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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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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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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칸 투레 (6)

DUMMY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루디간은 목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개를 더 건네받았다.


“목검을 두 개나?”


호세가 놀라 중얼거리자, 코하투가 대답했다.


“루디간님은 이도(二刀)를 사용하십니다. 마족섬멸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칼룸’들은 각자 특기라 할만한 무기가 있으셨죠. 물론 많은 분이 돌아가셨지만.”


안타까운 듯이 말하는 코하투에게 호세가 다시 물었다.


“검을 두 개나 사용하면 방어는 어떻게 해?”

“검으로하는 겁니다. 방패만큼 효율적이지 않겠지만요.”


호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 물론 검으로도 방어를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방패를 포기하면서 까지 양 손 모두에 들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코하투는 호세의 표정을 보고 말을 꺼냈다.


“루디간 님은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대단한 능력이 있으십니다. 무예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죠.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공격으로 흐름을 끊어 놓는 겁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라는 말처럼요.”


호세는 문득 루디간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수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진의 흐름을 파악해 마력을 차단하는 호세처럼, 루디간은 전투의 맥을 끊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엔 많은 전투가 있고, 전사가 있으며, 그들이 각각 생각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었다. 말로 설명하는 건 쉽지만, 몸으로 체득하는 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노력과 재능이 있어야 했다.


호세가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물고 있을 무렵, 심판이 경기를 시작하는 말을 외쳤다. 타레우는 가볍게 루디간의 주위를 돌며 기색을 살폈다. 루디간은 양 손에 목검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분명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목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좌중 모두를 압도하는 기백이 넘실거리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호세는 침을 삼켰다.


타레우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더니, 번개처럼 검을 휘둘러 루디간의 허리를 노렸다. 그러나 루디간은 두 목검을 교차시켜 타레우의 검을 받았다.


“제법이군, 타레우. 이제 칼룸의 자리를 넘겨 줄 때도 되었나.”


루디간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막았던 검 하나를 빠르게 횡으로 그었다. 타레우의 방패에 검이 맞았다. 반동으로 루디간과 타레우가 조금 밀려났다.


“그런 말을 하시기엔 너무 한결같으신 것 아닙니까.”


타레우가 씁쓸하게 말했다. 루디간은 대답하지 않고 이번엔 먼저 빠르게 다가가 검을 밑에서 위로 올려쳤다. 타레우가 뒤로 물러나 피하자, 나머지 하나의 검이 정수리를 향해 날아왔다. 호세는 루디간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차오가 굳건한 산 같았다면, 루디간은 폭풍이었다.


“나도 대충 끝내고 싶네만, 오늘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있어서 말이야.”


루디간이 호세를 힐끗 쳐다보았다. 호세는 손에 힘이 꾹 들어갔다. 손가락 사이로 땀이 조금 새어나왔다. 타레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인간 때문입니까?”

“이것 참, 티가 너무 났는가?”

“붉은 용족이 인간을 투하쿰으로 들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것도 루디간 님과 함께 훈련하셨다고요.”


루디간이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타레우에게 다가왔다. 타레우는 방패를 몸에 바짝 붙이고 검을 늘어뜨렸다. 공격의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그렇네. 저기 있는 호세 님은 내가 직접 인정한 전사지.”


타레우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타레우는 방패를 몸에서 떼고 루디간의 가슴을 향해 검을 빠르게 찔러넣었다. 루디간은 검으로 바닥을 지탱하며 미끄러지듯이 날아오는 목검을 피했다.


“루디간 님, 용족은 오롯이 용족의 힘으로 날개를 되찾아야 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처음보다 상기된 표정의 타레우가 말했다. 그러자 루디간이 혀를 찼다.


“끌끌, 자네도 클라에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만. 칼룸의 자리를 넘기겠다는 말은 철회일세.”


타레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이 잘못되었습니까? 붉은 일족은 크나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붉은 칸이 왕궁에 들락거릴 때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아예 일족을 팔아 넘길 생각이더군요!”

“팔아 넘겨?”


