직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전까지는, 드로크만과 마찬가지로 그룬발트 역시 소위 젊은 피로 통했다.


로덴치오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교단 보수파는 드로크만과 그룬발트를 노쇠한 보수파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쌍두마차쯤으로 여겼다. 황제참사회의 일원으로 발탁되고, 이후 추기경까지 빠르게 승진한 스타니스와프 그룬발트는, 그러나 최근 그가 얽혀있는 갖은 추문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교단은 성직자의 서약에 순결의 의무를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결혼만큼은 막았다. 보금자리를 튼다는 것은 축재로 이어지는 지름길인 탓이었다. 누군가 그룬발트 추기경을 가리켜 차라리 결혼을 했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추기경이 금혼을 빌미로 다수의 사실혼을 영위해 나가는 인물인 까닭이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해두게. 감옥이 지낼 만한 곳은 못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로덴치오가 황궁으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사람 놀라게 만드는 재주는 여전하군. 여기 있으면서 교황청 사정은 속속들이 꿰고 있으니 말이야.”


잊고 있었다는 듯, 그룬발트가 창살 사이로 가죽 부대를 넣어주었다. 드로크만은 울대뼈를 실룩이며 포도주를 들이켰다. 그는 내의의 소매로 입가를 닦은 뒤 말했다.


“황궁으로 돌아가셔야지요.”

“내가? 그래야 하나?”


그룬발트가 확신 없이 대꾸하자 드로크만은 펼친 손으로 감옥의 돌담을 가리켜 보이며 물었다. 사방이 돌벽과 창살로 막힌 감옥 안에서 위아래로 얄팍한 내의만 입은 채 맨발로 선 드로크만 대주교는 혈거하는 은자처럼 보였다.


“지금 여기에 길이 있습니까?”

“얼떨결에 살리오든을 앉혔지만 다시 뒤집을 공산이 제법 커. 자네도 언제까지고 여기 갇혀 있을 건 아닐 테고. 암중모색이란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법이잖은가.”

“예하께서 황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저는 이 돌담 안에서 마지막 부름을 받게 될 겁니다.”

“허, 상황이 그 정도란 말인가?”


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 듯 그룬발트가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 드로크만은 그룬발트의 대책 없이 느긋한 태도를 힐난하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의제를 빼앗겼습니다. 그간 보수파의 구호가 뭐였습니까? 죄인들에 대한 징벌이었지요. 폭도들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 성직자들을 위령하고, 이 땅에 정의가 아직도 매섭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헤만을 쳐부수잔 소리를 길게도 해왔지요. 이제 로덴치오가 시치미를 떼며 슬쩍 발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수파라는 작자들은 늙어빠진 정신머리로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서, 자기들의 집요한 설득이 통했다며 자축하고 있는 판국 아닙니까?”

“세상지사 갈이천정 아니겠나. 자네 억하심정이야 내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앙천이탈랑은 그쯤 해두도록 하세. 우리같이 후생가외를 불러일으키는······.”


같잖은 문자 나열이야말로 그쯤 해두라는 듯, 드로크만이 손을 들어 그룬발트를 제지했다. 그룬발트는 아직 다 늘어놓지 못한 문자가 적이 남았다는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그럼 나더러 폐하께서 로덴치오의 손을 잡지 못하도록 하라는 건가? 글쎄, 나는 우리에게 그만한 협상을 벌일 힘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아뇨. 그건 이미 늦었습니다.”


드로크만은 그룬발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창살 밖으로 양팔을 빼고 몸을 기댄 채, 대주교는 눈을 굴려 감옥의 복도를 살폈다. 석벽에 걸린 횃불의 빛이 드로크만의 콧잔등에 어룽거리고 그의 뒤로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이로드를 도우십시오. 황궁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반역에 가담하십시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룬발트는 허둥지둥 좌우를 살피고 속삭이듯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들은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드로크만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드로크만은 그룬발트의 그런 반응이야 예상한 바였다는 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부연했다.


“상황을 뒤집을 마지막 수입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나이로드를 다시 마일스아이렌으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쥐새끼의 후견 아래서 시니안 살리오든, 그 잡년의 입지만 공고해질 뿐입니다.”

