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며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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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8.04.10 11:30
최근연재일 :
2018.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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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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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부 액자, 돌려 주다

cc커플로 결혼을 앞두었던 영빈과 하은의 사랑이야기. 하은의 불의의 사고로 영빈은 남은 일생을 홀로 살아간다.




DUMMY

수많은 관광객들로 성당 안은 붐볐고 은혜가 작은 불꽃을 하나 밝히고 좋아했다.

그 주위를 걷다가 그들은 작은 포도밭을 만났다. 보르도 여행에서 만난 커다란 포도밭과는 대조적이었다.

파리 외곽에 하나 남겨 논 포도밭이라 했다. 그래도 파리 시내에서 포도밭을 만나다니 그들에겐 깜짝 쇼를 연출하는 것 같았다.

“ 영빈오빠. 보르도 포도밭 어땠어요?”

“ 여기와는 비교가 안 된다. 파리 시내보다 넓은 것 같았어.”

“ 와.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 프랑스에 살다보면 가게 될 거야.”

강희가 말하자 은혜가 웃어주었다. 그리고 성당 주위를 돌아다니다 아래로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탔다.

그들은 양옆으로 있는 옷감가게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로 갈 강휘가 가방을 싸야했다. 은혜를 바래다주고 그들은 집으로 들어왔다.

강휘가 가방을 정리하면서 영빈이 보지 않는 사이에 하은이 사진을 그의 옷가방에 넣었다. 그렇게 그의 가방을 정리를 끝났고 강휘가 어깨에 메는 가방 속에 영빈은 작은 자동차를 넣었다.


두 사람은 드골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강휘는 영빈을 안아주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돌아서서 영빈에게 손을 높이 들고 사라졌다.


강휘가 시골집에 내려가 아버지에게 파리 공항면세점에서 사온 술 한 병을 내놓으니 아버지가 너무 좋아했다. 어머니에게 숄을 보이니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 오메 이쁜 것. 영빈이가 사는 곳에서 산능갑다이.”

“ 그라지라이.”

“ 그란디 처녀는 생겼드냐?”

“ 나랑 같습디다.”

“ 하이고. 그놈도 에지간 헌 놈여.”

“ 지금까지 하은이 사진 걸어 놓았더랑께요이.”

“ 간지가 언제데 그런다냐이.”

“ 그래서 나가 가져왔구만이라. 부안 집에다 갔다 줄랍니다.”

“ 잘 생각 혔다. 갸도 새사람만나 장가도 가고 그래야 혀.“

“ 맞지라이. 좀 쉬고 부안 집 들렸다가 서울로 가야지라.”

“ 씻고 쉬거라. 후딱 밥해줄팅게.”

“ 예.”

어머니는 이층장에 숄을 잘 놓고 부엌으로 나갔다. 강휘는 마당에 있는 우물가로 가서 수도꼭지를 틀었다. 쏴하고 수돗물이 넘치고 제 세상 만난 듯 씻고 있었다.

어머니는 텃밭에서 상추랑 쑥갓들도 따다가 저녁상에 된장찌개와 함께 올렸다. 수저로 푹푹 먹으며 입이 찢어져라 상추쌈을 먹는 아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하이고 복 시럽게도 먹는 것 봐.”

“ 어머니 난 집 밥이 최고로 좋아.”

“ 그람.”

“ 다른 음식은 그냥 살기 위해 먹은 것여요이.”

“ 더 먹을랑가?”

“ 배부릅니다. 한숨 잘라요 어머니.”

강휘가 방에 들어가 작은 가방을 여니 거기에 영빈이가 넣어준 자동차가 있었다. 그 자동차를 손에 꽉 쥐었다.

어머니가 준 베개를 베고 금 새 잠이 들었다. 어머니가 삼베 이불을 덮어주면서 웃었다.

“ 이놈도 내년에 장가를 보내야 허는디...”

남원 집에 온 강휘는 실컷 단잠을 자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소리에 잠간 멈칫했다.

마당에 평상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강휘는 방안에서 듣고 있었다.

“ 강휘에게 사진이라도 보여주잔께요이.”

“ 눈치 봐서 보여줘야지. 오자마자 댓바람에 보인당가 임자도 참...”

“ 그라도 중학교 선상이라 괜찮것드만요이.”

“ 나도 그것은 좋은디 강휘가 제대로 직장을 잡을랑가 그것도 걱정이시.”

“ 대학보다 더 좋은디 나오는디 직장을 못 잡것소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가을엔 직장을 꼭 해결해야할 수 있어야한다. 강휘는 갑자기 마음에 뭔가 눌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며칠 후 강휘는 부안 집으로 갔다. 부안읍내 성황산 근처 교회 장로라는 것만 알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무작정 하은이 사진이든 액자를 들고 교회를 찾아갔다.

