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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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작품등록일 :
2018.04.10 18:12
최근연재일 :
2018.05.25 13:23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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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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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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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5화 - 깨어난 미스티

DUMMY

“으, 으음······.”


조용한 감옥 안에 울려 퍼지는 가냘픈 신음소리.

약 사흘간 기절해있던 미스티가 기운 없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여, 기는······.”

“일어났습니까?”


자신의 시야 밖에서 들린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미스티.

벽에 몸을 딱 붙인 채 돌아본 그곳에는, 상체의 갑주를 벗고 안에 입었던 검은색의 딱 붙는 상의만 입은 채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레몬색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누구시죠?”


잔뜩 경계하며 묻는 미스티.

그러면서 눈은 빠르게 그녀의 주변을 훑고 있었다.

햇볕 하나 들어올 창문조차 없이 새까만 공간.

불빛은 쇠창살의 밖에서만 은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가만, 쇠창살?’

“저는 레지아 하먼필드. 그리고 여긴 뤼노아 왕국의 세르니 성 지하에 있는 감옥입니다.”

“······하먼필드? 하먼필드라면······.”

“알고 계시는 그 하먼필드 가문이 맞을 겁니다.”

“······.”


레지아의 말에 미스티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아는 하먼필드가 맞다면······, 살아있는 사람이 없을텐데······?’

“······다행히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죠.”

“······!”


마치 미스티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대답하는 레지아의 모습에,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내비쳤다.

그것을 본 레지아는 그저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제가 왜 여기 있죠?”


미스티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뤼노아 왕국과의 전쟁을 위해 필모트 협곡으로 진격한 일.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본 이상한 복장과 외모의 사람.

그가 사용한 처음 본 무기.

그리고······, 그것에 의해 살해당한 ‘그 남자’.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지만, 자신의 팔과 다리에 채워진 구속구를 본 그녀는 비교적 담담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왜 여기 있는지는, 건너편의 남자 분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에······?”


얼빠진 소리를 내며 레지아가 고갯짓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는 미스티.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는 또 다른 쇠창살만이 보일 뿐이었다.


“우선 허기부터 채우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사흘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당신.”

“아······.”


어리둥절한 상황에 배가 고픈 것도 잊고 있던 미스티는, 레지아가 내민 투박한 쟁반 위에 담긴 빵과 물을 보고 갑자기 허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미스티는 그녀가 내민 쟁반을 받아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두었다.

볼품없이 생긴 푸석한 빵.

그리고 투박한 컵에 담긴 미지근한 맹물.

자신이 라그나 황국에서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하찮았지만, 질을 챙기기엔 당장 너무 배가 고팠다.


“······.”


불편하게 묶인 손으로 조심스레 빵을 들어 한 입 베어 무는 미스티.

심지어 잘 뜯기지도 않아서 입으로 문 채 조금 씨름을 해서 겨우 조금 뜯어낼 정도였다.

입안에 넣고 씹으려 했지만, 침이 잘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물을 조금 머금은 채로 씹었다.


“······.”


맛 역시 별게 없었다.

씹을 때마다 밀가루의 향만이 짙게 남았고, 목으로 넘길 수 있을 때까지 씹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물만큼은 깔끔했다.

잘 정제된 불순물이 없는 물.

그 덕분에 미스티는 무사히 질기고 푸석한 빵 하나를 다 먹고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후우······.”


3일 만에 넣은 음식물 때문에 위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배를 채우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미스티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때요?”


미스티가 빵을 먹는 모습을 내리 턱을 괸 채 지켜보던 레지아가 물었다.


“······솔직한 답변을 원하나요?”

“굳이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할 말이 없어서······, 하하.”


레지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


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미스티는, 쟁반을 옆에 놓은 뒤 무릎을 끌어당겨 양팔로 안았다.

그리고 무릎에 이마를 대곤 마지막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오르질 않았다.

그 순간 격해진 감정 때문에 이성의 끈이 끊겨버린 것이었다.


‘뤼노아 왕국, 인가······. 그럼 난 여기서 이제 고문을 받게 되는 건가?’


기억을 잃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을 한 건 아닌가 싶었지만, 딱히 몸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픈 건 아니었다.

가장 생각하기 싫은 일도 다행히 없었던 듯했다.


“너무 공격적인 태도만 취하지 않는다면 큰 해는 끼치지 않을 거예요.”

“······.”