“갇혀 있더니 정신이 이상해진 게 틀림없군. 아니면 종양이 문제거나. 자넨 미쳤어. 히셀, 내 오랜 친구여, 부디 정신 차리게.”


그룬발트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서둘러 증거를 인멸하려는 좀도둑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드로크만의 손에 들린 물건에 시선이 닿았다.


“방금 얘긴 못 들은 걸로 하겠네. 그··· 가죽 부대 이리 주게.”


드로크만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포도주 부대를 창살 밖으로 내밀었다. 그룬발트의 손이 부대에 닿으려는 순간 드로크만은 약 올리듯 손목을 뒤로 젖혀 물렸다. 허공을 잡아챈 그룬발트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올려보자, 드로크만은 부대를 움켜쥐고 우그러뜨렸다.


시궁쥐를 잡아 터뜨린 듯이 추기경의 얼굴에 붉은 포도주가 튀었다.


“앉아, 이 새끼야. 내 말 안 끝났어.”


눈에 튄 포도주를 문질러 닦는 것도 잊은 채, 그룬발트는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이 천인공노할 하극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관록 있는 성직자로서 존경받고 안락한 세계 속에서 살아온 그룬발트의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결국 초라하고 조금은 애처롭게 판에 박힌 대꾸를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감히 내게 이 따위 모욕을···!”

“횡령, 배임, 부당 이득, 투기와 자금 유용. 늘어놓자면 끝도 없지. 거기에 이적행위 가담까지. 난 혼자 안 죽어. 삶이 이다지 고독했는데 죽을 때는 길동무를 여럿 만들어야 공평하지. 안 그래, 스탠?”


굳은 듯이 서 있는 그룬발트 추기경을 향해 드로크만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앉아. 여러 번 말하게 만들지 말고.”


그룬발트는 주케토를 벗어 들고 이마의 땀을 훔쳤다. 도와줄 사람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변을 살피던 그는 결국 주춤거리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무례를 용서하겠네. 하지만 또 다시 이런 언행을···”

“닥치고 내가 하는 말이나 똑똑히 들어. 너 같은 뺀질이가 무슨 대단한 의협심이라도 가져서 여기 찾아온 게 아니란 사실은 나도 알아. 걱정 때문이었겠지. 히셀 드로크만 그 자식이 죽을 때 쓸데없는 소릴 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다가 느지막이 뻔뻔한 낯짝을 들이민 거야.”


드로크만의 코허리 위로 잎맥 같은 주름이 새겨졌다. 피아의 식별 없이 온 세상을 향해 투그리는 광견처럼, 그의 눈에 위험스런 이채가 서렸다.


“걱정을 덜어주지. 맞아. 네가 한 걱정은 전부 사실이야. 네 이름을 불지 않은 건 네가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옆방에 갇히기 싫으면 내 말을 제대로 기억해뒀다가 그대로 따르는 편이 좋을 거야. 황궁으로 가서 헬바르드 대공과 관련된 일을 맡겨달라고 자원해. 당신이 맡아서 처리하겠다고. 측근들 상대로 약을 쳐. 당신 돈 많잖아. 그렇게 해서 애송이 전쟁광을 안심시키란 말이야. 그 다음은 나이로드가 알아서 할 거야. 당신은 안에서 호응하기만 하면 되고.”


그룬발트의 손가락이 소지부터 검지까지 차례로 무릎을 두드리며 물결쳤다. 그가 혀를 날름거리며 마른 입술을 핥는 동안 무거운 침묵이 지하 감옥에 자리했다. 횃불이 타닥거리는 소리 사이를 추기경의 회중시계가 미약하고 규칙적인 박동으로 세분했다.


그룬발트는 억지웃음을 지으려 노력하면서 별 실효 없는 항변을 펼쳤다.


“이보게, 똑똑이 대주교 양반. 자네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군. 난 지금 당장이라도 로덴치오에게 갈 수 있어. 가서 자네가 읊은 계획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다시 읊어줄 수 있단 말일세.”

