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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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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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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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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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시작의 언덕 - 6

DUMMY

“로제에스테? 그러지 말고 먼저 유스티한테 사과하는 게.......”


“내가? 내가 왜?”


그래, 솔직히 사실관계만을 따지자면 먼저 무시하고 의심했던 건 분명 내 잘못이 컸음을 인정한다. 그게 사과 할 일이라는 것 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저 꼬맹이는 날 죽일 뻔 했다.

정말이지 내가 거기서 중심을 못 잡고 한 걸음만이라도 더 갔었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라고 하는데 유스티. 이번에는 유스티가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걸로.......”


“싫어요!”


그 앙칼진 목소리가 또 한 번 내 신경을 북북 긁어놓는 것만 같아 다시 머릿속으로 피가 몰렸다 내려갔다.


“정말, 다들! 나스미스테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응? 아, 그래 그래.”


나스미스테는 세르피리아님의 설명을 듣느라 이쪽에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해서 말이야. 그래서 여기를 불의 근원지라고 부른다는 거야. 다들 듣고는 있는 거야?”


세르피리아님의 그 호통 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몇 걸음 뒤로 빠지고 말았다.


“뭐야, 대체! 아까부터 계속!”


갑작스럽긴 하지만 화를 내실 만 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꽤나 오랫동안 설명을 해 주셨건만 내가 들은 건 방금 말씀하신 이 곳을 불의 근원지라 부른다는 말씀 뿐.

사실 켈타니아 호수를 지나 르호텐 강을 거쳐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설명을 들은 건 나스미스테 뿐이다.

죄송한 일임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얍!”


“우, 우와아아아아악!!!”


“꺄, 꺄악! 로제에스테님!”


.......세 번 째다.

세 번째 죽을 뻔 했다.


“너, 너어.......”


젠장, 어떻게 알고 방심할 때만 노려 등을 떠미는 건지.

방금도 리아세스테를 붙들지 못했으면 눈앞에 흐르고 있는 유황 길 위로 넘어질 뻔 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인데 세르피리아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사과 하세요!”


“이, 이게.......”


어금니를 악 깨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를 반복.

세르피리아님만 아니었으면 벌써 방출을 수십 번은 날려주었.......


“아.”


리아세스테를 붙들어 잡은 팔을 풀자 마자,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로, 로제에스테님?”


“미, 미안.......”


얼굴위로 올라온 결기가 쉬이 식지 않아 손을 들어 부채질을 계속.

그 손에 남은 부드러운 감촉은 물론 좋은 경험이었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너희들 정말 자꾸 이럴 거야!”


리아유스테에게 한마디 하려 몸을 돌리다 세르피리아님의 화가 잔뜩 담긴 목소리에 움찔 하며 그 자세 그대로 몸이 굳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싸늘하게 내리깔린 침묵.

그리고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양 날 비난하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리아유....... 니가 그럴 입장이냐아!


“베스! 얘네 좀 어떻게 해봐!”


라고 말씀하시지만.......


“응? 아.”


베스파로제님은 멍하니 다른 곳을 보시다 슬쩍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긴 뒤.......


“너희들, 적당히 들 해라.”


그 말을 끝으로 원상 복귀.

베스파로제님은 애초에 따라오기부터가 싫으셨던 것 아닐까?


“베스!”


사실 이 정도까지 되면 세르피리아님께 측은한 마음까지 들고 마는 게 사실.


“죄송합니다. 세르피리아님.”


일단은 고개 숙여 사죄하는 수밖에.


“으, 응? 그렇게 사과할 것 까진 없는데.......”


내 사죄가 효과가 있던 걸까? 세르피리아님의 목소리가 한 층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쨌든! 또 이런 식으로 내 말 안 듣고 자꾸 딴 짓 하면 정말 돌아가 버릴 거니까!”


휴, 다행이도 얼핏 정리가 된 것 같.......


“사과하세요!”


넌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거냐!

아아, 안되지 안 돼. 그래, 무시하자.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제 풀에 지쳐 그만 둘 테지.

지금은 세르피리아님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이 안내에 집중하도록 하자.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게.”


.

.

.