성황산 근처에 교회가 두 개 마주보고 서 있었다. 사택에 들어가 인사를 했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맞아주었고 강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에 손에 쥐어준 주소를 들고 강휘가 동중리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여자아이가 뛰어가자 젊은 엄마가 나오며 말했다.

“ 은율아. 그만 뛰어 넘어질라.”

여자아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 강휘가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젊은 엄마가 처음 보는 강휘를 바라보았다.

“ 여기 심장로님 댁 아십니까?”

“ 우리 아버진데 어디서 오셨어요?”

“ 파리친구에게 갔다가...”

“ 영빈오빠요?”

“ 맞습니다.”

“ 들어오세요. 부모님 두 분 다 계세요. 너 어서 와. 엄마 손잡자.”

그 아이도 손님이 온 것을 알고 순순히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강휘가 말했다.

“ 혹시 예슬이?”

“ 네. 저예요. 영빈오빤 잘 계신가요?”

“ ...”

“ 엄마. 영빈오빠 친구가 왔어요.”

“ 뭐라고?”

열린 문으로 어머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강휘의 손을 덥석 잡고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리고 강휘는 가방에서 액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예슬이도 딸의 손을 이끌며 들어왔고 강휘가 뜯는 액자를 모두 보았다. 거기에 하은이가 웃고 있었다.

“ 우리 하은이.”

하은이 어머니가 사진을 붙들고 그만 울음을 쏟아내었다. 아버지도 고개를 돌렸다. 예슬이가 어머니를 안고 같이 울자 딸도 앙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버지가 그 상황을 수습하려고 강휘에게 말했다.

“ 어떻게 된 일인가?”

“ 영빈이하고 한 달 동안 파리에서 같이 생활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사진이 걸려있어서...”

“ 아직도 저걸 어쩌나.”

“ 제가 영빈이보고 한국으로 가져간다 하고 가방을 정리할 때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려가고 있었다. 하은 가족들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 이 사진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잘했어요. 이제 영빈이도 우리 하은이 잊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지요.”

“ 죄송합니다.”

“ 한국을 떠나서도...”

“ ...”

“ ...”

“ 일어나겠습니다.”

강휘는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골목까지 따라 나온 어머니가 강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그는 동중리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성황산 위로 붉은 노을이 어둠에 그 자리 내어주고 있었다.


김제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만경평야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들판을 뒤로 하고 트렉터를 몰아 집으로 서둘러 가는 농부의 뒷모습이 정다웠다.




겨울 눈보라 치는 채석강가에서 하은을 그리워하며 무릎을 꿇는 영빈의 등위로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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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부 채석강, 노을은 붉다 +2 18.06.15 127 0 7쪽
49 49 부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 18.06.14 309 0 7쪽
48 48 전주, 교환교수로 오다 18.06.13 107 0 7쪽
47 47부 그리운 아버지 18.06.12 110 0 7쪽
46 46 부 도빈, 도예전 열다 18.06.11 126 0 7쪽
45 45 대학교수 되다 18.06.07 132 0 7쪽
44 44 부 영빈 박사학위 받다 18.06.07 234 0 7쪽
43 43 부 강휘, 신혼여행 18.06.06 120 0 7쪽
42 42부 쪽빛 바다, 눈부시다 18.06.05 116 0 7쪽
41 41부 별빛, 아득한 그리움 18.06.04 136 0 7쪽
40 40 부 은혜, 꿈꾸다 18.06.01 104 0 7쪽
39 39 부 샹제리제, 그 화려함 18.05.31 135 0 7쪽
38 38 부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18.05.30 127 0 7쪽
» 37부 액자, 돌려 주다 18.05.29 116 0 7쪽
36 36 부 강휘, 돌아가다 18.05.28 117 0 7쪽
35 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18.05.25 117 0 7쪽
34 34부 앵발리드를 보다 18.05.24 254 0 8쪽
33 33 부 여행을 즐기다 18.05.23 117 0 7쪽
32 32 부 강휘, 파리에 오다 18.05.22 108 0 7쪽
31 31 부 파리로 떠나다 18.05.21 118 0 7쪽
30 30 부 시화전, 그녀 시 낭송되다 18.05.18 106 0 7쪽
29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18.05.17 96 0 7쪽
28 28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2 ) 18.05.16 136 0 7쪽
27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18.05.15 98 0 7쪽
26 26 부 채석강, 하은 안아 주다 ( 2 ) 18.05.14 100 0 7쪽
25 25 부 채석강, 하은 안아주다 ( 1 ) 18.05.11 127 0 7쪽
24 24 부 유월, 덩굴장미 피어나다 ( 2 ) 18.05.10 118 0 7쪽
23 23 부 유월, 덩굴 장미 피어나다 ( 1 ) 18.05.09 137 0 7쪽
22 22 부 축제 끝나다 ( 2 ) 18.05.08 122 0 7쪽
21 21부 축제 끝나다 ( 1 ) 18.05.07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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