“로덴치오한테 붙는다고? 가엾고 딱한 스타니스와프,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드로크만은 혀를 차며 추기경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그 정도로 멍청하다면 차라리 적군에 붙는 게 나한테도 이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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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2막 4장 - 살아있는 늪(1) +4 18.11.15 1,067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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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막 1장 - 울게 하소서(2) +9 18.11.06 1,185 45 17쪽
126 12막 1장 - 울게 하소서(1) +8 18.11.05 1,141 52 12쪽
125 11막 4장 - 사냥꾼은 두 번 죽는다(2) +9 18.11.01 1,196 42 17쪽
124 11막 4장 - 사냥꾼은 두 번 죽는다(1) +8 18.10.31 1,147 45 17쪽
123 11막 3장 - 방아쇠를 당기다(2) +12 18.10.30 1,237 43 14쪽
122 11막 3장 - 방아쇠를 당기다(1) +4 18.10.29 1,140 45 13쪽
121 11막 2장 - 이론과 실재(3) +4 18.10.26 1,122 42 14쪽
120 11막 2장 - 이론과 실재(2) +8 18.10.25 1,170 46 14쪽
119 11막 2장 - 이론과 실재(1) +3 18.10.24 1,216 42 14쪽
118 11막 1장 - 엇길(2) +9 18.10.23 1,171 49 14쪽
117 11막 1장 - 엇길(1) +4 18.10.22 1,265 42 15쪽
116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4) +12 18.10.18 1,313 59 19쪽
115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3) +6 18.10.17 1,254 49 17쪽
114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2) +6 18.10.16 1,186 41 14쪽
113 10막 5장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1) +4 18.10.15 1,244 39 14쪽
112 10막 4장 - 완벽한 계획(3) +6 18.10.12 1,398 45 13쪽
111 10막 4장 - 완벽한 계획(2) +7 18.10.11 1,338 43 15쪽
110 10막 4장 - 완벽한 계획(1) +5 18.10.10 1,357 41 14쪽
109 10막 3장 - 꼬리잡기(3) +5 18.10.09 1,350 41 13쪽
108 10막 3장 - 꼬리잡기(2) +4 18.10.08 1,563 49 12쪽
107 10막 3장 - 꼬리잡기(1) +8 18.10.05 1,439 54 15쪽
106 10막 2장 - 침대 밑의 괴물(2) +14 18.10.04 1,426 49 15쪽
105 10막 2장 - 침대 밑의 괴물(1) +18 18.10.03 1,459 57 15쪽
104 10막 1장 - 내면의 적(2) +19 18.10.02 1,478 42 16쪽
103 10막 1장 - 내면의 적(1) +24 18.10.01 1,712 54 16쪽
102 막간극3. 반역자(2) +17 18.09.05 2,023 42 15쪽
101 막간극3. 반역자(1) +7 18.09.04 1,741 51 13쪽
100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3) +22 18.09.03 1,748 83 20쪽
99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2) +12 18.08.31 1,712 57 13쪽
98 9막 4장 - 죽은 자들 가운데(1) +15 18.08.30 1,673 53 12쪽
97 9막 3장 - 야수의 심장(3) +12 18.08.29 1,716 61 17쪽
96 9막 3장 - 야수의 심장(2) +10 18.08.28 1,632 63 14쪽
95 9막 3장 - 야수의 심장(1) +15 18.08.27 1,764 69 12쪽
94 9막 2장 - 늑대굴 비가(3) +18 18.08.24 1,783 73 16쪽
93 9막 2장 - 늑대굴 비가(2) +10 18.08.23 1,655 64 13쪽
92 9막 2장 - 늑대굴 비가(1) +8 18.08.22 1,803 63 13쪽
91 9막 1장 - 최선의 세계(2) +6 18.08.21 1,877 79 15쪽