“우욱.”


아아, 몇 번이고 말하지만 공간이동은 싫다.

으으, 또 헛구역질이.......


“어라, 여기.”


“아, 여기는.......”


뭔가 웅성웅성하는 분위기에 대체 또 뭐 길래 하며 잔뜩 인상을 쓴 채로 허리를 피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


결국 나도 입을 벌린 채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말라비틀어진 채 꺾여 부러진 나무들과 눈앞을 가득 매우는 끝을 알 수 없이 높이 솟은 기암절벽. 틀림없다.

여기는 다신 생각도하기 싫은 기억들 중 하나가 만들어진 곳.


“덴?”


그렇다. 지옥의 가장 깊은 곳.

덴이 분명하다.


“응? 아냐 아냐, 덴이라니. 덴은 저번에도 갔었잖아. 여긴 고통의 골짜기라고 해.”


덴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이렇게까지 똑같은데.......


“아, 물론 여기서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덴이 나오니까. 헷갈린 건 이해해.”


그 말에 품었던 의문이 해결돼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확실히 달라지긴 달라졌네. 여기도 예전에는 싱싱한 유체들로 넘쳐났었는데 말이야.”


“유체요?”


아무래도 이상하다 생각되어 되물었다.

전에 란세르님께 유체들은 하위서열 악마들에 의해 용암 호수나 유황의 강 같이 가만히 놔둬도 계속 심상을 뽑아낼 수 있는 곳에 모여 있게 되기 마련이라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 매마르고 척박하다는 것 말고는 전혀 다른.......


“응?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이곳은 인간이 죽어 유체가 되면 가장 먼저 오게 되는 곳이야.”


가장 먼저?


“그래서 항상 이곳은 유체로 득실거렸는데....... 요즘은 유체 하나 보기가 어려워.

확실히 문제가 있기는 하다는 거지. 지금의 지옥은 말이야.”


그 말에 주위를 빙 둘러보았지만 확실히 유체는커녕 움직이는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응?”


잠깐, 저기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인 것 같았는데.


“응? 뭐 있어?”


“네, 저기 바위 뒤 쪽에.”


내가 손으로 가리킨 바위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향하자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무언가 움찔하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 저도 봤어요!”


리아세스테도 봤다는 걸 보니 내가 잘못 본 건 아닌 듯하다.


“어라, 유체인가? 용케 잘도 숨어있었네.”


유체? 물론 이런 곳에 있을게 유체 말고 더 있겠냐만은.

뭔가 그 움직임에서 전해져 온 느낌이 달랐다.

뭐랄까 유체들과는 다르게 뭔가.......


“어디 어디.”


하고 세르피리아님이 바위를 향해 몸을 움직이자.


“아.”


순간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바위 뒤에 있던 그 유체.

아니, 유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하얀, 그 하늘거리는 날개에 요동치는 새하얀 깃털.

그래, 안제루즈님과 같다.


“천사?”


나스미스테의 말 그대로다.

천사. 저건 천사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죽일까.”


하늘을 향해 솟구친 그 천사의 궤적을 따라가던 눈은 등 뒤에서 들려온 베스파로제님의 목소리에 방향을 돌렸다.

으득, 하고 이를 가는 그 모습이 란세르님과의 결투 중에 베스파로제님의 모습과 겹쳐 소름이 돋고 말았다.


“베스 안 돼! 지금 잘 못 행동했다간 또 전쟁이 일어난다고!”


라는 세르피리아님의 목소리에 베스파로제님은 잠시 더 멀어져가는 천사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처, 천사 맞지요? 저거.......”


이미 그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그 잔상이 보이는 듯하여 허공에 틀어박힌 시선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맞아.”


그 당연하다는 대답 덕분에 하늘에 빼앗겼던 시선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


“천사가 여기는 왜.......”


“그러고 보니 내가 설명해주다 말았구나. 여기는 다른 말로는 지옥의 경계라고도 부르는 곳이야.”


지옥의 경계? 들은 기억이 있다. 분명 란세르님과의 수업 때 천계와 지옥의 접합점이라고.......


