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플래닛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네블레인
그림/삽화
yencomic
작품등록일 :
2018.04.10 15:55
최근연재일 :
2018.08.06 18:08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39,737
추천수 :
279
글자수 :
335,415

작성
18.04.28 13:10
조회
583
추천
7
글자
8쪽

19화 - 노이드

DUMMY

19화


노이드



-좀비플래닛. 홍콩, ‘PEAK CENTER’ 150층.


연결통로는 좌우 창문이 다 깨져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세차게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가르며 뛴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린다. 혹시라도 무너진 곳이 있을까 바닥을 촘촘히 살핀다.


[인근에 거점이 있습니다.]


예고 없이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갈등과 싸워야 했다. 거점을 등록하면 좀비에게 얻어지는 포인트가 50퍼센트 추가된다. 내 뒤를 쫓아오는 좀비들의 수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이득이다. 서쪽 건물에 거점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고개를 흔들었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됐다. 방금까지도 세팅을 제대로 못 한 바람에 위험한 고비를 몇 번이고 넘겼다. 지금은 달려야 했다.


앞쪽에 보이는 서쪽 건물은 170층쯤에서 130층 정도까지 비스듬히 무너진 상태였다. 이 건물에서 좀비들을 추락사시킨다. 동쪽 건물에서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서쪽 건물 150층 중앙 정도에서 138층까지 완벽하게 허공인 구간이 있다. 그곳이 나의 종착지다.


좀비들이 잘 따라오는지를 확인하며 서쪽 건물로 진입한다. 동쪽 건물에서 보아둔 오른쪽 창가 복도로 달려간다. 순간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가 있다.

뒤쪽으로는 좀비들이 굉음을 내며 쫓아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 껄끄러운 무언가가 있다. 결국, 걸음을 멈췄다.

왼쪽 상가에 좀비가 숨어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적당히 뛰어서 피하면 될 것이다. 열 마리 이상 되는 수가 인적없이 숨어있기는 힘들다. 특히나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는. 바닥에서 기고 있는 좀비가 다리를 잡아챌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 상에서 좀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너질 만한 바닥도 아니다. 시선을 위로 돌려본다.

어두운 천장 구석에서 기괴한 그림자가 숨어있었다. 흠칫 놀랐지만 티 내지 않으려 했다.


변종이다.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타이밍이 매우 나쁘다.


녀석은 끈질기게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긴 마치 거미를 닮은 좀비이다. 크기는 2미터에 가깝다. 거꾸로 매달려서 날 조용히 응시하는 시선이 섬뜩하다. 확신한다. 저놈은 지능이 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퇴로는 당연히 막혀있다. 멍청한 좀비들과 다르게 이런 소란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빠르게 예상 가능한 움직임을 추측해본다. 두 발로 뛰기에 적합한 모양은 아니다. 네발로 기듯이 움직일 것이다. 도약하기 좋은 모양이기도 하다. 천장에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점액성 물질이 나오던지, 손과 발의 악력이 좋던지, 손발에 고정 가능한 돌기가 있던지. 어떤 경우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제 좀비들의 울림은 지척에 느껴진다. 시간이 없다. 빠르게 계산을 마친다. 앞으로 쏘듯이 달려나간다. 만약 엘그라드의 거미 괴수 ’쉘롭’이었다면 지금쯤 거미줄을 발사할 것이다. 통과. 손과 팔의 악력이 좋다면 팔의 근육을 상정했을 때 지금쯤 나에게 달려들겠지. 정답이다.

화살처럼 거미좀비가 나에게 날아든다. 눈을 부릅뜨며 놈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예상보다 빠르다. 하지만 회피는 가능하다. 뛰어서 따돌릴 수 있는가. 불가능. 내 속도로 맞서 싸울 수 있는가. 불가능.

근육을 경직시킨다. 어디로든 피해야 한다. 긴 팔다리 간격으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왼쪽 벽의 작은 돌기를 박차며 공중으로 피한다.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신체 구조상 저 좀비는 곤충류에 더 가까워 보인다. 첫 번째 방법은 바닥에 깔린 카펫을 이용해서 미끄러뜨리는 것이다. 즉 뒤집어 버리는 것이었다. 놈이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놈의 구조를 생각하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천장에 매달린 자세에서 나를 공격하려면 필연적으로 반 바퀴 회전을 해야 한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회피와 동시에 카펫을 이용해 저놈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됐다.