90 9막 1장 - 최선의 세계(1) +7 18.08.20 1,812 73 13쪽
89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5) +14 18.08.17 1,783 74 13쪽
88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4) +8 18.08.16 1,835 67 13쪽
87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3) +13 18.08.15 1,807 66 12쪽
86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2) +10 18.08.14 1,975 71 12쪽
85 8막 4장 - 영웅은 필요 없다(1) +13 18.08.13 1,987 78 12쪽
84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6) +7 18.08.10 1,809 83 17쪽
83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5) +13 18.08.09 1,796 69 13쪽
82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4) +9 18.08.08 1,881 76 13쪽
81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3) +12 18.08.07 1,842 81 13쪽
80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2) +13 18.08.06 1,862 85 11쪽
79 8막 3장 - 창자와 까마귀의 밤(1) +12 18.08.03 1,938 90 10쪽
78 8막 2장 - 식사 예절에 관한 문제(2) +13 18.08.02 1,909 97 10쪽
77 8막 2장 - 식사 예절에 관한 문제(1) +7 18.08.01 1,974 84 11쪽
76 8막 1장 - 폭풍은 고요히(2) +8 18.07.31 1,987 80 11쪽
75 8막 1장 - 폭풍은 고요히(1) +10 18.07.30 2,174 87 10쪽
74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3) +17 18.07.27 2,155 106 14쪽
73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2) +7 18.07.26 2,059 87 10쪽
72 7막 4장 - 천국의 구렁이들(1) +12 18.07.25 2,099 90 10쪽
71 7막 3장 - 짐승의 머리, 뱀의 혀(2) +18 18.07.24 2,883 107 11쪽
70 7막 3장 - 짐승의 머리, 뱀의 혀(1) +11 18.07.23 2,144 90 12쪽
69 7막 2장 - 종양이 다시 자라기까지(2) +10 18.07.20 2,228 98 12쪽
68 7막 2장 - 종양이 다시 자라기까지(1) +5 18.07.19 2,170 104 8쪽
67 7막 1장 - 저울 위에서(2) +4 18.07.18 2,167 99 10쪽
66 7막 1장 - 저울 위에서(1) +5 18.07.17 2,283 103 9쪽
65 막간극2. 공모자들(2) +6 18.07.16 2,288 91 9쪽
64 막간극2. 공모자들(1) +1 18.07.13 2,311 88 9쪽
63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4) +14 18.07.12 2,217 108 10쪽
62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3) +10 18.07.11 2,232 105 11쪽
61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2) +4 18.07.10 2,203 96 8쪽
60 6막 5장 - 밀알 하나도 놓치지 않고(1) +3 18.07.09 2,288 105 9쪽
59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3) +4 18.07.07 2,285 104 7쪽
58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2) +4 18.07.05 2,285 104 8쪽
57 6막 4장 - 핏물을 닦아내고(1) +5 18.07.04 2,279 103 7쪽
56 6막 3장 - 핏빛 예배(3) +8 18.07.03 2,312 117 9쪽
55 6막 3장 - 핏빛 예배(2) +10 18.07.02 2,286 104 8쪽
54 6막 3장 - 핏빛 예배(1) +6 18.06.29 2,491 97 7쪽
53 6막 2장 - 거머리 늪(3) +5 18.06.28 2,298 91 9쪽
52 6막 2장 - 거머리 늪(2) +5 18.06.27 2,345 84 8쪽
51 6막 2장 - 거머리 늪(1) +4 18.06.26 2,496 103 9쪽
