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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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
작품등록일 :
2018.04.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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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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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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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제논은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루시아가 있던 긴 골목길에 돌아왔지만 살아 숨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보 같군.···”


살짝 화가 났다. 지금까지 루시아를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제논을 완전히 잊은 듯 했다. 마음속에선 아르시온이 루시아에 대해 물었다.


루시아와의 만남은 아르시온과 만나기전이었기 때문에 시야를 공유해도 기억은 공유하지 못하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가끔 꿈에서 아르시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길지 않았기에 잊어버렸다.


제논은 하염없이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저쪽으로가!!”

“난 이쪽으로 가지!”


왠지 소란스러웠다. 제논은 미간을 좁히며 어두운 골목길에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조금 전 있었던 루시아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젠장! 어디로 도망친거야. 계집년···”

“어서 잡아야되. 유오니클님의 분노를 우리가 받는 날엔···”


제논은 덩치 큰 사내 여럿이 모여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오니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어차피 제논은 인간의 땅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옛날 사람들 외에는 최근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아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때 그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사내들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년··· 뷰린이라고 했지? 건물 밖으로 도망치는 걸 잠시 봤었는데 몸매는 죽이더라고.”


“나도 봤어. 수건 한 장만 걸쳤던데··· 어서 잡고 싶군.··· 크크크.”


‘뷰린!!’


“저기 있다! 모두 모여!!”

“오오!!”


사내들은 무엇인가 발견했는지 우르르 따라갔다. 제논은 어둠속에서 골목길의 그늘진 곳으로 이동하며 높은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높은 건물 위에서 주변을 살피더니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좁은 골목길에 한 여인이 중간에 있고 양쪽으로 덩치 큰 사내들 20명 정도가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논은 오른손 중지에 있는 적야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받은 것도 있으니. 모른척할 수는 없겠지.”


아름다운 밤하늘을 뒤로 한 채 그는 천천히 건물들을 뛰어내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그녀의 뒤로 뛰었다.


“제논!!!!!!”

“아아··· 난 한 번 밖에 못쓰는데 벌써 쓰다니. 앞으로도 위험이 예상되는 여자구만?”


제논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뷰린은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제논에게 안겼다. 제논은 뷰린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공포심이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뷰린이 울먹거렸다.


“정말로··· 나타나주었구나···”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뷰린의 얼굴은 매우 귀여워보였다. 제논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때 갑자기 어릴 적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순간이 스쳐갔다.


‘그녀는··· 잊은 걸까···’


루시아가 눈물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은백색 머리칼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 순간 제논을 기억 못한 채 빈정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제논은 픽하고 쓴 웃음을 내뱉었다.


‘젠장··· 나 혼자 바보같이···’


뷰린의 키는 168cm정도였다. 그녀는 제논이 쓰다듬고 있는 머리를 뿌리치지 않고 더욱 바짝 안겼다. 제논은 수건 한 장만 걸친 그녀의 몸과 머리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까지 더해지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봐··· 뷰린···?”


“흑흑··· 무서웠어.···”


“···잠시만 눈 감고 있어. 귀도 막고. 20초만.”


제논은 그녀의 손을 잡아 귀를 막게 하고는 흑갈색 눈으로 주변을 쏘아봤다. 그 때 그의 눈에 험상궂게 생긴 사키가 들어왔다. 사키는 웬 남자의 등장에 조금 놀랐지만 제논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놈 족쳐!!”


뷰린은 눈감고 있는 20초간 번개가 치는 듯 한 굉음을 들었다. 그리고 눈감고 있는 그녀를 누군가가 번쩍 안아 들었다.


“아직 5초 남았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뷰린은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났지만 제논을 믿었다.


바람이 느껴졌다. 잠시 후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고 있는 귀 사이로 들린 속삭임이었다.


“자··· 눈떠.”


“···와아···”


뷰린이 눈을 뜨자 여전히 제논에게 안긴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알록달록의 샤인스톤이 빛나고 있는 경매의 도시 빈케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은 뷰린은 '이렇게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보았던 이 곳의 경치를 그녀는 점점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제논은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어때? 난 좋은 경치를 보면 속이 시원한데.”


뷰린은 얼굴을 붉히며 제논의 품속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약간 토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애··· 애인을 도와줄꺼면 빨리오지. 왜 이렇게 늦게···오는 거야!”


“애인이라··· 안 도와줄 걸 그랬나?”


“···내 몸··· 봤으니까··· 이제 네가 책임져!”


뷰린은 수건을 꽉쥐며 고개를 숙였다. 제논은 그녀가 귀여운지 그녀의 양 볼을 잡았다.


