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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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ky
작품등록일 :
2018.04.10 17:39
최근연재일 :
2018.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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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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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라스 전투(5)

DUMMY

탈라스 전투가 3일째로 접어드는 날 새벽, 카를룩 카간에게 보낸 고선지의 밀사가 돌아왔다. 안서(安西)에서 당나라 원군이 출정하기 직전 고선지는 비밀리에 위구르제국에 지원군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틀 동안 탈라스 성을 공격해 실패를 거듭한 고선지는 시름에 잠겨 있다가 반갑게 밀사를 맞았다.


“왜 이리 늦었는가?”


고선지는 전 같지 않게 초조한 마음으로 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 카를룩 카간을 설득시키는데 시일이 좀 걸렸습니다. 카간은 자기 혼자 중대한 일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주변 세력들의 장로를 집합시켜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군사 3만을 지원군으로 출진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흐음!”


밀사의 말을 듣고 고선지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레쯤이면 카를룩 카간이 이끄는 위구르 연합군이 도착할 것입니다. 소장이 떠날 때 이미 군사 2만을 모았고, 진군하는 길에 천산산맥 인근의 바스밀 부족 1만을 더하여 총 3만의 병력으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


밀사의 임무를 맡았던 두환(杜環)은 고선지가 아끼는 젊은 장수였다. 그는 특히 무장이지만 어려서부터 경서를 읽고 글을 지을 줄 알아 밀서 작성까지 맡길 정도였다.


“그대가 안서를 떠난 지 여러 날이 흘렀다. 이제야 온 것은 카를룩 카간이 군사를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 아닌가?”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각 부족의 장로들이 우리 당나라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만약 지원군을 보내지 않을 경우 나중에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소장이 출발하고 나서 출진을 서둘렀다면 이르면 내일 밤, 적어도 모래 아침에는 이곳에 당도할 것입니다.”


두환의 말에 고선지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위구르제국의 카를룩 카간에게 밀사를 보낸 것은 특별히 지원군을 보내달라는 목적보다는 혹시 당나라 원군이 석국-이슬람과 전투를 벌일 때를 틈타 그들이 안서도호부가 있는 고창(高昌)이나 토로번의 교하(交河)를 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위구르제국은 창건자 빌게 퀼 카간의 뒤를 그의 아들 모옌 초르가 제2대 카간이 되었는데, 젊고 기력이 넘치는 그는 투르크계를 대표하는 부족인 카륵룩을 점령한 후 아예 자신을 ‘카를룩 카간’으로 부르게 했을 정도였다. 고선지는 이미 그가 알타이와 천산산맥을 벗어나 서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고했다. 그대는 카를룩 카간의 군대를 맞아야 하므로 후군에 남도록 하라. 지금 후군은 고문세 장군이 맡고 있으니, 거기로 가서 후군 부장이 되어 그를 돕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고선지는 두환을 후군에 배속시켰다.


“네? 고문세 장군이 후군을?”


두환은 늘 선봉에 섰던 고문세과 그가 이끄는 기마군단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날 전투에서 고문세가 탈라스 성을 탈취하지 못했다. 그 벌로 후군을 맡도록 했지만, 실은 카를룩 군대가 석국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우리 당나라군의 배후를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배치한 것이다. 이번에 카를룩 카간을 만나고 왔으니 두환 장군은 고문세를 도와 저들의 군대를 맞도록 하라. 카를룩 군대가 우리 당나라군을 지원하기 위해 온다고 했지만, 끝까지 의심을 풀지 말고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알겠는가?”


“네, 장군! 기꺼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두환은 군례를 올리고 고선지의 군막에서 나왔다.


오래 전부터 두환은 후군을 맡고 있는 고문세와는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나이도 동갑이었다. 다만 그는 장안에서 귀족 집안의 자제로 자랐고, 고문세는 고구려 유민 출신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두환은 그러한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았다. 더구나 고문세는 대장군 고선지의 친조카인데다 직급도 한 단계 위이고 특히 무술이 뛰어났으므로 오히려 경외감마저 갖고 있을 정도였다.


두환이 나가고 나서 고선지는 팔짱을 끼고 한 손으로 고개를 바친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카를룩 카간이 3만의 지원군으로 보낸다? 흐음, 그러면 이번 전쟁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겠군! 카를룩의 지원군까지 합류하게 되면 우리 당나라군의 군세는 10만이 된다. 4만의 석국-이슬람 연합군도 겁먹을 수밖에 없겠지. 작전을 바꾸자.’


고선지는 두 번의 전투에서 실패하면서 많은 군사를 잃었다. 선봉에 섰던 군사들도 심신이 지쳐 있었으므로 무작정 공격을 강행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새벽 작전회의에서 고선지는 제장들을 향해 말했다.


“탈라스 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견고하오. 이제부터는 무리를 해서 성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유인작전을 써야 하겠소.”


“유인작전이라면······. 적을 성 밖으로 끌어내자는 것입니까?”


전날 선봉장으로 탈라스 성의 서문을 부수는데 성공했던 변령성이 물었다.


“그렇소. 탈라스 평원에서 싸울 것이오. 따라서 적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 들판에서 전면전을 벌일 수 있도록 허허실실 작전을 펼칠 것이오. 우리 군은 두 번의 전투에서 실패했소. 저들은 아마도 우리 군을 만만하게 볼 것이 틀림없소. 따라서 우리 군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처럼 애써 적들에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소. 오늘부터는 보병을 앞세우고 기병은 뒤로 물려 숨겨둔 채 적들이 성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오.”