50 6막 1장 - 개죽음(2) +8 18.06.25 2,645 117 12쪽
49 6막 1장 - 개죽음(1) +11 18.06.22 2,615 113 10쪽
48 5막 5장 - 믿는 자에게 진실 있나니(2) +15 18.05.25 2,546 116 9쪽
47 5막 5장 - 믿는 자에게 진실 있나니(1) +18 18.05.24 2,507 115 8쪽
46 5막 4장 - 안개 속의 군무(2) +3 18.05.23 2,542 104 8쪽
45 5막 4장 - 안개 속의 군무(1) +5 18.05.22 2,752 114 9쪽
44 5막 3장 - 우리 중의 하나(2) +6 18.05.21 2,623 121 11쪽
43 5막 3장 - 우리 중의 하나(1) +5 18.05.18 2,847 116 7쪽
42 5막 2장 - 전쟁터의 장의사들(2) +5 18.05.17 3,060 106 12쪽
41 5막 2장 - 전쟁터의 장의사들(1) +10 18.05.16 2,924 112 8쪽
40 5막 1장 - 전장으로부터의 초대(2) +7 18.05.15 3,059 113 11쪽
39 5막 1장 - 전장으로부터의 초대(1) +7 18.05.14 3,119 114 8쪽
38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3) +15 18.05.11 3,023 135 8쪽
37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2) +19 18.05.10 3,066 142 9쪽
36 4막 5장 - 사냥꾼의 장례식(1) +7 18.05.09 3,148 120 9쪽
35 4막 4장 - 전야제(2) +7 18.05.08 3,183 135 10쪽
34 4막 4장 - 전야제(1) +6 18.05.07 3,174 120 8쪽
33 4막 3장 - 거울상(2) +3 18.05.04 3,425 140 8쪽
32 4막 3장 - 거울상(1) +3 18.05.03 3,367 131 7쪽
31 4막 2장 - 몰이사냥(2) +3 18.05.02 3,485 135 8쪽
30 4막 2장 - 몰이사냥(1) +9 18.05.02 3,606 130 8쪽
29 4막 1장 - 닭장 속 여우(2) +8 18.05.01 3,665 135 7쪽
28 4막 1장 - 닭장 속 여우(1) +2 18.05.01 3,941 136 8쪽
27 막간극1. 전초전(2) +8 18.04.30 3,964 164 14쪽
26 막간극1. 전초전(1) +2 18.04.30 4,119 139 10쪽
25 3막 5장 - 구렁텅이(2) +5 18.04.27 4,033 155 8쪽
24 3막 5장 - 구렁텅이(1) +4 18.04.27 4,044 157 8쪽
23 3막 4장 - 흉년(2) +4 18.04.26 4,170 153 8쪽
22 3막 4장 - 흉년(1) +5 18.04.25 4,357 170 9쪽
21 3막 3장 - 불굴 혹은 불구(2) +2 18.04.24 4,699 185 10쪽
20 3막 3장 - 불굴 혹은 불구(1) +16 18.04.23 4,524 202 7쪽
19 3막 2장 - 비 새는 개집(2) +5 18.04.20 4,710 180 8쪽
18 3막 2장 - 비 새는 개집(1) +2 18.04.20 4,966 194 8쪽
17 3막 1장 - 머리통 흥정(2) +3 18.04.19 4,823 187 7쪽
16 3막 1장 - 머리통 흥정(1) +7 18.04.19 5,666 204 8쪽
15 2막 5장 - 역병의 계절(2) +29 18.04.18 5,026 285 8쪽
14 2막 5장 - 역병의 계절(1) +7 18.04.18 4,950 194 8쪽
13 2막 4장 - 한 줌의 진실(2) +17 18.04.17 5,069 198 8쪽
12 2막 4장 - 한 줌의 진실(1) +7 18.04.17 5,212 191 8쪽
11 2막 3장 - 이중 함정(2) +5 18.04.16 5,161 211 7쪽
10 2막 3장 - 이중 함정(1) +3 18.04.16 5,281 216 7쪽
9 2막 2장 - 세 번째 안(2) +5 18.04.13 5,416 231 7쪽
8 2막 2장 - 세 번째 안(1) +9 18.04.13 5,838 224 8쪽
7 2막 1장 - 양들의 목장(2) +7 18.04.12 6,235 237 7쪽
6 2막 1장 - 양들의 목장(1) +7 18.04.12 8,229 243 10쪽
5 1막 4장 - 맹인과 성자 +43 18.04.11 9,313 327 17쪽
4 1막 3장 - 사냥꾼의 업 +15 18.04.10 10,296 346 15쪽
3 1막 2장 - 배우의 침착함, 사기꾼의 능숙함 +25 18.04.09 12,634 361 13쪽
2 1막 1장 - 낯선 사람에게 말 걸지 마라 +40 18.04.09 24,667 411 15쪽
1 저자의 서문 +49 18.04.09 28,852 43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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