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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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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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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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할 수 있는 일 (1)

DUMMY

대장이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호세는 입을 쩍 벌리고 날아오르는 군단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날았어···.”


‘난다’라는 행위와 ‘날개가 없다’라는 수식어의 공존은 모순에 가까웠다. ‘뜨거운 얼음’, ‘기쁜 슬픔’ 따위와 같은 의미였다. 호세는 상상의 실현을 마주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큰일입니다.”


차오가 입을 열었다. 호세는 정신을 차리고 대장과 차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력을 다 소진할 때까지 원거리 마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다시 내려올 텐데.”

“마법진은 그 자체로 약점이 된다. 마법 전투를 벌일 때 서로의 마법진을 노리는 게 일반적인 방법일 정도로 말이야. 게다가 녀석은 이동할 수 있는 축이 하나 더 생긴 셈이야. 위 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으니까.”

“저번처럼 우리도 바람을 일으켜서 공중에 떠 있으면 안 될까요?”


호세가 고아원에서 데이지를 안고 뛰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나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결국 마법진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비행은 단순히 바람을 이용하는 게 아니야. 시시각각 변하는 균형을 맞추려면, 새로운 마법을 계속해서 써야 한다. 도구에 마법진을 그려도, 계속해서 마법진을 새로 그려야 하는데, 금세 추락하고 말겠지.”


군단장은 이제 양손을 들고 마력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먹구름처럼 그를 향해 모였다. 대장도 마법진을 계속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호세, 놈이 쓰는 마법의 방향을 잘 주시해라. 우린 이제 마법을 막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어.”


군단장의 등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불꽃들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배신자들의 말로다.”


군단장의 말이 끝나자 빠른 속도로 불꽃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호세는 방패로 불꽃을 막았고, 대장도 마법진을 그려 방어막을 두르기 시작했다. 호세가 막지 못한 불꽃을 차오가 막고, 나머지는 대장이 막아내는 식이었다. 그러나 군단장은 교묘하게 시간의 차이를 두어 방어막이 사라질 때를 노려 불꽃을 날렸다.


콰앙-!


대장이 서 있는 바닥에 불꽃이 떨어졌다. 충격에 휘청인 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지팡이로 마법진을 이어나갔다. 호세가 재빨리 다음 불꽃을 막아냈지만, 군단장의 뒤에서 불꽃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마족의 마력보다 내 체력이 먼저 떨어지겠어!’


호세가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차오와 대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법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땅 곳곳에 그을린 자국이 생겼다. 호세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이를 악물었다.


“내 마력의 한계를 궁리하고 있나? 너희들의 작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좋을 것이다!”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군단장이 수 십개의 불꽃을 한번에 쏟아냈다. 불꽃놀이를 할 때처럼 큰 폭발음이 호세의 귓가를 때렸다. 방패로 막아내도 충격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대장이 얼음을 만들어 열기를 식혔다. 바닥은 이미 마법진으로 어지럽게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젠장.”


푸른 눈매를 가로지르며 땀방울이 떨어졌다. 대장의 머릿속은 군단장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불리했다. 대장은 천천히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써야 하나.”


호세는 대장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불꽃을 쳐내고 있었다. 불꽃이 옷에 옮겨붙었다. 손으로 털어내도 꺼지지 않는 불꽃. 고아원의 그것과 같은 마법이었다.


‘네드!’


호세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생각이 스쳤다. 대장을 바라보자, 기이한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차오가 다급하게 외쳤다.


“대장, 안 됩니다!”


그러자 군단장이 낌새를 눈치채고 불꽃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태양과도 같은 거대한 불의 덩어리가 군단장의 머리 위에 뭉쳐졌다. 대장이 말한 대규모 폭발 마법이 분명했다.


대장의 주위에 얼음이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바닥에서 시작된 차가운 기운이 대장을 감싸고 있었다. 거대한 마법을 시전하는 중인 것처럼 보였다. 군단장은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하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군.”