레지아의 말에 서서히 고개를 드는 미스티.

그녀는 살짝 미소를 띤 레지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능력자예요?”

“그, 그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하고 던져봤을 뿐이에요.”

“······.”

“정답이었나요?”

“하아······.”


미스티는 괜히 창피해져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붉은색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짧게 연결된 구속구 때문에 반대편 팔까지 딸려 올라가 같이 흔들리는 우스운 꼴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왜 여기에 저랑 같이 갇혀있죠? 성씨도 있고 갑주도 있는 걸 보아하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


미스티가 화제를 전환할 겸 던진 질문에, 이번엔 레지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명령위반······이랄까, 이모저모 좀 그런 일이 있어서······.”


레지아의 목소리가 점차 기어들어갔다.

내막을 전혀 모르는 미스티는 그저 자신의 볼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는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포로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가혹한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네.”

‘그다지 신용이 가지 않는 말······. 오히려 저 여자가 날 고문할 사람인가?’


아직 상황파악도 덜 된 마당에,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덜컥 믿어버릴 정도로 무른 미스티가 아니었다.

그때, 바깥에서 천천히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는 다 하셨습니까?”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미스티는, 웨이브 진 오렌지색 머리카락의 메이드가 자신을 보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아담한 키의 소녀. 앳되어 보이는 외모에 비해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그 기운에 조금 당황하는 미스티를 보고, 레지아가 대신 그녀의 쟁반과 컵을 들고 일어나 라헬에게 다가갔다.


“가지러 와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그저 제 소임을 다할 뿐.”

“······.”


자신의 대답에 레지아가 기죽은 모습을 보이자, 라헬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일부러 꺼낸 말은 아니니, 그런 표정은 삼가주셨으면 합니다만······.”

“으, 응? 아, 아냐! 그런 거! 하하. 하, 하, 하아······.”


레지아가 고개를 저으며 웃더니, 이내 한숨이 되었다.


“······.”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라헬은 문득 고개를 뒤로 돌려 건너편의 감옥을 바라보았다.


“튜드 님은······.”

“······여전히 소리 하나도 안 나.”


레지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걸음을 옮겨 그 철창으로 향하는 라헬.

안을 들여다보고는 노골적으로 어깨가 처지면서 풀죽은 모습을 보였다.


“혹시나 싶어 묻는데, 여전히 쭈그려 앉은 모습이니?”

“······아뇨.”

“그, 그래? 그럼 조금은 움직였단 이야기······!”

“그 자세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계시네요. 무릎은 껴안은 채로······.”

“······뭐?”

“······하.”


이번에는 잠자코 듣고 있던 미스티마저 헛웃음을 흘렸다.

다행히 그녀의 헛웃음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큰일이네······.”

“의사님의 말씀으로는 일주일 정도는 동향을 지켜봐야한다고 하셨습니다만······.”

“그건, 그렇지? 병대나 기사단 쪽에서도 얼마동안은 관찰한 뒤에 처우를 결정하니까······.”


라헬과 레지아는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갔지만, 미스티로서는 주어가 빠져있는 꼴이었기에 마냥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다고 해도 끼어들 처지도 아니니까······.’


본래 약간 수다스러운 기질의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잠자코 안고 있는 무릎을 더 바짝 당길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어제는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제정신이 아니었던지라 한 편도 못 올린 점, 죄송합니다...!

오늘내일 안에 30편 다 채울 겁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공모전 기간이 끝난 이후로는 월, 수, 금 간격으로 1편씩 연재될 예정입니다.

즐겨주세요!

채찍과 당근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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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3화 - 대련 18.05.25 320 0 9쪽
34 32화 - 연습 18.05.23 33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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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0화 - 심란한 승전보 18.05.18 336 0 10쪽
31 29화 - 야습, 대승, 그리고 각성. 18.05.18 353 0 10쪽
30 28화 - 수전증 18.05.18 346 0 10쪽
29 27화 - War game 18.05.18 338 0 12쪽
28 26화 - 사색 18.05.18 347 0 12쪽
» 25화 - 깨어난 미스티 18.05.17 343 0 9쪽
26 24화 - 레지아, 강등 18.05.15 3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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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화 - 금의환향(1) 18.05.12 360 1 11쪽
21 19화 - 제노로크 vs 제노로크(2) +2 18.05.10 3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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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7화 -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일 +2 18.05.10 39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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