“난 이번에 미라클 아카데미 스카이시티 입학 테스트를 볼 거야. 앞으로는 못 보니깐 위험한 짓 그만해.”


제논은 뷰린의 고개를 들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뷰린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


쪽!


제논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난 이만 가볼게.”


“가··· 가지마!”


뷰린이 제논의 몸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몸에 걸치고 있던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하하···”


제논은 난감한 듯 웃으며 뷰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뷰린은 급히 수건을 주워들며 읊조렸다.


“책···임···져···”


“난 바빠서 이만···”


제논은 목에 있던 스카프를 벗어 그녀의 목에 해주고 검은색 재킷을 등에 걸쳐주었다. 그리고는 흰색털모자를 씌워주며 눈을 가렸다.


뷰린은 당황하며 한 손으로 털모자를 벗으려 했지만 그 때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딱!


“아앗!”


눈을 가린 털모자를 들어 올린 순간 제논은 사라져있었다. 뷰린은 몽롱한 눈빛으로 밤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라클 아카데미··· 제논 바보···”


*


“레나페. 루시아님을 항상 보호해라. 최우선이다. 알겠나?”

“예.”


드디어 5월 15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한 아크 후작은 레나에게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레나는 자신의 가장 편한 전투복장인 몸매가 들어나는 긴팔의 얇은 검은색 면티에 바지는 흑청색 핫팬츠였는데 충분히 노출이 있는 바지였다.


신발과 장갑은 역시 간브레스를 착용했고, 붉은 머리칼은 어깨 살짝 아래까지 내려왔다. 그녀는 몬스터 부대를 아크 후작에게 맡기고, 1층에서 루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루시아가 내려왔다.


“늦어서 미안해요!”


루시아는 은백색의 웨이브진 머리칼을 길게 내리고, 흰색 바탕에 푸른색 줄무늬가 있는 티를 입었으며 붉은 체크무늬가 들어간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페러릭이 자연스럽게 잡혀있었다.


“루··· 루시아님!! 어떻게 그런 치마를 입고!!”


아크 후작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의 365일 같은 제복과 갑옷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찌릿!


아크 후작은 레나를 쏘아봤다. 분명 레나가 직접 이곳에 오는 동안 옷을 사서 맞추어 줬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레나는 황홀한 듯 루시아를 보다가 아크 후작의 시선에 움찔하며 딴청을 피웠다.


“레나페···”


“호호호··· 좋은 것이 좋은 게 아닐까요···?”


레나는 곧장 밖으로 도망쳤다. 아크 후작은 한 숨을 쉬면서 루시아에게 말했다.


“루시아님··· 그렇게 입고 가도 되겠습니까··· 습격받을까 두렵군요···”


확실히 루시아 정도의 외모에 노출까지 겸하면 아무리 치안 좋은 디로인 제국에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루시아는 즐거운 듯 빙글 돌고는 말했다.


“역시 앞으로 평생 드레스는 안 입을까봐요. 헤헤···”


“···가시죠.”


그들이 빌렸던 여관 밖을 나가자 입구에는 이미 흑색 마차가 대기 중이었다. 레나는 루시아와 같이 검은 마차 안으로 올랐고, 아크 후작과 흑룡부대 기사 두 명이 호위하며 검은 마차는 출발했다.


몬스터 부대는 아크 후작이 다시 올 때까지 대기하도록 정해져서 아마도 쉬고 있을 것이다.


레나는 마차 안에서 루시아에게 물었다.


“루시아 언니. 정말로 기억나지 않으신가요? 저와 보냈던 뜨거웠던 하룻밤을···”


“응··· 그냥 잤다는 것만 기억나는데 내 몸에 뭔가를 하진 않았겠지···? 레나?”


“물론이죠!··· 호호···”


레나는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 날 루시아가 광기에 사로잡혀 폭주했던 사실은 레나만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을 만약 아크 후작이 알게 된다면 확실하게 그녀는 사망확정이었다.


다행히 다시 원래상태로 돌아온 루시아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기억했다면 아마도 아주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일순간에 덩치 큰 사내들이 소멸되어 버린 그 순간은 정말 레나 역시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루시아와 레나는 흑색 마차가 멈출 때까지 화제를 바꿔 어떤 입학 테스트방식을 취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결론은 ‘부딪쳐보면 알겠지.‘라는 것이었다.


“내리시죠.”


아크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시아와 레나는 마차의 문을 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네!”


따뜻한 햇살이 마차 문밖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곳으로 그녀들은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재밌어요와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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