루디간이 조용히 대답했다.


“인간과 협상하고, 타협하고, 손을 벌리고! 그것이 타협이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칸 차오는 이제까지 용족 쌓아온 고결함을 더럽히고 있는 겁니다.”


루디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양 손을 모두 내리고 가만히 서서 타레우를 응시했다.


“그러니 용족의 힘으로 날개를 되찾지 못한다는 거야. 우리 안에서도 갈라서는데, 어찌 힘을 합칠 수 있겠나?”

“궤변입니다! 애초에 용족들만 교류를 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틀렸네, 타레우. 붉은 용족의 선조들도 꾸준히 다른 종족과 교류를 해 왔어. 자네들의 선조들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계속 다투고 있는 게다.”


타레우는 입을 나물고 검을 치켜들었다. 강한 공격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타레우의 앞으로 조용히 루디간이 걸어갔다. 검을 들고 있는 타레우의 팔뚝에 핏줄이 꿈틀거렸다. 루디간은 타레우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곳에 멈췄다. 타레우가 한 걸음을 더 내밀려는 순간, 루디간이 입을 열었다.


“날개는, 어떤 이의 등에서도 돋을 수 있다.”


타레우가 루디간의 말에 멈칫하자, 루디간의 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먼저 첫 번째 목검이 타레우의 방패를 때렸고, 그 위로 하나의 목검이 더 포개어졌다. 강한 충격에서 비롯된 소리가 비무장을 울렸다.


“‘쐐기’!”


코하투가 비명처럼 소리질렀다. 호세는 의아한 표정으로 코하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코하투가 당황하며 설명했다.


“루디간 님의 강한 공격 기술이에요! 실제 전투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데···. 화가 단단히 나셨나 봅니다.”


곧 울리던 소리가 잠잠해지자, 타레우가 한참을 밀려나 손을 떨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방패가 십자(十字) 모양으로 쪼개져 떨어졌다. 관중석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루디간이 심판의 어깨를 툭 치고 붉은 용족의 관중석까지 걸어 오는데도, 나머지 군중들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그들이 루디간의 위용에 압도당한 까닭이었다. 호세도 덩달하 긴장하여 뻣뻣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루디간은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호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조용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호세, 날개는 어떤 이의 등에서도 돋는 법이란다.”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말하듯, 침착하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호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호세의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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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4-23. 유진 한 트란실바니아 (1) 19.08.28 38 1 12쪽
152 4-22. 질문과 답 (4) 19.08.27 42 1 12쪽
151 4-21. 질문과 답 (3) 19.08.26 41 1 12쪽
150 4-20. 질문과 답 (2) 19.08.23 43 1 12쪽
149 4-19. 질문과 답 (1) 19.08.22 59 1 12쪽
148 4-18. 진리를 향한 걸음 (3) 19.08.21 55 1 12쪽
147 4-17. 진리를 향한 걸음 (2) 19.08.20 59 1 12쪽
146 4-16. 진리를 향한 걸음 (1) 19.08.19 69 1 12쪽
145 4-15. 돌아오다 (3) 19.08.12 61 1 12쪽
144 4-14. 돌아오다 (2) 19.08.09 53 1 12쪽
143 4-13. 돌아오다 (1) 19.08.08 59 1 12쪽
142 4-12. 진실 (2) 19.08.07 56 1 12쪽
141 4-11. 진실 (1) 19.08.06 60 1 12쪽
140 4-10. 소동과 음모 (3) 19.08.05 59 2 12쪽
139 4-9. 소동과 음모 (2) 19.08.02 60 3 12쪽
138 4-8. 소동과 음모 (1) 19.08.01 74 3 12쪽
137 4-7. 귀환 (3) +2 19.07.31 77 3 12쪽
136 4-6. 귀환 (2) 19.07.30 74 3 12쪽
135 4-5. 귀환 (1) 19.07.29 78 3 12쪽
134 4-4. 네드 (4) +2 19.07.26 87 3 12쪽
133 4-3. 네드 (3) 19.07.25 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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