하지만 타이밍은 몰라도 내 근력으로 가능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저놈의 공격방식이 어떨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뒤집힌 직후 난 저놈의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뛰는 좀비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택한 것은 이쪽이었다. 이 방법도 도박인 것은 마찬가지다. 공중에서 공격을 받으면 피할 수 없다. 뛰어오른 나를 향한 공격, 즉, 위쪽을 향한 공격이 여의치 않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보통 중심이 낮은 벌레들은 등 위쪽이 약점이다. 게다가 이 거미의 등은 등껍질에 둘러싸여 있지도 않다.


퍼억


도박은 성공했다. 등 위쪽으로의 공격은 없었다. 놈의 등위로 내려선다.

온 힘을 다해 체중을 실어서 놈의 등에 칼을 꽂는다. 목이나 척추를 노리면 확실하겠지만 칼이 뼈를 부실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다. 갈비뼈가 없는 허리의 척주기립근을 노린다. 조금이라도 놈의 기동력을 가져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끼에에에에엑”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놈이 펄떡거리며 나를 떨쳐낸다. 이놈은 고통도 느낀다.

나는 복도 쪽으로 뛰기 좋게 두 발로 놈의 등에 내려선 자세였다. 반동을 이용해 복도 쪽으로 뛰어내린다.


쿠당탕탕


거의 5미터를 날아갔다. 바닥에 거칠게 떨어진 나는 한 바퀴를 구르고 바로 뛰기 시작한다. 기분 나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다.

좀비의 파도가 놈을 덮치고 있다. 마구 넘어지면서 달려드는 좀비들에 거미좀비는 곧 파묻힌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포인트가 올라간다. 압사당한 좀비들의 포인트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나는 조금 기다렸다가 넘어진 좀비들이 다시 달려오는 것을 확인 후 달려갔다. 달려가는 내내 포인트가 주기적으로 올랐다.


······

[2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8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9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질적인 숫자가 보인다. 184포인트라. 흠. 많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비 떼에 압사당할 만큼 약하면 적당한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한숨 돌렸다. 사냥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의 뒤를 쫓는 좀비들의 소음이 이제 음악처럼 들린다. 앞쪽으로 훤히 뚫린 하늘이 보인다. 상쾌하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전깃줄을 잡아 끊었다. 전선을 몸에 두르고 꽉 묶는다. 이제 벼랑이다. 벌어진 건물 틈 사이로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는 철근에 전선을 단단히 묶는다. 잿빛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신나는 기분으로 뛰어내린다.


“야호!!”


해방감이 온몸을 짜릿하게 휘감는다. 빙글거리는 시야에 넓게 펼쳐진 거대도시의 모습이 잡힌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면서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벼랑 끝에 매달려서 보는 홍콩 시내의 모습은 장관이다. 그 앞으로 좀비들의 폭포가 쏟아지면 더욱 장관이고 말이다. 나는 끊임없이 올라가는 포인트획득 메시지를 보며,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 플래닛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판사와 같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18.09.15 430 0 -
공지 블루하린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18.06.02 415 0 -
62 62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8.06 336 1 14쪽
61 61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7.29 324 1 14쪽
60 60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7.21 368 1 13쪽
59 59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7.14 437 1 16쪽
58 58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7.06 435 1 16쪽
57 57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7.05 527 1 13쪽
56 56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6.30 390 1 12쪽
55 55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6.29 488 1 13쪽
54 54화 - 언제나 그랬듯이 18.06.28 428 1 14쪽
53 53화 - 감염 18.06.23 478 1 15쪽
52 52화 - 감염 18.06.22 411 1 12쪽
51 51화 - 감염 18.06.21 414 1 13쪽
50 50화 - 감염 18.06.16 422 1 13쪽
49 49화 - 감염 18.06.15 436 1 13쪽
48 48화 - 감염 18.06.14 439 1 13쪽
47 47화 - 감염 18.06.09 453 1 13쪽
46 46화 - 감염 18.06.08 452 1 11쪽
45 45화 - 감염 18.06.07 427 2 14쪽
44 44화 - 감염 18.06.02 471 2 12쪽
43 43화- 감염 18.06.01 477 4 11쪽
42 42화 - 감염 +2 18.05.31 578 3 12쪽
41 41화 - 감염 18.05.27 508 2 13쪽
40 40화 - 감염 18.05.25 495 3 12쪽
39 39화 - 감염 18.05.24 484 2 11쪽
38 38화 - 감염 18.05.17 567 4 10쪽
37 37화 - 카나에 18.05.16 506 1 11쪽
36 36화 - 카나에 18.05.15 523 2 13쪽
35 35화 - 카나에 18.05.12 484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