고선지는 카를룩의 지원군 3만이 도착할 때까지 지연작전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휘하 장수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혹여 그 사실이 탈라스 성에 알려질 경우, 적들은 더욱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농성만을 고집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전투가 벌어진 날 당나라군은 탈라스 강을 건너 남서쪽에서 공격을 가했다. 그쪽에도 해자가 있었지만 강처럼 넓지는 않기 때문에 성을 공격하기에 유리했다.


그러나 당나라군은 고선지의 작전대로 보병을 앞세워 공격하되 해자 앞까지 접근해 화살을 쏘아대다 물러서고, 다시 접근하기를 반복하면서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약을 올려댔다.


“야, 사라센 놈들아! 성문을 열고 나와 당당하게 한 판 붙자!”


당나라군은 탈라스 성을 향해 입을 모아 소리쳤다.


“나구차비시는 들어라!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라센 놈들을 데려다 상전으로 삼을 생각이냐? 에이, 노예만도 못한 놈아!”


이렇게 당나라군이 싸잡아 석국-이슬람 연합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지만, 성안에서는 맞대놓고 입씨름을 하지도 않았다. 해자 가까이 접근해올 경우 간혹 화살을 날려 위협을 줄뿐이었다.


“적들이 오늘은 작전을 바꾼 것 같습니다.”


성루에서 나구차비시가 살리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렇게 적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우리보고 성문을 열고 나와 들판에서 맞대응하자는 것입니다. 어제와 그제 공성전투에서 실패해 크게 인명 손실을 보자 우리 연합군에게 겁을 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에게 유리하니, 적들이 하는 냥만 바라보면서 일일이 대거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살리흐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욕만 들으면서 참고 있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화가 나서 참지 못해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운다면, 적의 보병 뒤에 숨어 있던 기마군단이 돌격해 올 것입니다. 이는 적들의 노림수이므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두고 보면 분명 우리에게 공격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살리흐는 이미 고선지의 심리를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전투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오전에는 당나라군이 탈라스 성을 향해 공격자세를 취하며 접근전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공성전투를 벌이지 않는 한 석국-이슬람 연합군이 대거리도 하러들지 않자 양군 모두 시들해져 버린 것이었다. 결국 날이 저물면서 당나라군은 별 전과도 올리지 못한 채 물러갔다.


밤이 늦은 시각 나구차비시와 살리흐는 머리를 맞대고 다음 날 벌어질 전투에 대한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때 카를룩에 사자로 갔던 타이룬이 돌아왔다.


“오, 타이룬! 고생했다. 카를룩 카간이 뭐라고 하더냐?”


나구차비시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타이룬을 보고 다급하게 물었다.


“소장이 알타이 카를룩 진영에 도착했을 때 이미 카간은 군사들을 모아 출진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처음에 카를룩 카간은 소장을 고선지가 보낸 사자가 아닐까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소장이 장도를 보여줘도 의심을 풀지 않아 칼을 뽑아 자결하려고 하자, 그때서야 대왕께서 보낸 사자임을 믿고 밀서를 검토했습니다. 카간은 곧 군사 3만을 내어 탈라스 성으로 출진할 것이니 소장에게 먼저 달려가 기쁜 소식을 알리라고 하였습니다.”


“잘 되었군! 카를룩 카간이 우리 석국의 위급을 알고 각 부족의 군사를 모아두고 있었단 말이지?”


나구차비시는 살리흐를 바라보며 만면 가득 웃음을 띠웠다.


“가만······.”


살리흐가 잔뜩 의심이 가는 눈빛으로 타이룬을 바라보았다.


“장군! 카를룩 카간이 군사 3만을 이끌고 온다니 이젠 우리가 안심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아니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자가 가기 전에 카를룩에선 군사를 출진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각 부족의 장로들을 설득시키는데도 이틀 이상은 걸릴 일인데, 이미 군사를 모아 출진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니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딴은 그렇습니다.”


나구차비시는 이제 겨우 숨을 진정시킨 타이룬을 쳐다보았다.


“그러하옵니다. 소장도 살리흐 장군처럼 바로 그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그래서 몰래 카를룩 군사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어보니, 여러 날 전에 고선지가 보낸 당나라 사신이 지원군 요청을 해왔다고 합니다. 소장이 도착하기 이틀 전에 당나라 사신은 카간으로부터 지원군 약속을 받고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무엇이? 허면 카를룩 카간이 우리 연합군과 당나라군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단 말이 아니냐?”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나구차비시의 말에 살리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타이룬! 그대도 지금 살리흐 장군이 판단한대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네, 그러하옵니다. 카를룩 카간이 3만의 지원군을 이끌고 온다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흐음! 이것 참! 만약 카를룩 군대가 당나라군을 지원한다면 큰일이 아닌가?”


나구차비시는 침통한 얼굴로 살리흐과 타이룬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카를룩 군대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소?”


살리흐가 타이룬에게 물었다.


“아마도 내일 오후면 당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음······!”


살리흐는 입술을 꽉 다문 채 신음을 안으로 삼켰다.


“장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나구차비시는 살리흐에게로 근심어린 눈길을 보냈다.


“그렇다면, 내일 전투에선 달리 작전을 짜야하겠습니다.”


살리흐의 굳은 표정에선 어떤 결심이 선 듯했다. 순간, 그의 찡그린 이마에서 짙은 두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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