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며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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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8.04.10 11:30
최근연재일 :
2018.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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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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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 사랑에 빠지다

cc커플로 결혼을 앞두었던 영빈과 하은의 사랑이야기. 하은의 불의의 사고로 영빈은 남은 일생을 홀로 살아간다.




DUMMY

성탄절 다음 날에 늦게 까지 잠을 잔 하은이를 예슬이가 흔들어 깨웠다.

“ 언니. 일어나 아빠가 찾으셔.”

“ 왜?”

“ 어제 낯선 남학생이 장미꽃 들고 온 거 교회에서 보셨나봐.”

“ 장미 어디다 뒀냐?”

“ 응. 거실 탁자 위에 있던데?”

“ ... 세수하고 갈게.”

하은이가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부모님 앞에 앉았다. 주인을 기다리는 모과차 향이 은은했다.

“ 하은아. 장미를 안겨준 남학생은 누구냐?”

“ 우리학교 사회학과 다니는 임영빈이예요.”

“ 나이도 있어 보이고 부모님은 뭐하는데?”

“ 아버지는 의사이고 엄마는 약사라고 했어요. 전주에서...”

“ 군대도 다녀왔겠구나?”

“ 복학생이고 시낭송회에 오고 나서... 개척교회까지 찾아오고.”

“ 와. 언니한테 완전 빠졌나보네.”

예슬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언니를 바라보았다.

“ 종교는 뭐라더냐?”

“ 무교라 하고... 저랑 같이 교회에 다닌다고 등록했어요.”

“ 그래? 일단 한번 만나보고 나서 생각해 보자.”

“ 저 그럼 들어갈게요.”

“ 알았다.”

하은이는 장미를 안아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슬이도 얼른 뒤따라갔다. 그 모습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분 좋은 얼굴로 웃었다.

장미는 말리기로 하고 침대 머리맡에 거꾸로 매달아놓았다. 침대 위에서 뒹굴던 예슬이가 말했다.

“ 언니야. 그런데 우리교회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 부안에 있는 교회에 다 전화했다더라.”

“ 그래? 정말 언니를 무지 좋아하나보다.”

“ ...”

“ 어제 늦게 전주로 갔어?”

“ 응. 택시타고 갔어. 버스도 없잖아.”

“ 맞다. 부잣집 아들이라 다르다.”

“ ...”

하은이 하품에 슬그머니 예슬이는 방을 나갔고 침대에 누워 어제 찾아 온 영빈이를 생각했다.

장미를 들고 교회에 들어 온 그를 무대 위에서 바라보았다. 영빈이가 환하게 웃으며 한손을 들었던 어제 밤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하은이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학이라도 성탄절이 있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극연습에 낭송하는 걸 도와줘야했기 때문에 피곤했다.


“ 언니. 정말 오래 잔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승미 언니 왔어.”

“ 그래. 들어오지 뭐 해.”

“ 거실에서 아빠랑 이야기하거든.”

“ 알았어. 나간다.”

그녀가 일어나 머리를 만지며 거울을 보았는데 너무 많이 자 얼굴도 부어있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던 승미가 밝게 웃어주었다. 하은이는 곁에 앉으며 말했다.

“ 무슨 일 있냐? 일찍 왔네?”

“ 아니. 뭐. 그동안 우리끼리 이야기를 못해서. 방학하고 아이들하고 연극이다. 낭송이다.”

“ 맞다. 우리들의 시간은 없었다.”

“ 나 아침도 먹지 못했는데?”

“ 나가보면 알아.”

“ 알았다. 옷 갈아입고 나올게.”

하은이가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코트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왔다.

“ 다녀오겠습니다.”

“ 그래.”

“ 언니. 잘 갔다와.”

“ 알았어.”

하은이는 승미와 손을 맞잡고 골목길을 걸어 나왔다. 골목길 끝에 성균이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 성균씨네?”

“ 응. 같이 가자고.”

“ 어딜?”

“ 채석강.”

“ 너 데이트에 내가 거길 왜가?”

“ 그래도... 같이 가자.”

“ 싫다. 내가 그런 눈치도 없냐?”

하은이가 승미를 보며 말하고 성균이와 마주치자 인사를 했다.

“ 성균씨 승미랑 채석강 보고와요. 너무 좋겠다.”

“ 하은씨도 같이 가시죠?”

“ 아니예요. 전 요즘 잠이 모자라서 잠 좀 보충해야겠어요.”

“ 성균씨. 우리끼리 가요. 깊은 바다 우리 둘만 보고와요.”

“ 잘 다녀와. 나 집에 간다.”

하은이가 되돌아서 집으로 걸음을 옮기자 승미가 말했다.

“ 채석강 바다보고 너 잘 있다고 안부 전할게.”

“ 고마워.”

하은이는 다시 돌아 와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채석강으로 가는 성균과 승미는 버스에 두 사람만 앉아 변산반도를 돌아 파도가 줄지어 오는 바다를 보았다. 하늘이 청명하여 바다는 정말 맑은 하늘빛이었다.

격포에 내려서 채석강으로 걸어가면서 승미는 성균이 내민 손을 꼭 잡았다. 정말 책을 켜켜이 놓은것처럼 보였다.

그곳을 걷다가 동굴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가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다 위로 눈이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 성균씨 아름다워요."

" 승미 너처럼."

성균이가 그녀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입맞춤을 했다. 승미도 그의 목을 두 손으로 안으며 오랜동안 황홀한 입맞춤을 했다.

