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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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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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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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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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마지막 싸움 (3)

DUMMY

호세는 세상이 하얗게 변해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검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 희미해졌다. 단지 머릿속에 남은 것은 팔목을 감싸고 있는 방패와, 천천히 날아가는 검은 물체였다.


검은 물체의 앞에 누가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저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마치 뜨거운 물건을 잡은 손이 반응하는 것처럼, 의식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릿속은 계산으로 복잡했다. 방향, 속도, 바람, 힘, 무게,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까지. 호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누군가 계속 속삭이는 것 같았다. 실수하면 안 돼, 실수하면 안 돼. 이마가 뜨거워지고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러나 몸은 멈추지 않았다. 팔과 손이 움직였다. 오른팔을 감고 있는 방패를 어느새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휘둘러 방패를 날렸다. 팔을 감싸고 있던 묵직한 느낌이 천천히 사라졌다.



방패가 호세의 몸을 떠나가자 그제야 시간이 평소처럼 흘렀고, 호세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엎어졌다. 방패는 날아가며 살짝 휘었고, 군단장의 마법이 대장의 코앞으로 다가간 순간 호세의 방패가 아슬아슬하게 마법을 막았다.


“던, 던져서 막았다고?”


패트릭이 아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의 표정에서 놀라움이 비쳤다. 군단장을 포함해서.


“의도한 것이라면 정말 미친 녀석이군.”


군단장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대장은 눈이 풀린 와중에도 씨익 웃었다. 마치 자신이 했던 말을 증명한 것이 뿌듯하기라도 하듯이. 호세가 공격을 막은 틈을 타 구원 기사단원들은 창이나 칼 따위를 던져 군단장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러나 곧 던질 무기가 동났다. 군단장은 귀찮은 듯 마법을 쓰며 단원들을 구석으로 몰았다. 전장 가운데 있는 사람은 호세와 대장 뿐이었다.


군단장은 말 없이 다시 검은 창을 만들어 대장에게로 던졌다. 호세는 이를 악물고 뛰어 대장의 앞에 섰다.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비켜라, 애송이.”


대장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호세는 고개를 저으며 나직히 입을 열었다.


“꼭 막아주세요. 대장.”


호세는 어느새 주워온 방패를 대장의 앞에다 꽂아 최대한 넓게 전개시키며 그 앞으로 가서 섰다. 방패 뒤로 가서 막기엔, 한 번의 공격을 버틸 힘조차 없었다. 자신은 짐이 될 게 뻔했다. 구원 기사단이 빠르게 방패 뒤로 움직여 대장을 옮겼다. 패트릭이 크게 호세의 이름을 불렀다.


“호세!”


그리고 호세의 가슴에 군단장의 마법이 직격했다. 호세는 숨도 쉬지 못할 만큼의 충격을 받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기운이 가슴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졌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온 몸을 쿵쿵대며 울렸다. 호세는 문득 고통이라는 것을 이렇게 느낀 적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항상 막거나 피하는 일을 했으니. 신기한 아픔이었다.


‘이게 다 실험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장 때문이야.’


호세는 작게 웃었다. 눈 앞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전장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구원 기사단원들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군단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그를 제지할 수단이 없었다. 패트릭은 자신이 원망스러운 듯 이를 악물고 땅을 걷어찼다. 호세를 구하러 갈 수도 없는 자신이 비참했다. 자신의 뒤에선 애꿏은 지원 부서들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소녀도 있었다. 어떻게든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군단장은 여전히 공중을 날면서 물러나는 사람들을 천천히 쫒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성을 함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군단장과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땅으로 착지한 ‘무엇’의 정체는, 용족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용족. 후방으로 빠져 있던 시르카와 푸란은 그것을 보며 눈이 동그래졌다.


“넌 뭐냐?”


군단장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물었다. 흰 용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군단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마법을 쏘았다. 흰 용족을 향해 불덩어리가 빠르게 날아갔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으로 쳐냈다.


“마법을 쳐냈다고?”


호세의 움직임에 이어 또 한번 경악한 사람들은 웅성댔다. 처음 보든 흰 용족에, 그의 무예가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호세는 흐릿한 시야에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대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흰 용족은 군단장을 응시하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어 호세를 들쳐맸다. 마법을 날리는 군단장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방패 뒤로 호세를 던졌다. 패트릭이 얼른 다가와 호세를 받았다.


군단장이 씩씩대며 검은 창을 던졌다. 흰 용족을 향해 마법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러나 흰 용족은 가만히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법이 흰 용족의 앞에 날아와 꽂히기 직전,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검은 기운이 되어 흩어졌다. 군단장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잠시 침묵했다.


“도대체···.”


패트릭은 이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존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패트릭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흰 용족은 군단장의 밑에 서더니, ‘날개’를 펼쳤다. 뒤에서 숨어있던 모든 용족들은 헛숨을 삼켰다.


“날···, 날개?”


푸란이 말을 더듬었다. 시르카는 부르르 떨리는 손을 꾹 누르고 눈을 부릅떴다. 모든 용족은 충격에 빠져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흰 용족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군단장이 이를 악물고 마법을 난사했지만, 모든 마법이 흰 용족에게 닫기도 전에 산산이 흩어졌다. 군단장의 표정에서 공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이 괴물!”


군단장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공중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늘로 도망칠 심산이었다. 흰 용족은 그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양 손을 공중으로 뻗었다. 마치 군단장의 마법처럼 흰 용족의 손으로 기운이 뭉쳐졌다. 그러나 군단장과 달리 그의 기운은 빛처럼 눈부셨다.


곧 기운은 검처럼 긴 모양이 되었고, 흰 용족은 이동하지도 않고 흰 기운을 머리 뒤로 들어올렸다가, 거세게 내리쳤다. 기운은 하늘을 가를 기세로 길어지며 뻗어나갔고, 군단장의 등 뒤로 번쩍이며 지나갔다. 군단장의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곧 빛이 지나간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빛이 지나간 지점의 위로 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군단장이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이 안 쪽에서부터 하얀 가루가 되며 소멸되었다. 그는 마치 햇살에 비치면 보이는 먼지처럼 새하얗게 무너졌다. 얼핏 보면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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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8.0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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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4-17. 진리를 향한 걸음 (2) 19.08.20 59 1 12쪽
146 4-16. 진리를 향한 걸음 (1) 19.08.19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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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4-14. 돌아오다 (2) 19.08.09 53 1 12쪽
143 4-13. 돌아오다 (1) 19.08.08 59 1 12쪽
142 4-12. 진실 (2) 19.08.07 56 1 12쪽
141 4-11. 진실 (1) 19.08.06 60 1 12쪽
140 4-10. 소동과 음모 (3) 19.08.05 59 2 12쪽
139 4-9. 소동과 음모 (2) 19.08.02 60 3 12쪽
138 4-8. 소동과 음모 (1) 19.08.01 74 3 12쪽
137 4-7. 귀환 (3) +2 19.07.31 77 3 12쪽
136 4-6. 귀환 (2) 19.07.30 74 3 12쪽
135 4-5. 귀환 (1) 19.07.29 78 3 12쪽
134 4-4. 네드 (4) +2 19.07.26 87 3 12쪽
133 4-3. 네드 (3) 19.07.25 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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