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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연비몽
작품등록일 :
2018.04.09 17:22
최근연재일 :
2018.08.21 03: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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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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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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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보물찾기 - 1

DUMMY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곤히 잠을 자다가, 갑작스레 눈이 떠지는 경우가.


“···.”


지금 내가 그러했다.

어젯밤.

분명히 늦은 시각에 잠을 청했는데도 아침이 되자마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잠시 눈을 끔뻑이던 나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 7시.

해가 짧은 겨울. 바깥은 아직 깜깜할 시간이다.

적어도 해가 뜰 때까지는 잠을 자고 싶었던 나는 애써 눈을 감았다.


째깍, 째깍.


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초침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를 찾아갈수록, 내 정신은 또렷해져만 갔다.


“하아.”


한참을 뒤적인 끝에 결국 잠에 드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앉은 나는 일어나면 항상 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오늘의 상점.’


촤르르륵.


수많은 글자들이 눈앞을 채워나갔다.

새롭게 뜨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길 잠깐.

이내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오늘의 상점>

끊어진 슬리퍼 - 500달란트

알 없는 안경테 - 800달란트

     :

피부 미백제 - 2000달란트

초재생 달팽이크림 - 4000달란트


“응?”


맨 아래 위치한 물건에 절로 시선이 갔다.

내 감이 속삭인다.

오랜만에 쓸 만한 물건이 나왔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건의 정보를 확인했다.


<피부 미백제 1개>

설명 : 탁했던 피부가 단숨에?! 사용 시, 피부가 하얘집니다.


<초재생 달팽이크림>

설명 : 흉터? 여드름? 늙은 피부?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간혹, 피부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환불 불가


해외여행을 다녀와 피부가 제법 상했던 내게는 딱 필요한 물건이었다.

이런 걸 보고 그리 말하던가.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두 개를 모두 구매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달란트가 어느새 3만에 달해있는 상태라 그리 부담되지 않았다.


“오늘은 운이 좋네.”


‘오늘의 상점’은 매일 파는 물건이 바뀐다.

누군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물건부터 귀해 보이는 물건까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그런데 오늘.

운 좋게 내게 필요한 물건이 딱 등장하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근래, ‘피로회복제’나 ‘자양강장제’ 같은 소소한 물건들을 제외하고는 늘 허탕을 쳤던 터라 더욱 그랬다.


“이런 날에는 클래식이지.”


휴대폰을 터치해 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블루투스 스피커를 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꽃의 왈츠.’


1891년 차이코프스키가 페테르부르크의 가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작곡한 ‘호두까기 인형’의 마지막 수록곡이다.

사실 이 음악을 처음 듣게 된 건 오래전 ‘드림 극단’ 생활을 할 때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클래식’의 ‘클’자도 몰랐지만, 극단 생활을 하며 조금씩 클래식을 접하기 시작했다.


[어떤 영령이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붉은 재킷의 반항아’가 지루한 노래라고 평합니다.]

[어떤 영령이 발끈합니다!]


이제는 익숙한 광경.

웬만큼 큰일이 아니고서는 그러려니 넘어가는 법을 터득했다.


쏴아아.


화장실에서 세안을 시작했다.

찬물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게 꼼꼼히 세안을 끝마친 뒤, 오늘 구입한 화장품의 사용설명서를 살펴봤다.


”얼굴에 바르고 1시간 정도 기다리라고?”


다행히 사용법은 일반적인 화장품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는 사이, 흘러나오던 음악이 바뀌었다.


- You're my wonderwall-♪


브리티시 팝의 대가, ‘오아시스’가 부른 ‘Wonderwall’였다.

영화 <마미>의 OST이기도 한 이 곡은, 영국 초등학교의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그리고 내가 유독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붉은 재킷의 반항아’가 이번 노래는 꽤 괜찮다고 말합니다.]

[어떤 영령이 참 정신 사나운 곡이라고 폄하합니다.]

[두 영령이 투닥거립니다.]


“···.”


내가 정말 심심할 틈이 없다.

뭐만 했다하면 지들끼리 티격태격하는 통에.

