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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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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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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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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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화. 악마소환 - 1

DUMMY

이 세상은 너무나도 선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조금 더 화끈하고 파괴적이고 또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도 들었으나....... 분명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쎄, 과거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던 그 시절에는 지금과 같은 평안함을 낙원으로 생각했다는 구절도 책에서 몇 번 읽은 적이 있다만 어쨌든 지금 내게 이 평안함은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심심하다.


뭐, 귀족들의 삶이야 조금 더 윤택하고 쾌락적이라니 다를지 모르겠다만.

일개 농가의 자식인 내게 그런 유희는 너무나도 멀고 먼 존재다.

매일 아침 일어나 밭을 매고 밥을 먹고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밥을 먹고 옆집 사는 또래 녀석이랑 희희덕거리다 수면.

이게 하루의 모든 것이며 내 짧은 17년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이런 농가의 삶이 예전엔 더 박진감이 넘쳤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땐 전쟁이라는 변수와 용병이라는 꼼수가 있지 않았는가.

지금은 뭐 황제가 정한 법으로 용병은 물론 군인 양성 자체가 모두 금지 돼있으니.......

아무래도 현실적인 선에서는 타협이 안되는 게 사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재산 2호쯤 되는 씨암탉의 목을 잘랐다.

참고로 재산1호는 3살 먹은 황소이며 나는....... 재산 8호쯤 되려나?

이게 들통 나면 어머니께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을게 뻔하나...... 그 정도의 각오는 되어있다.


“아스트로나.......베레스타.......다이오.......”


한 글자도 틀리면 안 된다고 쓰여 있었기에 읽는 것에 더 신중이 가해진다.

안 그래도 낡은 책인데 어두운 밤 촛불 밑에서 읽으려니 죽을 맛이다.

몇 번이고 비교해가면서 자리를 잡고 그 위로 닭의 피를 흘려 둥그런 문양을 그리는데만 꼬박 하루는 걸린 것 같다.

이번에 실패하면 두 번은 없기에.......

암탉은 우리 집에 이 한 마리가 다니까.


두 달 전쯤이었을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씩은 오던 책장수 아저씨가 서너 달 만에 마을을 찾았다.

그 동안 영주님의 집 청소며 마구간 관리며 여러 가지로 일을 해 모은 돈이 꽤 되었기에

이번엔 책을 한 열 권은 사려고 마음먹고 달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책장수 아저씨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항상 옷만큼은 귀족 뺨치게 차려입고 있던 아저씨였기에 조금 의아해 물어보니

여기서 몇 주는 가야 할 거리에 있는 귀족집이 망해 책을 주우러 다녀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워왔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수레에 실린 책들은 다 낡고 구겨지고 찢긴 형편없는 것 들 뿐이었다.

하지만 뭐 나한테는 이만한 것도 과분한 거니까.


그렇게 이번에도 새로 들어온 책들만 골라서 살피고 있는데 한 책이 눈에 띄었다.

낡은 가죽으로 된 겉표지가 불에 탄 듯 새까만 책이었는데 제목이 흐릿해 잘 읽히지 않았다.


“이 책. 제목이 뭐라고 쓰여 있는 거죠?”


“아, 그 책? 그 뭐라더라? 무슨 마법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마법서요?”


이제까지 이 책장수에게서 본 책들이 모두 귀족들의 연애나 모험이야기, 아니면 야한내용이 있는 3류 소설들이었기에 조금 놀라버리고 말았다.


“왜, 살려고? 나도 마법서를 주운 건........ 아니 구한 건 처음이라 말이야. 이 정도는 줘야겠는데?


.

.

.


“시크레스 다마스.......세레나......”


나름 깎아보려 별 수를 다 썼건만 결국 열 권은 커녕 그 책 한권만 사는 게 고작이었다.

별거 아닌 책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 라고 했으나 이 책. 생각 이상의 물건이었다.

앞쪽 대부분의 내용은 알 수 없는 문자로 쓰여 있어 해석하지 못했지만 중간부터 시작되는 내용은 다행이도 내가 읽을 수 있는 말로 쓰여 있었다.

내용은 악마 강림술.

악마와 관련된 서적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사형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들었던 바 있기에 나는 매일 밤 몰래몰래 밀 창고에서 숨어 이 책을 읽었다.


악마강림의 이해라든지 복잡한 내용을 섭렵 하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지만 그 외는 꽤 쉽게 쓰여 있어 나도 이해가 가능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악마소환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작은 일탈은 이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만큼은 큰 변화를 가져와 줄 게 분명했다.


이 책에서는 악마소환을 세 분류로 나누고 있었는데

하급 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하급 소환술.

마찬가지로 중급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중급 소환술.

그리고 상급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상급 소환술. 이렇게 3가지다.

그 중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급 소환술!

사실 하급 소환술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게 순리이나.......

어차피 닭은 한 마리뿐이고 하급 악마는 말이 안통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하니

그렇다고 상급악마를 소환하기엔 인간의 피가 필요한데 아무리 막나가려는 나라도 그건 무리!


“라.......스.......파로다!”


좋아, 이렇게 해서 주문은 끝.

이제 남은 건 악마가 소환되기를 기다리는 일 뿐.


“.........”


음, 뭔가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악마소환!

이라는 분위기가 될 거라 기대했건만

문양에서는 빛은커녕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가 않는다.

식은땀이 한줄기 등을 타고 흘렀다.

책이랑 몇 번이고 비교하며 그린 문양이기에 틀렸을 리는 없다.

주문도 일부러 책을 펴놓고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읽은 거기에 틀렸을 리는 만무.

그럼 결론은.......


“마, 망할 책장수가........”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뿐이겠지.

결국 난 아무것도 없이 책값은 책값대로 날리고 닭은 또 닭대로 죽인 멍청이가 된 게 아닌가.

아아, 좌절감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엄마한테는 이걸 또 뭐라고 설명해야할 지.......


“하, 설마 했는데....... 정말 중급 소환술이로군.”


.......환청?


“정말 나한테까지 순번이 밀려올 줄이야. 거기 인간.”


고개를 들어보니 짚단 위에 검은 연회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아니 물론 악마겠지만.......

그래도 상상했던 무시무시한 모습과는 달리 등 뒤로 솟은 날이 서린 검은 날개와 핏빛의 긴 머리만 아니었다면 악마가 아니라 사람이라 착각할 뻔 했다.


“하아....... 일단 내 소개부터 하지. 서열 3위의 시간의 악마 베스파로제라고 한다.”


표정도 마치 정말 사람인 것처럼....... 이라기보다 한숨을 푹 내쉬는 게 뭔가 굉장히 피곤해 보인다.


“물론 내가 소환된 것은 순번이 밀려 서지 네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갑자기 악마의 주위로 검은 연기와도 같은 것이 물컹물컹 올라와.......

왜, 왠지는 모르겠지만 숨이....... 숨이 막힌다.


“이봐 인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리고


악마의 손톱이 내 목에 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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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5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1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2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39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4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7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6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7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1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5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1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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