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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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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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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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DUMMY

“이래서 제가 항상 말해왔던 겁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악마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더듬거리는 손으로 팔을 뻗어 약을 주워들었다.


‘네 피를 연구해 만든 약이야. 위험할 때. 정말로 위험할 때만 먹도록 해.’


미안, 테르에스테.

그 시기를 따지고 있을 여유가 내게는 없는 것 같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이 작자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라고 대륙을 통일 해 놓고선 악마들과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대로 손에 같이 잡힌 흙과 함께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목 안으로 가득 찬 핏물이 흙과 함께 씹혀 뭐가 흙이고 약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다 허세 좋은 말 뿐인 겁니다. 우선은 인간 그 자체가 폭력과 두려움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억지로 꿀꺽 하고 삼켜 넘기는 데 성공했다.

목이 따끔거리며 속이 비리다.

대체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만.......


“게다가 성황이라는 녀석은 신의 숭배에만 눈이 멀어서.......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순간, 턱 하고 숨이 막힘과 동시에 바닥에 피를 한 웅큼 토해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비릿한 핏내음이 코를 찌른다.


“쓸데없이 움직이지 마시죠. 명만 단축됩니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워 보려다가 어지러워져 다시 넘어지기를 반복.

테르에스테.......무슨 약을 준거야.......


“그렇게 가만히 있기가 힘드시다면 제가 조금 도와 드리겠습니다. 사실 당신이 죽거나 말거나 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만, 조금만 더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제 얘기를 말이죠.”


흐릿한 시야 위로 보이는 내게 향해있는 녀석의 손.

아까와 똑같다. 움직이지 않는 몸.

쓰러지려 몸에 힘을 빼 보아도 내 몸은 돌 같이 굳어버린 그대로 움직이지를 않는다.

여기까지인가. 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서 하던 말을 계속 하자면.......?”


그리고 다시 뜬 눈 앞의 모든 것이


“뭐, 뭡니까! 봉인을 풀었다는 겁니까?”


왼쪽으로는 덤불 숲. 오른 쪽으로는 동산. 위로는 하늘. 앞으로는 녀석의 당황 가득한 얼굴까지.

그 모든 것이 역겨울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 참지 못 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냐 묻지 않았습니까!”


보였다. 나를 향해 달려드는 녀석의 검의 궤적이.

피해야 해. 라고 몸에 명령을 내려 보지만 깊게 베인 다리는 움직이기는커녕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질 않는다.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으아앗!!”


무의식중에 내 뻗은 왼손으로 뽑아낸 방출.

그 빛에 눈이 멀어 한손을 들고 얼굴을 가려 막은 채 뒤로 두 세 걸음 물러서는 성기사.


“제기랄, 또 같은 짓을!”


아까까지와는 다른 흥분된 목소리로 녀석이 허공에 팔을 휘젓자 그 등 뒤로 빛이 모여 들더니 날카로운 창의 형태를 만들었다.

형태를 체 갖추기가 무섭게 내게 쏘아져 날아오는 빛의 창.

빠르다. 하고 느꼈을 땐 이미 그 창이 내 몸을 관통한 뒤.

하지만....... 아프지 않다? 아니, 이건 오히려.......


“뭐, 뭐야.”


내 몸을 관통한 빛의 창이 흩어져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가슴과 다리의 상처가 아물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의 흩어진 빛 무리가 향하는 곳은 오른 손에 쥐어져있는....... 순백의 검?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언제부터 들고 있던 거지?

분명 방금 전 왼팔의 방출을 사용하기 전 까지는 없었다.

그럼 방출을 쏘아낼 때 생겼다?

누가 속 시원하게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기현상에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만치 혼란스럽다.

잠깐, 혹시 이게 테르에스테가 준 약의.......