그리고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을 확인해보니 최현호였다.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아, 다행이다. 일어나 있었네?”


그는 대답보다 열린 문틈으로 발부터 들이밀었다.


“일단 안으로 좀 들어가도 될까? 이게 좀 무겁거든.”


그제야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스.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모습에 나는 일단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아, 예. 들어와요.”


거실에 도착한 최현호는 내던지듯 박스를 내려놓았다.

쿵!

그리고는 허리를 연신 두들기며 말했다.


“아구구, 죽겠다.”

“이게 다 뭐에요?”

“아, 이거? 다 대본이야. 지난번에 네가 네 앞으로 들어온 대본은 다 읽어보고 싶다 했잖아. 그래서 싹 다 모아가지고 가져왔지.”


과연.

그의 말대로 박스 안은 대본들로 빽빽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전에도 내게 들어온 대본의 양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배는 되는 듯했다.


“많네요.”

“그치? 이것도 시놉만 들어온 건 빼고 가져온 거야. 다 읽을 수 있겠어?”


그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어차피 한동안 스케줄도 없기도 했고, ‘속독’으로 인해 남들보다 빨리 읽을 수 있으니 어찌어찌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네가 그렇다면야.”


최현호는 곧바로 가려는지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내가 좀 더 쉬다 가라고 했지만, 스케줄 때문에 안 된단다.

하여간, 나보다 더 바쁘다니까.


“아참, 박스 맨 위에 따로 빼둔 건 대표님이 직접 구해온 대본이라더라. 듣기로는 대작이라니까 자세히 한 번 읽어 봐봐.”

“알았어요. 조심해서 가요.”


떠나는 최현호를 바라보며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표님이 직접?’


박신정 대표는 웬만해서는 작품 선택에 터치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조언이나 터치를 했을 때는 그만한 확신이나 메리트가 있을 때였다.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린 나는 거실로 돌아와 박스를 살펴봤다.

딱 봐도 한두 시간으로는 다 훑어보지도 못할 양이다.


“이거 각잡고 읽어야겠네.”


나는 곧바로 주방으로 가 커피포트와 인스턴트커피부터 챙겨 들었다.

그때, 손에 들린 커피 곽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

매일 아침 거울에서 보는 얼굴이 그곳에 새겨져 있었다.


“아직도 어색하네.”


몇 달 전.

<디자인>으로 인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시기에 계약한 제품이었다.

당시 내 급으로는 언감생심 격인 제의였는데, 신제품 라인에 걸맞게 신선한 얼굴을 필요로 했던 광고주 덕에 덜컥 계약할 수 있었다.

뭐, 덕분에 지금 집에는 똑같은 커피가 몇 박스는 쌓여있었다.


“아마 몇 년은 먹을 수 있겠지.”


그 뒤, 팬에게 선물 받은 비스킷까지 챙기는 것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끝마쳤다.

나는 폭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는 찬찬히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스락.


음악 소리와 종이 넘어가는 소리만이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한참이 흘렀다.


*


“끙. 이것도 별로네.”


턱.

반쯤 읽다 만 대본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이미 그곳에는 대본들이 쌓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양손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아-!”


지금까지 읽은 대본 대부분이 어딘가 아쉬웠다.

중간중간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내가 처음 <디자인>을 골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것도 ‘한신우’라는 배역이 수정되며 대본의 잠재력이 올라갔던 걸 생각하면, 실제로는 그것보다 못한 작품들이었다.


“이제 남은 건 네 개인가.”


그 많던 대본들이 겨우 네 개만 남았다.

처음에만 해도 밀린 간식거리를 집어먹듯 즐거운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는데, 이제는 선뜻 손이 나가질 않을 지경이었다.

결국, 사전에 빼두었던 ‘그 대본’부터 읽기로 했다.


“이게 대표님이 구해온 건가.”


제목 <포비아>

장르는 좀비물이었다.


*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재밌다.’


대본을 읽고 든 감정이었다.

사실 읽기 전까지만 해도 좀비물이란 점에서 살짝 꺼려졌다.