두 사람은 채석강을 돌아 오른 편 모래 위로 나왔다. 긴 모래사장을 걸으며 승미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예슬이는 아직도 잠에 빠진 언니를 흔들어 깨웠다.

“ 언니. 언니. 저녁밥은 먹어야지. 배고프지도 않나봐.”

그제야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오후 여섯시였다. 하은이가 벌떡 일어났다.

“ 잠에 취했나봐. 나 배고프다.”

“ 빨리 나와. 엄마가 김치찌개하셨어.”

“ 맛있겠다.”

하은이는 얼른 일어나 잠옷을 벗고 바지와 티를 입고 나갔다. 모두 들러앉자 아버지의 식사기도가 끝나고 하루 종일 굶은 하은이가 맛있게 먹자 어머니가 빙그레 웃었다.

“ 우리 집 장녀께서 배고팠구나?”

“ 엄마 진짜 맛있네요.”

“ 집 밥이라... 방학해서 집에 왔어도 제대로 먹질 못해서... 많이 먹어라.”

“ 예.”

그렇게 가족들과 단란한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담근 유자차를 마시며 졸업 후 하은이의 진로에 대하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하은이가 주저하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 대학원에 가면 안 될까요? 학비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 ...”

“ 그렇게 할 수 있겠냐?”

“ 제가 생각했는데 국어교사도 좋지만 우선 더 공부하고 싶어요.”

“ 당신 생각은 어떻소?”

“ 나는 신랑감 있으면 결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아직 뚜렷한 사람 없어요.”

“ 언니, 장미꽃 들고 온 사람 있잖아?”

중간에 예슬이가 언니의 말을 막았다.

“ 잘 몰라서 그래.”

“ 그럼 사귀면서 알아보면 되겠네. 전주에서 의사집안이라며?”

“ 그 사람을 봐야지. 집안 가지고 이야기 하지 마.”

“ 알았어. 언니.”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 일 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그만 하자.”

“ 예. 주무세요.”

하은이가 인사를 하고 일어서자 예슬이도 인사를 하고 둘은 방으로 들어 왔다.

“ 언니, 언제 데이트하기로 했어?”

“ 일 월 둘째 주 목요일에 오기로 했어.”

“ 그럼. 이 주 남았구나. 나도 보고 싶다.”

“ 그 날 같이 올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하은이가 책을 보려 책상 앞에 앉자 예슬이가 티 비를 본다고 나가며 말했다.

“ 년 말이어서 누가 가수왕 되나 봐야지?”

“ 보나마나 조용필이다.”

“ 언니도 조용필 아나? 시만 쓰는 줄 알았는데...”

“ 가요가사도 아무나 쓰는 건 아니다 너.”

“ 알았네요. 시인님.”

하은이가 시작노트를 꺼내놓고 생각에 잠기자 머릿속은 마치 필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만추의 교정에서 처음 본 임영빈 그가 보였다.

수요예배 때 찾아 온 그 사람. 그리고 어제 밤 장미꽃을 들고 교회로 찾아 온 그 사람 임영빈이 클로즈 업 되어 나타났다.




겨울 눈보라 치는 채석강가에서 하은을 그리워하며 무릎을 꿇는 영빈의 등위로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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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부 채석강, 노을은 붉다 +2 18.06.15 127 0 7쪽
49 49 부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 18.06.14 309 0 7쪽
48 48 전주, 교환교수로 오다 18.06.13 107 0 7쪽
47 47부 그리운 아버지 18.06.12 110 0 7쪽
46 46 부 도빈, 도예전 열다 18.06.11 126 0 7쪽
45 45 대학교수 되다 18.06.07 132 0 7쪽
44 44 부 영빈 박사학위 받다 18.06.07 234 0 7쪽
43 43 부 강휘, 신혼여행 18.06.06 120 0 7쪽
42 42부 쪽빛 바다, 눈부시다 18.06.05 116 0 7쪽
41 41부 별빛, 아득한 그리움 18.06.04 136 0 7쪽
40 40 부 은혜, 꿈꾸다 18.06.01 104 0 7쪽
39 39 부 샹제리제, 그 화려함 18.05.31 135 0 7쪽
38 38 부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18.05.30 127 0 7쪽
37 37부 액자, 돌려 주다 18.05.29 115 0 7쪽
36 36 부 강휘, 돌아가다 18.05.28 117 0 7쪽
35 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18.05.25 117 0 7쪽
34 34부 앵발리드를 보다 18.05.24 254 0 8쪽
33 33 부 여행을 즐기다 18.05.23 117 0 7쪽
32 32 부 강휘, 파리에 오다 18.05.22 108 0 7쪽
31 31 부 파리로 떠나다 18.05.21 118 0 7쪽
30 30 부 시화전, 그녀 시 낭송되다 18.05.18 106 0 7쪽
29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18.05.17 96 0 7쪽
28 28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2 ) 18.05.16 136 0 7쪽
27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18.05.15 98 0 7쪽
26 26 부 채석강, 하은 안아 주다 ( 2 ) 18.05.14 100 0 7쪽
25 25 부 채석강, 하은 안아주다 ( 1 ) 18.05.11 127 0 7쪽
24 24 부 유월, 덩굴장미 피어나다 ( 2 ) 18.05.10 118 0 7쪽
23 23 부 유월, 덩굴 장미 피어나다 ( 1 ) 18.05.09 137 0 7쪽
22 22 부 축제 끝나다 ( 2 ) 18.05.08 122 0 7쪽
21 21부 축제 끝나다 ( 1 ) 18.05.07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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