차가운 기운이 모이는 대장의 옆에서 재빨리 멀어진 호세에게, 군단장의 거대한 불꽃이 날아갔다. 대장은 혀를 차며 마법을 해제하고 호세에게 달려가 방어막을 씌웠다. 호세의 방패에 부딪힌 불꽃은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땅이 움푹 패일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방어막이 무너지고, 호세의 방패의 마력석이 전부 소진되었다. 호세는 가지고 있던 마력석을 교체했다. 데이지가 교체하라며 쥐어주었던, 마력석이었다.


“대장,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후퇴하십시오. 적을 놓치는 것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가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군단장이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기회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너희는 이미 그 기회를 썼다는 걸 알지 못하나?”


이번엔 거대한 불꽃이 세 개나 만들어졌다. 군단장도 조금 버거운지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리고 대장이 마법진을 그릴 새도 없이 빠르게 날렸다. 세 개의 태양이 가까워졌다.


열기가 가까워지자 호세의 마음속에 뜨거운 공포가 찾아왔다. 고아원에서 홀로 화장실 욕조에 앉아있던 데이지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차가운 물속에 덩그러니 쪼그려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데이지의 말이 떠올렸다.


‘네가 막기 버거운 강한 공격이 있을 때 사용하게 될 거야.’


방패와 꼬리의 두 번째 단추.


‘제발 자폭은 아니길!’


호세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꼬리를 펼치고 방패와 꼬리의 단추를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꼬리가 가볍게 떨리며 세 갈래로 갈라졌다. 날카롭게 나뉜 끝 부분이 땅을 찍어눌렀다. 나무가 뿌리내리듯이.


방패는 푸르게 빛나며 넓게 퍼졌다. 순간적으로 늘어난 방패는 하늘을 덮을 기세로 움직였다. 방패와 불꽃이 닿자, 충격이 넓게 퍼지는 방패의 끝을 따라갔다. 엄청난 진동을 느끼며 방패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호세의 발이 작게 떠올랐다. 호세는 작게 비명을 질렀지만, 대장의 푸른 눈은 예리하게 빛났다.


불꽃이 사라지자, 방패는 급격히 줄어들고 마력석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단 한 번 사용했는데도 3등급 마력석을 모두 소진해버린 것이다. 호세는 사색이 되어 마력석을 교체했다. 평생 쓸 마력석을 한 번에 사용한 느낌이었다.


“놀랍군. 놀라워. 다시 보여주면 좋겠군.”


군단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불꽃이 또 다시 만들어졌다. 이미 바닥은 충격으로 뒤집어져 대장의 마법진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호세는 다급하게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 좋은 생각이 있어요!”

“말해라.”


호세가 더듬거리며 말한 생각에, 대장의 입에서 큭큭대는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다. 호세의 말이 끝나자, 대장의 눈빛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실험한다.”


아무래도 대장이 만족한 방법인 것 같았다. 호세는 약간 불안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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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6.30 21:48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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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4-21. 질문과 답 (3) 19.08.26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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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4-17. 진리를 향한 걸음 (2) 19.08.20 59 1 12쪽
146 4-16. 진리를 향한 걸음 (1) 19.08.19 69 1 12쪽
145 4-15. 돌아오다 (3) 19.08.12 61 1 12쪽
144 4-14. 돌아오다 (2) 19.08.09 53 1 12쪽
143 4-13. 돌아오다 (1) 19.08.08 59 1 12쪽
142 4-12. 진실 (2) 19.08.07 56 1 12쪽
141 4-11. 진실 (1) 19.08.06 60 1 12쪽
140 4-10. 소동과 음모 (3) 19.08.05 59 2 12쪽
139 4-9. 소동과 음모 (2) 19.08.02 60 3 12쪽
138 4-8. 소동과 음모 (1) 19.08.01 74 3 12쪽
137 4-7. 귀환 (3) +2 19.07.31 77 3 12쪽
136 4-6. 귀환 (2) 19.07.30 74 3 12쪽
135 4-5. 귀환 (1) 19.07.29 7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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