아무래도 한국 영화계에서는 비주류인 장르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영화 중에서도 성공한 좀비물이 있기는 했다.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둠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했던 좀비 영화.

다소 신파적인 부분이 있어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어쨌든 좀비물 치고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올린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읽은 작품 역시, 그만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포비아>

[완성도 - ★★★☆]

[영상화 - ★★★★]


매우 높은 점수.

대작인 만큼, 제작비도 부족하지 않을 테니 흥행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일단 이건 킵.”


<포비아>의 대본을 한쪽에 잘 내려놓았다.

이제 남은 대본은 딱 세 권.

별로 기대는 안 되지만, 남은 대본도 일단 살펴볼 생각이었다.

이미 한 박스를 다 읽었는데, 세 작품만 남겨두기에는 화장실에서 뒤를 안 닦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대본에 손을 뻗었다.


“쯧, 탈락.”


첫 대본은 초반부도 채 못 읽고 나가떨어졌다.

두 번째 대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는.


“하, 이것도 탈락··· 응?”


앞에 둘과는 약간 달랐다.


***


소파에 몸을 기댄 중년인이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홍진표.

연예 기획사 HJP의 대표였다.

그는 맞은편에 앉은 애물단지를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다.


“야, 신주혁.”

“···네.”


대답하는 신주혁의 얼굴 역시 인상을 쓰기는 매한가지였다.

다만,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하고 불만이 있다는 것 정도만 표현하는 게 다를 뿐이었다.


“너 미쳤냐? 어? 세상이 아주 만만해? 뭐든 다 네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홍진표의 입에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그가 이 정도로 화를 내면 회사 내의 다른 인물들은 얼굴이 타들어가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신주혁은 달랐다.

오히려 반발심이 생긴 듯 말대답을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잖아요. 이미 다 끝난 일 가지고 너무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허, 이런 돌아이 같은 놈을 봤나.”


무려 2주 동안이나 잠수를 탔던 녀석이 이제야 나타나서 하는 말이, 다 끝난 일이다?

순간 홍진표의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졌다.

그는 조금 전부터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넥타이를 거세게 뜯어내 신주혁을 향해 휘둘렀다.


짝!


넥타이에 맞아봤자 얼마나 아프겠냐만,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그가 비명을 질렀다.


“악!”

“새끼가, 사람이 말을 하면 쳐들을 줄도 알아야지. 아주 개무시를 하는구나. 야, 마 실장!”


홍진표의 외침에 대표실의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내가 냉큼 들어왔다.


“네! 대표님!”


신주혁을 담당하는 마 실장이었다.

이미 지은 죄가 있던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홍진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앞으로 이 새끼 24시간 내내 감시해. 만약 집밖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려고 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서라도 못 나가게 막아. 알았어?”

“대표님!”


같이 듣고 있던 신주혁이 반발했지만, 홍진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를 향해 매서운 눈빛을 뿌렸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먼저 계약 조건을 어긴 건 너야. 행여나 불만 같은 거 가질 생각 마라. 뭐해, 마 실장! 이 새끼 안 데려가고!”

“아, 예예!”


아직 할 말이 남은 신주혁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마 실장의 신속한 움직임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마 실장은 발버둥 치는 신주혁을 억지로 끌고는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는 홍진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황파악도 못 하는 새끼.”


그동안 신주혁이 오만방자하게 굴어도 오냐오냐해줬던 건, 그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러지 같은 놈이었지만 돈이 되는 상품이었고, 재계약의 빌미로 삼기 위해 다소 사고를 치더라도 눈감아줬다.

그런데 재계약을 맺은 뒤로도 놈의 행실은 여전했다.

제 놈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지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고, 이곳저곳에서 사고 치기 바빴다.


“말로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


순간 더위를 느낀 홍진표가 셔츠 단추를 풀었다.

투둑, 투둑.

벌어진 셔츠 틈 사이로 비늘을 형상화한 문신이 드러났다.

그가 거친 숨을 토해낼 때마다 비늘이 꿈틀거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금 보내주신 vldjtmgur님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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