“성술을 견뎌내는 걸로 모자라 이번엔 흡수까지 해버리다니. 게다가 그 검. 이제야 알겠습니다. 가호가 깨지고 징벌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시야를 회복했는지 녀석은 어느새 내 앞에 가까이 서서 날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영감탱이들이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영웅의 피가 타락했다느니 떠들고 다니길래 드디어 노망이라도 든 건가 했더니....... 아무래도 사실이었나 봅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에.......


“신의 뜻을 담은 자에게 신의 힘을 이용해 싸우려 했다니....... 상성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렇게 보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크큭.......”


그 영웅의 피란 단어에.......


“웃기지 않습니까? 신을 등에 업은 인류의 구원자가 악마의 옆에 서 신을 섬기는 성기사와 맞서 싸우다니. 이만한 희극이 또 있겠습니까?”


그 제멋대로인 말에.......


“그만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반.역.자 씨?”


억지로 잊으려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말았다.


“입 닥쳐!”


손에 들린 검을 휘두르며 녀석을 향해 몸을 던졌다.

스쳐지나간 바람이 눈가에 맺혔던 눈물을 쓸어갔고, 그 위로 붉은 피가 튀어 흘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옆에 떨어진 것은 녀석의 것이 분명한 왼 팔.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


뒤늦게 터져 나온 녀석의 비명소리에 돌아보니....... 녀석은 팔을 베어내기 전과 같은 자세 그대로.......


“무슨 짓을.......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이 자식!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투두둑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내려 흙을 붉은 색으로 물들였지만, 녀석은 그런 건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듯


“이 검으로. 이 검으로 형제들을 누르고 왕권을 되찾기 위해 15년을 수행했어. 15년을 수행했다고! 그걸....... 그걸 이렇게 어이없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검을 든 오른팔로 머리를 감싸 안고는 몸부림을 치더니....... 이번엔 또 갑작스레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아, 그러고 보니 검은 오른손만 있어도 들 수 있군요.”


방금 전의 모습은 기억도 안 난다는 듯 이번엔 또 방긋 미소 지어 보이는 성기사.

제, 제정신이 아니야.......


“피가 많이 나는 군요. 이건 좀 위험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의 오른 팔이 절단된 어깨 죽지 위로 향했고, 그 손안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다 사라지더니 그대로 깔끔하게 피가 멎었다.


“다행입니다. 잘린 팔이 왼 팔이라서. 그 감사의 표시라기는 뭐하지만.......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죠.”


그 말과 함께 녀석이 내게 한 걸음 다가왔고, 나는 그 광기어린 눈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제가 소속되어있는 검과 저울 기사단은 성왕 직속 근위기사대를 제외학고는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로 하는 일은 제가 지금 하는 일과 같은 악마퇴치. 그리고 이단자의 심판.”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는 만큼 그 만큼 물러서는 나.


“그런데 이 이단자라는 것이 대부분 같은 신성력을 구사하는 우리 태양신교의 사제들이라서 말이죠. 신성력이란 게 원래 같은 신성력에는 말도 안 되게 취약한 점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오히려 신성력이 강한 사제들에게 심판관들이 역으로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나무에 막혀 뒷걸음질 치던 발이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녀석의 팔도 멈추었고.

녀석의 검을 쥔 팔이 들어 올려졌다.


“이 항(抗) 성술이 공개되기 전에는 말이죠.”


땅에 내리 꽂힌 검.

그리고 검을 타고 그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어둠.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든 속도로 퍼져나간 어둠은 순식간에 주위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그리고.......


“잘 못 쓰였다간 제국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위험하다기에, 기사단 내에서도 가장 강한 5인에게만 전수된 항성술. 신의 부재지입니다.”




.......어느새 사라져 버린 순백의 검.



"저도 이제 많이 피곤하군요. 순수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끝을 보도록 합시다. 구원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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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6화. 파괴된 우리 - 7 18.05.17 345 0 18쪽
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1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2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39 0 28쪽
68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4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7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6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7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1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5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1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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