“저기, 저 끝 보이지? 저 계곡의 끝이 바로 천계로 이어져 있어서 말이야.”


짙은 안개 때문에 잘은 보이지 않지만 세르피리아님의 손이 향한 곳이 어디를 말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좀 더 깊은 곳 즈음은 천사들도 유체를 데려가기 위해 오는 곳이라 원래 천사가 자주 보이는 장소기는 한데.......”


“천사들도요?”


하신 말씀은 정확히 다 들었건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아 되물었다.


“아, 로제에스테는 몰랐겠구나.

인간은 죽고 나면 유체가 되어 모두 여기로 오게 돼.

그러면 천사들이 우선 천계로 갈 유체들을 골라 데려가고, 남은 유체들을 우리 악마들이 데려가는 거지.”


처음 듣는 얘기다.

그 얘기 모두가 이해는 갔지만 동시에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아 머릿속이 혼란.


“라는 게 정론이지만 천사 걔네들은 죄의 경중을 떠나 마구 데려가 버려서 말이야.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곤 했지.

그런데 역시 조금 이상하긴 하네.

그래도 천사들이 여기까지 이렇게 가까이 오는 일은 잘 없거든.

저 쪽도 유체가 많이 모자르다거나 그런 걸까?”


나는 물론이고 리아세스테도, 나스미스테도 안제루즈님을 제외하고는 천사를 보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다들 정신을 차리질 못하고 그 가리킨 짙은 안개 속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에이, 모르겠다. 어쨌든 뭐 천사도 보고 좋은 경험했다 치고!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


그 말씀에 문득 스쳐지나간 가슴 한 구석의 찜찜함.


“가자, 베스!”


그러고 보니 이번엔 이상하게 리아유스테가 조용.......


“.......”


아무래도 꺼림칙해 리아유스테가 뭘 하고 있는지 찾아보려 뒤를 돌아보았고 그와 동시에 리아유스테와 눈이 마주쳤다.


“너.......”


저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 주려 해도 내게 또 뭔가를 하려다 딱 걸렸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 사과 하세요!”


“이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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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6화. 파괴된 우리 - 6 18.05.16 526 0 18쪽
74 16화. 파괴된 우리 - 5 18.05.16 601 0 14쪽
73 16화. 파괴된 우리 - 4 18.05.15 341 0 15쪽
72 16화. 파괴된 우리 - 3 18.05.15 328 0 14쪽
71 16화. 파괴된 우리 - 2 18.05.14 472 0 12쪽
70 16화. 파괴된 우리 - 1 18.05.14 337 0 8쪽
69 15화. 시작의 언덕 - 7, After 18.05.13 339 0 28쪽
» 15화. 시작의 언덕 - 6 18.05.12 324 0 10쪽
67 15화. 시작의 언덕 - 5 18.05.12 667 0 10쪽
66 15화. 시작의 언덕 - 4 18.05.11 397 0 15쪽
65 15화. 시작의 언덕 - 3 18.05.11 338 0 12쪽
64 15화. 시작의 언덕 - 2 18.05.10 342 0 8쪽
63 15화. 시작의 언덕 - 1 18.05.10 344 0 10쪽
62 14화. 반각성 - 4, After 18.05.09 386 0 20쪽
61 14화. 반각성 - 3 18.05.09 361 0 15쪽
60 14화. 반각성 - 2 18.05.08 357 0 11쪽
59 14화. 반각성 - 1 18.05.08 371 0 8쪽
58 용어 및 등장인물 설정 18.05.07 342 0 23쪽
57 외전. 켈론스의 기록 18.05.07 373 0 12쪽
56 13화. 영웅의 피 - 3, After 18.05.06 345 0 13쪽
55 13화. 영웅의 피 - 2 18.05.06 360 0 15쪽
54 13화. 영웅의 피 - 1 18.05.05 362 0 11쪽
53 12화. 인간계 체험 下 - 5, After 18.05.05 357 0 11쪽
52 12화. 인간계 체험 下 - 4 18.05.04 361 0 9쪽
51 12화. 인간계 체험 下 - 3 18.05.04 350 0 8쪽
50 12화. 인간계 체험 下 - 2 18.05.03 36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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